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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매니지먼트 ⑥ 네이버] e커머스·웹툰·메타버스·C2C… 기술로 세계 제패 꿈꾸는 네이버
입력 : 2021.08.31 15: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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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글로벌 새 역사 쓰기 시작 네이버는 지난 20년간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 창업가 정신 등을 바탕으로 최근 글로벌 기술 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혁신기업으로서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0년 이후 끊임없는 해외 진출을 시도한 가운데, 초기 여러 차례 실패도 겪었지만 최근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해외 사업이 성공적으로 론칭되며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이 시작되고 있다. 오랫동안 사업을 추진했던 라인이 일본에서 성공한 이후, 웹툰의 미국 진출 성공, 최근에는 스노우, 제페토, 브이라이브가 북미, 유럽, 동남아 등에서 고성장하는 등 글로벌 사업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글로벌 진출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데, 커머스, 웹툰, 메타버스, C2C(중고거래) 등을 중심으로 해외 직접 진출과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네이버의 글로벌 경영 모델은 그동안 한국의 4대 재벌그룹이 보여준 오프라인 중심의 해외 진출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서 기술과 콘텐츠, 그리고 플랫폼을 통한 해외 진출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네이버의 글로벌 경영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만 꼽자면 단연 기술이다. 즉 네이버의 포털사이트나 스마트스토어를 해외에서 똑같이 재현하는 수준의 해외 진출이 아니라,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서 현지 시장 수요에 가장 맞는 기술을 맞춤형, 모듈형으로 구성하여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최적의 솔루션을 현지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검색, 커머스, 광고, 콘텐츠, 인프라와 로봇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만 보이면 국내에서 갈고 닦은 기술을 들고 바로 글로벌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 사옥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네이버는 2000년 4월 한게임과 마케팅 솔루션업체 원큐를 합병하고, 검색 솔루션 개발업체 서치 솔루션 인수를 발표했다. 합병 1년 후, 한게임은 네이버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유료화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네이버 역시 한게임을 통해 유입된 트래픽을 동력으로 지식iN, 블로그, 카페와 같은 서비스를 성공시키면서 한국어 웹문서가 부족한 국내 인터넷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했다. 그 결과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고 2000년대 중반 이후 네이버는 국내 대표 검색포털로 자리 잡게 된다. 한국은 ‘구글이 검색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네이버는 창업 초기부터, 작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자리 잡지 못한 네이버는 설립 2년 차인 2000년 11월 22일 네이버재팬을 설립하고, 이듬해 4월 네이버재팬 사이트를 오픈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라인의 성공 이후에도 네이버는 웹툰, 스노우, 제페토, 브이라이브 등 다양한 방면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북미, 유럽, 일본에서 글로벌 투자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랜 기간 일본 시장 공략을 시도하였는데 그 중심은 라인 메신저였다. 그리고 2021년 3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과 야후재팬을 경영통합해 통합법인을 설립하면서 단숨에 일본 최대 인터넷 플랫폼이 되었다. 통합법인은 일본 내 SNS 1위인 라인의 이용자 8200만 명, 일본 국민포털인 야후재팬의 6700만 명 회원을 합쳐 일본 내 월간 사용자 수가 1억 5000만 명에 이른다. 네이버는 합병 이후 먼저 라인과 야후재팬에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기술을 접목하고 있으며, 2021년 하반기에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네이버가 국내 시장에서 입증한 스마트스토어의 기술을 제공하고, 라인이나 야후재팬은 그 기술을 일본 상황에 맞는 서비스로 전환해 제공한다. 그리고 향후 커머스 기술뿐만 아니라 검색, 광고, 인프라 등 다양한 기술들을 라인과 야후재팬 플랫폼들에 차례차례 접목할 계획이다.
② 웹툰 비즈니스는 북미지역에서 고객기반을 확대하며 성장 중
2004년 한국에서 처음 론칭한 네이버웹툰은 전 세계 1위 사업자로서 2020년 말 기준 글로벌 사용자 수 7200만 명을 돌파하였고, 현재 10개 언어로 1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 북미 지역에서 웹툰의 월간 사용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2020년 말 네이버웹툰 본사를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로 옮겼다. 2021년 1월에는 캐나다에 본사를 둔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의 지분 100%를 6600억원에 인수하였다. 이로써 네이버웹툰의 7200만 명 고객에 왓패드의 9400만 명 고객이 합쳐져 1억6600만 명의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웹툰과 웹소설 사용자들 대다수가 Z세대라는 측면에서 향후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또한 네이버웹툰과 왓패드의 결합은 대형 플랫폼의 역할이 단순히 콘텐츠 유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기획·제작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까지 다양한 수익 사업이 가능해짐을 의미하고 있어 더욱 큰 성장이 기대된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에서 운영하는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로 구현한 걸그룹 트와이스
네이버는 K팝 콘텐츠 분야에서 그동안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에 투자해왔는데, 최근 BTS가 속한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도 협업 중이다. 네이버와 하이브는 각자의 팬십 커뮤니티인 브이라이브와 위버스를 통합해 새로운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네이버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두터운 글로벌 10대 팬을 확보하고 있어, 플랫폼 통합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다.
국내 주요 엔터사들이 투자한 네이버 플랫폼도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제트에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가 각각 50억원을, 하이브는 70억원을 투자하였다.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가입자는 현재 2억 명이며, 90%가 해외 사용자, 80%가 10대 사용자다.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글로벌을 주도하고 있는 플랫폼들도 초기에 주로 10대들이 활동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④ C2C(개인 간 거래) 비즈니스는 유럽 등 플랫폼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
구글, 아마존 같은 대형 빅테크 기업이 공략하지 못한 사이, 네이버는 유럽과 아시아의 C2C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벤처캐피털 코렐리아캐피탈을 통해 2021년 2월 스페인 1위 리셀 플랫폼 왈라팝에 1550억원을 투자했고, 프랑스의 명품 리셀 플랫폼 베스티에르에도 투자했다.
2020년 9월에는 싱가포르의 중고거래 플랫폼 캐러셀에도 투자하였다. 거래되는 상품의 종류가 많은 반면 상품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중고 상거래 플랫폼 특성상, 네이버의 AI 추천 기술이나 검색 기술을 이들 기업에 접목할 수 있으며, 광고나 스마트스토어 기술도 활용할 수 있어 향후 네이버는 글로벌 C2C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보다 강화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 라인 웹툰 미국 뉴욕 전광판 광고
네이버의 글로벌 경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술이다. 즉 네이버의 해외 진출은 네이버 포털사이트를 해외에서 똑같이 만드는 차원이 아니라,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서 현지 시장 수요에 맞는 기술을 맞춤형으로 구성하여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검색, 커머스, 광고,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회만 보이면 국내에서 갈고 닦은 기술을 들고 바로 글로벌로 나설 수 있다.
이런 네이버의 기술은 R&D 투자의 결과이다. 네이버는 매년 연간 매출의 약 25%를 R&D에 투자해왔으며, 지난해에는 영업이익(1조2153억원)보다 많은 1조3321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알파벳, MS,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봐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이해진 GIO는 R&D 비중을 매출의 30% 선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과감한 R&D 투자를 집행하는 이유는 기술 고도화가 글로벌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R&D 투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등 기술 개발에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② 글로벌 Z세대라는 타깃 명확화를 통한 글로벌 시너지 창출
네이버는 글로벌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삼각편대를 갖추고 있다. K팝 등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와 제페토 플랫폼, 왈라팝 등 중고거래 리셀 플랫폼, 그리고 네이버웹툰과 왓패드 등 웹소설 플랫폼이다. 이들 플랫폼들은 모두 Z세대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가를 넘어 글로벌 Z세대들이 공히 열광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와 빅히트는 각자의 팬십 커뮤니티를 통합해 새로운 글로벌 팬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 계획인데, 브이라이브의 24세 미만 사용자 비율은 84%이다. 또 전 세계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글로벌 메타버스인 ‘제페토’ 가입자의 80%가 10대 사용자다. Z세대가 좋아하는 콘텐츠 플랫폼인 웹툰과 웹소설 사용자들도 대다수가 Z세대이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70%, 네이버가 최근 인수한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는 80%가 Z세대이다. 중고거래 리셀 플랫폼들은 Z세대가 선호하는 쇼핑 플랫폼으로, 개성, 친환경, 가성비 등을 중시하는 Z세대들은 중고거래 시장의 마니아 고객층을 형성한다.
네이버는 2015년부터 사내독립기업(CIC, Company In Company)을 키워 글로벌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CIC는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조직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해볼 수 있도록 인사·재무 등 조직 운영 전반에 독립성을 부여한 제도이다. CIC가 자체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는데, 2017년과 2019년 각각 분사한 네이버웹툰과 네이버파이낸셜이 대표적 사례이다.
네이버는 현재 아폴로(창작자 지원), 비즈(광고), 클로바(인공지능), 포레스트(쇼핑), 글레이스(로컬 비즈), 그룹앤(커뮤니티), 서치(검색), 튠(오디오)의 총 8개 CIC 조직을 운영 중이다. 네이버 CIC 조직은 네이버가 스타트업처럼 민첩성과 혁신성을 살릴 수 있는 좋은 모델로서 글로벌 공략은 물론 확실한 수익창구가 될 수 있는 제도이다.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글로벌 인터넷 비즈니스 환경하에서 CIC는 더욱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으며, 네이버의 전체 사업부가 모두 글로벌을 지향하는 데 윤활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 소유 Z홀딩스가 경영통합을 완료하고 Z홀딩스그룹을 출범했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창업자로서 네이버 창업 초기부터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생각하였다. 2010년대 초반부터 본인이 글로벌 진출의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으며, 실제 이해진 GIO는 2017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글로벌투자책임자로 본격적으로 역할을 변경한다.
처음으로 눈을 돌린 일본에 직접 가 상주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탄생시켰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국 라인은 지금 일본 시장 공략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이해진 GIO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손잡고 세계 인터넷 시장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웹툰의 글로벌 진출도 무모해 보였지만 적극 지원했고, 결국 전 세계 1위 웹툰 플랫폼이 되었으며, 최근 왓패드 인수로 콘텐츠 분야의 독보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10년 전부터 프랑스 현지에 직접 나가 유럽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제록스연구소를 인수하고 최근 스페인과 프랑스의 C2C 플랫폼 투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해진 GIO는 2019년 한 심포지엄 행사에서 “세계는 지금 시가총액 1000조대의 기업이 탄생할 정도로 인터넷 제국주의 시대다. 네이버가 거인들에 저항해 버텨 살아남은 회사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인터넷 연합군에 맞서는 또 하나의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해진 GIO의 글로벌을 향한 집념과 의지야말로 현재의 네이버 글로벌 경영을 있게 만든 원동력이자 추진력이다.
네이버 같은 혁신기업의 글로벌 경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들의 협업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의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도 중요하다. 과거 삼성, 현대차 등의 글로벌 경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도 국내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이 확대되더라도 국내에 핵심 역량인 기획, R&D가 남아있어야만 국내 타 산업에의 파급효과, 국내 일자리 창출 등의 지속도 가능하다. 향후 네이버 같은 혁신기업과 온라인 플랫폼들이 해외 사업과 국내 사업을 균형 있게 가져감으로써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업계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기대해본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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