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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 대선… MZ 잡는 ‘빌런’이 이긴다 李, 尹 도덕성 우위 선점보다 2030·무당층 공감대 얻기 안간힘
입력 : 2021.11.30 14: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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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 후보가 공식 선출되면서 내년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양강구도 속에 군소 후보가 경쟁하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초반 분위기는 윤석열 후보가 가져가고 있다.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박빙이라는 일부 여론조사도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윤 후보가 앞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내년 3월 대선까지 몇 번의 출렁거림이 있을 것이고 거기에 따라 후보 간의 명암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현재 분위기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런데 이번 대선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재밌는 특징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비호감 수치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역대 어느 대선보다 높다. 그래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선은 ‘차악을 뽑는 선거’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최근 영화계의 주 흐름인 빌런 vs 빌런의 대결이라는 관전평을 내놓기도 한다. 빌런은 영화 속 악당을 말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잔인하고 흉포한 그런 캐릭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이 빌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삐딱하지만 세상을 구원하는 캐릭터로도 종종 그려진다.
이번 대선도 그런 캐릭터 간의 대결이라는 것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빌런이란 캐릭터가 회자되는 것 자체가 현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극단적으로 양분된 사회에서 자신의 진영을 대변할 인물이 조금은 부도덕하다고 해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고 이것이 대선주자의 빌런 이미지로 투영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의 정치적 행보 중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들을 찾기 힘들다. 현안에 대한 날선 발언, 소속 정당에도 반기를 드는 정책 등 ‘악동’의 이미지로 점철돼 있다. 자신의 고정 지지층들을 제외하고 그를 ‘선하게’ 보는 분위기는 별로 없다.
이 후보 본인도 이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 흑묘백묘 이론처럼 일만 잘하면 된다는 주의다. 이들의 빌런 이미지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지지율과는 별개로 비호감도가 상당히 높다. 한국갤럽의 11월 셋째 주(11월 16~18일) 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와 이 후보의 비호감도는 각각 56%와 63%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두 후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른 기관들의 여론조사 추세도 엇비슷하다.
또 이들의 비호감 추세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갤럽의 올 3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후보의 비호감도는 윤석열 43%와 이재명 46%로, 11월 대비 각각 13%p, 17%p나 낮은 수치였다. 물론 두 사람 간 정도의 차이는 있다. 이 후보의 경우 3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지만 윤 후보의 경우 11월 셋째 주 살짝 꺾였다.
현재 두 빌런들 간의 대결에서는 윤 후보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이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한국갤럽 11월 셋째 주 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42%의 지지율을 얻으며 이 후보(31%)를 오차범위(±3.1%p)에서 제쳤다. 한 달 전 여론조사(10월 19~21일)만 보더라도 이 후보(34%)가 윤 후보(31%)를 앞서 있었지만 그 흐름이 뒤바뀌어 버렸다. 윤 후보가 강세인 여론조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MBN·매일경제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11월 15~17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1023명)에서도 윤 후보는 오차범위(±3.1%p) 밖에서 앞섰다. 윤 후보는 47.7%, 이 후보는 33.3%를 얻었다. 이 후보가 윤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해온 여론조사도 있지만 추세적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T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에 의뢰해 11월 19~20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후보(40%)와 이 후보(39.5%)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안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주에는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13.2%p)에서 앞섰다.
중도로 불리는 유권자층(무당층)의 선두 대권주자에 대한 비호감도도 MZ 세대의 기류와 비슷했다. 60% 중반대의 비호감도가 나왔다.
이 같은 수치는 결국 내년 3월 대선에서 이기려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를 두고 “결국 덜 비호감스러운 인물이 차기 대권을 거머쥐지 않겠냐”고 했다. 한 영화감독은 “영화 속 빌런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들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상에서 해결하며 통쾌함을 주기 때문인데, 그 기저에는 대중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는 장치가 깔려 있다”면서 “정치 무대에서도 빌런의 이미지가 성공하려면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하지만 현재 여야 대선 후보들을 보면 각 진영에서만 매력을 발산할 뿐 대중적 공감대는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MZ들과의 거리감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고, 이 경우 빌런의 이미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번 대선의 승패는 자신들을 싫어하는 이들의 비호감도를 얼마나 줄이느냐의 싸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선거 캠프에서 일할 청년 상근자를 공개 모집도 했다. 2030용 콘텐츠 제작을 아예 그들에게 직접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현 시대의 화두인 탄소배출과 관련해서도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버스)로 명명된 전국을 도는 투어의 초점도 청년층에 맞춰졌다.
매타버스의 첫 번째 행선지였던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이 후보는 간담회인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한다’(울산) ‘부산 청년들과의 국민반상회’(부산) ‘2030 예비부부와의 만남’(거제)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매타버스의 두 번째 행선지인 충청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제게임전시회(G-STAR)의 개막에 맞춰 대전 엑스포 시민광장에서 열리는 ‘세기의 게임 대전’에 참석했는가 하면, MZ 청년 농부 6인과의 토크쇼도 진행했다. 이 후보는 행선지마다 ‘차박’도 한다. 충북 일정에선 진천군 덤바위캠핑장에서 올해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과 군입대를 앞둔 청년 등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후보는 또 리스너 프로젝트를 실시하는데, 골자는 2030세대 청년 300명이 이재명 캠프를 대표해 매달 시민 한 명과 10분 정도 인터뷰를 하는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2017년 대선 당시 실시했던 그랑드 마르슈(위대한 대행진)란 선거 캠페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마크롱 후보 측은 청년 5000명과 함께 시민 2만3000명을 인터뷰해 공약 등에 반영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앞서고 있는 윤 후보도 MZ 세대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후보가 마이크로적 접근을 하고 있다면, 윤 후보는 매크로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가 당 공식 대선주자로 선출된 후 “(당선이 되면)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 후보는 당이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피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계기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청년의 정치 참여 기회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면서 “한국의 오바마, 마크롱이 되어 보지 않겠느냐”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청년) 여러분이 새 시대를 열고 정치를 바꾸어 달라”면서 “제가 여러분의 시대로 가는 다리가 되겠다”고 호소했다. 윤 후보는 또 대선주자로 확정된 다음날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에 참가해 “솔직히 청년들에게 참 미안하다는 말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라면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라떼는’ 공부 좀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하면 취직도 하고 안정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는데, 요즘 젊은 세대의 삶은 그렇지 못하다”라고도 했다. 윤 후보가 이처럼 이 후보와 결이 다른 MZ 행보로 청년층 공약에 시동을 건 것은 “겉핥기식포장”으로 청년층에 접근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더 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20시간 근무 발언 등의 실언과 간담회 등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 등으로 고착화된 꼰대 이미지가 단기간에 바뀔 수 있겠느냐”면서 “차라리 청년들의 삶과 직결되는 선명한 정책으로 그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나은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윤 후보는 당 경선 과정에서 ‘민지야 부탁해’로 청년층에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지만 그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구태한 레토릭으로 접근한 것이 패착이라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당내 청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홍준표 의원의 지원사격을 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이 후보 측은 윤 후보의 가족을 건드렸다 망신살이 뻗쳤다. 이 후보의 수행실장인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아이가 없는 윤 후보의 부인을 향해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라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출산을 하지 못한 여성의 아픔은 도외시한 채 무분별한 정치공세만 벌인다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난임으로 고생하는 A씨는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라면서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지만 민주당의 저런 어이없는 행태를 볼 때마다 기가 찬다”고 비꼬았다. 한 의원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또 민주당은 윤 후보의 어릴 적 돌잔치상을 건드렸다가 체면을 구겼다. 돌상 사진의 지폐를 ‘엔화’로 오인해 윤 후보를 비난하다가 허위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친일 프레임을 씌우려다 제 발등을 찍은 것”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윤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전에서 디테일에서 계속 문제가 생기자 윤 후보 일가를 향해 수사 중인 각종 논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논문 표절 의혹, 장모 최 모 씨는 양평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 및 의료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후보의) 일가족에 대한 수사 건수만 10건이 진행 중”이라면서 “보통 가정에 평생 한 번 일어나기도 어려운 사건들이 윤 후보 패밀리에겐 일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현재 윤 후보 일가에 관련해 ‘부정부패 국민검증특위’를 만들어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이 후보 측이 연일 허위 사실에 근거한 흑색선전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니 급하긴 급한가 보다”면서 “선거판을 아수라판으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 측도 이 후보 측에 대한 맞대응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윤 후보 측의 공격 포인트는 대장동 의혹이다. 천문학적 수익이 난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두고 이 후보와의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이 터진 후 이 후보의 지지율은 좀체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를 가동하며, 실탄을 확보 중이다.
보수진영 차원의 네거티브 공세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의 낙상사고와 관련된 온갖 루머들이다. 김혜경 씨의 낙상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불륜설, 폭행설이 퍼지며 이 후보 측을 괴롭힌 바 있다.
*기사에 사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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