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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임원의 퇴직증후군 부활과 고립의 기로
입력 : 2011.11.28 16: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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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삼성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에 재차 가시적인 성과를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인사들은 “이번 인사의 핵심 또한 5대 신수종사업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고위 임원 정리가 많아질 수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글로벌 경쟁력이 눈에 띄게 성장한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유럽, 신흥시장 공략이 인사의 핵심. 올 12월 연말인사가 예상되는 LG그룹은 11월 하반기 업적보고회 이후 2012년 경영계획이 확정된다. 하지만 내부에선 “이미 인사는 시작됐다”는 반응이다. 특히 “전자계열사의 경우 고위 임원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0순위는 임원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오르자 이사급 이상 고위 임원의 퇴직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임원인사 시즌에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며 “당일 통보받고 짐 쌌다는 소문이 돌만큼 냉정한 세계”라고 이야기했다. 한 금융계 인사는 “S그룹 사장단 등 고위 인사들은 연말인사 시즌만 되면 서로 경쟁하며 로비하느라 일손을 거의 놓고 있다”며 매년 되풀이되는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한 연말 모임의 경우 “주중 골프 모임은 어떤 이유로든 안 간다”는 게 임원들의 분위기. 한 대기업 인사는 “인사시즌이면 먹는 것, 입는 것, 숨 쉬는 것 하나까지 책잡힐 일은 하지 않는 게 상식”이라고 귀띔했다. 그런가하면 한 홍보사 대표는 “흔히 임원을 직장인의 꽃이라며 동경하는데 막상 당사자들은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고 자조하기도 한다”며 “부장으로 남았다면 정년이라도 보장될 걸 승진하고선 매년 살얼음이라고 푸념하는 임원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아인스파트너가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국내 100대 기업 임원 5655명 중 1년만 활동하고 명패가 없어진 임원이 17.35%(139명)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에 일부 인사전문가들은 “때로 정년을 앞둔 부장급 인사를 초급 임원으로 발령하고 1~2년 뒤 계약이 만료되면 퇴사시키기도 한다”고 관행을 밝히기도 했다.
젊어진 임원의 나이도 퇴직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자산 순위 100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임원 중 40대 임원이 25%를 넘어섰다. 40대 임원이 늘면서 전체 임원의 평균 연령은 50대 초반으로 내려섰다. 젊은 조직을 표방한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의 평균 나이가 49.9세에 불과하다. 한 헤드헌팅 업체 대표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막상 퇴직의 문턱에 서면 ‘퇴직증후군’이란 말이 나올 만큼 숨이 턱 막히고 앞이 막막해 당황하게 된다. 아무리 대기업의 퇴직 임원 예우가 남다르다고 해도 한창 일할 나이에 할 일을 빼앗기는 현실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고위 임원들의 퇴직 압박은 비단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위 공직자의 퇴직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리쿠르트 업계의 정설이다. 한 리쿠르트 회사 임원은 “일반 기업보다 기수문화가 확고한 공직사회에서 후배가 장·차관직에 오를 때 용퇴를 결정해야 하는 1급 공무원의 비애 또한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Case 1. 내가 겨우… 홀로 설 수 없는 무력함 공직사회에서 이른바 잘나가는 실무부서에 근무하던 A국장은 대쪽 같은 성품이 지금의 자신을 이끌어 온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했다. ‘올곧다’는 게 그를 바라보는 선배들의 평가요 공평하다는 게 그를 따르는 후배들의 시선이었다. 그런 이유로 먼저 퇴직한 선배들이 술자리나 골프 모임에 초대해도 웬만해선 나서지 않았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한 선배는 “교체 결정이 되자마자 집에 있던 핫라인을 떼 가는 데 어찌나 서운하던지…”라며 생경한 푸념을 해댔지만 퇴직 후 자주 얼굴을 비치던 선배들은 늦어도 6개월 후면 새로운 명함을 받아 다시금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곤 했다. A국장은 그런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안 그래도 공직사회 기강을 놓고 안팎에서 목소리가 높은데’란 생각에 티는 내지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기도 했다. 내심 내 할 일만 열심히 하면 퇴직 후에 분명 찾는 곳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A국장은 얼마 전 장·차관 인사를 겪으며 대쪽 같은 성품이 때로 짐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후배가 차관직에 오를 거란 하마평이 돌고 난 후 A국장을 포함해 현직에 있던 선배들이 하나 둘 옷 벗을 채비를 했고 실제로 공직사회를 나서게 된 것이다. 같이 나선 동기들이 술자리다 골프 약속이다 6개월이 넘도록 이곳저곳 불려 다닐 동안 A국장은 드문드문 인사를 다녔다. 그것도 퇴직 후 2개월이 넘자 약속이 하나둘 끊기더니 4개월째는 아예 찾는 이가 없었다. 50대 초반에 1급 공무원에서 백수로 전락한 A국장. 답답한 마음에 현직에 있는 후배를 찾아가 사정 얘기를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선배, 다른 분들은 어떤지 아십니까. 현직에 계실 때도 나가신 분 챙기시고 후배들 밥 사주고 관련 없는 이들까지 관계를 돈독하게 하세요. 선배는 어떠셨어요. 공평하고 대쪽같은 성품이야 최고라지만 끈끈한 관계에 소홀했잖아요. 네트워크 형성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요? 지금 선배 모습 보세요. 같이 퇴직하신 선배들 중 몇몇 분은 후배들이 마련해준 자리로 이동한 거 아시잖아요. 지금 후배들이 어디 선배 찾습디까. 지금이라도 모임 자리 좀 마련하세요. 얼굴을 자주 비춰야 챙겨드릴 거 아닙니까. 저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Case 2. 그때는 왜 몰랐을까… 작아지는 목소리 대기업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A상무는 2년 전 외부에서 B상무가 영입됐을 때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30여 년을 한 우물만 파온 A상무와 서너 곳을 옮겨 다닌 B상무는 사내에서도 비교 대상이 되지 않았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차근차근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A상무는 내심 사장 승진을 노리며 일에 매진했다. 하지만 그 꿈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인사시즌을 챙기지 않았던 A상무는 당시에도 자신과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사내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 우선 B상무의 업무영역이 눈에 띄게 늘더니 급기야 회장 옆에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상황. 30여 년 근속의 영광은 불과 2년차 애송이에게 내처지고 말았다.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나중에 알게 된 상황에 A상무는 가슴이 턱 막혔다. B상무는 입사하자마자 사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주말이면 회장이 자주 가는 골프장에 먼저 도착해 우연을 가장했고 자연스럽게 부부동반 골프 라운딩을 이끌었다. 실무자에게 보고 기회를 주던 A상무와 달리 B상무는 철저하게 자신의 입을 통해 회장에게 보고했다. 해외 출장이라도 갔다 오면 회장의 취향에 맞는 작은 선물도 놓치지 않았다. 하나 둘 짐을 챙겨 회사 문을 나서다 B상무와 마주친 A상무. 곧 좋은 자리로 가실 거라 덕담을 건네는 B상무에게 고맙다고 답하는 목소리는 한없이 작아졌다. 1년 동안 집에서 쉬던 A상무는 현재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구직에 나섰다. 한 회사에 오래 있다 보니 어느 곳에 일자리가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Case 3. 출퇴근 후 산으로… 높이 올랐지만 추락하는 기분
“처음엔 집에서 쉬면 누가 뭐랄까 했는데 한 보름 정도 있었더니 가족들 눈빛이 달라지더라고. 특히 애들 눈빛이 그래. 우리 막둥이가 늦둥이잖아. 이놈이 학교 갔다 오면 풀이 죽어있어. 아빠가 집에 있다고 애들이 놀린다나.” 술자리에서 분을 삭이던 친구의 말에 집에는 구조조정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심지어 아내에게도 비밀로 했다. 지금까지의 경력이면 웬만한 중소기업 임원으로 재취업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조금만 버텨보자는 결심으로 굳어졌다. 어쨌든 6개월간은 월급이 지급되니 의심받을 행동만 하지 않으면 별 탈 없을 거란 생각도 한몫했다.
이후 C전무는 출근 후 지하철 보관함에 넣어둔 등산복을 꺼내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산에 올랐다. 그렇게 산을 찾은 지 5개월, 그는 여전히 퇴근 무렵 하산해 옷을 갈아입고 친구나 후배들과 술 한잔한 후 집에 들어간다. 출근할 곳이 없어진 후 한 달간은 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세상이 신세계였지만, 저녁 약속이 드문드문 잡히는 요즈음은 왠지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이다. 처음엔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해오던 직장 후배들도 하나둘 멀어졌다. 산에 오르다보니 몸은 좋아진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끊지 못한 담배는 좀 더 느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한 대학 동기의 일장연설에 정상에서 추락하는 자신이 그려졌다. “딱 6개월이 마지노선이다. 우리 나이도 이제 50대 초반 아니냐. 그때 새 길을 찾지 못하면 끝이야. 시쳇말로 너만 대기업 임원이었냐. 1년이면 대기업 임원 두서넛은 옷 벗고 나온다고. 나 잘리고 찾아갔던 헤드헌팅 업체에서 그러더라. 최대한 많이 봐줘서 마지노선이 2년이라고. 그 이상이면 그냥 백수라는 거야. 뭐든 해야 해서 시작한 사업은 사기당하기 십상이고. 그게 50대 초반 퇴직 임원의 현실이라더라.”
Case 4. 대기업 동기와 차이… 결국 지방으로 이른바 SKY를 졸업하고 비전이 확실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K부사장은 25년 동안 회사에 충성했다. 그 세월 동안 발전을 거듭한 회사는 이제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휴일 없이 근무한 덕에 부사장 명패와 일등공신으로 인정은 받았지만 K부사장은 뭔가 허전했다. 대학 동기들과 술 한잔 기울일 때면 그런 공허함이 더 심해졌다. 대기업에 입사해 비슷한 세월을 근무한 동기들은 대부분 상무급 이상 임원이 됐다. 직급은 가장 앞섰지만 K부사장과 대기업 임원들 간의 물질적인 격차는 최대 10배 가까이 됐다. 젊은 시절엔 가능성에 모든 걸 베팅할 수 있었지만 50대 중반이 된 지금은 간혹 세월이 무상해졌다. 그러던 차에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던 회사가 그에게 떠나줄 것을 요구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맥이 풀린 K부사장,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대로 퇴직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을 차린 K부사장은 우선 자신의 재정을 살펴봤다. 퇴직금을 제외하고 이런 저런 수입을 합치면 매달 150만원이 좀 더 되는 돈이 생기지만 그 돈으론 생활비는 물론이고 경조사비도 모자랐다. 창업과 취업을 고민하다 다시금 면접에 나선 K부사장. 하지만 대기업 임원도 기다려야 한다는 취업시장에 중견기업 임원은 인내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K부사장은 지방의 중소 제조업체로 내려갔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땐 뭔가 이뤄보자고 결심했지만 이번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내자는 말을 곱씹었다. 가족의 터전을 옮길 수 없어 홀로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는 그는 자연스럽게 주말부부가 됐다. 이젠 뜸하게 참석하게 됐지만 가끔 만나는 대학 동기들은 그를 보고 “네가 제일 부럽다”고 말하곤 한다. 인생 이모작에 안착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덕담이다. 하지만 그는 매년 수십억 연봉으로 이미 노후준비를 마친 친구들을 보면 매주 지방행 버스를 타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씁쓸하기만 하다.
Case 5. 갑작스런 퇴직… 은퇴증후군 아내 잘 나가던 Y전무가 실직한 건 3개월 전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어그러진 직후였다. 아버지처럼 따르고 모셨던 사장은 프로젝트 실패 후 퇴직 인사 때나 볼 수 있었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에 “수고했네”란 한마디가 전부였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했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아직 결혼 전인 두 딸을 생각하면 재취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곳저곳 수소문하며 두어 달 집에서 시간을 보낸 Y전무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건 최근의 일.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가던 부부동반 친목 모임의 연락을 받곤 아내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Y전무가 현직에 있을 땐 모임에 나오는 이들과 자주 연락하며 집안 대소사를 챙기던 아내가 어느 날부터 아무 말이 없었다. 모임의 총무는 “모임 공지를 했는데 문자메시지로 집에 일이 있다 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두 달 내내 연락이 없다가 이번에도 같은 문자를 보내 연락했다”며 사정을 이야기 했다. 사실 퇴직 후 도움이 되는 모임이라면 마다않고 얼굴이 내밀던 Y전무는 여타 퇴직 임원에 비해 비교적 심적 동요가 덜했다. 허나 아내는 스스로 고립되고 있었다. 좋아하던 골프도 멀리하고 쇼핑이나 식사 모임은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나가지 않았다. Y전무와 집에 같이 있는 시간에도 다른 공간에 있었다. 혼잣말이 늘었고 웃음이 사라졌다. 고민하던 Y전무는 집에 있는 시간엔 의도적으로 가사에 참여했다.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일 중 하나가 집안일이었다. 차츰 속내를 털어놓던 아내는 Y전무가 중소기업 임원으로 다시금 출근하게 되자 집 안에 화초를 손보기 시작했다. Y전무는 지금의 회사에 출근하던 첫날, 퇴근 후 걸려온 전화에 차분하게 화답하던 아내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어, 우리 남편 그 회사 나온 지 좀 됐어. 지금은 다른 데 있지. 작은 기업인데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게 어디야. 찾는 곳이 있다는 게 좋은 일이지….”
■ INTERVIEW. 박선규 커리어케어 상무
퇴직 후 재취업의 가장 빠른 방법을 꼽는다면 네트워크에는 기한이 없다. 100세 시대 아닌가. 네트워크만 있으면 외로울 이유도 없고 일자리가 없을 이유도 없다. 단, 부탁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빼는 분들은 네트워크의 유효기간을 스스로 정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립될 수밖에 없다.
퇴직자의 공통점이라면 목소리가 작아진다.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 공직자나 마찬가지다. 목소리가 아니라 아예 밖에 나타나질 않는다. 아니 왜? 퇴직을 했으면 알려야지. 직장인에게 별 중의 별 아닌가. 떳떳하게 알리고 다른 기회를 찾아 달라 하는 게 뭐 어려운 일인가.
대기업군 중 재취업이 가장 잘되는 곳이 있을 텐데 삼성, LG, SK 출신을 원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취업은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6개월 안에 승부를 내야지 공백이 길어지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 올해만 퇴직자가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
고위 임원에 대한 헤드헌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가 각 기업의 임원 인사가 진행되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분들은 모두 DB화된다.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헤드헌터들의 잠정적인 고객이 되는 셈이다. 각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원하는 임원의 리스트를 뽑아줄 만큼 체계화하고 있다.
퇴직 후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이른바 퇴직증후군을 이기는 방법 중 하나가 재취업이라고 하던데. 재취업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 첫째, 커리어 관리. 둘째, 보직 경험. 셋째, 네트워크다. 커리어는 전문적인 업종을 파고들어야 한다. 영업직이라면 넘나들 수 있는 영역이 많지만 기술직이라면 특히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고위 임원에게 중요한 건 경험이다. 특히 CEO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임원이라 해도 단독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경험을 높이 산다. 네트워크는 출신 회사부터 짚어나가야 한다. 계열사, 자회사, 협력사… 경우의 수가 많다. 옮긴 곳이 많아서 불이익 당한다? 무슨 소리, 근무했던 모든 회사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면 그만큼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지는 것 아닌가. 현 시대는 노후를 자식에게 맡기는 시대가 아니다. 죽을 때까지 현역이란 말은 이미 현실이다.
■ 행복한 노년을 위한 필수 조건 1. 성숙한 방어기제 방어기제는 세상을 해석하고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는 패턴을 말한다. 예를 들어 “컵에 주스가 반밖에 안 남았어”라고 불평하는 게 아니라 “반이나 차 있다”고 여길 수 있는 능력이다. 승화·이타주의·유머·억제·자기부정 등이 있다.
2. 비흡연 또는 45세 이전 금연 45세 이전에 금연할 수 있다면 다행히 70~80세까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3. 알코올 중독의 경험 無 알코올 중독은 건강을 넘어서 가족관계, 직장생활 등 삶 전체를 파괴한다.
4. 적당한 체중·규칙적인 운동·안정적 결혼생활 이 세 가지는 신체 건강보다도 정신 건강에 더 큰 영향을 준다.
5. 교육 단순히 학교를 얼마나 다녔느냐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호기심을 갖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가 성공적 노화의 중요한 조건으로 나타났다.
6. 인간관계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은 인생 전체의 행복을 예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참고 '하버드대학교 인생성장보고서 행복의 조건'
■ 직장인은 60세까지 일하고 싶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 초 국내외 기업에 재직 중인 남녀 직장인 10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 적정 퇴직 연령’ 설문을 살펴보면 남녀 직장인 모두 56~60세까지 직장 생활하고 싶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남성 직장인은 ‘61~65세(18.9%)’, 여성 직장인은 ‘41~45세(15.9%)’까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일 중독이 퇴직증후군의 원인”
구조조정 시기에 퇴직한 임원이 겪는 공통된 특징이라면 대개 공직이나 재계인사 등 고위 임원들은 심적으로 무거운 책임을 지고 사는 분들이다.
자신의 결정에 수천, 수만 명의 한 해 벌이가 결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이 겪게 되는 우울증 등 심리적 공황상태는 일반 직장인의 그것과 다르다.
그러한 중책이 없어지면 오히려 홀가분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고위 임원은 우선 하루일과가 바쁘다. 아침형 인간이 많아 새벽부터 업무를 시작해 다시 새벽 회식까지 전쟁을 치르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삶의 의미가 직장이고 그 직장에서 맡은 책임과 긴장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그게 하루아침에 없어진다? 자연히 삶의 의미도 퇴색된다. 존재 이유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평범한 직장인은 비교적 빠른 시일에 삶의 굴레를 인정하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찾아 건강을 유지한다. 하지만 임원급 인사들은 일 외에 다른 영역을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책을 해결했을 때 오는 쾌감이 삶의 만족이요 자극인 경우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물론 테니스나 골프 등 레저에 익숙한 분들이 많지만 그것도 비즈니스의 연장선일 뿐이다. 일이 아니면 굳이 나서지 않는, 그마저도 또 하나의 일이다. 또 타이틀에 연연하기도 한다. 현직에 있을 땐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합당한 타이틀이 있었는데 이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임원급 인사들은 이처럼 일 외에 다른 영역이 생소하다. 그래서 우울증이 찾아온다.
그러한 이유로 최근 퇴직증후군이 화두가 되곤 한다 퇴직증후군은 중장년 뿐 아니라 간혹 젊은 층에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른바 일중독으로 설명될 수 있다.예를 들어 바쁜 업무로 야근이 연속이던 직장인이 돌아오는 휴일에 아무 일도 않고 쉬겠단 다짐을 한다.
그런데 막상 주말에는 뭘 해야 할 지 몰라 불안해한다. 흔히 아무것도 한 일은 없는데 휴일이 휘익 지나갔다고들 한다. 뭐든 내가 잘하고 있다고 느껴야 하는데 일 외엔 그런 만족을 느낄 겨를이 없었으니 한 것도 없이 멍하고 피곤하기만 하다. 일 외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급선무다. 그게 취미건 운동이건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퇴직증후군을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난 80년간 하버드대 정신과의 조사 자료를 보면 답이 나온다. 퇴직 후 삶이 행복한 이들의 공통점은 원만한 인간관계였다. 창업이나 재취업으로 다시 생산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원만한 가족관계, 안정된 결혼생활, 규칙적인 운동 등은 퇴직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기본적인 항목이다. 또 하나, 놀 줄 아는 사람들의 삶은 행복하다.
단순히 놀 때가 되면 놀겠지가 아니라 일할 때 준비해야 놀게 됐을 때 당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일과 가족 등 타인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자주 가져야 현 시점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것과 준비해야 할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사진 = 정기택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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