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총 앞둔 재계 경영승계 ‘착착’

    입력 : 2022.03.03 14:07:19

  • 최근 대기업 및 중견 그룹 3~4세들이 입지를 넓히고 있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들은 그룹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는 한편 지분을 늘리는 식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그룹 내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재계 인사에서 먼저 시험대에 오른 이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씨다. 정기선 씨는 현대중공업 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7년 부사장 직함을 단 지 4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정기선 사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 합류한 것은 2009년으로 당시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유학,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2013년 현대중공업그룹에 경영기획팀 수석 부장으로 재입사했다. 이후 재무부서, 경영지원실 등 그룹 내 핵심 부서를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내에서 경영지원실장뿐 아니라 미래위원장도 겸직해왔다. 태스크포스(TF) 형태로 한시적으로 운영된 미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 내 수소,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신산업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경영지원실 역시 신사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결정하면서 그룹 신사업을 책임지는 부서다. 오랜 경영 수업을 받은 끝에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 등 그룹 핵심 회사 대표이사 자리까지 꿰찬 만큼 정 사장이 사실상 현대중공업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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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오일뱅크 상장 성공 관건 따라서 올해는 정 사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평가를 받는 해가 될 전망이다. 사장으로 승진해 지주사와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맡게 된 만큼, 경영 수업을 받는 게 아닌 실제 경영을 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우선 노사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실질적으로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도 갈 길이 멀다. 현대중공업지주의 대주주는 지분 26.6%를 보유한 정몽준 이사장이다. 정 사장 지분은 5.26%에 그친다. 두 부자가 지주사 지분 31.86%를 보유해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과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다.

    정 사장은 부친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26.6%를 물려받아야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된다. 정 사장은 부친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약 1조원가량의 증여·상속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74.1%를 보유한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에 성공해야 정 사장의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가치가 급증한다. 자연스레 승계 과정에서 자금 확보가 수월해지는 만큼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변수”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IPO 관련 서류를 거래소에 제출하고 예비심사를 받는 중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도전은 2012년, 201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하면서 석유 제품 수요가 늘고 있고 국제유가도 상승 추세라 정제마진이 올랐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다만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던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주춤하고,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상장 일정을 연기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한 점은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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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3형제간 계열 분리 진행… 한화에너지가 핵심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도 차근차근 속도를 내는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 지분율을 늘려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소와 친환경 에너지, 우주사업 등을 진두지휘하며 한화의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현재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시작에 김 사장이 있었다. 김 회장은 2012년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현 한화큐셀)’을 인수했다. 당시 태양광 산업은 뚜렷한 수익 구조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과의 출혈 경쟁까지 겹쳐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김 회장은 시장의 우려에도 전격 인수에 나섰고, 2014년 흑자 전환을 이뤘다. 김 사장은 성장 궤도에 진입한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2015년 한화큐셀로 통합하며 그룹 태양광 사업을 재정비했고, 그 결과 2016년 미국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데 이어 2017년 일본 1위, 2018년 독일 1위를 차례로 달성했다.

    친환경 에너지 외에도 김 사장은 2020년부터 그룹 주요 사업의 미래전략방향을 수립하는 ㈜한화의 전략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그룹 우주사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의 주도하에 한화의 사업구조가 새 판을 짜고 있는 셈이다.

    한화그룹의 승계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을 모두 갖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2017년 한화S&C가 물적분할해 탄생한 에이치솔루션은 지주사 ㈜한화의 2대 주주(5.19%)로 최대주주 김승연 회장(22.65%)과 함께 사실상 한화그룹을 지배해왔다.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25%),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25%) 등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기도 하다.

    김동원 부사장과 김동선 상무도 그룹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개발을 추진 중이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김 상무는 승마를 프리미엄 레저 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을 수립 중이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승계를 위해 합병 없이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할지 아니면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을 택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그룹 안팎에선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태양광, 수소, 우주 등 핵심 사업에서 성과를 내면서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붙는 만큼 또 다른 주력 사업인 금융업에서도 승계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으로서는 장남은 태양광·우주, 차남은 금융, 삼남은 호텔·레저 사업 등을 나눠 갖는 승계 구도가 유력하다는 재계의 시각이다. 물론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김동원 부사장은 형 김동관 사장(한화솔루션 대표이사)과 달리 아직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오르지 못했다. 디지털 금융업 총대를 멘 김 부사장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경영권 승계도 삐걱댈 수밖에 없다. 김동선 상무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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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본격적인 경영 행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씨도 지난 연말 인사에서 승진, CJ제일제당 임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1990년생인 이선호 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입사 후에는 식품전략기획팀과 바이오사업팀에서 근무하며,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 인수 후 통합전략(PMI) 작업 등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2019년 마약 밀반입 혐의를 받으면서 일선 업무에서 물러났다. 당시 회사에서 정직 처분을 받아 1년 4개월 여간의 자숙 기간을 가진 이 부장은 올해 초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했다.

    경영 복귀 후 NBA 명문팀인 LA레이커스와의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과 PGA 투어 대회인 CJ컵의 흥행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J그룹이 지난 인사를 앞두고 사장부터 상무보까지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로 일원화하면서 이 부장의 경영 승계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거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바로 사장직급의 직책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의 누나인 이경후 CJENM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이미 경영 수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이재현 회장과 누나 이미경 부회장처럼 이선호 담당이 주역인 식품·바이오 사업을, 이경후 부사장이 미디어·엔터사업을 분담해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친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경후·이선호 경영리더는 지주사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경후 경영리더는 지난 1월 CJ 지주사 신형 우선주(CJ4우) 8584주, 보통주 2만3316주를 약 24억원에 매수했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신형 우선주 1만5738주, 보통주 3만3962주를 37억원에 매입했다. CJ 지분율은 이경후 경영리더가 1.19%에서 1.27%로, 이선호 경영리더가 2.75%에서 2.87%로 확대됐다. 오는 2029년 신형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두 사람의 지주사 지분율은 이경후 경영리더가 4.3%, 이선호 경영리더가 5.87%가 된다.

    CJ올리브영 상장 역시 승계 재원 마련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남매가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우선주에 대한 증여세 약 600억원을 내고 지주사 지분율까지 확대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경후 경영리더와 이선호 경영리더는 지난해 말 CJ올리브영의 프리IPO에서 구주 일부를 매각한 각각 391억원, 1018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현재에도 이경후 경영리더와 이선호 경영리더는 CJ올리브영의 지분을 각각 4.26%, 11.09%씩 보유하고 있다. 프리IPO에서 CJ올리브영의 보통주가 주당 16만9560원에 책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매가 가진 남은 지분의 가치는 각각 780억원, 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장이 마무리되면 보유 지분을 매각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

    CJ지주를 비롯해 CJ제일제당과 CJ프레시웨이, CJ ENM 등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CJ그룹 계열사가 배당금도 대폭 늘렸다.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성과를 주주에게 돌려줌과 동시에 승계 재원이 필요한 오너 3세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경영리더는 CJ지주에서 44억원, CJ ENM에서 2억원 등 46억원을 수령한다. 이 담당의 누나인 이경후 경영리더 역시 CJ지주에서 32억원, CJ제일제당에서 1억원, CJ ENM에서 1억원 등 34억원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선호·경후 CJ 오너 3세 남매가 이번에 수령한 배당금으로 2020년 이 회장으로부터 CJ신형우선주를 증여받을 때 부과된 증여세(600억원)의 연부연납금액을 내고, 향후 CJ지주의 신형우선주나 보통주 매입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의 덩치를 불려 이경후·선호 경영리더의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추진하고 있는 인천 굴업도 사업의 예상수익은 20년간 3조7600억원 규모다. 매년 약 1880억원의 이익이 예상되는 셈이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선호 경영리더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이경후 경영리더(24%), 이경후 경영리더의 남편인 정종환 CJ그룹 경영리더(15%)가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굴업도 사업의 수익은 곧 씨앤아이레저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추후 배당을 통해 남매가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는 실탄 마련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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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수소 사업 총괄 화학섬유 사업에 주력하던 코오롱그룹이 수소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전략을 그리는 가운데 이웅열 명예회장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역할에 관심이 모인다.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웅열 회장은 장남 이규호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돼야 회사를 물려주겠다고 밝혀왔다. 재계에서는 이 부사장이 그룹 수소 사업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 지주사 지분을 늘리는 식으로 승계의 토대를 닦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2018년 말 이웅열 명예회장 은퇴 이후 오너 총수가 부재한 상황이다. 그룹은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경영 협의체인 ‘원앤온리위원회’를 통해 주요 현안에 관한 의사 결정을 조율한다. 코오롱그룹은 고(故) 이원만 창업주부터 고(故) 이동찬 전 회장, 이웅열 명예회장까지 장자 승계 원칙을 이어왔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이 부사장은 2018년 이웅열 회장이 은퇴를 선언한 뒤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FnC부문 COO를 맡았다. 이후 2020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2018년부터 3년간 코오롱글로벌의 미래 먹거리인 셰어하우스 부문 자회사 리베토의 대표이사(CEO)를 맡았다.

    하지만 수입차 사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일부의 평가가 나온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른 시기에 그룹 차원의 수소 사업을 맡아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부사장은 지주회사 CSO로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 사업구조 혁신 등을 담당하는 ‘구조혁신단’을 총괄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구조혁신단은 계열사 고위 임원들이 사업부문별로 단장을 맡아 수소와 전기차 핵심 소재 등 신사업과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9월 경기도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룹 차원에서의 수소 밸류체인(생태계) 구축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수소연료전지용 분리막 기술을 보유한 코오롱인더스트리를 필두로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 코오롱플라스틱 등 주요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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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임세령·임상민 3세 경영 본격화 대상그룹도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기업 이미지(CI)를 변경하고 본사 사옥 이전을 완료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에 나선 것이다. 특히 배양육, 육가공, 의료소재 사업 등 전방위적인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임상민 전무의 3세 경영이 배경에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대상그룹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와 대상 부회장에 올랐다. 대상홀딩스 전략담당 중역과 대상 마케팅담당 중역 보직을 동시에 맡고 있는 셈이다. 임 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전무는 지난해 대상 등기이사로 선임돼 전략담당 중역 보직을 수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 부회장과 임 전무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그룹 전반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지분은 임상민 전무가 36.7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임세령 부회장은 20.41%를 보유하고 있다.

    임 회장과 어머니인 박현주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각각 4.09%, 3.87%에 그치는 등 지분 승계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다. 사실상 3세 경영에 나선 두 자매가 각각 지주사와 대상의 전략을 담당하게 되면서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대상그룹은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6월과 8월 배양육 기업인 엑셀세라퓨틱스, 스페이스에프와 각각 업무협약을 맺고 배양육 연구에 착수했다. 친환경 기조 속에서 고기를 대신하는 대체육 시장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자 동물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들어내는 배양육 연구에 뛰어든 것이다.

    육류 수요 증가에 따라 육가공 사업 강화에도 나섰다. 게다가 의료소재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지난 7월 자본금 25억원을 투입해 의료소재 사업 진출을 위한 '대상셀진'을 신규 설립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SPC 허진수 사장·허희수 부사장 ‘3세 경영’ 개막 SPC그룹도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글로벌BU장이 지난 연말 인사에서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리크라상은 SPC그룹 지주사로 그룹을 총괄한다. 제과점인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뜨, 커피 전문점 파스쿠찌, 버거 전문점 쉐이크쉑 등을 운영한다.

    허 사장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낸 것은 2014년 파리크라상 글로벌 부문을 맡으면서다. 허 사장은 SPC그룹이 성장 한계에 부딪힌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과제를 맡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SPC톈진(天津)공장’ 준공이다. 2004년 중국에 진출한 파리바게뜨는 2010년 가맹 사업을 시작한 이후 매장 확산 속도가 가팔라졌다. 중국 100호점이 9년, 다시 200호점까지 6년이 걸렸지만, 300호점은 1년 6개월 만에 돌파했다.

    허 사장은 미국,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파리바게뜨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해왔다. 파리바게뜨는 2021년 미국 ‘프랜차이즈 타임스’ 선정 ‘프랜차이즈 기업 Top 400’에서 3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 싱가포르(4개점), 캄보디아 프놈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국 선양, 베트남 호찌민 등에 잇따라 파리바게뜨 신규 매장을 열며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 허 사장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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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수 사장 승진과 함께 주목받는 인물이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SPC그룹 네트워크 시스템 관련 계열사인 섹타나인 신규 사업 책임임원으로 복귀했다. 최근 허 부사장의 복귀는 앞서 이룬 경영 성과를 인정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허 부사장은 2007년 파리크라상에 입사한 뒤 마케팅본부장, 미래사업부문장, 디자인센터장 등을 거쳤다. 그는 뉴욕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의 국내 도입 주역이다. 5년 이상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PT(프레젠테이션)와 협상을 통해 2015년 국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또한 SPC그룹 ICT 분야를 총괄하며 업계 최초로 ‘해피포인트카드’를 개방형 마일리지 포인트카드로 전환하는 리뉴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허희수 부사장의 전담 영역은 디지털 마케팅과 신사업을 통한 그룹 미래 먹거리 발굴이다. 허 부사장이 총괄하는 섹타나인은 지난 12월 23일 배스킨라빈스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배라 팩토리’를 선보였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경쟁사보다 앞서 가상 체험을 통한 놀이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퀵커머스’는 허 부사장의 또 다른 승부처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거물들과 경쟁에 나선다. 허 부사장은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배달 시장에서 다양한 식품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SPC그룹 지주사 파리크라상의 지분은 허 회장이 63.5%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허 사장은 20.2%, 허 부사장은 12.7%를 갖고 있다. 상장 계열사인 SPC삼립의 지분은 허 회장이 4.6%, 허 사장이 16.3%, 허 부사장이 11.9%를 보유 중이다. 허 부사장이 복귀하면서 ‘형제 경영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형제가 보유한 그룹 내 지분 역시 비슷한 만큼,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림그룹 승계 과정 편법 논란 하림그룹은 승계를 둘러싸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홍국 회장의 장남 준영 씨의 승계 과정에서 편법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핵심에는 김준영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올품이 있다. 올품의 하림지주 지분율은 4.36%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품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자회사 ‘한국인베스트먼트’의 하림지주 지분율이 20.25%나 된다. 이를 더하면 24.61%로 최대주주인 김홍국 회장(22.95%)보다 지분율이 높다. 지주사 위에 지주사가 하나 더 있는 전형적인 ‘옥상옥’ 구조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말 하림그룹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익을 제공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하림 계열사 양돈농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동물약품을 올품을 통해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 하림그룹 사료 계열사는 제조사에서 직접 구매하던 사료첨가제를 올품을 통해 구매하면서 3%의 중간 마진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 측은 이에 대해 “하림 계열사들은 올품을 지원하지 않았다. 계열사들은 오히려 통합구매로 경영 효율이 올랐고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거래 가격 역시 협상을 거쳐 결정된 정상적인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착수한 것. 여기에 경찰은 2015년 하림그룹이 김홍국 회장 장남이 속한 사모펀드 운용사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팬오션’을 인수한 대목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자 하림 계열사에 대한 ESG 부문 평가 등급도 떨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하림그룹 부당 승계 지원과 관계된 상장 계열사들의 ESG 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하림지주와 팜스코의 지배구조(G) 부문 등급은 각각 A에서 B+로 떨어졌으며 선진은 B+에서 B로 하락했다. 하림지주와 팜스코의 경우 통합 등급 또한 A에서 B+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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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지주가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도 경영 승계 작업과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림지주가 홈쇼핑 기업 ‘엔에스쇼핑(NS쇼핑)’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하림지주는 신주 발행으로 NS쇼핑 주주에게 1 대 1.413 비율로 주식을 교부하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종 의결했다. 주식 교환 후 NS쇼핑은 상장 폐지된다.

    문제는 NS쇼핑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다. NS쇼핑의 100% 자회사 ‘하림산업’은 2016년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9만여㎡를 4525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서울시와 하림 간 이견으로 장기 지연됐던 해당 사업은 최근 감사원이 서울시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하림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주주들은 완전 자회사 편입 시점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투자 커뮤니티에는 “개발 이익이 최대주주 김홍국 부자의 배당으로 돌아가 경영 승계에 활용될 것” 등의 비판 글이 쏟아졌다.

    ▶셀트리온 등 제약·바이오업계 승계 한창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합병하며 구조개편을 본격화한 셀트리온그룹도 경영 승계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3월 서정진 명예회장의 퇴임을 계기로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과 차남인 서준석 이사가 각각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올랐다. 서 수석부사장은 이번 합병 과정에서 통합법인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사내이사직을 이어받으면서 그룹 내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 다만 남아있는 합병 절차와 향후 경영권 승계,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은 과제로 지목된다.

    동화약품은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윤인호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윤인호 부사장은 1984년생으로 창업주 3세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19년 전무 승진과 등기임원에 선임된 데 이어 지난해 COO까지 맡으면서 기업 내 사업 전반에 관여해 왔다. 통상 COO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다음 직책이다.

    보령제약도 3세 경영 채비에 나섰다. 보령제약은 지난 1월 신임 사장에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를 선임했다. 김정균 사장은 1985년생으로 보령제약 창업주 2세 김은선 회장의 장남이다.

    김정균 사장은 2017년 보령홀딩스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임원을 지낸 뒤 2019년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보령홀딩스는 보령제약의 지분 37.1%를 보유한 지주사다.

    한독은 3월 24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김동한 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동한 이사는 1984년생으로 창업주 2세 김영진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19년 경영조정실 이사로 승진하면서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를 맞아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민하게 미래 변화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8호 (2022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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