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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대전 승자는 ① 우리금융지주 | 디지털 전환은 선택 아닌 생존 문제, 혁신골든타임 놓치면 도태 불가피
입력 : 2020.05.27 17: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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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 금융권의 이익창출여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기존 금융업의 강자로 군림해 온 은행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을 위해 디지털을 지향점으로 한 전방위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은행들은 일찍부터 핀테크 분야에 투자해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 핀테크 기업들과 마냥 경쟁하는 구도에서 벗어나 기술제휴를 맺고 협업하는 동업관계로 관계를 도모해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자체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한편 신기술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핀테크와의 협업으로 빅테크의 도전에 대항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경쟁적인 벤처투자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은행들의 핀테크 대전을 들여다본다.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그룹 디지털 비전 ‘Digital for Better Life’를 새롭게 선포하고 손태승 회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함께 이끄는 컨트롤타워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구축했다.
AI·빅데이터 인재육성 등 10대 과제 선정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비대면) 바람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넥스트 노멀(Next Normal·새 표준)이 됐다. 지금이 디지털 혁신의 골든타임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5월 15일 그룹 디지털 비전 ‘Digital for Better Life’를 새롭게 선포하고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함께 이끄는 컨트롤타워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구축했다. 특히 그룹 내에서 디지털 전략을 최우선으로 하고, 디지털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Digital First, Change Everything’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경영 슬로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룹 경영협의회도 실시됐던 이날 손 회장은 자회사 CEO들과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초개인화 마케팅 방안 및 그룹 모바일 플랫폼 체계 구축안 등 다양한 디지털 혁신 10대 과제를 선정하고, 그룹의 전산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에서 구축 중인 그룹 공동 클라우드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한 손 회장은 핀테크 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타 업종과 적극적인 디지털 협업을 추진하는 등 과감한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 전략을 통해 외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그룹 내 디지털 전문 인력의 경쟁력에 미래가 걸려있다는 판단 하에 ICT 기업과 연계한 AI 전문가 양성 과정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내부 역량 강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혁신에 승부수를 띄운 우리금융그룹은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즉각 출범시켜 손태승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산하에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총괄장으로 하는 ‘디지털혁신총괄’ 조직을 구성해 톱다운(Top-Down)식 리더십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룹사의 젊고 혁신적인 직원들로 구성된 ‘블루팀(BLUE Team)’을 참여시켜 급변하는 디지털 트렌드에 대응하는 현장주도(Bottom-Up) 혁신체계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날 디지털 비전 선포식에서 ‘Digital for Better Life’라는 새로운 디지털 비전을 선포했다”며 “앞으로 우리금융그룹은 모바일 브랜드 WON을 중심으로 고객과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금융에 디지털 혁신을 입혀 고객의 일상에 행복을 드리는 금융그룹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적인 투자로 역량강화 나서
우리금융의 기존 핀테크 기업과의 관계설정은 ‘상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수한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과 협력해 우수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해 산업역량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데이터 기반의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금융 환경 조성 MOU’를 체결했다. 우리은행과 뱅크샐러드는 양사의 빅데이터 인프라와 기술력을 활용하여, 금융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공동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뱅크샐러드에게 ▲오픈API 제공 ▲뱅크샐러드 연계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 ▲공동 상품 개발 및 프로모션 등을 협약했다.
이외에도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핀테크 개발자 포털사이트인 ‘오픈API 플랫폼’을 열어 우리은행의 오픈API를 공개했다. 우리은행 ‘오픈API 플랫폼’은 우리은행의 오픈API,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개발가이드 등을 제공하는 핀테크 개발자 지원 플랫폼으로 대출, 환전신청, 해외송금, 이체 등의 API를 제공한다. 회원 누구나 테스트용 API를 사용할 수 있으며, 서비스 상용화는 은행과 제휴 계약을 통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세계적인 개발 플랫폼 ‘GitHub(깃허브)’에 오픈API 샘플코드 등을 공개하고, 블로그를 운영함으로써 우리은행의 금융 및 핀테크 노하우를 개발자와 공유한다.
오픈뱅킹 입점기업은 우리은행 ‘오픈API 플랫폼’을 활용하여 사업을 구체화하고, 우리은행은 핀테크 기업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위비뱅크를 통해 제공함으로써 위비뱅크를 핀테크 육성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오픈뱅킹에는 현재 14개 핀테크 기업이 입점해 있다. 위비뱅크 이용 고객은 (주)아톤의 증권추천, ㈜데이터유니버스의 금융사기 예방, (주)본컨설팅네트웍스(차봇)의 차량시세 및 보험료 조회 등 3개사의 서비스를 오픈뱅킹에서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은행은 오픈뱅킹에서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은행 내부에서만의 혁신이 아닌 다양한 기술과 창의적인 생각이 은행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의 ‘오픈파이낸스(Open Finance)’ 정책을 밝힌 바 있다. 오픈파이낸스 정책의 일환으로 우리은행은 은행이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품는 위비뱅크 ‘오픈뱅킹’과 핀테크 기업이 은행 API를 활용토록 지원하는 ‘우리은행 오픈API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은 고객 접점 확보와 사업성 검증이 중요하다”며,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마케팅채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 위비뱅크 오픈뱅킹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벤처기업 육성 요람 ‘디노랩’
우리은행은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 ‘디노랩(DinnoLab)’을 출범시켰다. ‘디노랩’은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Digital Innovation Lab)’의 약어로, 스타트업이 공룡(Dinosaur)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의 ‘요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위비핀테크랩’과 새로 편성된 ‘디벨로퍼랩(Developer Lab)’으로 운영된다. 위비핀테크랩은 사무공간, 경영컨설팅, 투자 등을 지원하고, 디벨로퍼랩은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공모를 통해 디노랩에 입주한 기업은 총 14개다.
특히 금융권 최초의 테스트베드(Test Bed) 센터인 디벨로퍼랩은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와 협력하여 클라우드 개발환경, 금융 API, 기술자문 등을 디노랩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에게 제공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회장은 당시 “디지털 혁신 기업의 요람인 디노랩을 통해 혁신성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지원하고, 위비뱅크 등을 활용한 글로벌 온라인 채널을 구축하여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금융은 지난해 5월 혁신성장 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미래금융부’와 핀테크 혁신을 총괄하면서 핀테크 기업의 효율적인 발굴 및 육성을 지원하는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전략기획단 산하에 미래금융부를 신설, 혁신금융의 추진 전략 및 운영 방향을 수립하고 혁신금융 지원 관련 우리은행 등 그룹 내 사업을 총괄하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형태다. 미래금융부는 그룹의 지속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신사업 진출 등 전략사업 육성은 물론, 자회사의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한편 우리금융그룹은 기존 우리은행에서 운영됐던 디노랩을 그룹 공동사업으로 확대·개편해 우리은행·우리카드·우리종합금융 등 그룹사와 스타트업 간의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디노랩은 위비핀테크랩, 디벨로퍼랩, 디노랩 베트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난해까지 누적매출 247억원, 업무협약 등 115건 체결, 투자유치 95억원 등의 성과를 냈다.
이외에도 우리금융그룹은 스타트업과 사내벤처 등 내·외부 자원을 활용한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내달 출범 예정인 우리금융 사내벤처 프로그램 ‘우리어드벤처(Woori ADVenture)’는 디노랩 스타트업과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같은 사무공간에 입주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는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디노랩 입점 스타트업의 성장과 우리어드벤처의 안정적 정착을 통해 핀테크 혁신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국내는 물론 동남아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핀테크랩 센터인 ‘디노랩(Digital Innovation Lab) 베트남’을 출범하기도 했다. ‘디노랩 베트남’ 출범은 정부의 글로벌 핀테크 정책에 발맞춰 베트남 하노이에 핀테크랩 거점을 마련했다.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국내 핀테크 기업에 현지 사무공간과 인프라를 제공하여 동남아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을 돕고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출범식과 함께 진행된 ‘핀테크 데모데이’ 행사는 한국핀테크지원센터와 베트남 핀테크 협회가 공동 주관하여 한국과 베트남의 핀테크 산업 및 투자동향 소개, 데모데이 참여 핀테크 기업의 전시부스 소개 및 기업 피칭, 1:1 비즈니스 상담회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데모데이 행사에 참여한 핀테크 기업은 벤처캐피털(VC)과 연계한 투자유치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사전 진행한 ‘핀테크 데모데이 in 하노이’ 신청을 받아 총 5개 업체가 ‘디노랩 베트남’ 1기 입주기업으로 선정됐다. 선정된 업체는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캠퍼스-K’에 입주하여 현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KIMC GROUP’의 육성 프로그램과 특허·회계·법률 등의 전문 자문 서비스는 물론 현지 인프라를 이용한 우리금융그룹의 시장정보와 네트워킹 등을 지원받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핀테크 혁신 기술 및 서비스를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이 동남아에서 신규영업·사업제휴를 통해 글로벌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Mini Interview 개방형 혁신 통해 글로벌 핀테크 역량 갖출 것
송민택 우리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 부장
Q. 1년 넘게 운영되어온 디노랩의 성과는 무엇일까?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은행 베트남법인 등 국내외 계열사와 총 9건의 사업을 도입해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에는 위비핀테크랩 1기 기업인 한국신용데이터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공동 마케팅협약을 체결하는 등 졸업기업과도 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Q. 베트남 디노랩의 운영이 이채로운데 현지 진출에 대한 수요와 반응이 궁금하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 9500만 명의 절반이 30세 이하이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스타트업에게는 성공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시장이다. 베트남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많은 수의 국내 스타트업들이 디노랩 베트남 1기에 지원했고 최종 5개의 기업이 선발됐다. 선발된 기업은 베트남 현지 사무공간 제공, 네트워킹 및 육성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게 된다. 특히 인포플러스는 우리은행 베트남법인과 건물관리 정산솔루션 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디노랩 기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올해 디노랩에 선정된 기업들은 서류평가, PT평가를 거쳤고,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의 디지털·투자담당 실무자와 VC, IT 기업 등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거쳐 최종선정됐다. 올해 디노랩에 선정된 아실은 실거래가, 분양정보 등 아파트 정보콘텐츠를 제공하는 부동산 플랫폼으로, 앱 다운로드수가 140만 건을 넘어서는 등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이다.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채널 확대, 간편 등기발급 서비스 제공 등 우리금융그룹과의 협업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Q. 그룹 내 다른 부서와 주어진 임무가 다른 만큼 목표도 다를 텐데?
통합·확대된 디노랩과 사내벤처의 공동육성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선도하고, 디노랩 베트남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강화 및 현지 유망 스타트업 발굴 등 글로벌 이노베이션 허브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룹 공동사업 체계를 확립하여 계열사 간 시너지를 증대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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