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눌렸던 여행 수요 폭발, 사이판에 1만 명 간다… 非트래블버블 지역인 스위스 등 유럽도 인기

    입력 : 2021.12.09 16:06:55

  •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터지고 있다.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제도가 시행 중인 국가 위주로 재개된 여행이지만 그래도 해외로 떠날 수 있다는 자체에 들뜬 분위기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유럽, 남태평양, 동남아를 행선지로 하는 항공권 예약률이 높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즐겨 찾았던 사이판의 경우 연말 예약분까지 따지면 1만여 명이 찾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올 연말 분위기는 지난해와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한 해의 끝을 상징하는 크리스마스 정취도 올해는 있을 것 같다.

    매경럭스멘은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연말 여행을 준비 중인 이들의 관심이 높은 목적지를 미리 살펴봤다.

    사이판의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모습
    사이판의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모습
    ▶사이판 우리가 익히 아는 사이판은 북마리아나 제도 내 15개 섬 중 하나로 수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도의 10분의 1 크기로 북쪽에서 남쪽까지 가로지르는 데 불과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곳곳이 놓치기 아쉬운 여행지들이다.

    사이판 북동쪽에 있는 그로토는 사이판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전 세계의 다이버들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물속에 햇살이 쏟아지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물빛을 볼 수 있다.

    동쪽의 레더비치는 절벽 사이에 가려진 숨은 해변으로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별 모양의 산호 모래 해변이 자리 잡고 있다. 조개껍질도 많다.

    사진설명
    마나가하 섬은 사이판을 방문하는 이들이 빼먹지 않고 찾는 현지 최고의 관광지다. 배로 15분 거리에 있는 이 섬은 부드러운 백사장과 바닥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한다. 스노클링, 체험 다이빙, 패러세일링, 바나나보트 등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단 섬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섬 방문객에게는 환경세 5달러를 부과한다.

    사이판에서는 이처럼 천혜의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지만 역사적 경험도 할 수 있다. 먼저 우리와 관련된 위령탑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곳에 강제 징용당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됐다. 위령탑에서 50m 떨어진 곳에는 일본군 최후사령부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 쫓기던 일본인이 마지막까지 저항한 사이판 최후의 격전지다.

    사이판 그로토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모습
    사이판 그로토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모습
    칼라베라 동굴도 사이판의 역사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다. 버드 아일랜드 남쪽의 비포장도로를 달려 정글 속으로 들어가면 마주할 수 있는 이 동굴은 스페인 통치 시대에 차모로인을 가두는 감옥으로 쓰였다.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5분 거리에 있는 티니안, 30분 거리에 있는 로타도 시간이 되면 경험해볼 만하다. 티니안과 로타 여행계획을 세운다면 당일치기보다 숙박일정을 잡고 돌아보는 것이 좋다. 사이판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싱가포르 겨울이 없는 동남아 국가지만 싱가포르의 유명 여행지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로 서서히 물들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 명소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는 12월 26일까지 크리스마스 원더랜드 행사가 열린다.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면서 지난해보다는 좀 더 유연한 행사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어서 시간당 입장 인원, 거리두기 등의 제한 조치는 이뤄질 전망이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마리나 베이에 위치한 국립 정원으로, 친환경적인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거대 실내 정원과 야외 정원으로 이뤄져 있다. 정원의 대표 명소인 플라워 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꼭 들러봐야 한다. 크리스마스 원더랜드 기간에는 카니발과 놀이기구, 아이스 스케이팅과 크리스마스 마켓 등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거리도 제공된다. 싱가포르의 명물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는 연말을 맞아 ‘마리나 베이 싱가포르 카운트다운’이 펼쳐진다. 싱가포르식 새해맞이 행사다. 12월 31일 오후 8시부터 약 한 시간 간격으로 작은 불꽃놀이가 진행되며, 새해가 되면 화려한 레이저 쇼와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싱가포르 대표 명물 마리나 베이 샌즈가 우뚝 서있다.
    싱가포르 대표 명물 마리나 베이 샌즈가 우뚝 서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베이프런트 지역에 위치한 복합 건물이자,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을 대표하는 장소로 알려진 호텔이다. 범선 모양의 수영장을 200m 높이의 빌딩 3개가 받쳐주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상층부에 위치한 스카이 파크에서는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피니티 풀도 이용해볼 만하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번화가인 오차드 로드에서도 연말 행사는 이어진다. ‘멋진 거리에서의 크리스마스’란 주제로 열리는 행사는 내년 1월까지 펼쳐진다.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거리는 아름다운 점등으로 장식되며,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볼거리들이 펼쳐진다. 굳이 연말 행사를 즐기지 않더라도 쇼핑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오차드 로드는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관람차인 싱가포르 플라이어, 2018년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센토사 섬도 빼먹으면 아쉽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터키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
    지중해를 배경으로 터키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
    ▶터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터키는 다양한 지리적,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다양한 터키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터키 남부의 안탈리아와 페티예는 지중해 특유의 여유와 낭만을 즐길 수 있는 휴양지다. 굳이 이 두 도시를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터키 최초의 장거리 도보 여행길(약 535㎞)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걸으면서 터키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하다. 영국의 주간지 <선데이 타임스>에서 ‘세계에서 걷기 좋은 길 Best 10’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각 도시만 둘러봐도 좋다. 안탈리아는 청정지역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200개 이상의 해변이 친환경 해변에만 주어지는 블루 플래그(Blue Flag)를 획득했다. 해변을 따라 올인클루시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5성급 호텔들이 줄지어 있고, 수영·윈드서핑 등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좋다. 로마시대 원형극장인 아스펜도스, 안토니오스와 클레오파트라가 목욕을 하며 일몰을 감상했다는 시데,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만들어진 항공기가 잠겨 있어 유명해진 카쉬 등이 지역 내 볼거리들이다. 로마시대의 유적과 오스만 시대의 건축 양식은 덤이다.

    터키 남부 휴양지 욀루데니즈 전경, 용암이 만들어 낸 카파도키아의 이국적 모습
    터키 남부 휴양지 욀루데니즈 전경, 용암이 만들어 낸 카파도키아의 이국적 모습
    페티예는 영화 속 배경도시로 유명하다. <007> 시리즈의 23번째 작품인 <007 스카이 폴>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실종된 후 모든 연락을 두절하고 몸을 숨기는 휴양지로 등장한 바 있다. 페티예 남부의 욀루데니즈는 네팔 포카라와 스위스 인터라켄과 함께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성지로 꼽힌다. 독특한 동굴 지형으로 유명한 블루 케이브, 희귀한 나비들이 서식하는 버터플라이 해변 등이 유명하다. 기원전 4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아민타스 석굴무덤, 산토스와 레툰 유적이 전시돼 있는 페티예 박물관은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 꼭 둘러봐야 하는 곳이다. 카파도키아는 신비로운 경관으로 유명하다. 풍화와 침식을 거친 용암으로 형성된 지형이 신비로우면서도 경이로운 자태를 뽐낸다. 열기구를 타면 더욱 카파도키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는 전 세계적인 명물이다. 터키 고대 도시 보드룸, 에메랄드 빛 석회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파묵칼레도 터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연말 분위기 가득한 취리히 야경
    연말 분위기 가득한 취리히 야경
    ▶스위스 연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지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스위스다. 눈과 스키 등 겨울 스포츠, 그리고 크리스마스 및 연말 축제 등 스위스에서 보내는 겨울은 설렘 그 자체다.

    트래블버블 여행지는 아니지만 스위스는 현재 자가격리 없는 여행이 가능하다. 국내 백신증명서만 있으면 쉽게 스위스 증명서로 변환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스위스 내 여행도 자유로운 편이다. 스위스의 겨울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4주간을 뜻하는 기독교의 ‘대림절(Advent)’과 함께 시작된다. 이 기간 동안 스위스의 도시들은 일 년 중 가장 낭만적으로 물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대표적인 곳이 스위스의 주도 취리히와 중부 중심 도시 루체른이다. 취리히의 겨울은 취리히역에서 시작된다. 기차 역사에는 7000개가 넘는 크리스털 장식이 달린 15m 높이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들어서고, 140개 이상의 크리스마스 상점들이 역사 내 광장에 들어선다. 이 분위기는 뮌스터호프 광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이어진다. 이곳만 둘러봐도 연말 분위기가 한껏 풍긴다.

    그런데 이대로 좀 아쉽다면 스위스에서 7번째로 큰 도시인 루체른으로 향하는 것도 좋다. 스위스의 대표 관광상품인 크리스마스 마켓을 더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시가지인 바인마르크트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공예 마켓, 노이슈타트라고 불리는 신시가지의 크리스마스 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열리는 필리투스 크리스마스 장터도 있다. 각종 마켓들에는 크리스마스 장식품, 크리스털, 토기, 향신료, 장난감, 의류, 초, 각종 선물용품을 비롯해 수공예품과 조각품, 아로마 향 버너, 털 슬리퍼, 각종 유리 제품, 목공예품 등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물건들이 곳곳에서 여행객들을 반긴다. 레몬즙을 뿌린 신선한 굴과 갓 구운 쿠키, 소시지는 물론, 화덕에서 갓 구워낸 빵이나 브레첼 등 다양한 먹거리들도 기다리고 있다.

    루체른의 크리스마스 마켓, 체르마트에서 스키를 즐기는 모습
    루체른의 크리스마스 마켓, 체르마트에서 스키를 즐기는 모습
    스위스의 연말 정취를 느꼈다면 이제는 몸으로 체험할 때다. 겨울 스포츠 마니아라면 스위스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스위스를 세계적인 여행지로 거듭나게 한 것은 눈 덮인 산봉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위스 곳곳에 다양한 스키장들이 자리 잡고 있어 자신의 취향대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루체른에서 45분 거리에 있는 슈토스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산악기차로 오르는 스키장이다. 열 개나 되는 호수가 스키장을 따라 이어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활강 체험을 할 수 있다. 주변으로는 필라투스, 리기, 샌티스를 포함한 알프스 봉우리가 에워싸고 있다. 슬로프 길이만 총 35㎞다.

    마테호른이 내려다보이는 체르마트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스키 리조트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카 역(3883m)에서 스키를 타고 마을까지 내려올 수 있고,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고르너그라트(3089m) 산 정상에서 스키를 탈 수도 있다.

    체르마트의 스키장은 수네가-로트호른, 고르너그라트-슈톡호른, 슈바르츠제 및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 등 총 3곳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세 곳의 슬로프 길이를 모두 합치면 360㎞나 된다. 국가 대표팀들도 이곳에서 연습을 한다. 체르마트의 스키장은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특별한 스키를 경험하고 싶다면 오프 피스트 헬리스키도 가능하다.

    뮈렌도 스위스 스키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알프스 한복판에 있는 이 스키장도 겨울 스포츠 마니아들에게 유명하다. 30여 종류가 넘는 케이블카가 운행돼 융프라우 지역에 펼쳐진 다른 스키장으로의 연결도 쉽다. 리기 칼리바트는 노천 온천을 경험할 수 있는 스키리조트다.

    로바니에미의 산타클로스
    로바니에미의 산타클로스
    ▶핀란드 로바니에미는 핀란드 북부의 중심도시이자 산타클로스의 공식 거주지다. 그래서 산타클로스의 고향으로도 불린다.

    그렇다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이곳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로바니에미는 핀란드에서도 겨울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로라가 펼쳐지는 밤하늘을 보면서 유리 이글루에서 잠을 자는 상상을 해보자. 이국적이면서도 설레지 않는가. 로바니에미에서는 어렵지 않게 이를 만끽할 수 있다. 매년 8월부터 4월까지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오로라가 펼쳐진 핀란드 로바니에미 도심 야경
    오로라가 펼쳐진 핀란드 로바니에미 도심 야경
    이곳이 겨울 도시인 것은 허스키나 순록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허스키 농장이나 순록농장을 방문하면 이들이 끄는 썰매를 탈 수 있다. 스노 슈잉이나 겨울 자전거, 스키도 빼놓을 수 없다. 이후 즐기는 사우나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쌓였던 우울감과 피로를 한번에 날려버린다. 사우나 후 얼음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경험도 이색적이다.

    인구 밀도가 낮아 코로나19 방역의 대전제인 거리두기도 어렵지 않게 이뤄진다.

    [문수인 기자 사진 각국 관광청]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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