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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후계구도 점검]삼성·LG·GS·두산·롯데 경영권 승계 눈앞
입력 : 2013.10.04 1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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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LUXMEN>이 직접 30대그룹 후계자들의 경영권 승계 현황을 살펴봤다. 그룹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 지배율과 함께 자산승계율(경영권을 가진 총수와 부인, 직계 자녀가 보유한 가족 전체 주식자산 중 후계 자녀가 소유한 비율)을 통해 차세대 리더들의 경영권 승계전략을 한 발 앞서 내다봤다.
삼성그룹 후계구도는 완료했지만 자산승계는 아직삼성그룹 3세들. 오른쪽부터 이재용·이부진·이서현·김재열
중요한 점은 각 사업부문들의 주력회사가 순환출자구조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I의 최대주주인데, 삼성SDI는 삼성물산을 거쳐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로 다시 등장한다. 전자→SDI→물산→전자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가진 셈이다. 반면 금융부문은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지배하고 다른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다.
그렇다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자산승계율은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의 4분의 1에 못 미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12조3088억원을 보유한 이 회장에 비해 이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2조8526억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자산 승계율은 아직 미약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이미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후계구도를 완료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갈수록 이 부회장의 경영권은 더욱 단단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기아차그룹 자산승계도 후계구도도 갈길 멀어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 회장은 이 중 현대모비스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6.95%와 현대모비스의 지분 5.66%를 보유한 현대제철(정몽구 회장 보유분 12.52%)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안전하게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순환출자 구조를 띠고 있는 그룹 지배구조 내에서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그야말로 미미하다. 순환출자 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아차의 지분율이 1.74%에 그치고 있어서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현대차의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자산승계율 역시 아버지보다 한참 부족하다.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는 10조원대의 그룹주식 중 2조8475억원(28.29%)을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주식평가액 6조6389억원(65.95%)과 비교해도 한참 모자라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정 부회장이 보유한 알짜배기 비상장 주식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상장이 된 현대글로비스처럼 이노션과 현대엠코, 현대오토에버 등이 코스피 시장에 이름을 올릴 경우 막대한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현대오토에버를 현대모비스가 흡수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지배구조를 세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100% 보유한 서림개발 역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녹색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서림개발은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LG그룹 자산승계는 부족해도 후계구도는 확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LG그룹은 구본무 그룹회장의 뒤를 이어 구광모 LG전자 부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광모씨는 지난 2004년 집안의 맏이인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LG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인 ㈜LG를 구씨 일가가 지배하고, 계열사들은 모두 ㈜LG를 통해 경영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고 구자승 명예회장 일가들이 경영을 맡고 있는 LG상사에 가족들의 지분이 고루 분포됐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LG를 통해 모든 계열사를 지배하는 순수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광모씨는 현재 ㈜LG의 지분 814만6715주(4.72%)를 보유하고 있다. ㈜LG의 개인주주 중 세 번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광모씨보다 더 많은 ㈜LG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는 아버지인 구본무 회장(1881만8169주, 10.91%)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1331만7448주, 7.57%)가 유일하다.
자산승계율만 봐도 광모씨는 5612억원(14.66%)의 주식평가액을 기록하며, 아버지인 구본무 회장이 갖고 있는 LG그룹 주식평가액 1조2672억(33.12%)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SK그룹 형제간 분가 논의 시기상조 비자금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SK그룹은 아직까지 후계구도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1960년생으로 여전히 젊기 때문이다.
20대에 그룹 회장직에 오른 최 회장은 지난 10년간 그룹 지배구조를 바꾸며 경영권을 확실히 장악했다. ㈜SK로 시작되던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지난 10년 만에 SK C&C가 지주회사로 등장하며 큰 변화를 보여 왔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 일가와 사촌간인 최신원 SKC 회장간의 분가설이 재계에 퍼지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SK그룹에 분가는 한동안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통해 SK그룹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최신원 회장은 SKC 관련 계열사의 보유지분을 늘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계열분리를 말하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작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자산승계율을 비교해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최태원 회장 일가는 SK그룹 주식 2조7367억원 어치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중 67.17%인 1조8383억원을 최태원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1.84%에 불과한 504억원을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런 점을 근거로 SK그룹의 분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경영분리는 있을 수 있어도, 계열분리는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롯데그룹 후계구도 완료. “형제간 계열분리 없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실 신격호 총괄 회장은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맏이인 신동주 부회장에게는 일본롯데를, 신동빈 회장에게는 한국롯데를 맡긴 것이다. 다만 한국롯데가 소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의 지분을 똑같이 나눠갖도록 했다. 형제간에 독립된 경영을 하도록 했지만, 롯데그룹이라는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도록 조치한 셈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 같은 배려는 자산승계율을 봐도 한눈에 드러난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국롯데 보유주식 총평가액은 4조9625억 중 맏이인 신동주 부회장이 2조910억원(42.14%)을, 신동빈 회장이 2조2264억원(44.86%)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간 계열사 보유 지분이 거의 똑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롯데 보유주식을 점차 늘려가면서 형인 신동주 부회장의 보유 지분 획득을 앞지르고 있다. 이에 신동주 부회장 역시 계열사 지분에 나서면서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신씨 형제들이 그룹 경영권을 높고 경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축을 이루고 있는 호텔롯데가 사실상 일본롯데의 계열사로 있는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이 굳이 형인 신동주 부회장과 지분경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면서 “한국롯데의 계열사들이 호텔롯데와의 계열관계를 정리하지 않는 이상 롯데그룹의 계열분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 후계구도 먼 얘기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얼마 전 재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국회의원의 장남인 기선씨가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주축인 현대중공업의 개인 최대주주로 771만7769주(10.15%)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몽준 의원은 지난 2002년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뒤 현대중공업 경영에서 한발 물러난 뒤 정치활동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되고 있다.
기선씨의 현대중공업 입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이제 정몽준 의원을 넘어 3세 경영시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대가의 경우 기선씨와 같은 항렬이 이미 그룹 경영권을 확보한 뒤 최고경영자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선씨가 현대중공업그룹 후계자로 불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제 갓 입사한 기선씨가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게다가 기선씨는 아직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의 주식을 단 한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GS그룹 대를 잇는 사두(四頭)체제 2006년 LG그룹으로 분가한 뒤 곧바로 10대그룹에 안착한 GS그룹은 방계그룹들과의 연계를 통한 사두체제 경영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GS그룹을 필두로, 허남각 회장의 삼양통상과, 허경수 회장의 코스모그룹, 허용수 회장의 승산그룹 등이 모두 GS그룹에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4개 그룹들은 독립경영을 하면서도 GS그룹이란 큰 우산 아래 속해 있다.
형제간 독립경영 원칙을 지키고 있는 만큼, 이들 4개 그룹들의 경영권 후계구도 역시 따로 움직이고 있다. 먼저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상무에게 주목된다. ‘홍’자 돌림 형제들 중 가장 먼저 이사 직함을 달며, 후계구도의 선두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승계율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허윤홍 상무는 약 302억원 상당의 GS그룹 주식을 보유해 0.82%의 자산승계율을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인 허창수 회장이 6178억원 상당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삼양통상-삼양인터내셔날-보헌개발-옥산유통 등을 소유하고 있는 허남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씨의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 4월에도 ㈜GS의 주식 8만3000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지분율이 1.51%로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허경수 회장의 코스모그룹과 허용수 회장의 승산그룹 역시 후계구도가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미리 보유지분을 자녀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지주회사로 정석기업과 ㈜한진을 이어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순환출자의 주력회사 3곳인 대한항공(6.76%), ㈜한진(6.87%), 정석기업(27.21%) 등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 역시 순환출자 주축 3사의 지분을 소규모로 보유 중이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이제부터라고 보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이 폭넓은 경영수업을 쌓고 있는 가운데, 보유 지분을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그룹이 지난 8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밝힘에 따라 앞으로 한진그룹의 지분이동을 주목하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자연스레 경영권 구도로 확립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편 한진그룹 내의 또 다른 지주회사인 한진해운홀딩스는 최은영 회장이 두 딸과 확고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자제들이 아직 어린 관계로 경영권 구도는 먼 훗날 보게 될 것이란 재계의 판단이다.
한화그룹 후계구도 완료를 위한 마지막 한수지난해 열린 서울G20 비즈니스서밋 개막총회에 참석한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실장
이런 점 때문에 아직까지 본격적인 후계구도 문제가 제기된 바 없다. 하지만 최근 김승연 회장이 구속되면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말들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결론부터 보면 한화그룹은 아직까지 경영권 후계구도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김동관 실장이 보유 중인 한화S&C가 높은 가치를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김동관 실장이 한화S&C를 활용해 후계구도를 완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버지가 보유한 ㈜한화의 보유지분을 인수하면서 증여세는 한화S&C 주식으로 내는 현물납부 방식을 택할 것이란 게 이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여전히 후계구도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김 회장이 투옥된 상황에서 경영권 후계구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어서다.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 앞두고 세대교체 중 재계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그룹은 10대그룹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후계구도를 진행 중에 있다. 이미 4세대들이 그룹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4세들의 수장격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회장이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의 지주부문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앞서 3세대 ‘용’자 돌림 형제들은 대부분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는 모습이다. 소비재에 치중했던 두산그룹을 오늘날의 중공업그룹으로 변신시킨 박용만 그룹회장 역시 대한상의 회장직에 오르며 그룹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이다.
그룹 지배구조를 살펴봐도 4세대들이 두산그룹을 이미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의 차세대 리더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그룹 지주부문 회장이다. 박정원 회장은 아버지보다 더 높은 자산승계율을 기록, 두산그룹의 새로운 경영자로 주목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두산그룹은 이미 4세대로의 변화가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4세대가 경영 전면에 나설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7호(2013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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