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庚子年’ 경제·재테크 전망 Part Ⅲ 부동산| 공급대책 미흡… 반짝 조정 후 다시 오를 수도

    입력 : 2019.12.27 16:08:03

  •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6개월 이상 오름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상투’ 매수에 대한 우려도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9년 12월 16일 정부가 강도 높은 종합부동산 대책인 ‘12·16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내 집 마련 실수요자도, 주택 보유자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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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번째 부동산 대책… “2020년 6월까지 팔아라” 최후통첩

    정부는 2019년 12월 16일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17년 8·2 대책, 2018년 9·13 대책에 이어 이번 정권에서 18번째로 발표된 대책이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제한, 보유세·양도세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 확대 등 주택 관련 대부분 제도를 총망라했다. 대책대로라면 이제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기도, 보유하기도, 팔기도 어렵다. 거래 시장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은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대책 발표 이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르면 2020년 상반기에 추가로 2차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①대출 한도 규제 이번 대책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대출 규제다. 고가 주택을 사거나 보유하는 경우 부담이 커진다. 서울 등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시세 15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살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초고가 아파트는 전액 현금으로 사라는 뜻이다. 시세로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담보인정비율(LTV) 40%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넘을 경우 초과분의 20%만 대출 가능하다. 1년 이내에 직접 들어가 거주해야 한다.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인 셈이다.

    예컨대 13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5억2000만원을 은행에서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론 9억원 초과분, 즉 4억원에 20%를 적용해 많아야 4억4000만원(3억6000만원+8000만원)만 대출받을 수 있다. 15억원을 넘는 ‘초’고가주택은 주택 보유 수와 관계없이 아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②대출 요건 강화 실수요자의 대출 요건도 더욱 까다로워진다. 그동안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에서 1주택자가 또 다른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기존 주택을 2년 안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무주택가구도 공시가격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구입하려면 2년 이내 전입을 조건으로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1주택자는 1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무주택자 또한 1년 안에 이사해야 한다. 고가주택의 기준은 공시가격이 아닌 시가 9억원으로 변경된다.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비율을 따져보면 사실상 고가주택 기준선이 낮아진 셈이다.

    ③전세대출 규제 전세대출도 규제를 받게 됐다. 정부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세를 안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론 전세대출을 받은 차주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매입하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하게 될 경우 대출이 회수된다. 이 같은 차주에 대한 전세대출보증도 제한된다. 그동안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하고 있거나 구입하는 차주는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적보증이 아닌 민간보증사 SGI서울보증보험을 통해 전세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정부는 SGI서울보증보험에 대해서도 보증 제한 협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④보유세 강화 주택을 보유하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종합부동산세가 현행 0.5~3.2%에서 0.6~4.0%로 강화된다.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보유 부담을 늘려 고가주택 수요를 억제하려는 것이다.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이 기존에 비해 0.1~0.3%포인트씩 오른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인상된다. 2019년 아파트값이 별로 오르지 않았더라도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 세율 인상, 세 부담 상한선 상향 조정(2주택자 기준 200→300%)으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전년도에 낸 보유세의 최대 3배까지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 다만 1주택자에 대해선 나이와 보유 기간에 따른 세액공제 한도를 종전 70%에서 80%로 높이기로 했다. 관련 법 개정을 거친 뒤 2020년 납부분부터 적용된다.

    ⑤양도세 중과 기준 강화 아울러 정부는 2021년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 주택 수에 분양권을 포함하기로 했다. 그동안 분양권은 재개발·재건축 입주권과 달리 세법에서 주택으로 보지 않아 투기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분양권이 주택으로 간주되면 조정대상지역 주택 1채와 분양권 1가구를 각각 소유하던 사람은 이 가운데 하나를 되팔 때 양도세가 2주택 세율로 중과된다. 보유 기간이 2년 미만인 주택의 양도세율은 40→50%로 오른다.

    대신 정부는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카드를 같이 꺼냈다. 다주택자들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고 집값을 잡으려는 조치다. 2주택자의 현행 중과세율은 52%, 3주택자는 62%다. 그러나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때는 중과세율 적용을 배제하고 다주택자 장특공제(최대 30%)도 그대로 적용해주기로 했다.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양도하는 주택에 적용된다.

    ⑥분상제 확대 적용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대폭 확대된다. 2019년 11월 서울 27개 동이 지정된 이후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은 영향이다. 당초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 37개동으로 한정했던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서울 13개 구 전역과 노원·강서 등 5개 구 37개 동, 과천·광명·하남 13개 동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⑦청약 규제 강화 청약 요건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일부 지역에서 청약 당첨을 위한 거주 기간을 맞추려는 수요가 늘면서 전세가격이 불안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투기과열지구 또는 66만㎡ 이상 택지에서 청약에 필요한 거주 기간 요건은 종전 ‘1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역이나 주택형에 따라 1~5년이 적용되는 재당첨 제한은 최대 10년으로 늘어난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나 투기과열지구에 공급되는 아파트에 당첨된 경우 10년, 조정대상지역에서 당첨된 경우 7년이다. 2020년 3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 이후 바로 시행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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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종부세 강화로 당분간 매물 부족 완화

    다만 유례없는 초강력 대책에도 불구하고 새해에 집값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대출 규제와 세 부담 증가로 당분간 집값이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결국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고강도 규제로 주택 구매 심리가 잠시 위축되긴 하겠지만 주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은 그대로라서다.

    단기적으로나마 집값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이렇다. 초강력 대출 규제로 고가주택에 필요한 돈줄이 막히면서 주택 매수세가 잦아드는 한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종부세 인상 영향으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것이 집값 상승 기대 심리를 어느 정도 진정시켰다고 평가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가 주택 위주로 대출 여력이 줄어들면서 최근 중대형 면적이나 고가 아파트 위주로 급등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 상승세에 일부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도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는 빨리 팔라’는 경고 메시지”라며 “새해에는 보유세 부담과 한시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으로 일부 매물이 나와 가격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입장이 애매해진 사람은 대출 한도가 줄어든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9억~15억원) 아파트 보유자다.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 없이 현금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줄어들면 15억원에 근접할 아파트일수록 가격이 더 오를 동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부가 전세대출을 받고 9억원 초과 주택을 사들일 경우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갭투자 방지 대책까지 내놔서 갭투자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시세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45만8778가구로, 36.6%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보유자 10명 중 4명은 정부 기준 ‘고가’ 아파트에 사는 셈이다. 강남·서초구로 보면 10명 중 9명이다. 서울 9억~15억원 아파트 비중은 광진구(54.5%)가 가장 높다. 개발호재가 풍부한 용산구(45.7%), 정비 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 비중이 높아진 성동구(47.3%), 마포구(43.9%), 중구(42.9%), 강동구(40.8%), 동작구(39.6%) 등에도 고가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2019년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8014만원에 달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대출 규제는 물론 무주택자가 9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땐 1년 안에 전입을 하도록 하고, 1세대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기간을 요건으로 추가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내놨다”며 “단순하게 시세차익을 노린 갭 투자가 불가능해진 만큼 당분간 LTV가 줄어든 9억~15억원대 아파트들 가격은 제자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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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급은 여전히 부족”… 집값 ‘반짝 진정’에 그칠 것

    반면 이번 대책이 주택 구매에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지만 집값 안정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공급 위축 우려에 대한 뾰족한 해법이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랩장은 “정책효과가 유동성을 이기면서 장기적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부분”이라며 “서울을 중심으로 한 가격 급등에 피로감이 쌓인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과 신축, 인기 지역 대기 수요의 주택 구입 의지를 꺾을 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6년간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된 탓에 2018년과 같은 집값 급등은 이뤄지지 않고 약보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동안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뤄졌다면 2020년에는 비강남과 경기 주요 지역 9억원 미만 아파트 상승세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로 청약 경쟁률이 연일 치솟는 상황에서 청약 사각지대에 있는 30대 젊은 수요층을 중심으로 신축·구축 아파트 값 역시 덩달아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게다가 새해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파로 민간부문 공급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분양가상한제 확대로 타격을 받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단지가 늘어나 도심지 내 공급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가 확대 지정될수록, 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일수록 공급이 줄고 집값은 결국 더욱 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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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나 세제 부담은 강화됐지만 공급은 이전의 주택 공급 대책을 그대로 내놨다는 점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주택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은 비단 가수요나 투기 수요뿐 아니라 공급 부족 신호로 불안해진 실수요자가 가담한 영향도 있다는 설명이다. 권대중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하락 요인이지만 공급 부족 신호로 받아들여 오름세로 작용했다”면서 “덜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갭’ 메우기가 벌어져 상승폭은 다소 둔화된 수준에서 상승세가 조금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앞서 언급된 9억~15억원대 아파트값 역시 거꾸로 더 오를 가능성도 제기한다. 시가 기준 9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LTV가 20%로 하향 조정됐지만 15억원(초과분 6억원)까진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집값의 32~39%까지는 마련이 가능해서다. 만약 여기서 현금이 넉넉하고 집값 전망을 여전히 낙관적으로 보는 수요자가 9억~15억원 아파트라도 빨리 사두려 하면 마포·용산·성동·동작·광진구의 9억~15억원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값이 오를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간 잇따른 고강도 규제가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띄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결국 향후 추가 대책이 집값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모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집값 급등 현상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정부는 강력한 수요 억제책만 펼치고 있다”며 “이제는 억제책보다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 내 아파트를 더 공급해 줘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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