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글 라이프 & 싱글 비즈]Part 2 싱글의 4대 트렌드 소형·멀티·안전·투자

    입력 : 2012.12.03 17:39:38

  • 사진설명
    한국은 이미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다. 전체 인구의 8.8% 수준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가구유형은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1인 가구, 부부 가구 순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계 구조는 20여년 후 완전히 변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35년 서울의 1인 가구는 30.8%. 전국적으로 1인 가구(34.5%), 부부 가구(22.7%),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20.3%) 순으로 가계구조의 소규모화가 예상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패턴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연간 소비지출은 약 50조원으로 전체 가구 소비지출액 의 12%를 차지했다. 2인 이상 가구의 1인당 소비지출액은 월 73만원, 1인 가구의 소비지출액은 이보다 22만원이나 많은 월 95만원을 기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증가요인으로 소득과 교육 수준의 향상을 이야기한다. 경제적인 자립도가 높아지자 대가족 중심의 전통적인 가치관보다 나를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득세하며 이른바 젊은 싱글족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인 경향도 마찬가지. 유로모니터의 집계를 살펴보면 전 세계에서 1인 가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미국(3270만 가구), 비율만 놓고 보면 스웨덴, 프랑스, 영국 순이고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비교적 생활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적령기의 남녀가 갖고 있는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란 마인드, 결혼보다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분위기, 경제적 부담 등으로 결혼을 미루는 상황 등이 1인 가구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초혼연령만 봐도 뚜렷하다. 1990년 남성이 27.8세, 여성이 24.8세였던 초혼연령은 지난해 남성이 31.9세, 여성이 29.1세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다인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은 싱글족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 삼성경제연구소는 “1인 가구 부상이라는 변화의 흐름 속에 기업은 이들의 특성과 니즈를 파악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며 “다인가구와 다른 1인 가구의 소비 트렌드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설명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 1인 가구의 거주지역은 외곽보다 도심과 부도심, 역세권에 밀집해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골드미스· 미스터의 경우 역세권 주변 오피스텔에 거주하며 자가보다 전·월세 거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 가계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1인 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은 56㎡, 종합해보면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한국의 1인 가구는 홀로 살기 적합한 주택에서 작고 효율이 높은 생활용품을 선호하며 안정적인 삶, 나에게 투자하는 삶을 즐기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1인 가구 트렌드’를 살펴보면 좀 더 확연히 드러난다. 첫째, 소형이 대세다. 우선 가구와 가전이 빌트인 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수요가 늘었다. 누에고치(코쿤·Cocoon)에 빗댄 일명 코쿤하우스가 주목받는 것도 같은 이치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0㎡ 이하의 소형주택 공급 비중이 40%로 확대됐다. 서울시내 오피스텔 공급물량은 2009년 1035세대에서 지난해 1만755세대로 10배나 증가했다. 도시형 생활주택도 같은 기간 786가구에서 2만4300가구로 늘었다.

    성능은 그대로인데 크기가 작아진 가전이나 용량을 1인분에 맞춘 포장식품, 대형마트의 1인용 신선식품 등이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도 눈에 띄는 소비패턴이다. 소품종 대량판매에서 다품종 소량 판매로 판매방식이 다변화됐다. 이마트의 경우 식재료를 3분의 1 분량으로 줄여 990원에 판매하는 ‘990야채’가 출시 2년 만에 전체 야채코너 매출 20%를 차지하며 순항 중이다. 아워홈은 기존 제품보다 40% 작은 크기의 ‘수산물탕 미니 3종’을 출시했다. 수입주스 브랜드 오션스프레이는 젊은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295㎖짜리 소용량 제품을 선보였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일반 와인 용량의 4분의 1 수준인 187㎖의 ‘옐로우테일’ 시리즈를 출시했다.

    둘째, 멀티기능의 효율성 높은 상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제한된, 좁은 주거 공간에서 쉽게 접었다 펼 수 있는 가구나 빌트인 가전, 1인 가구에 특화시킨 시스템 가구, 하나의 제품이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가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나홀로 극장에 가길 꺼리는 싱글족을 겨냥한 LG의 초소형 빔 프로젝터 ‘미니빔TV’가 주목받는가 하면 대우일렉은 지난 2009년부터 미니 냉장고, 15L 초소형 전자레인지, 인테리어 콤비 냉장고 등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벽걸이 드럼세탁기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판매 1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주거 환경의 변화로 싱글족이 중요 소비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들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제품과 각종 이벤트를 진행해 싱글족 가전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샘, 까사미아, 리바트 등 국내 가구업체들이 싱글라이프에 특화된 시스템 가구를, 교원L&C의 경우 정수기에 스마트폰 충전, 전기포트 기능 등을 탑재한 미니정수기 웰스시리즈1으로 싱글족을 공략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직장생활에 쫓기는 이들을 위해 편의점이 주된 쇼핑공간으로 부상했다. 시장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해 8.7조원으로 2006년 대비 2배나 확대됐다.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레토르트와 냉동식품 시장의 성장도 효율성 면에서 눈에 띄는 트렌드의 변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8~2011년까지 국내 레토르트 식품 시장은 연간 37,5%, 냉동식품 시장은 연간 7.3%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즉석밥 시장의 규모는 2008년 900억원에서 2011년 15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셋째, 여성과 고령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고립된 생활에 대한 우려와 안전에 대한 욕구가 늘었다. 가정용 방범서비스와 심부름 업체가 등장했는가 하면 고령자의 안부나 보살핌 서비스가 증가했다. 일례로 국내 최초의 여성 전용 도시형 생활주택 ‘이대 마에스트로’는 여성의 신변보호를 위한 원터치 텔레캅스와 원격검침, 무인택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안전에 대한 욕구에는 경제적 안정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1인 가구를 꾸린 이들이 금융과 서비스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노후생활에 대비한 연금 상품 판매액이 급증하고 있다. 단기간에 목돈을 만들기보다 먼 훗날까지 경제적 어려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넷째,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 싱글족은 가족부양의 의무가 있는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패션이나 미용, 취미, 자기계발, 여가에 대한 지출에 관대했다. 통계청의 ‘2011 가계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20~30대 여성 1인 가구의 학습비는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1.8배나 높았다. 레저분야도 마찬가지. 하나투어의 통계에 따르면 전년 동기대비 해외여행 수요가 7월 5.8%, 8월 11% 늘었다.

    반면 자유여행 수요는 전년 동기대비 7월 31%, 8월 24%나 증가했다. 정해진 동선보다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자유여행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고, 전체 여행객 중 나홀로 여행객도 3%로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설명
    100세 시대, 고령 1인 가구 증가 혼자 사는 고령(65세 이상 인구) 인구는 2000년 54만명에서 2010년 102만명으로 10년 사이 약 2배가량 늘었다. 한국의 1인 가구는 남성의 경우 젊은층이 중심이지만 여성은 고령층이 중심이다. 지난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성이 77.2세, 여성이 84.1세.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를 살펴보면 남성은 20~30대 1인 가구 비중이 48%였지만 여성은 60대 이상 1인 가구가 46%였다. 1인 가구의 소득과 소비지출 수준은 60대 이상이 되면서 급격히 감소한다. 이러한 생활패턴의 변화는 고령이 되면 원하던 원치 않던 누구나 싱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경제적 안정에 대한 대비 등 자산운용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자산축적보다 꾸준히 현금이 유입되는 현금흐름형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월지급식 상품의 대거 출시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부동산이 자산 비중의 70~80%를 차지하는 현 자산구조에서 노후생활비를 위해 주택연금 가입자의 증가가 예상된다. 금융전문가들은 불안한 공적연금 대신 퇴직·개인연금에 대한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