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베 수교 20주년 베트남 현지 취재]한국 덕에 올해 수출 1000억달러 돌파

    입력 : 2012.12.03 17:55:21

  • 포스코 소유의 다이아몬드플라자
    포스코 소유의 다이아몬드플라자
    베트남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수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UN의 국제통상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은 945억달러의 수출을 올렸다. 이 나라 수출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삼성전자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하노이에서 휴대폰을 생산하고, 호치민시에선 TV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베트남 공장에선 올해 120억달러 상당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삼성전자 혼자서 맡고 있는 셈이다.

    삼성의 주도로 베트남은 올해 IT나 전자제품 수출이 전통적 수출품목인 섬유류 수출을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출은 금융위기로 내수가 바닥을 치고 있는 베트남 경제를 굳건히 받쳐줄 뿐 아니라 만성적자이던 무역수지까지 상당부분 개선시킬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올 들어 10월까지 휴대폰과 전자제품 수출이 160억달러나 급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덕분에 지난 1분기에 베트남의 성장률이 건설과 광업부문의 극심한 침체로 전년 동기에 비해 8% 가까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던 IMF는 이 나라 경제가 연간으로는 5.1%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 당국은 수출증가로 10월까지 무역적자가 전년 같은 기간의 86억달러에서 대폭 축소된 3억5000만달러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한세실업이나 세아상역 한솔섬유 태광 등 섬유·신발 업체와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지금 베트남 경제를 이끄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김재우 호치민 한인상공인연합회(코참) 회장(삼일니트 대표)은 “하노이에 800여사, 호치민에 1800여사 등 2600~2700여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면서 “호치민시에 소재해 코참 리스트에 오른 기업만도 1300여사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호치민에서 서북방향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빈푹성엔 한국기업 전용의 민흥공단도 들어섰다.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게 지난 1992년 12월이고 한국 기업이 진출한 역사는 고작 15년 남짓하단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발전인 셈이다.

    하노이·호치민시 랜드마크 한국이 세워 어떤 이에겐 베트남전과 베트남 신부만이 익숙한 단어인지 모르나 베트남은 아주 가까운 나라로 다가왔다.

    베트남 롱탄과 경북 칠곡에서 공장을 운영한다는 김재우 회장은 “베트남인 12만명 정도가 한국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4만명이 근로자이고 4만명이 결혼해 이주했으며 3만~4만명이 비공식으로 체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있기에 그나마 한국 중소기업들이 공장을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조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이나 주재원들은 가정부와 운전기사를 둘 정도의 중상위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분당과 비슷한 신도시인 푸미흥 일대엔 8만~10만명으로 추정되는 한인의 50% 이상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엔 롯데마트는 물론이고 대형 쇼핑센터인 크리센몰도 들어섰다. 한국국제학교도 있어 현재 120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호치민시 중심엔 포스코 소유의 다이아몬드 플라자를 비롯해 최고급으로 꼽히는 인터콘티넨탈 금호아시아나도 있다. 이밖에 경남기업이 건설한 하노이의 경남하노이랜드마크타워(70층)나 현대건설이 지은 호치민시의 버테코 파이낸스 타워(68층)는 이 나라 수도와 최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현지에선 경제교류 확대에 맞춰 이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투자나 한국어 교육 등을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 지난해 베트남 10대 뉴스에 든 사이공강 지하의 트띠엠터널은 일본 ODA자금으로 건설됐다. 또 베트남 남북을 잇는 도로는 중국, 동서 도로는 일본 자금으로 만들어진 게 많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지만 베트남은 수도 하노이와 최대 도시 호치민을 잇는 도로마저 완비되지 않았을 정도이며 섬유공장은 많은데 하수처리 설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런 부분에 한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NTERVIEW
    사진설명
    고대곤 삼성전자 삼성비나전자 법인장 “삼성전자 베트남에서도 최대 수출기업” “삼성전자는 지금 베트남 수출의 1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또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다면 10만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단순히 생산만 하는 게 아니라 R&D센터도 설립했다. 베트남 정부도 일주일 내내 24시간 통관체제를 갖추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

    TV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호치민 공장을 총괄하는 삼성비나전자의 고대곤 법인장은 밝은 표정으로 삼성전자의 위상을 설명했다.

    하노이 법인에 대해 그는 “34만평 규모 공장에서 올해 1억2000만대의 휴대폰과 배터리를 생산했으며 2만5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생산량의 95%를 수출하고 있으며 매주 비행기 32대가 물량을 실어 나르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 내수를 겨냥해 설립한 호치민 법인은 규모는 작지만 세계 최고의 생산성으로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해 지난해부터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쪽으로 LED 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습도가 높은 베트남 공장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을 완전 현지화와 완전 보증제(Full Proof)에서 찾았다. 이곳에 한국에서 나온 주재원은 품질과 경영을 관리하는 7명에 불과하다. 생산은 전적으로 베트남 직원들이 맡고 있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자랑한다는 게 놀라웠다.

    고 법인장은 “우리의 혁신은 닦달하는 게 아니다. 규정과 프로세스를 바꿔 직원들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생산성을 높였다. 여기엔 IT인력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호치민시 일대는 습도가 높아 전자제품을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심지어 도마뱀이 숨어 들어와 회로기판을 망치는 등 예상치 못한 위험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우선 직원들이 최대한 덜 움직이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설비의 높이를 일정한 수준으로 맞췄다. 직원들이 불필요하게 움직이는 것을 줄이니 자연히 생산성이 높아졌다. 생산량은 데이터로 관리해 성과가 높은 직원들을 포상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무거운 물건은 모두 로봇이 나른다. 게다가 컴퓨터가 각 공정을 체크해 나사못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완벽한 제품만을 내보낸다는 것이다.

    삼성비나전자 로비엔 밝게 웃는 전 직원의 사진이 걸려있다. 고 법인장은 직원들을 최대한 배려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 봉사에 나서는 등 현지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설날엔 일주일 휴가를 주고 버스를 동원해 전 직원을 고향에 보낸다. 그런 만큼 애사심이 강해 퇴직률이 낮다. 매년 1박2일 워크숍을 열고 있다. 최근엔 오지학교도 세워 지원하고 있다.”

    [호치민 = 정진건 기자·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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