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차세대 사업 아직 갈 길이 멀다

    입력 : 2012.11.12 11:20:07

  • Part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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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경영을 위한 나침반을 찾아라!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대한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대한 투자에 나선 지 5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에 막대한 시설투자와 연구비 등을 지출하면서 지갑 사정마저 나빠져 경영인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지식경제부 주도로 시작된 ‘차세대 먹거리’ 사업은 지난 2008년 9월 6개 분야 22개 차세대 먹거리 사업을 후보로 선정하며 시작됐다. 이후 2009년 1월 3개 분야 17개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지정하고 지난해까지 4년간 민관 합계 총 66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됐던 산업들의 성장세는 여전히 제자리다. 시장점유율도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변화가 없었다. 차세대 먹거리 선정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정부와 재계의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천문학적 투자에도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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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경제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신성장동력 분야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1153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개 신성장동력 분야에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기업들이 투자한 총액은 62조원으로 파악됐다. 먼저 차세대 먹거리 사업이 지정됐던 2009년에는 17조1500억원, 2010년 21조7200억원, 2011년 23조5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지식경제부 역시 2009년 1조6300억원, 2010년 1조7700억원, 2011년 2조200억원 등 3년간 4조4200억원의 예산을 쏟아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된 만큼 성과도 있었다. LED·로봇·태양광·2차전지 등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LED의 경우 2009년 전체 산업매출 3조1000억원에서 2010년에는 6조9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고, 로봇응용은 2009년 생산액 1조원에서 2010년 1조7850억원으로 75%가량 성장했다.

    태양광(전지와 모듈) 관련 분야는 특히 눈부신 성과를 냈다. 2007년 1억4000억만달러에 불과했던 태양광 수출액은 2010년 37억4000만달러로 급성장했고, 2차전지는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들 분야를 제외하면 차세대 먹거리 사업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초라할 정도다.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정부의 ‘원전’ 위주 정책으로 인해 보급률이 2009년 1%에서 2011년 3%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글로벌 성장을 지속했지만, 국내에서는 원전 위주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지원금 축소와 판로 개척에 실패해 선진국을 비롯한 중국에게도 시장을 빼앗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LED응용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따라 높은 성장이 기대됐지만 정책지원 미흡으로 보급률은 여전히 3%대 수준에 멈춰있다. IT융합과 로봇응용 분양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정부의 전략적 자세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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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대한 투자와 R&D 인력들이 투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차세대 먹거리 사업이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먼저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근본 배경으로 지목한다. 차세대 먹거리 전략의 큰 틀에서 세부적인 지원정책과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의 역할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1980년대 통신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거론됐을 당시, 정부는 기술개발도 되지 않은 CDMA방식을 차세대 통신 국가표준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해외는 물론 국내의 기업들이 모두 통신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을 지정하고 전력을 추구한 바 있다. 이 과정을 거쳐 세계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갖추게 됐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KT처럼 세계가 인정할 만한 글로벌 통신기업들로 성장했다.

    반면 차세대 먹거리 사업 중 신재생에너지의 경우처럼 기술 장벽이 낮은 산업의 경우 시장 선점을 위한 대기업들의 무차별 진입과 대규모가 투자가 동시에 이뤄지는 것 또한 문제다. 이와 관련 과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당시, 삼성전자 현대 LG와 같은 대기업들이 이 사업에 모두 뛰어들면서 과잉투자 논란과 글로벌 공급과잉 현상을 일으킨 바 있다. 이로 인해 당시 김대중 정부는 반도체를 영위하는 삼성 LG 현대 측에 주력사업을 서로 교환하는 빅딜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원희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일단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될 시장을 만드는 것과 이에 관련된 규제, 그리고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이 뒷받침된다면 차세대 먹거리 사업은 한층 더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천기술 보유를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활동도 필요하다. 고도물처리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그룹은 10년 전만 해도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이었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마스터 플랜을 통해 10년 동안 계열사 매각과 M&A 등을 거친 결과 국내 정상급의 중공업그룹으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물처리 사업의 성장성을 본 두산그룹은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과 체코 등의 기업들을 발 빠르게 인수합병했다. 현재는 고도물처리 분야는 물론 원전 생산능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차세대 먹거리 사업, 이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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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경제부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이 시작된 지 이제 5년. 업계에서는 “5년 만에 미래경영을 이끌어갈 기술과 시장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부 관계자 역시 “빨리빨리보다는 꾸준하게 차세대 먹거리 사업과 관련된 정책적인 지원책과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국내 기술력이면 앞으로 20년 내 차세대 먹거리 사업과 관련된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 줄 차세대 먹거리 사업. 이제 걸음마를 뗀 차세대 먹거리 사업의 진화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6호(201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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