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다보스 포럼-디지털·바이오·오프라인 기술의 융합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충격적 변화

    입력 : 2016.04.05 11: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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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가 사람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눈부시게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과연 얼마나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철학적인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일명 다보스 포럼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세계 각국의 정상 40명을 비롯해 국제기구 수장, 글로벌 기업 및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글로벌 석학 등 2800여 명이 모여 인공지능의 발전상과 이에 따른 인류의 대책을 논의했다.



    ▶파괴적 기술에 의한 산업 재편

    다보스 포럼이 공식적으로 내건 올해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보스 포럼의 최고 책임자인 글라우스 슈밥 회장이 직접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여기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 바이오, 오프라인 등의 기술을 융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디지털 혁명, 바이오 혁명 등 부분적인 분야에서 기술발전 속도가 눈부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루만 지나도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진다. 4차 산업혁명은 이런 각 분야의 기술 혁신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무인차의 경우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체에 인공지능을 넣었다. 바이오와 오프라인 및 첨단 정보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도 마찬가지다.

    각 분야의 최고 기술을 접목해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을 만들어낸다. 드론,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나노테크놀로지, 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이 모두 4차 산업혁명의 영역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종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속도와 파급 효과 측면에서 종전의 혁명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혁명으로 인해 각국의 산업들이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에 의해 대대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은 향후 물건을 만들 때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고 운반 비용은 대폭 줄여준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 체인도 바꾸고 새로운 시장도 열린다. 이를 통해 평균적으로는 사람들의 소득과 삶의 질은 높아진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소비자가 연결됨에 따라 새로운 물건이 나오는 순간 전 세계로 전파된다.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전 세계 시장에 자신의 물건을 팔 수 있게 됨에 따라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수의 생산자들이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경쟁 기업들은 기존의 것보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들면 기존업자를 밀어내고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이처럼 독점적 시장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경제적 효과다.

    스위스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털상 시상식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오른쪽 셋째)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오른쪽 둘째) 등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하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털상 시상식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오른쪽 셋째)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오른쪽 둘째) 등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일자리 500만 개 순감

    WEF는 이번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미래 고용 보고서’를 발표했다. WEF는 보고서에서 미래 기술과 인구 및 사회 경제적 변화로 인해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710만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10만개의 직업은 새로 생겨 이 기간 중 전체적으로 500만개의 직업이 순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향후 5년간 각종 경제, 사회, 기술적인 변화가 클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WEF는 이번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인구변화, 그리고 각종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향후 5년간 글로벌 고용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보고서는 15개 국가, 9개 산업 섹터에서 일하는 경영진에 대한 설문을 기초로 작성됐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고용 인력은 총 1300만명에 달한다.

    WEF는 미래에 직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군으로 사무행정직군, 제조업생산, 건설채광업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사무행정직에서 470만개, 제조업생산 160만개, 건설채광업 50만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라지는 직업들은 주로 기계에 의해서 대체되는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고성능 컴퓨터 1대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과거 수백명의 인력이 처리했던 정보의 양을 능가한다. 고성능 컴퓨터 한 대와 이를 다룰 수 있는 인력 한 명만 있으면 수백명의 사무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조업 생산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조 공정에 대한 자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과거 수많은 인부들이 동원됐던 건설현장에서도 기계는 많아지고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WEF는 반면 재무관리(50만개), 매니지먼트(41만개), 컴퓨터 수학(40만개) 등의 직종에서는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단순 노동을 요구하는 일자리들은 없어지는 반면 하이테크가 요구되는 일자리는 더 만들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하는 실업은 단기적·마찰적 실업이 아닌 구조적·항구적인 실업이다. 일자리 자체가 없어져서 발생하는 문제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거나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서 새로 고용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짐으로써 발생하는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됐다.

    기자회견 중인 악셀 베버 UBS 회장
    기자회견 중인 악셀 베버 UBS 회장
    ▶기술 결합에 따른 혁신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은 노동과 자본 시장의 변화도 가져온다. 단순 노동과 자본보다 재능과 기술이 중요한 생산요소로 부상한다. 인터넷으로 광범위하게 얽히고설킨 상황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빠른 시간 안에 사업자금을 모을 수 있다. 그만큼 돈을 가진 사람들의 기술을 보는 안목도 높아진다. 기업의 흥망성쇠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부의 손 바뀜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돈이 없어 사업을 못하는 기업은 줄어들고 기술이 없어 도태되는 기업의 수는 점점 늘어나게 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사업의 핵심으로 등장한다. 수요와 공급의 한 축만 담당하는 기업들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또 고객이 변화의 핵심적인 진원지로 떠오른다. 슈밥 회장은 “세상은 기술 결합에 따른 혁신의 시대로 이전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리더와 최고경영자(CEO)는 변화 환경을 이해하고 혁신을 계속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그림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극화 문제다. 재능과 기술을 가진 사람과 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창조하는 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만 그렇지 못한 개인과 기업은 즉각적으로 도태된다. 단순 육체노동과 하이테크 기술자들로 일자리가 양분되면서 어정쩡한 중산층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정부의 운용 방식이나 조직의 변화도 예상된다. 산업과 개인들의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이해하고 효율성과 투명성을 계속 높여가는 정부는 생존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정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국가 간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이 활성화되면서 전쟁과 평화, 전투와 비전투, 폭력과 비폭력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또 소수의 개인이 사회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정부와 국민들의 몫이다. 아울러 개인들의 소비 패턴과 자기개발 방식 등도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근본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다보스 포럼은 인간화와 휴머니즘을 강조했다. 슈밥 회장은 “미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로봇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인간으로부터 영혼과 가슴을 빼앗아가는 식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인간의 창조성과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4차 산업혁명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다보스 포럼의 기본 정신이었다.

    글로벌 CEO 서베이 결과를 발표하는 PwC 기자회견장 모습
    글로벌 CEO 서베이 결과를 발표하는 PwC 기자회견장 모습
    ▶세계 거시경제의 불안감 엄습

    세계 거시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세션도 수차례 열렸다. 우선 중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단연 높았다. 중국은 다보스 포럼 직전에 2015년 경제성장률이 7%에 미달하는 6.9%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경제의 향후 경착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중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졌다. 다보스 포럼 참석자들은 우선 중국이 예년처럼 7%대의 고성장을 기록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미래의 모습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중국이 수출·투자주도 경제를 갑작스레 내수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중국 경제가 무리 없이 착륙하기는 힘들 것이고 경제는 잘해야 3~4% 성장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중국경제를 바라봤다. 반면 닥터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가 과도하고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국이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경제적인 투명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대니스 랠리 PwC회장은 “중국 경제는 올해 6.3~6.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중국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서는 비관보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발표한 성장률 수치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낙관론을 제기하는 전제로 중국이 발표하는 각종 지표들이 ‘믿을 만한 수치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유럽에서 열리는 포럼인 만큼 유럽 경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EU) 중앙은행 총재는 다보스 포럼 ‘유로존 경제전망’ 세션에 참석해 중국 경제의 불안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유럽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오는 3월 이후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에 금리를 올린 반면 유럽, 중국, 일본 등 여타 선진국들은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팽창 정책을 언급하고 나서 통화정책 간 충돌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은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관련된 논의도 활발했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모든 국가들은 브렉시트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EU시스템 붕괴 가능성을 높여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것은 명백하게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영국과 EU 간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라지만 합의에만 초점을 맞춰 무한정 비용을 치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와의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혀 브렉시트에 대한 여지를 보였다. 캐머런 총리는 “2월 정상회의에서 타결되기를 매우 희망한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올바른 합의안이 없다면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보스 주변에서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기보다는 영국이 EU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콩그레스 센터 내부 모습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콩그레스 센터 내부 모습
    ▶난민 문제가 올해 가장 큰 위험 요인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각종 보고서도 발표됐다. WEF가 발표한 ‘2016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에서는 올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될 위험들을 조사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750명의 학계, 기업, 시민단체 등의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WEF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위험으로 대규모 난민 문제를 꼽았다. 각국에서 삶의 터전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난민 문제가 올해 글로벌 난제로 꼽힌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1900만명의 난민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하루에도 내전과 지역 간 분쟁 등으로 수만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난민들의 주요 행선지가 유럽 지역인 만큼 이 지역에서 난민 문제의 심각성이 심해지고 있다. 난민 문제도 다보스 포럼 세션에서도 주목받았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유럽의 미래 세션에 참석한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테러는 유럽을 보다 가깝게 만들었다”며 “유럽은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 싸울 때 더 성숙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한 유럽’을 만들기 위해 난민 문제에 대해 각국이 힘을 합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유럽은 지금 경제위기, 불평등, 정치적 불안 총 3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의 결속력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프강 슈와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난민 문제는 유럽의 유럽을 위한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정책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엠마 마르체갈리아 이탈리아 경제인연합회장은 “유럽의 분열주의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며 “저유가 저성장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개별 국가가 아닌 유럽 차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EF는 난민 문제 다음으로 급변하는 기후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인류가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여러 가지 문제를 완화시키거나 적응하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다보스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하는 자동차
    다보스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하는 자동차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 커져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2016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서베이 결과’는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PwC는 영국 런던에 있는 다국적 회계감사 기업으로 매출액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PwC는 매년 다보스 포럼에서 CEO 서베이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83개국 1400명의 최고경영자 1409명의 인터뷰와 1747명의 설문을 통해 작성됐다. 인터뷰 대상자의 지위나 인터뷰의 질과 양에서 다른 서베이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데니스 랠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회장은 “지난해와 비교해볼 때 설문에 응답한 CEO들의 비관적인 전망이 크게 늘었다”라며 “설문을 작성한 시기가 2015년 중간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비관론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CEO의 27%만이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향상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지난 2015년 조사(37%)보다 10%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세가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해 17%에서 올해는 23%로 늘어났다. 비관론은 늘어나고 낙관론은 줄어드는 모양새다.

    세계 전체적으로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미국의 회복을 예상하는 답변은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여타 지역 간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성장세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를 묻는 질문에서는 미국을 꼽은 CEO 비율이 39%에 달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중국(34%), 독일(19%), 영국(11%), 인도(9%) 등의 순이었다. 미국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투자 유망국 순위에 올랐다.

    또 중국도 최근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이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평가돼 주목받았다. 서베이 결과는 또 전 세계 CEO들이 세계 정치·경제 환경 변화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도 여실히 보여줬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는 계속 둔화되고 있고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국가 간 분쟁 등 지정학적 위험도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요구 사항도 서베이 결과에서 드러났다. 기업들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는 세금제도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56%에 달해 가장 높았다. 효율적인 세금제도란 단순히 낮은 세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시각각 바뀌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돼 기업들이 미래의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세금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설문에 응답한 CEO의 67%가 안정적인 세금제도가 단순히 세율을 낮춰주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숙련되고 능력 있는 근로자를 공급하도록 교육시스템 등을 개편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53%에 달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사회간접자본을 보다 친기업적으로 구축해줘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50%를 기록했다.

    다보스 포럼에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 휴보
    다보스 포럼에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 휴보
    ▶세계의 주목 끈 한국 로봇 ‘휴보’

    다보스 포럼 행사 기간 중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행사장에 전시한 로봇 ‘휴보’는 큰 인기를 끌었다. 휴보는 2015년 6월 미국에서 열린 ‘DARPA 로봇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한 인공지능(AI) 로봇이다. 휴보는 다보스 포럼 기간 내내 행사장 중앙에 전시돼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물건을 스스로 나르고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갈 때는 참석자들이 탄성을 질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휴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보스 포럼을 준비했던 한 인사는 “당초 다보스 개막식 때 슈밥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그리고 휴보가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도 계획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로봇과 사람이 나란히 서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퍼포먼스가 실제 시행되지는 않았다. 최경환 의원(전 경제부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최태원 SK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전무 등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주목받았다.

    최 의원은 ‘전환기의 동아시아(Regions in Trans formation: East Asia)’, 박 시장은 ‘도시 혁신(Fostering Innovation in Cities)’, 김 전무는 ‘저탄소 경제(Decarbonizing Econo mies)’ 세션에 각각 패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다보스 포럼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다보스에서의 존재감은 이 순위에 한참 못 미쳤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토론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못하고 참석자들이 영어로 토론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 때문에 한국보다 소득이 훨씬 낮은 아세안과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서도 존재감이 약했다는 평가를 받아 앞으로의 과제를 남겼다. 한국은 다보스 포럼의 핵심 주제인 4차 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국가로도 지목받지 못했다. UBS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응도를 계산한 전체 순위에서 25위에 올랐다. UBS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술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 법적·제도적 문제 등 5개 요소를 가중 평균해 순위를 작성했다. 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 등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국가로 지목됐고 다음으로 영국, 홍콩, 노르웨이, 덴마크, 일본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28위), 러시아(31위), 인도(41위), 멕시코(42위) 등이 한국에 못 미쳤다. 부문별로는 한국의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83위를 기록해 전체 순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기록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스위스 다보스 벨베데레호텔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왼쪽)이 도미니크 바턴 맥킨지 회장과 중국 경제 전망 등 올해 글로벌 경제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조영민 MBN 기자>
    스위스 다보스 벨베데레호텔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왼쪽)이 도미니크 바턴 맥킨지 회장과 중국 경제 전망 등 올해 글로벌 경제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조영민 MBN 기자>
    ▶지구촌 최대 지적 향연 다보스 포럼 다보스 포럼은 인구 1만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지구촌 최대의 지적 향연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을 날아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한 후 또 기차를 타고 2시간을 가면 스위스의 작은 산골도시 다보스에 도착한다. 1월 다보스의 기온은 영하 20도. 하지만 불어닥치는 눈발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았다. 주변이 온통 산으로 뒤덮인 도시인 다보스 시내에는 ‘프로메나데(Promenade)’라는 중앙 길을 따라서 수십 개의 호텔이 쭉 늘어서 있었다. 도로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고 길가에 사람도 많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전혀 특별할 것도 특이한 것도 없는 이 도시는 매년 1월 20일경만 되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올해로 46해 째를 맞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매년 열리는 도시의 이름을 따 다보스 포럼으로 더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돈과 권력, 명예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보스 포럼이 개최되기 하루 전 스위스 경찰들이 도로에 쫙 깔렸다. 기관단총으로 중무장한 이들은 길을 가다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바로 검문을 시작했다. 다보스 포럼이 개최되는 콩그레스 호텔 전후방 100~200미터 지점에는 일제히 검문소가 설치됐다. 다보스 포럼 참석을 위해 사전에 등록하고 배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이 거리를 다닐 수 없다. 불과 100~200미터인 이 거리를 관통하기 위해서는 먼 산을 둘러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올해는 파리 테러 발생으로 검문이 훨씬 더 강화됐다고 한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스위스 정부가 왜 이렇게 부산을 떠는지 이해가 간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는 총 2800여 명의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했다. 이중 국가 정상급만 40여 명에 달한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독일의 요하임 가우크 대통령, 프랑스의 마뉘엘 발스 총리 등이 참석했다. 국제기구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로베르토 아베제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 진뤼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 등이 다보스를 찾았다.

    글로벌 기업인 중에서는 메리 바라 GM CEO, 나크슈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CEO, 메릴린 휴슨 록히드마틴 CEO, 아제이 방가 마스터카드 CEO, 아민 나세르 사우디아람코 CEO, 조 케저 지멘스 회장, 쿠르트 복 바스프 회장 등이 참석했다. 래피 핑크 블랙록 회장, 제임스 스탤리 바클레이즈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제임스 고만 모건스탠리 회장,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 등 국제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들도 보였다.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각국의 석학들이 더해졌다. 이들을 포함한 2800여 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총 280개의 세션을 열었다.

    [노영우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6호(2016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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