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동의 부동산 시장] 대체투자처는? 리츠, 조각투자에 자금 몰려

    입력 : 2021.09.29 17:05:21

  •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244㎡가 65억원에 거래 완료되며 부동산 시장의 거품논란이 다시 피어올랐다. 직전 거래가격은 지난해 12월 이뤄진 42억4700만원으로 8개월 만에 22억원이 넘게 뛰어오른 것이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9월 신고가인 48억5000만원과 비교해도 1년 만에 34%가 오른 수치다. 현재 같은 평형수의 호가는 70억원에 이른다.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다. 서울은 3주 연속 0.21% 오르며, 7주 연속 0.2%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21% 올라 전주(0.22%)보다 오름폭이 소폭 줄었지만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값 상승과는 반대로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858건으로 집계됐다.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가장 거래가 많았던 지난 1월(5796)에 비해서는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올해 들어 매매량은 감소세다. ▲1월 5798건 ▲2월 3874건 ▲3월 3789건 ▲4월 3667건 ▲5월 4897건 ▲6월 3945건 ▲7월 4698건으로 연초 대비 낮아진 것이다. 통상 아파트 거래량은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표로 여겨지지만 올해 들어 거래량이 감소함에도 집값이 되레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고 있는 데다 집값 상승 기대가 여전해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는 평가다.

    강남대로변 고급 오피스텔 루카831에 조성될 인피니티풀 전경
    강남대로변 고급 오피스텔 루카831에 조성될 인피니티풀 전경
    ▶규제 완화된 아파텔 시장으로 수요 몰려 잠재 매수자의 경우 급등한 가격과 대출규제로 적극적으로 아파트 매입에 나서기가 망설여질 수 있다.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선 아파트 구입 때 9억원 초과분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이 20%로 제한된다.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공급 물량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 당장 하반기에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내년도 정부가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을 당초 5만 가구로 전망했지만 최근 3만6000가구로 30% 가까이 줄었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나, 실제 공급까지 최소 4~5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공급 확대를 체감하기 어렵다.

    반면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아파트가 아닌 형태의 건축물에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아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공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로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해 작은 평수로 구성됐지만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도 3~4인 가구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국토부가 최근 내놓은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아파트 공급속도 제고방안’은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아파트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 설치가 허용되는 면적 기준을 기존 전용 85㎡에서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아파트 전용면적 85㎡과 유사한 실사용 면적인 전용 120㎡까지 확대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을 소형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개편하고 허용 전용면적 상한을 50㎡에서 60㎡로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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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용면적 30㎡ 이상일 때 침실과 거실 등 2개의 공간만 구성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침실을 3개 만들어 4개 공간을 구획할 수 있게 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이명박 정부에서 2009년 급증하는 1~2인 가구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했다. 주택법상 주택으로 구분되지만 건설 기준과 부대·복리시설을 건설해야 하는 기존 주택규정에 적용받지 않는다. 또한 두 주택 유형 모두 만 19세 이상이면 주택 소유 여부와 청약통장 유무 등과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바탕으로 오피스텔의 청약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2만1594실 모집에 26만3969명이 접수해 12.22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만2697실 모집에 3만9481건 접수해 경쟁률 3.11 대 1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4배나 높은 수치다. 지난해에도 2만7761실의 입주자를 모집하는 데 36만6743명이 접수해 경쟁률 13.21 대 1을 보였다. 이렇듯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지고 있어 올해 말까지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경쟁률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기존 아파트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많다. 각종 규제의 적용을 덜 받는 만큼 층간소음에 취약하고 주차공간도 부족한 단점도 존재하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분양된 사례를 보면 3.3㎡당 분양가가 오히려 아파트보다 높은 사례도 많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출한 2016년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은 1809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분양가 상위 10위 사업장 가운데 상위 8개 사업장이 도시형 생활주택이었다. 아파트 가운데 3.3㎡당 분양가가 가장 비싼 곳은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로 3.3㎡당 분양가는 5280만원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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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형 빌딩 수요 늘어나자 리츠 시장도 광풍 줄줄이 상장 예고 아파트 외에 ‘꼬마빌딩’을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불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별 건물 용도별 건축물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오피스텔을 제외한 서울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1만767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3606건 대비 29.9%가량 증가했다. 경기도는 서울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오피스텔 제외)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3만2921건 수준에서 올해 7개월간 4만5326건으로 전년 대비 37.6%가 넘게 올랐다. 집계가 시작된 201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른바 ‘꼬마빌딩’으로 불리는 중소형 빌딩 매매 시장에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의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는 2145건으로 나타났다.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3454건)와 2년 전(2934건) 거래량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도 크게 뛰었다. 상반기 3.3㎡(평)당 평균 거래가격(대지면적 기준)은 7527만원으로 지난해 6529만원보다 15.2% 상승했다. 연면적 3.3㎡당 거래가격은 4524만원으로 지난해 3999만원보다 13.1% 상승했다.

    이러한 상업용 부동산의 인기에 힘입어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한 뒤 수익을 내면 이 수익금을 배당하는 간접 투자 상품이다. 약 5~6% 되는 배당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여겨진다. 리츠는 주로 상업용·업무용 빌딩이나 물류센터 등을 편입한다. 공모리츠는 주식처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리츠로, 주식처럼 언제든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 배당뿐만 아니라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다.

    SK리츠는 SK에너지 소유 전국 116개 주유소를 기초자산에 편입한다.
    SK리츠는 SK에너지 소유 전국 116개 주유소를 기초자산에 편입한다.
    지난 9월 14일 상장한 SK리츠는 SK그룹의 기업공개(IPO) 사상 최고 경쟁률이면서 공모리츠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사흘간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청약 물량 약 1400만 주에 대해 19조2556억원의 증거금이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은 552.01 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기존 최고 경쟁률은 NH프라임리츠였다.

    SK리츠는 청약 물량 약 1400만 주에 대해 약 77억 주의 주문이 접수돼 청약 증거금 19조3000억원을 끌어모았다. 이는 지난해 상장한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와 미래에셋맵스리츠(357250)가 처음부터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과 비견된다. 지난해 최초 해외 부동산투자 공모리츠로 주목받은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청약 미달 사태를 겪었으며 미래에셋맵스1호 리츠는 상장 후 공모가를 하회했다. 마스턴프리미어제1호리츠는 지난해 리츠 시장 부진으로 공모 일정을 올해로 미뤘다.

    SK리츠가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는 국내 유일의 분기배당 리츠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상장 리츠는 6개월마다 배당을 실시한다. SK그룹의 장기 책임 임대료가 확보되면서 분기배당을 할 수 있게 됐다. SK리츠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서린빌딩을 매입했고 116개 SK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는 클린에너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의 지분 100%를 편입한 SK그룹의 스폰서 리츠다. 스폰서 리츠는 대기업이나 금융사 등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리츠를 뜻한다. 스폰서 리츠로는 롯데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있다. 최근 정부 주도로 리츠 활성화 방안까지 시행되면서 증시에 상장한 리츠는 총 15개로 늘어났다. 위탁관리로 전환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자산을 확대하는 등 대형화되는 리츠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대기업 자산 유동화 움직임은 빨라지는 추세다. 향후 리츠를 상장하는 그룹사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체투자 상품으로 펀드·리츠의 장점을 융합한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도 인기다. 부동산 디지털수익증권(댑스·DABS) 거래 플랫폼 ‘카사(Kasa)’는 기업을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처럼 빌딩을 플랫폼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를 진행한다. 지난해 카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빌딩 ‘역삼 런던빌’을 1호 상장건물로 공모해 당시 101억8000만원의 공모 금액을 모았고 총 203만6000댑스를 발행해 거래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강남역과 교대역 사이 대로변에 위치한 ‘서초 지웰타워’를, 지난 9월에는 3호 상장건물 ‘한국기술센터’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대체할 다양한 상품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리츠 등 대체투자 상품에 분산투자할 경우 배당을 통해 일정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도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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