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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랩어카운트의 모든 것 - [Part 1] 예탁 잔고 40조원 몰린 랩어카운트는 무엇인가
입력 : 2011.05.27 17: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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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어카운트(Wrap Account)의 모든 것 ◆
앞의 두 사례에서 보듯 연령과 직종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랩어카운트에 관심을 갖고 속속 가입하고 있다. 더욱이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출시한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가입자 수와 예탁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대체 랩어카운트가 뭐기에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지난해 폭발적 성장 수익률도 최고 본래적 의미에서 보자면 랩어카운트(Wrap Account)란 랩(Wrap, 싸다)+어카운트(Account, 계좌)의 합성어다. 해석하자면 ‘계좌를 싸다’ 정도가 된다. 즉 여기저기 분산돼 있는 ‘계좌’를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다. 주식, 펀드, 채권 등으로 각각 나누어져 있는 계좌를 한데 묶어 자산관리사가 통합적으로 운용, 관리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문과 투자상담도 병행한다. 증권사는 대신 일정 기간마다 일정율의 수수료를 챙긴다.
랩어카운트는 1975년 미국의 후튼증권사에서 처음 개발했으며, 국내에는 2001년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처음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최근 크게 유행하고 있는 ‘자문형 랩’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랩어카운트는 큰 범주에서 보자면 자문형과 일임형 두 가지로 나뉜다. ‘자문형’은 투자상품을 변경할 때 증권사의 자산관리사가 고객에게 자문을 하면 고객이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반면 ‘일임형’은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춰 자산관리사가 책임지고 운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자문형 랩’은 바로 이 일임형의 한 종류다.
랩어카운트는 ‘선진국형 상품·영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해 많은 선진국에서 랩어카운트 같은 ‘개인별 통합자산관리’를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국내에서는 그동안 잠잠하다가 지난해부터야 터지기 시작했을까.
초창기 랩어카운트가 인기를 끌지 못했던 까닭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창기 랩어카운트는 매스(대중) 상품으로 판매하기 힘든 것이었다”며 “그런 만큼 크게 소문이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랩어카운트가 국내에 도입된 초창기에는 서울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만 랩어카운트가 알려졌을 뿐 대중화되지 못했다.
주식 자문형 랩이 선풍적 인기의 원동력주식 자문형 랩의 가입금액이 낮아지면서 상담고객이 늘고 있다.
주식투자를 해오다 최근 자문형 랩에 가입한 C씨는 “지난 몇 년 간 상승장에서도 주식투자에서 재미를 보지 못해 자문형 랩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며 “종목을 보는 안목과 유명 자문사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은 고객의 성향에 따라 자산관리사들이 유명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투자전략을 세워주고 운용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일반 개미투자자들로서는 유명 투자자문사들의 주식투자 고수들의 자문을 받는다는 데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투자 고수들의 조언을 받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제는 자문형 랩을 위주로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대세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 도입됐던 초창기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현재 유명무실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 유행하는 자문형 랩 역시 투자 결정은 증권사와 자산관리사가 하지만 그 수익률에 대한 책임은 고객이 져야 한다. 다만 투자자들은 언제든지 인터넷으로 투자 종목을 확인하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지난해 자문형 랩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문형 랩만 놓고 볼 때 판매 잔고는 대략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문형 랩을 선보이기 시작하던 2009년 9월 2000억원에서 지난해 3월 말 5000억원을 넘더니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해 지난 연말 5조원을 넘었다. 또 불과 2개월 만에 3조원 가량이 더 불어난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운용 성과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운용 성과가 좋았던 배경은 무엇보다 지수 상승에 있다. 다시 말해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지수가 자문형 랩의 선풍적인 인기 요인 중 하나였던 것이다.
자문형 랩은 기본적으로 소수 우량 종목에 집중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지수 상승기에 자문형 랩의 수익률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개인별 수익률에서는 차이가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률이 10% 정도인 고객도 많지만 지난 한 해에만 100% 수익률을 기록한 고객도 있다”고 귀띔했다. 가입금액이 억 단위여서 수익률도 억대가 되는 셈이다.
너도나도 랩어카운트에 몰려들면서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지적도 팽배하다. 금융감독원이 직접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가며 손질에 나섰다는 것이 랩어카운트 과열을 증명한다. 이와 함께 랩어카운트가 꼭지에 도달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랩어카운트 시장이 아니라 자문형 랩이 단기적으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를 계기로 앞으로 체계적인 형태를 띠어 갈 것이라는 데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자문형 랩의 과열 징후는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우선 많은 증권사에서 가입금액을 낮춘 상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고객과 예탁금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 간 이 같은 경쟁은 가뜩이나 과열돼 있는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입금액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랩어카운트의 원래 취지와 목적인 ‘자산관리’가 ‘투자’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은행에서도 자문형 랩의 형태를 띤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금융사 간 부동자금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혜원 신한은행 목동센터장은 “몇 억에 달하는 큰 금액을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들을 모집해 사모펀드 형식으로 한꺼번에 가입하는 형태”이라며 “증권사의 자문형 랩과 수익률은 똑같은 대신 은행 자체적으로 자문사를 엄선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센터장은 “솔직히 올해 들어 자문형 랩의 수익률이 저조해 최근에는 쉽게 추천하지는 못 한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논란 속에서도 전문가들은 올해 랩어카운트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비록 올해 들어 주춤하기는 했지만 이는 장기 상승기에 불가피한 단기 조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신재영 대우증권 본부장은 랩어카운트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헤지펀드로 가는 길목에서 운용사들이 헤지펀드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랩을 성장 플랜으로 마련, 사활을 걸고 있으며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을 전문가에게 맡기려 하는 성향, 랩 수익률이 가장 좋다는 것이 증명된 점”을 들었다.
한국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고령화와 퇴직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적립식 랩 같은 상품이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랩어카운트 시장의 성장을 점쳤다.
숨어 있는 우량 중소형주 발굴 계기
김홍배 지점장은 “랩의 경우 주식의 비중을 낮출 수 있고 주도주를 교체할 수도 있는 만큼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한다는 데 무게를 둔다”고 전망했다.
[임형도 기자 hdli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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