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 총선 여기서 결판난다… 주요 격전지 분석

    입력 : 2020.03.30 17: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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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로 사회가 어수선하지만 21대 총선을 향한 시계바늘은 재깍재깍 쉬지 않고 흘러간다.

    이번 총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것은 극단적 대립 상태에 놓여 있는 우리 사회 속 민심의 향배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코로나19 확산, 소득주도 성장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도 현 여권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기대 여권은 선거법 개정안, 검찰 개혁안 등을 밀어붙였다. 범 보수 진영은 이 같은 여권에 대해 민심을 호도한 일방독주식 국정 운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여론조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그러면서 실제 민심은 보수 정당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 후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어 탄핵 후 한쪽으로 기울었던 사회 흐름이 그동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2020년 총선이 다가왔고 여야는 민심의 물꼬를 잡기 위해 양보 없는 혈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전례 없는 코로나19란 전염병이 총선 직전 발발해 이 사안이 민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국가 봉쇄 문제를 둘러싼 정책 실패 논란이 진영 간 거셌기 때문이다. 매경럭스멘이 4·15 총선의 빅매치 현장을 들여다봤다.

    대선 전초전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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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총선의 최대 ‘빅매치’ 지역은 단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이낙연 전 총리와 미래통합당 후보인 황교안 전 총리가 출사표를 던진 종로구다. 정치 1번지답게 역대 총선 때마다 관심을 모았지만 올해는 2년 뒤인 대선을 앞둔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전직 총리라는 공통점 외에 두 후보는 각각 당의 공동선대위원장도 맡고 있어 선거 결과는 각자의 정치 생명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한쪽이 지역구에서도 패하고, 전체 선거에서도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면 ‘책임론’ 후폭풍에 대선에 나서보지도 못하고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다른 관심 지역들의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전 총리가 황 전 총리를 오차 범위를 넘어서는 수치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경제 실정 등에 화난 민심이 종로구 선거 판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역구 민심은 현 정부의 총리를 전 정부의 총리보다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 전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등 정부 여당의 실정을 부각시킬 현안이 나타날 때 먼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며 위기를 진화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황 전 총리는 당의 공천 과정에서 리더십이 흔들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런 모습들이 지역구 민심에 투영된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선거전이 전개되고 종로구 선거를 현 정권 vs 황 전 총리의 구도로 바꿀 수만 있다면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예측도 있다. 정권 심판론이 지역민심을 파고들 수 있단 얘기다. 역대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은 여당의 야당 심판론보다 대체로 우세했다.

    전직 판사끼리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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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작을에서는 전직 엘리트 판사끼리 일합을 겨룬다. 미래통합당 후보인 나경원 의원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낙점된 이수진 전 판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 의원은 사시 34회, 이 전 판사는 40회로 같은 법조인인 두 사람은 서울대를 졸업한 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외형적인 모습도 눈길을 끌지만 이번 총선 동작을의 관전 포인트는 야권 심판론(민주당)과 정권 심판론(통합당)이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곳이라는 점이다. 나 전 대표는 당 원내대표시절 국회에서 벌어진 선거법 등을 둘러싼 패스트트랙 국면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했고, 이 전 판사는 박근혜 정부의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한 인물 중 하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나뉜 우리 사회의 정치 이념 지형도를 그대로 대변하는 두 사람이 서로 맞붙은 것이다. 선거 결과를 두고 현 정권 3년 동안 벌어진 보수·진보 두 진영의 대립에 대한 지역민들의 심판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판사를 나 의원의 대항마로 낙점한 것은 만일 승리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나머지 임기 동안 현재의 국정기조를 더 탄력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명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판사는 출마선언문에서 “정치 개혁이 사법개혁”이라면서 현 정권의 코드와 딱 맞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 동작을은 지난 12년 동안 민주당이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한 곳이다.

    나 의원으로서는 지역구를 지켜야 하는 숙제 외에, 그동안 우리 사회를 극단적으로 양분시킨 책임이 현 정권에 있다고 비난해온 것에 대한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더군다나 정치 신인을 두고도 유리하게 흐름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당의 전체 선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 의원은 지역 경험과 경륜을 살려 “동작을 강남 4구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정치 신인 이 전 판사가 선전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와 KBS가 3월 12일부터 24일까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역 내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전 판사가 37.3%를 얻어 33.9%를 얻은 나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가 지난 14~1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서울 동작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판사(43.0%)가 나 의원 (40.2%)을 근소하게 오차범위(±4.3%포인트)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역 내 인지도가 높은 나 의원이 지역에서 얼굴이 덜 알려진 이 전 판사에게 초반 밀리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 예상외다. 이 같은 결과는 당 지지도에서 앞서 나가는 효과가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 경제정책 실패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통합당을 두 자릿수로 앞서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이 전 판사가 너무 기댄다면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직 선거 초반전이고 중량감이 큰 나 의원의 뒷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동작을에서 치러진 2번의 선거에서 접전을 이겨내고 당선됐다. 실제 당선 가능성 면에서는 나 의원이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리턴매치 복수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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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파을에서 벌어지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최재성 후보와 전 MBC 아나운서인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의 대결도 이번 총선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2년 만에 펼쳐지는 리턴매치인 동시에, 이곳 역시 현 정권 들어서 극심하게 양분되다시피 한 우리 사회 두 진영의 흐름을 명확하게 대변하고 있는 후보들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있는 여당 우위의 각종 여론조사가 여기서도 재현될지 아니면 반대의 흐름이 나타날지 새삼 주목된다. 만일 배 전 아나운서가 승리한다면 소위 숨어 있던 ‘샤이 보수’들이 적극적으로 표심을 나타냈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송파을은 지난해 9510가구의 서울 내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가 새로 입주하면서 인구 구성이 상당히 변했다. 강남권에 속하는 송파을의 이 신축 아파트는 상당히 고가다. 대체적으로 비싼 집에 사는 이들의 표심은 보수 쪽에 가까운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연령층으로 보면 진보성향을 지닌 30~40대도 꽤 많아 배 전 아나운서가 무조건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최 의원도 안심할 수 없다. 현 정부 들어서 강행된 고가 아파트를 향한 중과세 정책으로 인해 이들의 푸념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이 늘어 호주머니가 비어가면 민심은 돌아서기 마련이다. 이에 최 의원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노선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 의원은 1세대 1주택 실거주자의 종부세 감면 폭을 확대하고 일정 기간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종부세를 면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다분히 지역 내 부동산과 관련한 민심을 의식한 행보다.

    배 전 아나운서는 자신의 주특기를 십분 살려 ‘국민대변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21대 국회의원선거 미래통합당 정강정책 대표연설을 맡기도 했다. 배 전 아나운서는 연설에서 주사파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신랄하게 현 정권의 이중성을 주장했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3월 13~14일 송파구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배 전 아나운서(40.3%)는 최 의원(37.5%)을 2.8%p 차로 앞섰다. 두 사람이 처음 맞붙었던 2018년 재보궐 당시 득표율은 최 의원 54.4%, 배 전 아나운서 29.6%였다. 오차범위(±4.4%p) 내지만 배 전 아나운서의 초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차기 잠룡 vs 대통령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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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통합당 잠룡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후보로 나선 광진을도 이번 총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격전지 중 한 곳이다. 이곳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5선을 지내 현 여당의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오 전 시장은 이곳에 과감히 도전을 냈다. 오 전 시장이 보수당에게 험지로 분류되는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그의 정치적 눈높이가 이번 총선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당도 상징성이 큰 이곳을 내줄 수는 없다. 이에 여당은 텃밭 사수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입 노릇을 했던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후보로 내세웠다. 고 전 대변인은 정치 신인이지만 인지도와 대중적 호감도가 높아 파괴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이 같은 기류는 역력히 드러난다. 한국일보와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 12~14일 실시한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고 전 대변인은 43.3%의 지지를 얻어 32.3%를 받은 오 전 시장을 11%포인트 차로 앞섰다. 지난 3월 1~2일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오 전 시장(38.5%)이 고 전 대변인(35.9%)을 앞섰다. 다른 조사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3월 10~11일 지역 내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고 전 대변인은 44.5%를 얻어 오 전 시장을 7.7%포인트 앞섰다. 현 판세가 선거 막판까지 유지된다면 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분석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일보와 KBS가 같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당선 가능성의 경우 오차범위 내에 있고, 부동표 또한 언제든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수치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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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고 전 대변인의 필살기는 ‘소통’과 ‘공감’이다. 아나운서 경험을 십분 살린 전략이다. 실제 고 전 대변인은 얼굴이 많이 알려져 지역에서는 후발주자지만 알아보는 이들이 꽤 많아 친근감 있게 지역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오 전 시장의 전략도 비슷하다. 통합당 험지를 뚫기 위해 일찌감치 지역에 터를 잡은 오 전 시장은 지난 1년 동안 바닥을 샅샅이 훑었다. 오 전 시장을 알아보는 이도 많아 인지도 면에서는 고 전 대변인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때문에 인물에 대한 호감도로 판세가 갈리기보다는 여당의 야당심판론과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대한 민심의 물길이 어느 쪽으로 더 거세게 흐르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복심 잡겠다고 나선 야당 자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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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세가 강한 지역구에 대통령의 복심을 꽂아 국정 운영 동력을 더하겠다’ vs ‘정권 실세를 꺾어 여당의 아성을 꺾겠다’

    구로을 선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내세우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정권 진짜 실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후보로 내세웠고, 통합당은 3선의 전투력 강한 김용태 의원을 전략 공천했다.

    일단 선거 구도는 윤 전 실장에게 유리하다. 구로을은 같은 당 박영선 중소기업부 장관의 지역구로 이곳에서만 3선을 했다. 박 장관이 윤 전 실장의 정식 공천 전 지역인사들과 자리를 함께해 사전 선거 운동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민주당의 조직이 탄탄하다는 얘기다.

    통합당에게는 당연히 힘든 선거지 중 한 곳이지만, 김 의원을 내세워 깃발을 꽂으려 하고 있다. 당이 김 의원에게 거는 기대감은 그가 불출마 선언을 했음에도 당이 나서서 설득, 출마케 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김 의원 지역구는 양천구을이다.

    김 의원은 출마의 변으로 “이번 총선은 지난 3년간 현 정권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에 청와대 핵심 실세가 출마하는 곳이 적합해 주저 없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장점은 지역 밀착형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이런 점을 의식해 구로을 선거에서 나서면서 “12년간 양천에서 검증된 현장 전문가”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거침이 없다. 그만큼 도전적이면서 친화력도 좋다는 얘기도 된다.

    윤 전 실장은 현 정권 실제라는 점이 강점이다. 이는 지역의 숙원사업 등 각종 민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인사라는 얘기도 된다. 사실 선거 때마다 각 출마자들이 내세우는 공약들 중 상당수는 허언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정권 실세가 있는 지역구는 임기 내 챙겨야 할 것들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이 실세의 힘이다. 이에 윤 전 실장의 선거 슬로건도 ‘힘이 되는 사람’이다

    그가 내세운 공약들도 이 같은 장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GTX 노선과 연계한 구로역 신역사 건립, 구로구청-구로경찰서 재건축, 깔깔거리 지구단위 재정비 등 정부와 긴밀한 협조가 없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들을 지역구민들에게 약속했다.

    김 의원의 공약은 이와는 결이 좀 다르다. 그는 “개발 시대의 심장이었던 구로는 지금도 그때와 현대 디지털 시대가 혼재돼 방향성이 없다”면서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핀테크 산업의 중심지로 키우겠다”고 내세웠다. 윤 전 실장이 맞춤형 공약을 내세웠다면, 김 의원은 구로을 전체의 발전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불문과 출신끼리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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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는 남구을이 격전지로 분류된다.

    현 여권 출신이지만 보수의 여전사로 변신한 이언주 의원이 전략공천되면서다. 탄핵 후 흔들린 부산경남(PK) 민심을 되찾기 위한 승부수로 미래통합당은 이언주 의원을 선택한 것이다. 이 의원이 당 후보로 확정된 과정에서 잡음도 많이 나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운 상태다.

    남구을은 현재 여당이 차지하고 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4수 만에 깃발을 꽂았고, 재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남구을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곳이 터줏대감이었다.

    때문에 통합당은 어떻게 해서든지 탈환을 해야 하고, 민주당은 어렵게 만든 부산 교두보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치열한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여야가 PK 지역의 민심이 이번 전체 총선의 흐름을 좌우한다는 판단 하에 총력전을 벌일 태세여서 여느 때보다 더한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역 탈환을 노리는 이 의원은 쉽지 않은 싸움을 벌여야 한다. 선수로는 재선을 노리는 박 의원이지만 지역을 오래도록 갈고 닦아 조직망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의 인지도가 높긴 하지만 지역에서는 신인이라 개인기만으로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측면도 있다. 부산 지역 전체에도 바람을 불어넣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결국 당세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공천과정에서 갈등 양상을 보였던 지역 맹주 김 의원이 이 의원을 적극 밀기로 해 우군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선거구 개편으로 지역 유권자의 구성이 바뀐 것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 선호도가 상대적 강세인 지역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의외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했다는 점이다.

    물러설 수 없는 TK 목장의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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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수성갑은 이번 총선에서 여야의 진정한 자존심 대결이 벌어지는 곳이다.

    20대 총선에서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통한의 일패를 당했다. 김부겸 의원이 지역주의를 허물겠다며 대구 시장 선거를 포함해 세 번째 도전을 한 끝에 결국 승리를 따냈다. 민주당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대구에서 의석 한 석을 얻은 순간이었다. 그만큼 민주당에겐 의미와 상징성이 크다. 물론 김 의원이 TK 출신이긴 하지만 역대 선거에서 대구 민심은 한 번도 호남 기반의 정당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때문에 현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미래통합당은 반드시 수성갑을 탈환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마저 다시 이곳을 빼앗긴다면 현재 야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론은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통합당은 옆 선거구인 수성을의 4선 주호영 의원을 전략공천해 대응해 나섰다.

    역시 4선인 김 의원의 맞상대로 같은 체급의 중량감 있는 의원을 자당 후보로 내세운 것이다. 수성갑의 선거구도는 명확하다. 이번 정권 내내 진행된 양당의 ‘이념 대립’ 축소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은 아예 “김부겸과의 승부는 이념대결 문제”라고 공언했다. 주 의원은 현 정부의 적폐 청산 등 편 가르기 국정 운영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성갑에서 여당 의원에 대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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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반해 김 의원은 인물론으로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김 의원이 인물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한몫하고 있다. 신종 전염병의 최대 피해지가 돼버린 대구 민심이 흉흉하고, 방역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싼 논쟁이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정쟁의 소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으로서는 코로나19 사태는 전혀 달갑지 않은 복병인 셈이다. 이에 김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지원과 관련해 적극적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재난소득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판세는 오차범위 내에서 주 의원이 김 의원을 앞서 나가는 분위기다.

    이번에 가려보자, 부산 진짜 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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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진갑은 미래통합당에서 서병수 전 부산 시장을 후보로 공천하면서 격전지로 떠올랐다. 텃밭이었던 통합당이 PK 탈환을 위한 전략적 카드로서 전 시장을 전격 발탁한 것이다. 당초 불출마가 예상됐기에 이번 통합당 공천에서 가장 깜짝 카드로도 꼽힌다. 서 전 시장은 부산 해운대구에서 4선을 했고 부산시장까지 지내 지역 정가에서도 손꼽히는 거물이다. 서 전 시장이 지역구까지 바꿔가면서 출마를 결정한 것은 이곳에 현 여권 부산 대표 선수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 이긴다면 4선에 오르게 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산 시장 도전에 나섰으나 단일화를 통해 오거돈 현 부산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 시장의 당선으로 김 전 장관의 지역 내 영향력은 확인된 셈이다. 통합당으로서는 부산 탈환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인 셈이다. 이 부산의 두 거물 정치인은 이번 총선서 부산 지역 선거 전체를 책임지는 임무도 맡아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시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할 때 부산 민심이 그래도 옛 시절이 나았다는 데 손을 들어줄지, 아니면 새 술은 새 부대에 계속 담는 선택을 할지 사뭇 귀추가 주목된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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