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이낙연 대세론 속 친문 선택 관심… 야, 홍준표·유승민·원희룡 예측불허

    입력 : 2020.04.27 14:39:37

  • 21대 총선이 초거대 여당의 탄생으로 막을 내리면서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20대 대선으로 옮아가고 있다. 진보진영의 장기 집권 서막이 열릴지, 아니면 보수의 반격이 가능할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일단 총선 결과의 후폭풍으로 여야 대선주자들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여당 대권주자들은 총선 압승으로 확인한 진보 우위의 민심은 든든하다. 특히 한국 사회의 이념 지형도가 진보 우위로 재편됐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대선 전까지 큰 헛발질만 하지 않는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확률이 높아졌다. 이에 반해 야당은 잠재 대선 후보들이 모조리 총선에서 탈락하며 경쟁력을 상실해버렸다. 무소속 출신의 야권 후보가 있지만 화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런 상황 속에서 여야를 통틀어 대선주자 중 단연 존재감 1위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다. 선거 캠프 자체가 대선 후보자급이었다는 시선이 이를 방증한다. 선거 결과적으로도 이 전 총리는 출마한 종로구에서 58.3%의 득표율로 대선 잠재 경쟁자였던 미래통합당 후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여유 있게 제쳤다. 각종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전 총리임을 감안할 때 당내 대선 후보로만 확정된다면 차기 대선에서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 총리는 현 정부 들어 국무총리로 발탁되기 전 까지 지역 정치인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총리와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전국 단위의 정치인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국정 운영에 있어 안정감을 보여줘 국민의 신망을 얻었고, 이번 총선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승리로 이끌면서 정치적 역량도 함께 보여줬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당내다. 잠재 후보군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현재 당내 경쟁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꼽힌다. 이 세 사람 역시 총선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지사는 평소 진중한 모습과는 다르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가장 먼저 지급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된 신천지를 직접 겨냥한 과감한 행보로 지지율이 뛰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당내 대선 후보군에 끼인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리가 당내 대선 후보로 낙점되기 위해서는 당내 주류인 친문세력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재야 고수로 통하는 윤상우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아직 2년이나 넘게 남은 대선의 후보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면서 “민주당 역학구도에서 중요한 것은 친문의 움직임이고, 이 세력이 누구를 더 지지하느냐에 따라 후보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이사장은 올 초부터 더불어민주당 압승을 전망했고, 4월 초부터 이번 총선 결과인 ‘180석 전망’을 지인 네트워크를 통해 꾸준히 주장해 왔었다. 당시 많은 이들이 “과한 해석”이라고 치부해 버렸지만, 딱 들어맞은 셈이 됐다.

    윤 이사장은 “이런 점에서 이 전 지사의 강력한 경쟁자는 김경수 지사와 이번에 당선된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여기에 더해 현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을 가장 잘 담아내는가 여부도 중요한데 이 전 지사에게는 아직 구체적인 것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여당이 이처럼 풍성한 대선 잠재 후보자들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반면,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4선의 나경원 의원 등 당내 대선주자 반열에 들 수 있는 인물들이 모조리 선거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미래통합당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미래통합당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특히 황 전 총리는 현 여당의 유일한 경쟁력 있는 보수 대권주자로 거론돼 왔지만 20% 가까운 표차로 이 전 총리에게 패배한 터라 충격파가 더 컸다. 패배 직후 “대권에 대한 욕심 때문에 선거를 망쳤다”는 비난까지 당 안팎에서 듣고 있다. ‘폭망’이라고 할 정도로 참패를 당한 보수진영이 차기 대선에서 이들을 내세워 재집권을 도모한다면 별 승산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새 인물에 대한 갈망은 커지고 있다. 일단 시선은 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환한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에게 쏠리고 있다. 텃밭에서의 무소속 출마이긴 하지만, 이들의 경쟁력을 확인한 후 일고 있는 당내 움직임이다. 두 사람은 당 중진이었지만 공천과정에서 세대교체를 이유로 컷오프됐었다. 이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각각 대구와 경남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사자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대구에서 승리한 홍 전 대표는 벌써부터 대권 도전에 관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자신의 대권 도전과 관련해 “저로서는 마지막 꿈”이라며 “수성을에 굳이 출마한 것도 2022년을 향한 마지막 꿈이자 출발”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김태호 지사도 대권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도 당선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빠른 시일 내 당으로 돌아가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따르고, 정권창출의 중심에 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기우론도 만만치 않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젊은 층과 중도층을 사로 잡아야 하는데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총선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들을 찾는 분위기도 있다.

    이와 관련해 먼저 유승민 의원이 눈에 띈다. 유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했고, 또 선거 과정에서도 한 발짝 물러나 있어 ‘선거참패’에서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 보수 후보군 중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호감도가 높은 잠재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보수의 대표 선수라는 각인을 지지층들에게 심어주지 못한 점은 약점이다. 더군다나 이번 총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한 이준석 최고위원, 중구성동을에 나선 지상욱 의원, 보수의 험지인 동대문을에 출마한 이혜훈 의원 유승민계 의원들 다수가 원내 입성에 실패했다. 한 당 관계자는 “유 의원이 총선 과정에서 좀 더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를 더 눈여겨보는 분위기도 있다. 원 지사는 현 시점에서 보수의 몇 남지 않은 생존 대선 후보이면서 선거 참패론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무소속으로 있다가 선거직전 보수 통합의 바람을 타고 미래통합당에 입당했지만 총선과는 거리를 뒀었다. 대신 도정을 책임지는 리더로 코로나19 사태 방역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는 원 지사에게 전혀 불리하지 않은 국면으로 작용했다. 도백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강남 모자가 이를 감추고 제주 전역을 돌아다녀 파장이 일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대응을 통해 국민적 안심감을 줬다. 평소 ‘결단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모습을 보인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정치권 및 시중 여론의 반응도 남달랐다. 하지만 잠룡이란 타이틀을 오래 달아 ‘새 인물’이 아니라는 점은 극복해야 될 과제다. 또한 제주 도정을 함에 있어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극복해야 될 과제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원 지사가 제주에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려는 미래지향적 움직임도 많이 보여왔지만 부각이 잘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보수의 대표 선수가 되려면 자기의 경쟁력을 스스로 보여줄 수 있는 노력을 적극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외 인사인 홍정욱 전 의원을 거론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보수 참패 후 우파 SNS상에서 ‘홍정욱밖에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가 이미 커진 상태다. 현재 유기농 관련 기업을 하고 있는 홍 전 의원은 각종 선거 때마다 구원투수로 이름이 거론돼 왔다. 이번 총선에서 출마설이 돌았지만 정작 홍 전 의원의 반응은 없었다.

    홍 전 의원의 큰 결심에는 딸 마약사건에 대한 입장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 사회에서 마약 문제는 꽤 민감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장성철 소장은 “딸 마약 사건 전만 해도 홍 전 의원의 선거 경쟁력은 꽤 높은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결국 본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인데, 진정성 있는 모습에 따라 기회가 열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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