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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오너일가 보유주식 분석…18조원대 삼성가 선두, 5조원대 롯데의 약진
입력 : 2013.07.15 09: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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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일가들이 10대 그룹 오너 일가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기업의 오너 일가들이 보유한 해당기업들의 주식을 시가로 환산하면 무려 30조원에 육박한다.
이뿐만 아니다. 재계서열 3, 4위의 SK와 LG의 오너 일가들을 제치고,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일가가 보유주식 시가총액을 앞질러 눈길을 끌었다. 억 단위를 넘어 ‘조’ 단위 부자들이 즐비한 10대 그룹 오너 일가들의 주식보유액을 분석했다.
삼성가는 주식부자 10위권 내에도 총 3명이 포함됐다. 12조3225억4015만3973원의 평가액을 기록한 이건희 회장이 2위인 정몽구 회장(6조6389억원)과 2배가 넘는 차이를 벌리며 1위에 올랐다.
총 12조원의 넘는 주식평가액을 기록한 이건희 회장의 주식보유 내역을 살펴보면 먼저 7조6128억원대의 삼성전자 주식이 눈에 띈다. 여기에 삼성생명 주식평가액 역시 4조3387억원을 기록했다.
이 두 회사의 주식평가액만 해도 12조원에 육박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로 시작된 삼성전자의 폭락을 감안해도 이건희 회장의 주식평가액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뒤를 이어 3위에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조9703억3783만2431원의 주식평가액을 기록했다. 1조2833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평가액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주식평가액이 1조3073억원으로 파악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어머니인 홍라희 삼성그룹 리움미술관장 역시 1조6538억5094만4000원의 주식평가액으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홍 여사는 자신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만으로도 10대 그룹 오너 일가 중 여성 부호 1위에 올랐다.
눈을 넓혀 15위권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삼성가의 직계가족들이 모두 주식부자 리스트에 등장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6388억9714만4874원으로 11위에 이름을 올렸고, 동생인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 역시 5746억6271만7712원으로 13위에 랭크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두 여동생은 모두 삼성에버랜드의 주식평가액이 4358억원으로 평가받으면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주식부자 10위권 내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신격호 회장의 롯데가가 재계서열을 앞질러 5,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수장을 맡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2조2485억9966만1857원의 5위에 선정됐고, 친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사장이 2조1122억5048만1455원으로 6위에 올랐다.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1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바로 이 보유 지분이 1조7331억원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알짜배기 비상장사 주식들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 2조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국후지필름의 장부가액은 523만원으로 황제주로 불리는 ‘롯데쇼핑’을 능가했다. 여기에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역시 거래가가 100만원이 넘어 신동빈 회장의 주식평가액을 높여주는 데 기여했다. 신동빈 일본 롯데그룹 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SK그룹은 최근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비자금 수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법정구속과 함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SK그룹의 주력계열사들의 주가가 지난 4월까지 곤두박칠쳤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오너 일가들의 주식평가액이 내려앉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거나 부재를 대신할 과거 손길승 전 회장 같은 전문경영인이 등장하지 않으면 SK그룹의 주가가 계속 침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업종 침체가 주식평가액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그룹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조선경기가 하강하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 지난 2010년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성장동력 사업이 과잉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가가 정체기를 겪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경기가 하락하자 2010년 풍력 및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바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2010년 유동성 논란까지 제기됐던 두산그룹은 미국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밥캣의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두산건설을 괴롭히던 국내 미분양 부동산 역시 최근 대부분 처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장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용만 회장의 퇴진과 함께 4세 경영시대를 예고하고 있어 젊은 두산의 힘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2006년 LG그룹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 홀로서기에 나선 GS그룹 허씨 일가들 역시 높은 주식평가액을 기록했다.
주식평가액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이는 없지만 30위권의 주식부자 순위를 살펴보면, GS그룹의 3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후계구도를 만들어가는 GS그룹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빠른 시간 내에 3세 경영체제를 갖출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눈에 띄는 약진을 보여준 두산그룹과 GS그룹은 차세대 오너들에게 사이좋게 지분을 분배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발견된다.
두산그룹은 지주회사인 ㈜두산은 물론, 금융투자회사인 네오홀딩스의 지분을 모든 형제들에게 골고루 배분해 눈길을 끌었다.
또 ‘용’자 돌림 형제들의 자녀들이 아버지가 맡아왔던 계열사의 지분을 따로 보유하고 있단 점도 의미심장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맡아오던 계열사의 지분을 4세대 경영인들이 따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두산그룹이 4세대 체제로 넘어가면서 계열분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 전문가들은 “각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맡은 계열사에 대한 책임경영의 차원이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라며 “경공업에서 10년에 걸쳐 중공업으로 수직계열화된 두산그룹이 벌써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LG가의 맏며느리인 김영식 여사는 ㈜LG의 보유지분이 높은 평가를 기록하면서 여성부호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식 여사는 ㈜LG의 지분 74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평가액만 4847억원에 달한다. 김영식 여사의 딸 구연경 씨 역시 1023억원의 주식평가액을 기록 중이다. 역시 주식평가액 중 대부분이 ㈜LG의 지분이다. 여성부호 10인 중에서는 낯선 이도 있다. 바로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둘째딸 정명이 씨다. 명이 씨는 3645억원의 주식평가액을 보유 중이다. 정명이 씨는 남편인 정태영 현대캐피탈·현대카드 사장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상용차 리스 할부업체인 현대커머셜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GS그룹에서도 여성부호 10인이 나왔다. 하지만 허창수 회장의 부인이 아닌 승산의 허인영 이사가 주인공이 됐다. 허씨는 891억7511만원으로 평가받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이번 10대 그룹 주식부호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기업집단현황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비상장기업의 주식평가액은 1대주주 혹은 2대주주의 감사보고서 상의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파악했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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