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Ⅳ. 톱 스쿨 MBA 몸값 예전 같지 않다

    입력 : 2011.09.28 17:12:48

  • 사진설명
    이건희 삼성 회장이 S급 인재를 강조하는 등 주요기업들이 우수인재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경기나 제품 사이클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결정 하나하나가 사업 성공여부는 물론이고 기업의 흥망까지 좌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재 우대 추세가 연구개발만이 아닌 기업 전반에 통하는 것일까. 로스쿨 출신이 쏟아져 나오고 공인회계사 합격자를 늘림에 따라 변호사나 회계사의 몸값이 떨어지는 때 국내 4대그룹이나 4대금융그룹은 취업준비생들이 특히 선호하는 직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인재 선호도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한국에서 늦장마가 한창이던 지난 8월 중순 곽우열 LG전자 부사장(전 전자기술원장)은 각 사업본부 연구개발 담담 임원 20여명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생들을 모아놓고 LG전자로 오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지난 4월엔 미국 산호세로 날아가 엘리트 엔지니어와 유학생 등 150여 명을 초청해 채용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태양전지 사업에 뛰어든 삼성SDI의 박상진 사장은 올해 초 관련 분야의 박사급 인재를 유치하려고 대상인물 리스트를 만들도록 하고 그 가운데 주목할 사람들을 삼고초려로 데려오도록 임원들을 보내기도 했다.

    주요 기업들이 이처럼 우수인재 확보에 나서면서 이공계 졸업생들에겐 높은 학위는 곧 전도가 보장되는 백지수표나 다름없게 됐다.

    실제로 대학원 졸업 후 잠시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A씨는 중간에 국내 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2년 만에 학위를 마친 그는 돌아오라는 삼성전자의 권유를 뿌리치고 LG전자로 발길을 돌렸다. A씨는 첫날부터 과장으로 출근했다. 일본에서 기계공학 박사까지 마치고 돌아온 B씨는 삼성중공업에 입사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B씨는 얼마 전 불과 몇 년 만에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공계 석사 박사 학위는 이처럼 국내 주요그룹에서 고속승진을 위한 마패처럼 쓰인다.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선호도가 그만큼 높은 것이다.

    사진설명
    금융그룹 투자은행 마케팅 인력 해외파 늘려 그렇다면 이런 선호도가 경영 계열 학생들에게도 통할까.

    얼마 전 어윤대 회장이 이끄는 KB금융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지난 4월 150명의 해외 우수 인재를 채용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채용한 인재 가운데는 스탠퍼드나 MIT, 콜롬비아(미국), 런던비즈니스스쿨(영국), 인시아드(프랑스) 등 세계 최고 수준 MBA 출신만도 30명이라고 했다.

    KB금융그룹의 이 같은 시도로 항간에는 MBA 출신의 주가가 그만큼 높아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 전체로 볼 때 MBA 출신에 대한 선호도가 새로 높아졌다는 정황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영 계열 학생들의 취업 문호가 여전히 녹녹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이번에 MBA를 대거 뽑았던 KB금융그룹 측은 이번 채용이 MBA를 우대하는 정책이라기보다는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MBA 인력을 뽑으면 바로 실전에 배치하는데 KB금융그룹은 8월 중순 현재 이들 인재에 대해 연수를 실시하고 있으며 그룹차원에서 뽑은 만큼 어느 부문에 어떻게 배치할 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또 첫 단추를 꿰는 것인 만큼 국내 MBA와 차별화를 할지 여부도 미정이며 추가로 국내파와 해외파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뽑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번 실험결과를 보고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부터 MBA를 채용했던 금융그룹들은 대부분 필요한 부문에 필요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MBA 출신을 뽑아 배치하고 있다. 당연히 능력을 갖춘 사람을 선호할 뿐 아니라 그런 점에서 “MBA이니 어떤 대우를 하겠다”라는 방식이 아니라 철저히 케이스바이케이스로 채용하고 대우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MBA를 채용해왔던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최근 2~3년 간 해외 유학파 채용이 늘었다”고 밝혔다. 전체 채용인원은 당연히 국내파가 많지만 해외유학파 채용이 비율상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투자은행 부문이나 자금, 경영관리, 기획, 마케팅 부문에 해외파를 많이 기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처럼 해외파가 필요한 직무 영역에 해외파 채용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으로 했다.

    반면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은 최근 2~3년 간 국내파나 해외파 채용 추이의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은행이 앞으로 국내파를 좀 더 뽑을 것이라고 했고 신한은행은 현재 추세대로 갈 것이라고 했다.

    금융사지만 자산운용이나 그룹의 특성상 오래 전 해외에 진출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해왔던 삼성그룹의 삼성생명은 재무와 마케팅 부문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MBA 등 해외파 인력을 뽑아왔고 현재도 이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해외파 우대는 감소
    사진설명
    수출을 통한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해 금융그룹에 비해 국제 업무가 많았던 일반 그룹들은 해외 업무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그 동안 MBA를 우대했을 뿐 아니라 다수 채용해왔던 게 사실이다. 1999년 2월 23일자 매일경제신문엔 ‘LG 해외서 경영석사 50명 채용’이란 제목의 기사가 큼지막하게 나왔다. 이에 따르면 당시 이문호 LG화학 부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주 우수인력유치단은 LG화학과 LG전자 LG상사 LG증권 현지법인 사장과 임원들로 구성된 10여 명의 면접관을 대동하고 뉴저지 시카고 샌프란시스코를 돌면서 회사 설명회와 면접을 실시하고 곧 이어 유럽을 돌면서 같은 행사를 열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요기업의 이런 추세는 2000년대에도 이어져 뉴저지 소재 삼성전자 현지법인이나 LG전자 현지법인은 해외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외국어 구사능력이 탁월한 인재를 뽑아야 할 때이기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해외 업무를 수행할 직원들을 뽑기 위해 채용 대상에 ‘MBA’를 특칭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POSCO의 경우 채용공고 때 공학 관련 각 부문을 적시하면서 경영부문에선 MBA나 금융·회계 관련 자격증 소지자를 채용하는 공고를 수시로 내고 있다. 지난 해 포스코건설의 글로벌 공채에선 공고문에 MBA와 국제변호사 등을 특칭해 이에 대한 우대를 암시하기도 했다. 이는 해외건설 진행이나 계약 수주 등에 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영어 실력 하나 만은 끝내주는 대졸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서 영어 때문에 MBA를 선호하던 추세는 막을 내리게 된 것 같다. 언어능력과 함께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골라 뽑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995년부터 학력 제한을 철폐하고 ‘열린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으로 전 학년 평점이 평균 4.5 만점 기준으로 환산해 3.0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외국어 실력의 경우 마케팅이나 재무 관련 직종은 오픽 IM(Intermediate Mid), 토익스피킹은 레빌6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SK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해외학위 소지자에 가점을 주는가를 묻자 그룹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점 대상이었으나 현재는 해외 학위자가 너무 많다. 가점 대상이 아니고 동일한 평가기준을 적용한다”고 소개했다. 또 “연구개발직이나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직무에 대해서는 해당 직무와 연관이 있는 전공의 석사이상 학위자를 선호하나 일반 생산직이나 관리직을 담당할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에는 별도 선호하는 학위가 없다”고 덧붙였다. 외국어 실력과 관련해 SK그룹도 토익 점수보다 실질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학력보다 경력 직장경험 MBA 선호
    서울대 MBA 강의
    서울대 MBA 강의
    한국에선 그 동안 해외업무 수행능력 때문에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재’를 중시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영어를 구사하는 인력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업들은 영어보다는 ‘직무능력’을 선호가게 됐다. 뉴욕대 스턴스쿨 졸업 후 취업한 경력을 갖고 있는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은 “MBA 학력보다 경력을 중시한다. 실제 기업에서 익힌 능력이 훨씬 필요하다. 주니어는 아무래도 학력을 보게 되겠지만 5년 이상이라면 학력보다 경력을 본다. 이공계라면 (학교에서)많이 배우는 게 좋겠지만 상경계는 현장에서 배우는 게 더 낫다”고 밝혔다.

    4대그룹이나 4대금융그룹 모두 대학 졸업 후 MBA코스로 직행한 경우보다 직장경력의 MBA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직무경력과 MBA 접목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고 신한은행은 “직장경력 중 특히 금융업 직무경력을 가진 맞춤형 인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현업 적응시간 단축과 기업문화 이해를 제고할 필요성 때문에” 우리은행은 “업무능력이나 조직적응력 등에서 모두 낫기 때문에” 직장경력 MBA를 선호한다고 했다.

    사진설명
    MBA우대 “사람에 따라 가지각색” 과거엔 MBA 출신이 과장이나 부장 등으로 특채되는 경우도 많았다. 해외MBA의 경우 주요기업 경력자가 가는 게 일반적이기에 경력에 엄청난 케이스 스터디로 업무능력까지 높인 사람들의 몸값이 오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글로벌 위기에 따른 경기위축으로 선진국부터 MBA 출신의 취업률이 뚝 떨어진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기업 취업기회 감소는 주변으로 확산된다. 당연히 MBA라고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경력은 인정하되 가산해 주는 것은 케이스별로 차등을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경력에 따라 개별산정하며 일관 가산은 없다”고 했고 하나금융지주는 “우선채용은 고려하되 경력가산은 없으며 처우는 구체적으로 연봉을 산정할 때 고려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5년 전에 비해 MBA의 대우가 낮아진 것 같다”면서 “경력은 인정하나 가산은 없다”고 밝혔다. MBA를 나온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곳에서 어떻게 배웠고 어느 정도의 실력을 쌓았는지가 중요한 때가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선 국내 MBA의 차별도 줄어든 것 같다. 경력만 있다면 국내 MBA라도 경력을 인정한다는 게 대부분 기업들의 반응이다.

    변호사 회계사 우대도 주춤 한편 한때 MBA 이상의 주가를 날리던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 기술고시 등의 우대도 많이 희석되는 양상이다. SK그룹은 고시 출신에 대한 별도의 우대규정은 없으나 보통 대리로 입사해 2년 정도 지나면 과장으로 진급하며, 공인회계사 우대는 없고 직무 배정 시 회계특기를 인정하는 정도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공인회계사의 경우 개인별로 연봉을 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은행도 회계사의 경우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KB국민은행은 사법시험이나 행시 합격자, 공인회계사 등에 가산점만 부여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들에 대해 필요직무 채용 시 우선채용을 고려한다고 했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MBA 출신 경쟁력,학벌이 아니라 적응력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기업의 경영환경은 흔히 ‘총성 없는 전쟁터’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업을 오랜 시간 존속시키기란 매우 힘들다. 35년 전 국내 100대 기업 중 현재까지 존속되고 있는 기업은 16개사뿐이라는 한 조사결과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기업들은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인재’를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생각하고,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인재확보 경쟁은 효율적 자본 시장과 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수많은 벤처기업이 등장함에 따라 우수 인재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MBA 출신 인재들은 기업들의 타깃이 되는 1순위이다. 물론 갈수록 국내외 MBA 출신 인재들이 늘어나면서 예전의 프리미엄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명문MBA출신들에게 기업들이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사업기획·경영전략·마케팅과 같은 기업의 방향성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직무들에서는 인재채용 의뢰를 할 때 MBA 출신을 선호한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고 들어있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이렇게 MBA 출신 인재들을 선호하는 것일까? 그것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의 상승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사람을 영입할 때 사업환경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극복하고 자사의 가치를 올려줄 확실한 무기가 있는지 확인하는데, 이럴 때 MBA는 어느 정도 입증자료가 되곤 한다. MBA 과정에서 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배우고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MBA는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는 곳이다. 따라서 기업에서 실제 일어나는 사례를 가지고 동료들과 함께 해결하는 능력을 훈련시킨다. 또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환경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결단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키워주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MBA에 대한 맹목적 신뢰는 버려야 한다. 어디어디 MBA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어떠한 역량을 키웠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실적 없이 MBA 출신이라고 우대받는 일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얼마 전, 국내 한 유명제조사인 K사의 사업기획임원 포지션에 P이사가 스카우트 됐다. 그는 국내 명문인 S대 출신으로 해외 MBA까지 수료한 소위 핵심인재였다. 경영진의 많은 기대를 받았던 P이사는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야 했다. 업무 전문성은 탁월했지만 팀원들을 이끌어 협업을 이뤄내는데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HRKOREA에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MBA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예상은 했지만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아직까지도 한국MBA보다는 해외MBA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해외MBA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글로벌 감각과 조직 적응력 때문이다.

    국내시장은 규모 자체도 크지 않은데다 그마저도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눈을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는데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로벌 감각을 지닌 인재의 영입을 필요로 한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유창한 영어 실력과 함께 뛰어난 독창성과 글로벌 네트워킹도 기업들이 해외MBA 출신 인재 영입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세계적 글로벌 트렌드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노력이다.

    해외MBA 출신들은 유연성이 뛰어나 어디에 데려다 놔도 빨리 적응하고 성과를 낸다고 한다. 단순히 똑똑한 학생들을 모아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서 풍부한 기업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한 수업을 진행하기에 해외명문 MBA 출신들은 해당 기업에서 높은 조직 적응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업무현장에 투입돼 성과를 만드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선호는 당연한지도 모른다.

    사진설명
    요즈음 기업들은 MBA 출신의 경력직뿐만 아니라 신입직원 채용 시에도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 한다. 그런데 업무 경력이 없는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를 낼 것이냐 하는 점은 판단하기 어렵다. 채용전형에서 인성·적성검사를 실시하고, 2박3일씩 합숙면접을 하는 등 면접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많은 청년 구직자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학력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자신의 적성·역량과는 상관없이 맹목적인 스펙 늘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것은 자신의 이력서에 채워질 내용은 많아질지 모르지만 기업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구직자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신중히 선택하여 실무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업들은 지원자의 배경보다는 당장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업이 없다고 마냥 기회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눈높이를 조금 낮추더라도 당장 눈앞의 연봉보다는 능력을 쌓을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들도 고급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인재들에게 기업의 비전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에 앞서 기업의 핵심역량, 추진 전략 등이 연계된 실현 가능한 비전이 제시됐을 때 인재들이 원하는 매력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공정한 성과체계가 수립돼야 한다. 단순한 임금상승이 아닌 기업별 상황에 맞는 성과평가와 보상제도가 직원들의 사기저하를 방지하고 나아가 기업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기업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잘 정립된 기업문화는 조직을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또한 기업문화는 기업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고 직원들을 결집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미래 인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벌이나 경험보다는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다. 향후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그것을 경험에 본 사람도 없기 때문에 급변하는 환경과 그에 따른 문제들을 적극적, 창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러한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을 만들어 낸다면 본인에게도 자신감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같이 일하고 싶은 존재로 보일 것이다.

    [최효진 HRKOREA 대표이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2호(2011년 0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