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Ⅲ]2013 아시아 안보격랑 원년…중국 남중국해 초강수 美 동남아 복귀 앞당겨

    입력 : 2012.12.28 14:16:22

  • 사진설명
    2013년, 아시아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외교안보 격랑이 펼쳐진다. 지난 12월 총선으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급진적인 극우파 정권이 출범했고, 중동문제에 치중하던 미국은 본격적인 ‘아시아 컴백’을 시도한다.새로 출범한 시진핑 중국 지도부는 임기 초반 미국에 필적하는 신무기를 잇달아 개발할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 모두 민족주의 색채가 짙어지는 가운데 남중국해와 센카쿠 열도에서 벌어지는 영유권 분쟁, 미군의 병력 재배치, 일본의 재무장 등은 아시아를 ‘화약고’로 만들 것이란 염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11월 개최된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시진핑의 군사위 주석직 승계다. 전임자인 장쩌민 전 주석처럼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군사위 주석은 1~2년 더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예상과 달리 중국 지도부가 차기 지도자에게 300만 인민해방군 통수권까지 안겨준 이유는 자명하다. 실권을 갖고 미국에 맞서라는 것이다.

    시진핑이 당 총서기직을 승계한 뒤 가장 먼저 ‘발톱’을 드러낸 곳은 남중국해다. 미국의 개입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중국해에서 독자적인 ‘실력행사’에 나선 것.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하이난성은 지난 11월 말 조례를 개정, ‘하이난성 영해’에서 외국 선박과 인원의 불법 행위를 단속할 수 있도록 했다.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군도)와 파라셀(중국명 시사군도) 등 영유권 분쟁지역에 들어오는 외국 선박에 대해 주권침해로 규정하고 승선 검사와 억류, 퇴거, 회항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사진설명
    시진핑 집권 무섭게 남중국해 초강수 베트남과 필리핀 등 분쟁 당사국들은 즉각 반발했다. 필리핀은 중국의 조치를 주권침해라며 맹비난했고,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관도 중국을 겨냥해 “이런 행위는 긴장을 고조시키고 평화적인 사태 해결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1월부터 특수부대 성격의 어업지도대를 분쟁 해역에 파견키로 했다. 중국의 실력행사에 맞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도서에서 중국 어선이 조업할 경우 어업지도대가 출동하게 돼 중국 측 감시선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이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기가 무섭게 남중국해에서 강경노선을 택한 데는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 첫 번째는 2기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경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 중국 견제 의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오바마는 회의에서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남중국해 행동수칙(Code Of Conduct)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 동남아 국가들을 측면 지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행동수칙 제정에 줄곧 반대해왔다.

    두 번째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분열이다. 아세안은 지난 11월 EAS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두고 이렇다 할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베트남 필리핀 등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아세안의 결속을 추진했지만, 의장국 캄보디아를 비롯해 상당수 회원국들이 중국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의 강경노선과 미국의 개입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베트남과 필리핀이 중국과 양자관계에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美 수빅만 기지 부활 초읽기
    사진설명
    남중국해 분쟁 개입은 미국의 이해관계에도 맞아 떨어진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마무리하고 해외 미군병력을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오바마 정부에 남중국해 분쟁은 더없이 좋은 구실이다.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인 필리핀과 베트남은 미군에 기지 사용권을 내주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필리핀 수빅만에 미군이 다시 컴백할 전망이다. 수빅만은 인근에 있는 클라크공군기지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을 거치며 미군의 핵심 군사기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민주화 바람이 분 뒤 필리핀 의회가 기지사용 연장을 부결해 지난 1992년 미군이 모두 철수했다.

    중국이라는 새로운 적을 맞닥뜨린 필리핀은 미군에 다시 SOS를 보내고 있다. 당초 계획된 수빅만 테마마크 건설계획도 백지화했다. 수빅만 관리공사(SBMA)는 미군기지가 있던 땅에 호텔 카지노 쇼핑몰 등을 갖춘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하다 지난해 10월 계획을 동결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미군의 컴백을 위한 조치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 해병대와 필리핀 해군은 테마파크 건설계획이 동결된 직후 수빅만 인근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양국은 또 지난달 열린 차관급 회담에서 수빅만을 포함한 필리핀 영토에 미군 순환배치 확대방안을 협의했다. 미군 복귀는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그에 앞서 일정 규모 이상의 미군을 순환배치 형태로 주둔케 하자는 것이다.

    베트남에도 미군의 기지 건설 또는 기지 사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던 캄란만이 대상지역이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까지 치른 나라라는 점에서 더욱 극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베트남 종전 후 미 국방장관으론 처음으로 지난해 6월 캄란만을 방문했다. 당시 패네타는 풍꽝타인 베트남 국방장관과 회담을 하고 캄란만 개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패네타는 “미 해군 함정들의 자유로운 캄란만 접근이 양국관계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을 중심으로 서쪽에 위치한 캄란만과 동쪽에 위치한 수빅만에서 미 해군이 상주할 경우 완벽한 중국 봉쇄라인이 구축된다.

    美-미얀마 밀월, 中 인도양 진출 위기
    오바마와 미얀마 대통령 테인 세인
    오바마와 미얀마 대통령 테인 세인
    이게 끝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의 인도양 진출마저 봉쇄할 태세다. 국토 서쪽으론 바다와 접하지 않은 중국은 그동안 미얀마에 공을 들여왔다. 미얀마 서부해안을 통하면 인도양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에너지 수송루트인 말라카해협과 달리 인도양에선 미국 해군의 통제력을 벗어날 수 있다. 지난 20여년간 서방의 미얀마 경제제재에도 중국이 줄기차게 미얀마 군사정부 편을 들어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미얀마 서부 시트웨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해왔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국은 1년 전부터 미얀마를 동남아 ‘친중벨트’에서 분리해 내는데 외교력을 집중해왔다. 2011년 말 힐러리 클린턴이 미 국무장관으론 반세기만에 미얀마를 방문해 관계 정상화를 시작하더니 지난해 11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미얀마를 찾아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제너럴일렉트릭(GE) 코카콜라를 비롯해 미국을 상징하는 대기업들이 앞다퉈 미얀마에 진출해 투자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국은 또 미얀마를 안보협력 파트너로 포섭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열리는 ‘코브라 골드’ 군사훈련에 미얀마를 옵저버로 초청할 계획이다. 코브라 골드는 미국과 태국 주도로 해마다 열리는 동남아 최대 규모 해상훈련이다. 미얀마가 병력 파견이 아닌 단순 참관형태로 참가한다 해도 미국과 미얀마 간 군사협력의 첫발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만원 매일경제 국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8호(2013년 0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