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1. [Real Estate] ① 하반기 부동산… 수도권 정체 vs 지방 상승 변수

    입력 : 2011.09.15 16:53:07

  • ◆ 2011 하반기 부동산 & 증시 투자 전망 ◆

    사진설명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수도권 주택시장에 해당되는 표현이다. 또한 주택시장이 부동산시장 전체인 것처럼 운운하지만 상가시장과 토지시장이 별개로 존재하고 그 안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상가시장은 상대적으로 부문별로 양호하지만 토지시장은 수도권 주택시장과 비슷하게 정체돼 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시황을 획일적으로 진단하기는 무리다. 과거처럼 부동산 종류와 지역에 상관없이 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더 세분화된 분석이 필요한 때다. 아울러 이 글은 주택시장에 비중을 두지만 상가와 토지시장을 나눠서 다루고자 한다.

    수도권의 강보합, 평형별 차별화 진행 주택시장은 올 들어 네 번의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반응과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것은 수도권만을 놓고 볼 때 적합한 시장 판단일 수 있으나 전국적인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지역별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시장동향 조사자료에 의하면 5월말 현재 전년 말 대비 전국 주택가격은 3.8% 상승했다.

    하지만 이런 전국적인 통계 수치는 의미가 크지 않다. 서울 수도권은 0.8%에 그치고 있고 지방은 6%(지방에서의 편차도 있음)를 상회하는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지방이 비교적 큰 폭의 상승을 한 반면 수도권은 강보합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평형별 차별화도 진행되고 있다. 중소형은 강세를 보이지만 대형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구매력의 약화와 투자성의 한계로 인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반기 시장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여러 변수를 통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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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하락변수를 살펴보자. 첫째, 소득감소에 따른 구매력 약화다. 몇 년간의 경제위기로 가계소득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소득양극화는 가계의 ‘내 집 마련’ 여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반면 주택가격은 경제위기 이후 종전 가격의 80~90%까지 회복했다. 소득은 거의 늘지 않는데 반해 가격은 올라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외곽지역의 예를 들면 과거 5년 전 전용면적 85㎡(분양 33평)의 가격이 3억원대였다면 지금은 5억원 전후에 머무르고 있다. 이 금액은 이미 일반 급여소득자라면 접근하기 힘든 가격대라 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구매력에 적합한 금액대인 3억원대를 찾으니 평형이 전용 60㎡인 25평으로 내려온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소형 강세가 나타나 버린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이 3억원대도 적은 금액이 아니므로 이보다 아래 계층은 2억원 전후의 주택을 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주택시장은 계단식 계층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계단을 뛰어 넘기 쉽지 않은 고착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등으로 인해 사회적인 심리위축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1분기 가계신용(부채)이 801조원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고 무리하게 대출을 조달해 집을 마련했으나 집값은 오르지 않고 대출 이자만 올라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하우스푸어’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종전에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조바심으로 상환능력에 대한 세세한 검토 없이 주택을 마련한 결과, 이젠 가격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대출이자만 늘어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대출 거치기간이 경과하면 원금 상환까지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이자율이 연 6%일 경우 이자만 월 100만원을 내야 한다. 이것까지는 낼 여력이 있으나 원금까지 상환할 경우 상환기간 20년이면 매월 원금을 83만3000원 가량 더 내야 한다. 웬만한 직장 근로자라면 상환에 큰 부담이 돼 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다시 집 평수를 줄여야 하는가의 고민과 소비위축으로 연결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런 이슈가 부각될 경우 심리적인 위축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셋째, 투자성의 한계와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한 대기수요 등이다. 집을 사려는 그 누구도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선뜻 사려는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이건 실수요자이건 간에 금융비용과 물가상승으로 인한 차액만큼은 오르길 기대하고 집을 사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기에 적극적인 매수세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

    또한 보금자리주택 등 저렴한 분양가의 주택 청약을 위한 대기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다. 수도권에는 5차 지구까지 19.8만호의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당초 목표인 32만호(순수 보금자리주택지구 물량)를 2012년까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넷째, 금리인상이다. 6월까지 올 들어 3회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0.75%가 상승했다. 대출금리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분 이상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상반기에만 1%에 육박하는 금리가 올라갔다. 작년 필자는 ‘2011년 시장전망’을 통해 2011년 가장 민감한 시장변수로 ‘금리인상폭’을 언급한 적이 있다.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출수요자의 대응 방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금리인상은 물가상승에 대한 방어와 대출금리를 높여 가계부채 증가를 막겠다는 의도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주택대출 중 변동금리대출이 90%를 상회하고 있어 기존 대출 보유자의 경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신규 수요자의 경우에도 매수 의욕이 꺾이게 돼 전세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지방의 가격상승 변수 작용
    김포한강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
    반면 상승변수도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그 역할이 컸으므로 이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첫째, 미분양 아파트 감소에 따른 시장 분위기 개선이다. 지난 4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아파트는 7만2232호로 2008년 12월의 16만5599호 대비 절반 이하로 대폭 감소했다. 심각한 지방의 미분양 문제는 더 이상 영향력이 크지 않다. 어렵다던 대구 시장도 이미 극복해 바닥이 지났다고 판단될 정도다. 이젠 전국적인 문제가 아니라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로 남아 있다. 예를 들면 대구 외에 충남, 경북 정도가 상당분량 남아 있으나 기초단체인 천안시와 포항시의 문제로 국한돼 있다. 경기도에서는 북쪽의 고양시와 파주시, 남쪽의 용인시와 수원시로 지역이 축소돼 있다. 또한 중대형 평형 위주로 남아 있어 중소형이 필요한 현 시장 상황에서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전체 물량의 64.5%가 중대형이며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물량의 경우에는 무려 70.8%가 중대형이기 때문이다.

    둘째,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매수전환이다. 연초부터 전세가 인상이 사회문제가 되며 1월과 2월 두 번의 전세시장 안정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방학 이사철인 7·8월에도 다시 한 번 전세난이 우려된다. 근본적인 문제인 공급 확충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 전인 2009년에도 전세난이 있었으며 전세 연장 시점인 현재는 명목상의 전세금이 너무 많이 올라있다. 웬만한 지역은 5000만원 전후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전세문제가 다시 부각될 경우 전세입자가 주택매수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수요는 보금자리주택 등의 대기 수요와 금리인상으로 인한 매수 의욕 감소로 이어져 전세입자는 진퇴양난에 빠질 우려가 있다.

    셋째, 저금리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실물 부동산 매입이다. 유동성 흐름이 부동산으로 회귀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예상만큼 빠른 유입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부동산으로의 자금 흐름은 크지 않다. 특히 주택과 토지시장은 활성화 정도가 약하며 수익형 부동산 선호로 오피스텔과 상가건물 분야의 관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넷째, 공급부족으로 인한 수급불균형 문제다. 주택공급이라는 큰 틀의 흐름에서 보면 2008~2010년 3년간 주택인허가 건수가 당초 50만호 전후에서 36~38만호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여기에 건축기간 3년 정도를 더하면 입주시기가 되는데 2011~2013년 구간에는 주택 입주물량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국적인 수치로 지역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 지방에서는 이 여파가 강하게 작용해 집값이 오르는 모양새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까지 발생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수도권에서도 이 문제는 잠복돼 있다. 지방과 달리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이 수도권 시장이다. 하지만 물량이 없다는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여기에 재건축 등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경우 다시 대두될 수 있는 요인이다. 하반기에는 전세시장 문제와 더불어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렇게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하락과 상승으로 나누어 총 8개를 나열했다. 시장은 한 가지 변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상황과 여건에 따라 방향성이 정해진다. 수도권은 하반기에도 강보합 상황에서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승 변수인 전세가 상승과 수급불균형 등이 부각되긴 할 것이나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논란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에서도 심리회복이 중요한데 제반 여건이 만만치 않아 상승한다 해도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지방 시장은 지역별 편차가 있으나 상반기 상승지역인 경남, 부산, 광주, 대전 지역 등을 중심으로 그 여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경북, 충남, 전남, 대구의 경우에도 회복의 정도가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방 전체적으로는 상반기 대비 상승폭은 다소 둔화될 수 있으나 그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전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DTI 등 대출규제에 대한 합리적 개선과 더불어 대출 금리인상 억제가 필수적이다. 수도권의 경우 주택 투자성에 대한 한계를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급격한 심리회복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시장이 실수요자의 움직임만으로 살아난다면 좋겠지만 실물경제가 그렇게 되긴 쉽지 않다. 이미 그들조차 가격이 오르길 기대하고 집을 사기 때문이다.

    투기를 부추길 이유는 전혀 없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재산권 침해소지가 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인정하지 않는 중과 유예는 의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전면과세한 지 5년 정도가 지났다. 취·등록세 세율인하는 한시적으로나마 하고 있으나 양도소득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오히려 양도소득세 예정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해 세금이 더 늘어났다. 부동산시장은 세금 때문에 어렵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취득단계와 보유단계 그리고 처분단계까지 모두 다 무거운 세금이다. 시장이 안정되고 있으므로 이제는 퇴로를 확보해 준다는 차원에서 양도소득세율 자체를 낮춰야 할 시점이다.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라는 세제 취지에 맞게 재조정이 필요하다.

    수익형 부동산 관심 급증
    강남권에 들어서는 첫 도시형 생활주택 ‘신원아침도시 마인’ 내부.
    강남권에 들어서는 첫 도시형 생활주택 ‘신원아침도시 마인’ 내부.
    상가시장은 저금리 상황과 주택·토지의 투자매력 감소로 상대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강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기류로 투자차익보다 정기적인 임대수입을 중시하는 수익형부동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금액 중 상대적으로 소액인 1~3억원을 가진 경우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자 공급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경쟁관계인 보금자리주택 등 소형주택 입주시기인 2015년 전후가 되면 한계를 맞을 우려도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일반적인 근로소득자를 세입자로 둘 경우 월세의 한계는 1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이 수준에 도달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토지시장은 상반기부터 지속된 약세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말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대폭 해제와 더불어 토지보상자금이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집중된 하남시를 비롯한 보상지역 주변은 다소간 상승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로와 산업단지 등 개발호재지역 위주의 전통적인 상승세도 여전할 것이다. 하지만 토지는 주택보다 투자성은 있다고 하나 환금성의 문제를 안고 있어 경매 등 저가의 매수방법과 개발을 전제로 한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박합수 / 국민은행 PB부동산 팀장 habsoo@naver.com│사진 =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호(2011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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