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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개막, 20회 대규모 포럼 글로벌 리더 총출동, 5G·AI·로봇·에너지… 지식혁명 5.0시대 4大 테크
입력 : 2019.08.27 16: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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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와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가 오는 9월 세계지식포럼에서 맞짱토론을 펼친다. 이들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을 비롯한 양국 갈등에 대해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다. 세계지식포럼 사무국은 20회째인 올해 포럼을 찾는 250여 명의 국내외 연사 중 G2 경제 최고 전문가들을 포함한 2차 연사진을 30일 공개했다. 아시아 최고·최대 포럼인 세계지식포럼은 올해 9월 25~27일 사흘간 서울 중구 신라호텔과 장충아레나에서 열린다.
올해 연사 중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라인스 프리버스 27대 백악관 비서실장, 트럼프 대선캠프 참모로 활약한 데이비드 어반 미국전쟁기념위원회 의장, 트럼프의 정책 멘토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등 트럼프 정부 최고 실세들이 집결한다. 또 트럼프 저격수로 유명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저자이자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도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놓고 격론을 벌인다.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미래를 보여준다. 제20회 세계지식포럼은 전 세계 공동 번영을 위한 해법으로 ‘지식혁명 5.0: 인류 번영을 위한 통찰력’을 제안한다.
지식혁명 5.0은 전체 인류가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문명사적 접근 방식을 뜻한다. 시기적으로도 기존 지식혁명 4.0 때와 분리된다. 지식혁명 5.0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깊은 통찰력이 필요하다. 제20회 세계지식포럼은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지식을 모아 인류 미래를 밝힐 방안을 모색한다.
세계지식포럼(이하 세지포)에 참여하는 테크 리더들은 2020년을 주도할 ‘빅테크’로 5G를 꼽았다. 올해 상용화를 시작한 5G는 지금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인류 생활을 바꿔 나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과 서비스가 새롭게 떠오를지 진단하기 위해 5G 대표 기업인 퀄컴의 제임스 캐시 글로벌 사업 총괄 사장이 참석한다. 5G 시대 인프라스트럭처를 책임지는 통신 업계를 대표해 KT의 황창규 회장도 세계지식포럼을 찾는다. 실제 산업 현장 적용 사례를 바탕으로 5G 시대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빅테크인 5G와 함께 시너지를 낼 가장 큰 산업 영역은 인텔리전스 기술.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이 가장 유망하다. 올해 세지포는 10여 개 AI 세션을 구성하며 실리콘밸리 유행에 발맞췄다. 특히 G2인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AI 기업들이 총출동하는 게 관전 포인트다. 새로운 시대의 기술 패권을 쥘 나라가 어디일지 가늠해 보는 장이 될 예정이다.
AI 신흥 강국,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제리 양 이사가 참석한다. 마윈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더불어 알리바바의 4인 이사회 중 한 축인 제리 양은 1세대 포털인 ‘야후!’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중국의 슈퍼루키 AI 기업인 Face++도 세지포를 찾는다. 왕 하이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자체 개발한 Face++ 얼굴 인식 엔진의 인식률이 얼마나 뛰어난지 직접 보여줄 예정이다.
미국에선 글로벌 대표 사이버 보안 기업인 맥아피의 수석 에반젤리스트 게리 데이비스가 참석한다. AI를 활용한 선제적 해킹 방어 기술에 대해 공유할 예정이다. 미국 가전 기업을 대표하는 CTA(미국 소비자기술협회)의 캐런 춥카 수석부회장도 참석한다. 매년 CES(전미가전박람회)의 기조연설을 담당하는 그는 세지포 무대에서 ‘AI의 미래’에 대해 제임스 캐시 퀄컴 사장과 함께 논의한다.
이 밖에도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리더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산업계 리더들뿐 아니라 AI 학계를 대표하는 석학도 세지포를 찾는다. 대표 석학인 VS 수브라마니안 다트머스대 석좌교수는 미국 과학진흥회(AAAS)와 인공지능학회(AAAI) 소속으로 300편이 넘는 논문을 게재했다. 수브라마니안 교수는 ‘AI가 공교육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만드는 로보틱스 기술도 세지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 아이언맨이라 불리는 리처드 브라우닝 그래비티 인더스트리 대표는 직접 참관객 앞에서 날아오를 예정이다. 그는 2017년 ‘다이달로스 슈트’를 처음 공개했다. 다이달로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미로를 탈출하기 위해 날개를 만든 인물에서 딴 이름이다. 다이달로스 슈트는 양손에 각각 2개의 제트 추진체와 백팩 형태의 메인 추진체를 결합한 형태로 구성됐다. 그래비티 인더스트리는 미국 콜로라도 광업대와 함께 슈트 상용화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현재 시속 50㎞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치타모바일도 자체 로봇을 선보인다. 치타모바일은 전 세계 10억 명 넘는 사람이 사용하는 모바일 보안앱 클린마스터로 유명하다. 푸성 치타모바일 창업자 겸 회장은 직접 자사의 AI 안내 로봇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세지포 무대엔 인터넷 혁명을 이끈 전설의 창업가가 찾아온다. 제리 양 야후 창업자 겸 알리바바 이사다. 제리 양은 야후를 창업하며 인터넷 시대 부흥을 이끌었다. 이후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전문 투자자로 변신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알리바바의 초기 성장을 이끌었다. 현재 알리바바 2대 주주로 이사회 이사를 맡고 있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창업가가 제리 양이라면 2019년을 대표하는 창업가는 에릭 위안이다. 그는 영상회의 소프트웨어 ‘줌(Zoom)’의 설립자다. 8년차 중고신인 줌은 탄탄한 실적에 힘입어 올해 나스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기업공개(IPO) 첫날 가격이 무려 72% 상승했고 에릭 위안은 29억달러의 지분가치를 보유한 억만장자가 됐다. 영어 한마디도 못하던 중국 이민자가 이뤄낸 신화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더욱 열광했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 에릭 위안도 올해 세계지식포럼을 찾아 직접 자신의 창업과 성장 노하우를 공유한다.
왼쪽부터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제리 양 알리바바 이사회 이사
세지포는 올해 ‘스마트바이오’ 영역을 강화했다. 100세 시대 건강한 삶을 도와주는 필수 지식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제약업계와 의료기기를 대표하는 글로벌 리더들이 집결한다. GE헬스케어가 올해 대표 주자 중 하나다. 지난해 22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GE헬스케어는 의료 영상·정보, 진단, 신약 개발 및 생약 제조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엔 차세대 핵의학 장비인 디스커버리MI(Discovery MI)를 개발했다. 디스커버리MI는 기존 장비보다 병변을 발견하는 기능이 개선돼 방사선 피폭 선량과 촬영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선보인다. 올해 세지포에서는 키런 머피 GE헬스케어 사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헬스케어 기기의 미래’에 대해 설명한다.
비아그라, 리피토 같은 스테디셀러로 유명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대명사인 화이자도 한국을 찾는다. 화이자는 2018년 기준 처방약 시장에서 453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1위에 올라섰다. 2024년까지 매년 2.1% 성장률로 처방약 매출이 512억달러로 늘어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처방약 판매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베아트리체 파로 모랄레스 화이자 국제선진시장 대표는 올해 세지포 무대에서 신약 개발의 노하우와 비전을 공유할 전망이다. 모랄레스 대표는 파르마마르(PharmaMar) 제약사에서 트레벡테딘(욘델리스) 약품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2003년 화이자에 합류해 현재 국제선진시장 대표로서 미국 한국을 포함한 57개국에 걸친 의학 제품의 유통·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화이자와 GE헬스케어 외에도 아나톨레 크라티커 세계지식재산권기구 바이오 특허권 담당과 제니 추 셀트리온그룹 미국 대표, 필립 스티븐스 제네바 네트워크 사무국장 등도 세지포를 찾는다.
글로벌 의료계 석학들도 세지포 무대에 올라 지식을 공유한다. 올해는 암 정복을 위한 핵심 열쇠인 면역학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 면역체인 T세포 분야의 대가 이선 셰바흐 미국 면역·전염병·알레르기 기구 면역학과장이 처음 한국을 찾는다. 그는 면역학 분야에서 460건 넘는 학술논문을 기재하며 독보적 입지를 다졌다. 면역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면역학 저널(1987~1992)과 세포면역학 저널(1996~2007)의 편집장을 역임했고 올해 미국 면역학협회(AAI)의 선임연구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세지포 현장에서 암 극복 화두인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s·약칭 Tregs)’를 설명할 계획이다. Tregs는 암세포의 무기다. 이를 이용해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무력화한다. 셰바흐 교수는 이 Tregs를 막아 면역 치료법의 효과를 획기적으로 증강하는 최신 연구에 대해 강의할 계획이다.
올 한 해 많은 우려를 모았던 미세먼지 대책도 세지포 현장에서 논의된다. 기후 변화와 미세먼지 관련 현안은 올해 4월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 특별세션’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사회적 재난 수준인 미세먼지를 포함해 기후 변화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정부에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국민 대토론회를 거쳐 세지포 직후인 오는 10월께 처음으로 정책 제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는 전문위원회에 속한 전문가 130여 명을 포함한 사회 각계 의견을 모아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12~3월)에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단기 대책을 만들고 있다. 이번 세지포에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과 중국의 해법을 모색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협력, 친환경 산업구조 전환 등 기후 변화 대응 관련 현안을 다각적으로 논의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이끄는 반기문 위원장을 비롯해 올랑드 전 대통령, 고노 부사무총장, 이광재 여시재 원장 등이 연사로 나선다. 기후 변화와 지속가능경영 문제를 연구해 온 존스턴 전 사무총장은 모더레이터로 세션에 참여한다. 세지포 공동의장인 반 위원장은 “재난 수준에 도달한 미세먼지 문제를 비롯해 기후 변화 관련 현안에 특단의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지만, 원인을 진단하고 중지를 모아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지식 향연 ‘세계지식포럼’은 대한민국을 지식 기반 사회로 대전환하기 위해 2000년 출범했다. 매일경제는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며 한국이 위기를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지식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절박한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세계지식포럼을 탄생시켰다.
올해 20주년을 맞아 성년이 된 세계지식포럼이 대한민국을 지식 기반 사회로 전환하는 데 기여한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세계 최정상급 연사, 이들의 식견과 통찰에서 비롯된 지식 나눔·공유, 마지막으로 이를 토대로 한 더 나은 미래 건설이다. 우선 그간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의 질과 양은 깊고도 풍부하다. 지난해까지 모두 열아홉 차례 행사를 거치며 4268명의 연사가 다녀갔다. 이들은 75개국에서 날아와 1162개 세션을 소화했다.
연례행사인 만큼 세계지식포럼은 해마다 간판스타를 바꿨다. 지난 19회에는 행사 역사상 최초로 현직 국가 정상인 케르스티 칼리울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한 해 전인 2017년 18회 행사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제67대 미국 국무장관이 가장 주목받았다. 2009년 이후 첫 방한이자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그는 미국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국제 정세 분석을 들려줬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제7대 독일 총리(2016년 17회),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2015년 16회), 니콜라 사르코지 제23대 프랑스 대통령, 하토야마 유키오 제60대 일본 총리, 칼 빌트 제39대 스웨덴 총리(이상 2014년 15회),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2011년 12회), 조지 W 부시 제43대 미국 대통령(2009년 10회) 등 세계무대를 주름잡은 지도자들 역시 세계지식포럼 연단에 섰다.
기업인, 경제인, 석학들도 세계지식포럼 청중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해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15대 의장인 재닛 옐런, 단말기 사업 실패를 딛고 5G 시대 새로운 강자로 탈바꿈한 노키아의 라지브 수리 최고경영자(CEO)도 자리를 빛냈다. 한국계 월가 금융인으로 가장 성공한 존 김 뉴욕라이프 사장도 장충아레나에 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7년 18회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 전도사 역할을 했고, 16회 때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창업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참석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자, 잭 웰치 전 GE CEO, 비즈 스톤 트위터 공동창업자, 로베르 폴레 구찌 CEO, 로빈 리 바이두 공동창업자 겸 CEO, 폴 제이컵스 퀄컴 CEO 등 유수의 기업인들이 세계지식포럼에 등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단골손님이었다. 폴 로머(2018년 수상자), 올리버 하트(2016년 수상자), 로버트 실러(2013년 수상자), 폴 크루그먼(2008년 수상자), 에릭 매스킨(2007년 수상자), 에드먼드 펠프스(2006년 수상자), 토머스 셸링(2005년 수상자), 에드워드 프레스콧(2004년 수상자) 등이 세계 경제 전반과 최신 경제학의 흐름을 세계지식포럼에서 짚어줬다.
세계지식포럼에서 이 같은 유명 연사들은 구체적 의제의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지식을 공유해왔다. 일례로 힐러리 전 장관은 한반도 정세를 논하면서 “조롱과 엄포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창의 외교’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제20회를 맞는 세계지식포럼은 유튜브 채널을 확대 개편했다. 이 채널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에 열린 세계지식포럼 중 최고 세션을 선택해 5~10분 길이로 핵심 내용을 압축해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 행사장에서는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진행되는 세션이지만 10분 이내로 줄여 출퇴근 시간이나 휴식 시간 등 짧은 시간을 활용해 보기 편해졌다. 강연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제공되지만 주요 세션은 한국어 사용자들을 위해 한글 자막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세지포 유튜브 채널은 유튜브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세계지식포럼’을 검색하면 바로 접속할 수 있다.
[오찬종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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