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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암초 만난 공유경제 어디로… 숙박·승차 울고 주방·오피스 웃고 공유 가치 불변, 생존 열쇠는 ‘피벗’
입력 : 2020.06.30 1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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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공유경제가 코로나19 사태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여행과 외출을 자제하고 비대면, 비접촉이 강조되는 코로나19 시국에, 모르는 타인과 무엇을 공유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요구하게 됐다. 공유경제는 이대로 침잠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공유경제는 부문별로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 여행·숙박·이동 관련 업종은 전망이 어둡지만, 공유주방, 공유오피스 등 비대면, 재택근무 관련 산업은 오히려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록 실패했지만, 우버가 미국 배달앱 ‘그럽허브’ 인수에 나선 것은 공유경제의 ‘피벗(pivot, 연관 사업이나 직종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에어비앤비도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 수요에 집중하며 재기를 노린다. 코로나19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공유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100년 기업 ‘허츠’ 파산… 우버·에어비앤비도 휘청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선언은 일부 공유경제 업계에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글로벌 렌터카 시장 2위 업체인 허츠(Hertz)가 지난 5월 22일 파산 신청을 한 것이 대표 사례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이 급감하며 렌터카 수요가 자취를 감춘 탓이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허츠에 적자를 안긴 경쟁 상대 우버와 리프트도 덩달아 코너에 몰렸다. 지난 4월 한 달간 우버와 리프트의 이용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 70%가량 감소했다. 우버와 함께 공유경제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던 에어비앤비도 상황은 마찬가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50%가 넘었던 미국 주요 도시의 객실 이용률이 3월에만 20%까지 떨어졌다.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에선 코로나19 이후 두 달간 매출이 96%나 감소했다. 서울의 에어비앤비도 예약률이 올 초 60%에서 지난 3월 말 10%로 급감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 에어비앤비의 객실 이용률이 한 자릿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노베이션 바이옴> 저자이자 마케팅 회사 브리지인사이트의 창업자 쿠마르 메타는 포브스 기고에서 “코로나19 이후 공유경제의 시대가 가고 고립경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공유오피스 스파크라운지선릉점
우버이츠 덕분에 우버 주가 오히려 올라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더 활기를 띠고 있는 공유경제도 적잖다.
음식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공유주방이 대표 사례다. 국내 배달형 공유주방 ‘위쿡딜리버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점 문의가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1월 대비 3월 매출은 24.6% 늘었다. 승차공유 시장 위축으로 고전하던 우버도 음식 배달 사업인 우버이츠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몰리며 우버이츠의 1분기 총 주문액은 1년 전보다 52% 증가한 46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 7% 늘어난 것이다. 덕분에 우버 주가는 6월 19일 종가 기준 32.3달러로 팬데믹이 선언된 3월 12일 주가 22.6달러를 웃돌게 됐다.
공유오피스도 잘 나간다. 주요 고객인 벤처 창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근무 확산에 따른 거점 사무실 수요도 늘고 있어서다. 패스트파이브는 올해 여의도 등에 8개 신규 지점을 오픈해 연내 27호점까지 지점을 확장할 계획이다. 스파크플러스 역시 7월 초 15호점을 오픈하고 연말까지 2개 지점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양사의 평균 공실률은 3~5% 수준으로,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 8.6%보다 낮다. 위워크가 미국에선 상장에 실패했지만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불거진 방만 경영이 원인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워크는 아시아 시장에서 무리하게 확장한 것이 실패 요인이다. 일례로 한 지사에선 가맹 사업 담당자에게 ‘1년 안에 1만 평의 사무실 임대 계약을 맺으라’는 목표를 부여했다. 담당자는 1만 평만 채우면 되니 건물주가 다소 비싼 가격에 임대해도 적극적으로 협상하지 않고 계약을 하게 됐고, 이는 위워크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F&B 비즈니스 플랫폼 위쿡의 공유주방 송파점
같은 공간에서 헤어디자이너별로 경대를 나눠 쓰는 공유미용실 쉐어스팟
이밖에 수공예품 제작·강의 공간을 빌려주는 ‘공유공방’, 헤어디자이너에게 경대(거울이 딸린 미용 기구)와 미용 공간을 임대하는 ‘공유미용실’, 공실 등 유휴 공간을 도심 물류센터로 빌려주는 ‘공유창고’ 등도 새로운 공유경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점 확장에 더 속도 내는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코로나19 극복이 관건
공유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는 공유경제는 일부 분야에 국한될 뿐, 공유경제가 지닌 강점 자체는 흔들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유경제는 단순히 물리적 자원의 공유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물리적 접촉이 필요한 공유경제는 분명히 줄어들겠지만, 반대로 디지털 기술이나 플랫폼에 기반을 둔 공유경제는 오히려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도 공유경제에 우호적이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5월 21일 ‘공유경제를 활용한 영세·중소기업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하고 공유경제 분야에서 46건의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공유주방 영업을 전면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은 식품위생법상 주방 공간을 여러 사업자가 나눠 쓰는 것이 금지됐다. 때문에 공유주방 업체들은 주방마다 벽을 세워 사실상 푸드코트처럼 운영해왔다. 위쿡만 지난해 6월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범적으로 주방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쿡에서 1년여 시범 운영해본 결과, 식중독 등 우려했던 안전사고가 없었고 외식사업자의 초기 투자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정부는 누구나 위쿡처럼 주방공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올 12월까지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국회에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다. 공유미용실도 영업장 공유가 허용된다. 같은 공간 내 이·미용업소 간에 선이나 줄로 구분만 하면 된다. 소독장비 등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창업비용(약 5000만~1억2000만원)이 절감될 것이란 기대다.
“공유경제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상당한 변혁을 겪을 것이다. 터널 반대편으로 나올 수 있는 능력은 사업 모델을 재배치, 재구성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 데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우버나 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회사들은 고객 승차 손실을 상쇄하기 위한 방법으로 관련 활동에 피벗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실제 우버는 음식 배달 서비스에 들어갔고, 대중교통이 중단된 일부 노선에 대해 저비용 승차권을 제공하는 내용의 협약을 지방 당국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우버는 생존하기 위한 보완책을 창의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 위워크는 위생을 강화하고 개인 공간을 늘리기 위해 사무실을 재설계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위생과 소독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소비자가 예전처럼 다시 공유경제를 적극 이용할 만큼 자신감을 갖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정적으로, 백신을 발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포함한 다른 환경 요인에 달려 있다.”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8호 (2020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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