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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황교안·안철수 4월 한 사람만 웃는다
입력 : 2020.01.30 13: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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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의 가장 뜨거운 테마는 ‘대선 주자’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면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오가며 춤을 춘다. 최악의 좌우 이념 대립 속 한국 정치와 사회의 향방을 결정할 4월 총선이 2달여 남짓 남았지만, 돈의 흐름은 2년 후 있을 대선을 향해 있는 것이다.
현재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각종 여론조사 1위는 이낙연 전 총리다. 그 다음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고, 최근 귀국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꾸준히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런데 이 인물들은 이번 총선의 주요 플레이어들이다. 이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를 진두지휘하거나 상징성이 높은 지역의 출마가 예상된다. 황 전 대표는 분열된 보수를 통합시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신도 물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제3지대 세력 규합을 내세워 이번 총선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하지만 선거는 냉정하다. 자신들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4월 총선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들지만 누군가는 패배의 멍에를 짊어져야 한다. 이는 곧 2년 뒤 있을 대선에 나서지도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과연 누가 웃을까.
대선 후보군 중 이낙연 전 총리의 지지율은 압도적이다.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 포함된 이후 1위를 거의 놓친 적이 없다. 총리를 사퇴한 이후 조사에서도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전체 응답자의 24%가 이 전 총리를 꼽았다. 황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각각 9%와 4%에 그쳤다. 그만큼 이 전 총리는 현 대선 주자 후보군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가 이 지지율을 대선 전까지 유지한다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다. 하지만 흔히 생물에 비유되는 정치의 속성을 감안하면 대선 막판까지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총리에서 내려온 직후 이 전 총리도 강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썩인 것이 일례다. 화들짝 놀란 이 전 총리는 ‘꼼꼼하게’ 해명을 했는데, 앞으로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이 총리를 향한 검증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다.
이 전 총리의 1차 관문은 이번 총선이다. 아직 이 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명확히 내보인 것은 없지만 직접 출마를 하든, 선거 지휘를 하든 그 결과는 오롯이 그의 몫이라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압승으로 이끌고, 직접 선거에 뛰어들어 당선된다면 대선까지 탄탄대로가 깔린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물리적으로 힘든 구석이 있다. 자신의 선거와 당의 선거를 동시에 챙기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16년 총선 당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지만 남의 선거를 챙기다가 정작 자신은 낙선한 바 있다. 또한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를 하거나, 총선에서 낙선을 한다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 전 총리 입장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둔 선택지를 두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 전 총리가 당 선대위원장을 맡을 경우는 더 단단히 고삐를 쥐어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야당에 비해 앞서 있지만 숨어 있는 보수 민심이 어떨지 쉽게 예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수선한 당내 공천과정도 이 전 총리에게 언제든 독이 든 화살로 돌아올지 모른다.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인데, 실제 그 수만도 70여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공천장을 모두 줄 수는 없고 또 유력인사 위주로 공천을 한다면 편파 시비에도 휩싸일 수 있다. 여기에 이번 총선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지역구 세습 논란이 등장해 당을 당황케 하고 있다. 문희장 국회의장이 자신의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총선에 청와대 출신 70명이 나가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 공천을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가 돼버린 측면이 있다”면서 “민주당의 개혁 공천은 물 건너갔고 결국 친문 인사들이 대거 선거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전 총리가 당 공천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겠지만, 선거 결과가 예상과 달리 패배나 신승 등으로 나타날 경우 대선 유력주자의 리더십은 일정 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다.
▶황교안, 반전의 계기 만들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연말 단식농성을 하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다. 집권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한 단식이지만 몸이 견뎌내지 못해 중도에 접어야만 했다. 이후 대여 강경 투쟁을 이어갔지만 끝내 단식의 뜻은 이뤄내지 못했다. 한국당이 그렇게 막고 싶어 했던 공수처 법안과 선거법은 표의 우위를 앞세운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 의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 처리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입법을 완수했다며 자축했고, 한국당은 울분만 삼켜야 했다. 이 사례는 황교안 체제의 한국당이 얼마나 무능력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탄핵 사건 이후 한국당은 여당과의 대결 전선에서 거의 완패하다시피 하고 있다. 조국 사태 과정에서 잠깐 반짝했을 뿐이다. 이에 한국당 지지율은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황 대표 지지율도 동반 추락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총리를 제치며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연초 여론조사에선 한 자릿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수의 구원투수로 각광받으며 화려하게 정계 입문한 황 대표이지만 불과 1년 만에 그의 입지는 힘없이 쪼그라들었다. 이런 황 대표에게 4월 총선은 어찌 보면 반드시 잡아야 할 ‘기회’일 수도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을 향한 그의 행보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도 이런 현실을 아는 듯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연초부터 보이고 있다. 총선 승리의 핵심 과제인 분열된 보수를 통합하기 위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지 않는가 하면, 각 현안이 생길 때마다 탄력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보수통합을 위해 만든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삐거덕대자 주 대화 파트너인 새로운보수당이 ‘당대당 통합’이란 새로운 제안을 했는데, 이에 화답한 것이다. 이는 황 대표가 “총선 승리의 절대 과제인 보수 통합만은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황 대표는 보수 통합에 있어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사실 한국당의 통합 논의는 한국 정치사에서 보수가 처음 가는 길이다. 총선 전 당을 허물고 새 당을 만드는 것은 현 집권 세력이 주로 써왔던 방식이다. 보수 정당에선 지금까지 한 번도 선거를 치르기 전에 자신의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논의를 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떠난 민심을 잡기 위한 새 집 짓기가 성공하면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도 일정 부분 내려질 확률이 높다. 단 전제는 있다. 기존 구태 보수가 아니라, ‘혁신된 새 보수가 나타났다’는 시그널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인적청산의 방법이 효과적인데, 황 대표의 희생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보수 대통합의 최대 걸림돌은 유승민 의원이고, 최대 장벽은 황교안 대표”라면서 “이 두 사람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만 새 집 짓기가 완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황 대표는 보수 통합의 장벽이 되지 않도록 공천권과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공천 칼날을 얼마나 날카롭게 휘두를지가 중요해졌다.
김 전 의장은 위원장직을 맡게 진 직후 일성으로 “구닥다리를 쓸어내겠다”며 개혁 공천의지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후 각 언론 인터뷰를 통해 “탄핵 찬반세력은 똑같은 책임, TK에 눈물의 칼 휘두르는 것이 내 운명” 등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가 자천 타천으로 당권을 내려놓는 상황이 생겨도 그리 낙담할 상황은 아니다.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면 오히려 입지는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자신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출마지와 관련해선 “험지도 마다하지 않겠다.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라고만 한다. 정치권에서는 종로에서 이 전 총리와의 맞대결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황 대표에게 유리하지 않다. 당과 인물 대결 구도에서 밀리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검찰 개혁 등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에 등을 돌리는 민심이반 현상이 당의 텃밭인 부산·경남(PK)에서 나타나고 있어 반전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PK 출신 한 민주당 측 인사는 “PK 지역 바닥민심은 지방선거를 치를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해보나 마나한 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 지도부는 별 개의치 않는 분위기지만 지역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여당에서 총선 전략으로 삼고 있는 야권심판론이 여론조사 추이대로 민심을 파고들지도 미지수라는 시각도 황 대표가 눈여겨봐야할 부분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야권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의 기저에는 현 대한민국의 경제 문제는 깔려 있지 않다”면서 “팍팍한 살림살이가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인사는 “야권심판론으로 승리를 거둔 선거는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황 대표가 총선에 나선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안철수, 국민의당 2.0 성공할까
“실용적 중도정치 실현할 정당 만들겠다” “국민만 만날 것” “선거 관련한 분들께 관심없다”
1년 4개월 만에 국내 정치에 복귀한 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쏟아낸 말들이다.
안 전 대표는 정계 복귀 일성으로 보수 통합의 한축이 되기를 원하는 보수 세력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말들을 쏟아내며 독자 행보를 천명했다. 이 같은 안 전 대표에 대해 정치권은 반신반의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복귀가 안철수 정치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총선을 정계 복귀 시점으로 정하면서 정작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고 ‘의미 있는 정치 세력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 자연스레 안 전 대표의 눈이 2년 후 있을 대선을 향해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만일 다음 대선에 나가게 되면 삼수 째다.
정치신인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2012년 대선에 뛰어들었을 당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 중반대를 넘나들며 경쟁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앞설 정도였지만 지금은 초라한 수준이다. 올 연 초 한국갤럽 대선주자 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4%대의 지지율을 기록했을 뿐이다. 때문에 안 전 대표는 이번 정계 복귀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상태고, 그만큼 절박함 속에 정치적 행보에 대해 상당히 깊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물이 바로 제3지대 세력을 규합해 자신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안 전 대표가 첫 공식 행선지로 호남을 택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안 전 대표는 정계 복귀 다음날 광주를 찾아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시는 많은 분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는데, 이곳은 정치인 안철수가 4년 전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킬 당시 근거지였다. 이곳을 정계 복귀의 첫 행보로 찾았다는 것은 제3지대 세력화를 ‘국민의당 2.0’으로 만들고 싶다는 안 전 대표의 생각이 깔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화답하듯 이미 관련 정치 세력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호남의 정치지형도는 현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의 강세로 재편돼 있다.
이에 안 전 대표는 자신이 구상하는 제3지대 세력 구상과 관련해 일단 실용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이들을 모아 현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정치적 방안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귀국 당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기저에는 현 정권의 진영논리에 입각한 배제의 정치, 과거지향적이며 무능한 국정운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국정운영의 폭주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정부가 국가의 모든 걸 결정하고 국민이 따라가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정부가 수레를 앞에서 끌고가는 게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말하는 제3지대 정치 세력이 어디를 말하는지를 모르겠다. 그래봐야 기존 정치권의 소수당 정도가 아니겠냐”며 그의 행보를 폄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저는 우리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러 왔을 뿐”이라며 “다음 국회에서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많이 (국회에) 진입하게 하는 게 제 목표”라고 했다.
이번 총선의 주요한 분기점이 될 보수 통합과 관련해서는 일단 선을 긋고 있지만 여지를 조금은 남겨 놓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는 공항 기자회견에서 “실용이란 이상적인 생각에만 집착하는 것을 거부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라고 했는데, 집권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공감대가 있고 이와 관련한 보수와의 연대 혹은 통합이 필요하면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물론 그는 “(현 정권의) 반대편에는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며 반사이익에만 의존하려는 야당들이 있다”고 비판을 한다. 하지만 그의 귀국 후 발언들을 따라가면 그가 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쪽은 야당이 아니라 현 집권세력임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자유한국당과 범보수통합을 논의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등의 러브콜은 계속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길이고 미래로 가는 길이라면 어느 누구든 동행하겠다”며 “짐을 나눠지고 밀고 당겨드리겠다”고 했다. 안 전 대표를 향한 메시지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안 전 대표가 전격적으로 보수 통합 논의에 참가한다 할지라도 여러 문제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새보수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2년 후 있을 대선까지 정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면 1차 관문인 4월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지지율 하락 추세인 안 전 대표가 4월 총선을 계기로 반전을 이뤄내면 정치권 지형도는 또 다시 격변할 수 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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