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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0 Part Ⅱ 가전 新트렌드 | 5G로 ‘초연결’… IoT, AI 만나 ‘사물지능’으로 진화
입력 : 2020.01.29 14: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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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향후 10년의 기술 발전을 이끌 것이다. 이제는 사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s) 시대다.”(스티브 코닉 미국소비자기술협회 부사장)
“향후 10년은 ‘경험의 시대’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여러 개의 기기가 연결돼 하나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올해 CES에서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 등 미래 첨단 기술들이 눈부시게 발전해 현실이 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첨단 기술이 빠른 속도로 실제 가전 산업에 적용되고 있으며 개념과 아이디어로만 존재했던 기능들이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과 기술 간 장벽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기술 기업이 될 수밖에 없고, 돼야 한다는 게 CES에 참가한 기업인들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 고도화된 AI와 5G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지난해 CES 2019에서 AI와 5G가 무엇인지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올해는 이를 넘어 이들 기술이 산업 전반에 적용돼 업종 간 경계를 허무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IoT는 AI와 5G를 만나 스스로 판단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사물지능으로 진화했다. TV 등 가전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게 5G 기반으로 ‘초연결’되는 생태계를 구현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5G-8K TV’를 공개했다. SK텔레콤의 5G 송신 기술을 통해 삼성전자 8K TV에서 8K 콘텐츠를 무선으로 수신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소니는 NBC스포츠 및 버라이즌과 함께 스포츠 라이브 영상 제작과 관련한 기술을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매년 TV 관련 신기술·신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인 ‘삼성 퍼스트룩 2020’을 통해 연단에 오른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사용자의 생활 방식이 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스크린(디스플레이)’도 기존과 다른 방식·형태로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TV 사업에서 삼성전자 전략은 ‘기존에 없던 TV’ ‘TV를 넘어선 TV’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TV가 AI와 IoT로 연결된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TV의 역할을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제한하지 않고 사용자의 생활 방식을 충족시키는 데까지 넓히겠다는 뜻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TV 대신 확장의 의미를 담은 ‘스크린’이라는 용어를 썼다. 한 사장은 “스마트홈으로 집의 역할이 확장되는 것처럼 스크린(디스플레이)에 대한 사용자의 니즈도 변하고 있다”면서 “이에 맞춰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스크린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이 같은 비전 달성을 위한 액션플랜으로 ▲마이크로LED 시장 확대 ▲AI와의 연결성을 통한 혁신 ▲스크린 펀더멘털(화질·음향)의 향상 ▲라이프스타일 제품(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제시했다. 기술적으로 마이크로LED와 QLED(QD)를 통해 TV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획일적인 모델에서 벗어나 ‘소비자 맞춤형’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AI와의 연결성이 가져올 ‘스크린의 혁신’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향후 TV의 확장성에 대해서는 ‘홈 버틀러(집사)’라는 개념이 새롭게 대두됐다. 스마트홈 시대 스크린(TV)이 각각의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사장은 “앞으로 AI 기반의 혁신적인 삼성 인텔리전트 스크린을 ‘퀀텀닷 AI(Quantum.AI)’라고 규정하고 스크린 혁신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퀀텀닷 AI는 TV의 두뇌 역할을 하는 ‘퀀텀 프로세서’가 삼성의 스마트 플랫폼 ‘타이젠’과 결합해 AI 기반으로 화질·사운드·사용성 등 스크린의 모든 경험을 최적화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퀀텀닷 AI가 스크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외에도 구글, 아마존의 음성인식 AI 플랫폼을 프리미엄 TV 라인업에 탑재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별화된 기술로 올해 CES에서 8K TV 신제품을 공개하며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 가운데 일본과 중국 TV 업체들도 8K 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졌다. TV의 폼팩터(제품 형태)를 바꿔버리는 마이크로LED, 롤러블 TV 등도 빠르게 진화하며 TV의 새로운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삼성전자가 CES 2020에서 공개한 2020년형 8K QLED TV는 한층 진화한 AI 기술로 화질과 사운드, 스마트 기능 등 제품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특히 화면 베젤(테두리)을 없앤 ‘인피니티 디자인’을 적용해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LG전자 역시 8K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또한 더욱 강력해진 AI 프로세서 ‘알파9 3세대’를 탑재해 데이터 처리 속도 향상을 통한 화질과 사운드 최적화 기능을 강화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4K 등 상대적으로 낮은 화질의 콘텐츠를 8K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업스케일링’ 기능을 더욱 고도화해 8K TV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에서 ‘마이크로LED’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마이크로LED는 빛을 내는 LED 조각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패널을 만들기 때문에 화면크기·화면비·해상도·베젤(테두리) 등 TV의 4가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마이크로LED 기술을 통해 모듈 형식의 TV를 조립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를 적용한 ‘더 월(The Wall)’ 라인업을 가정용으로 대폭 확대해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CES에서는 88인치, 93인치, 110인치 등 가정용으로 적합한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처음 선보인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은 “마이크로LED의 기술 발전이 상당히 빠르다”면서 “34·58인치 등 소형 마이크로LED에 대해서도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8K TV 신제품에 더욱 강력해진 AI 프로세서 ‘알파9 3세대’도 탑재해 한 차원 높아진 성능을 보여줬다. 알파9 3세대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100만 개 이상의 영상 정보, 수천만 개의 소리 정보를 학습한 후 원본 영상과 비교 분석해 최적의 화질과 사운드를 구현해준다.
LG전자가 지난해 첫선을 보인 롤러블 TV는 올해 한 번 더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기존에 공개한 롤러블 TV는 아래에서 위로 화면이 펼쳐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반대로 위에서 아래로 화면이 펼쳐지면서 공간 활용성의 한계를 또다시 극복하는 혁신을 이뤄냈다. LG전자는 초고해상도 TV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라인업의 ‘리얼 8K’ TV 신제품도 선보였다. 8K 올레드 TV인 88·77형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뿐만 아니라 8K LCD TV인 75형 LG 나노셀 8K도 전시하는 등 라인업을 대폭 늘려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8K TV 전 모델이 3300만 개 이상의 화소 수는 물론 화질 선명도(CM) 값이 수평·수직 방향 각각 90% 수준으로 상하좌우 어느 방향에서도 선명한 8K 해상도를 구현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CES 전시회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8K UHD’ 인증 기준을 모두 충족해 해당 인증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AI로봇 볼리
머지않은 미래에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은 혁신적인 신기술도 주목받았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넥스트마인드(Next Mind)는 뇌파로 TV 방송 채널을 선택하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게임을 할 수 있는 AI 기반 헤드셋을 내놨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용자의 생각만으로 화면을 제어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뇌가 보내는 신호를 전자기기의 디지털 명령으로 실시간 변환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가전산업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IoT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LG전자는 ‘LG 씽큐’를 IoT 플랫폼으로 각각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시관에 ‘갤럭시 홈 미니’로 구성된 집을 만들어 모든 전자기기의 연결을 구현했다. 특히 스마트 냉장고 패밀리허브도 홈 IoT 기능을 대폭 강화해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IoT를 통해 실내 공기 질을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싱스 에어’도 올해 처음 공개했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전제품 상태를 진단하는 ‘홈 케어 매니저’도 IoT를 기반으로 한다. 홈 케어 매니저는 다음 달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이번 CES 기조연설에서 공개한 ‘볼리’도 IoT 허브 역할을 하는 디바이스다.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어디서든 내집처럼’을 주제로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웠다. AI가 들어간 제품·서비스에 붙이는 브랜드 ‘씽큐’로 단독 공간을 꾸며 체험 가능하도록 했다. LG 씽큐존 내부는 집안에 AI와 사물인터넷(IoT)이 접목된 LG 씽큐 홈(LG ThinQ Home), 이동수단에서 AI를 구현한 커넥티드 카 존, 3D 아바타에 옷을 입혀보며 실제와 같은 가상 피팅을 경험할 수 있는 씽큐 핏 컬렉션(ThinQ Fit Collection), 로봇을 활용한 다이닝 솔루션을 선보이는 클로이 테이블 등으로 구성됐다.
LG전자 전시관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씽큐존에서 관람객들은 전시 공간 내에 마련된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받는 것부터 주문, 조리, 서빙, 설거지까지 로봇이 담당하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클로이 테이블(CLOi’s Table)은 LG 씽큐와 연동돼 사용자는 집이나 차량 안에서 AI 스피커·TV·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해 음성 명령으로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변경하고 메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AI와 IoT, 빅데이터를 이용해 가전제품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해주는 ‘프로액티브 서비스’도 시연했다.
LG씽큐존 커넥티드카, LG전자 울트라 게이밍 모니터
올해 CES 기조연설을 맡은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가전 업계의 향후 10년을 ‘경험의 시대(Age of Experience)’로 정의했다. 앞으로 시대에는 소비자의 니즈가 ‘소비’에서 ‘경험’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기술 혁신을 통해 ‘인간 중심’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경험의 시대에는 다양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을 변화시키고 도시를 재구성해야 한다”며 “삼성의 인간 중심 혁신이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순민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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