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데이터로 보는 상권] (23) 젊은 층도 찾는 뜨는 뉴트로 상권 대표 주자는? 서울 ‘힙지로’ 경주 ‘황리단길’ 전주 ‘객리단길’

    입력 : 2019.07.29 10:54:39

  • ‘뉴트로’는 과거를 아는 세대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다. 이들은 과거는 잘 모르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만 맛있나? 새로 먹는 우리도 맛있다!’는 느낌으로 오래된 맛집을 즐기기도 하고 1980~1990년대 나왔던 제품들에 열광하기도 한다. 이들이 전통적인 것에 반응하는 이유는 ‘향수’ 때문이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짧은 주기의 문화에 비해 전통적인 긴 주기의 문화들을 ‘흥미롭다’고 느끼거나,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트로’ 붐은 먼저 제품들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하이트진로가 72일 만에 1100만 병이 출고되었다고 자랑하는 ‘진로’ 소주는 ‘두꺼비 소주병’을 아는 중·장년층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두꺼비 소주병’을 처음 보는 젊은 세대도 함께 타기팅한 제품이다. 술의 알코올도수가 16.9도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93년까지 생산되던 원조 ‘진로’를 그리워하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레트로 감성에 중점을 두었다면, 아마 이 제품은 24~25도를 가진 고도주로 먼저 출시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16.9도의 순한 맛을 내세우며 실제로는 젊은 층을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중·장년층을 겨냥한 레트로 느낌도 분명히 있지만, 실제 마케팅 방법이나 제품의 특징은 뉴트로 쪽에 더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유적지와 카페상권이 함께 조성된 경주 황리단길
    유적지와 카페상권이 함께 조성된 경주 황리단길
    ▶당시 추억 없는 1020이 더 열광

    이번에는 해태에서 출시한 ‘복숭아 봉봉’을 살펴보자. 원래 봉봉은 1981년에 포도 봉봉으로 시작하여 꾸준히 사랑받고 있지만, 출시된 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일부러 오래된 것 같은 예전 디자인을 사용하는) 복숭아 봉봉은 실제로는 2019년 초에 출시됐다. 이 제품 역시 기존의 봉봉을 알던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켜 구매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원조 ‘봉봉’을 알지 못하는 20대 여성층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다. 이 제품의 판매 데이터를 고객과 결합하여 스위칭 분석을 해보면, 일반적인 주스 캔음료에 비해 여성의 비중이 6.0% 높게 나타나고, 20대 비중이 10.7%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레트로와 뉴트로의 차이가 명확히 나뉘는데 만약 이 제품이 ‘레트로’ 제품이었다면 40~50대 이상 고객층의 판매비중이 평균보다 높았겠지만, 이 제품은 20대 비중이 높으므로 ‘뉴트로’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바닐라맛우유(기존 ‘바나나맛우유’의 새로운 시리즈), 갈배사이다(기존 ‘갈아만든 배’를 떠올리게 하는 사이다), 매일우유맛컵(예전 자판기 우유맛을 생각나게 하는 탈지분유맛 분말, 컵 우유), 녹차베지밀(기존 ‘베지밀’에 녹차를 더한 새로운 맛 베지밀), 괄도네넴띤(기존 ‘팔도 비빔면’을 유사하게 보이는 언어로 바꿔 젊은 층이 좋아하는 언어유희와 매운 맛에 어필하는 제품), 연양갱 바(‘연양갱’을 생각나게 하는 아이스크림) 같은 제품들은 40~50대 중·장년층이 아니라 오히려 20대와 30대 초반의 반응이 좋은 ‘뉴트로’ 제품들이다.

    여기까지 제품을 통해 먼저 살펴본 뉴트로 현상에 대해 다시 정리해보면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전통적인 것’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사진설명
    ▶전국 상권도 ‘뉴트로’ 열풍

    점포나 상권이라는 지역단위에서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전통적인 것’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먼저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나고 유행을 타는지 생각해 보자. 아주 간단하게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맛집’을 ‘검색’하는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 때부터 이미 이런 결과는 자연스럽게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봐야한다.

    어떤 세대에서 ‘검색’을 가장 많이 할까? 당연히 젊은 세대다. 그럼 어느 점포가 검색결과 나오는 ‘맛집’일까? 시행착오를 겪었던 몇 년간은 광고비용을 쏟는 점포 순으로 맛집이 추천되고, 방송에 방영된 점포들이 주로 검색되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맛있고 실력 있는 점포, 광고가 아닌 실제 평판이 좋은 점포들이 맛집으로 검색되기 시작했다. 그 중 몇 십 년의 전통을 가진 점포들은 맛은 물론이고 ‘전통’을 방문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젊은 층에게 제공했다. 마치 여행을 가면 그 곳의 역사 깊은 유적지를 찾거나, 오래된 시장을 찾아보는 것처럼 ‘아무데서나 할 수 없는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층에게 ‘전통’을 채워줬던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자기표현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젊은 층의 요구에 이런 ‘특수한 경험을 주는 전통적인 맛집’들은 잘 맞아떨어졌다. 이것이 ‘요즘 들어 오래된 맛집에 젊은 층 손님들이 더 몰리는’ 원인이다.(외국인 여행객이 우리나라 맛집을 찾는 이유와 비슷하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요즘 ‘뉴트로 상권’이라고 부르는 상권들을 설명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오래된 맛집에 젊은 층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원래 오래된 맛집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성과 역사성을 지녔으니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것이므로 젊은 층의 유입이 특별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세부적으로 요즘 뜨고 있는 뉴트로 상권들을 들여다보면, 전통이 중심이 아니라 그 주변으로 상권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세부적인 조건이 붙는다면, 전통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원래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던(또는 낙후되어 있었던) 상권이 새롭게 변하면서 젊은 층을 유인하기 시작하는 상권을 특별히 뉴트로 상권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중충한 뒷골목의 화려한 변신 노가리 노천호프 천국 ‘힙지로’
    을지로의 명물이 된 만선호프
    을지로의 명물이 된 만선호프
    뉴트로 상권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아마 을지로3가 골목이 아닐까 싶다. 기존의 을지면옥(평양냉면 전문점), 양미옥(곱창·양구이전문점), 조선옥(소갈비전문점), 동원집(감자탕 전문점), 나주소나주곰탕(곰탕전문점), 은성장(불고기, 곰탕전문점), 원조녹두(파전, 녹두전전문점), 세진식당(오징어숙회, 생태탕전문점), 송전(일식전문점), 골뱅이 골목은 물론이고 작은 식당 하나하나도 ‘XX식당’, ‘XX옥’, ‘XX정’, ‘XX집’과 같은 오래된 간판을 달고 있으며 기본 20년에서 많게는 40년 넘은 식당들로 즐비한 이 곳은 점포의 역사와 전통에서는 전국 어느 지역에도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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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많은 맛집들이 있음에도 지금까지 상권의 발달이 미약하고, 젊은 층의 각광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주변 상권이 인쇄소, 조명기구, 공업소, 인테리어 관련용품과 같은 오래된 소매점들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맛집을 제외하고 갈만한 다른 공간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권은 먹을거리, 마실거리, 놀거리, 볼거리, 쉴거리 등 여러가지 기능을 갖추어야 종합적인 유인력이 생기는데, 을지로3가 상권은 먹을거리는 있되, 그 외의 기능들이 굉장히 약했던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최근 그런 기능들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하면서 젊은 층의 유입도 늘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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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권이 재편성되면서 유행이 시작된 2016년부터 지금까지 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음식업 점포들이 어떻게 늘어나고 줄어드는지 보면 최근의 유행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여겨봐야하는 업종은 ‘간이주점’과 ‘커피·음료’ 업종이다. 이 상권이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이유는 새로운 맛집들이 더 생겨서가 아니라 ‘커피한약방’이라는 대표적인 커피전문점과 ‘노가리 골목’으로 대표되는 ‘만선호프’, ‘뮌헨호프’ 등의 영향이라고 보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런 점포들은 오래된 맛집만 많았던 먹을거리 위주의 상권에 커피(쉴거리, 머물 수 있는 공간, 현대적인 감성을 보충하는 역할)와 맥주(‘맛집은 많아도 갈만한 2차가 없다’는 고객의 불만을 수용하는 역할)를 보충해 주면서 전반적으로 상권을 활성화시켜 놓았다. 이에 따라 한식과 중식, 일식 같은 업종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젊은 층에게 유행이 되면서 전반적으로 상권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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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지로 상권이 활성화된 이유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이 같은 이유는 이 지역뿐만 아니라 비활성화된 상권(구도심, 재래시장 등)을 활성화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힌트들을 던지고 있다.

    힙지로 상권이 부상한 이유 1. 낙후되어 고객이 찾지 않을 것 같은 상권 또는 점포에 오히려 낮은 임차료에 집중하여 공격적으로 입점하고 홍보한 몇몇 점포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활성화 시작

    2. 상권을 구성하고 있던 기존 점포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기능에 집중하여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새로운 업종들을 집중 배치하고 시너지를 낸 점

    3. 맛집을 찾는 젊은 고객층의 경험과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트렌디한 메뉴, 인테리어, 공간을 구성하여 젊은 고객층을 신규로 유입시킨 점

    길게 조성된 황리단길 카페거리
    길게 조성된 황리단길 카페거리
    “신라고분 코앞에서 커피 한 잔” 경주 노포 새단장한 ‘황리단길’ ‘알쓸신잡’에 방영되면서 역사 유적과 젊은 감성의 결합으로 잘 알려진 황리단길도 대표적인 뉴트로 상권으로 분류된다. 앞선 힙지로와 다른 점은, 힙지로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오래된 맛집들이 전통을 담당하고,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점포들이 결합하여 신·구의 조합을 이루었다면, 황리단길은 천마총이나 고분과 같은 역사유적들(지역자원)이 이미 ‘전통적인 부분’을 채우면서 외부 고객을 유인하고, 의도적으로 조성된 옛날 풍의 점포들이나(한옥 구조), 지역자원을 그대로 살리는 콘셉트의 점포들(고분을 바라보며 마실 수 있는 와인이나 커피 등)이 새로움을 주면서 젊은 층이 흡수되는 구조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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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0 유입비율 늘고 전국적인 유명세 누려

    분석결과에서 나타나듯이 황리단길은 10대부터 20대 후반까지 점차 젊은 층의 고객비중이 늘고 있고, 점포수와 매출이 급성장 하고 있다. 다만 너무 급격하게 성장하다보니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고, 한 번 유행이 꺾이는 시점에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런 뉴트로 상권은 일단 ‘전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전통이 흔들리지 않는 이상 급락의 우려는 덜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 전통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면, 황리단길은 ‘역사유적’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이 부분이 오래된 맛집으로 구성된 힙지로의 ‘전통’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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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말하면, 천마총이나 고분을 찾는 관광객은 꾸준할 수 있지만, 황리단길이 아닌 다른 대체 상권을 찾을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황리단길 내부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마케팅·홍보의 문제, 맛이나 가격대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고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언젠가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한 번 꺾이고 나면 상권이 회복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안되고 나서가 아니라 잘될 때 이런 고민들이 이루어져야 상권의 활성도가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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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빔밥과 디저트 카페의 결합” 전주 한옥마을 넘보는 ‘객리단길’ ‘온 고장에 맛이 퍼져있다’는 전주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한정식과 콩나물국밥이다. 전주비빔밥, 막걸리 골목, 초코파이, 가맥집(노가리와 맥주)도 생각나긴 하지만 그래도 한식의 고장인 만큼 한식류가 전주의 뼈대를 이루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주 객리단길에 자리 잡은 카페전경
    전주 객리단길에 자리 잡은 카페전경
    그런데 조금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한정식 전문점’으로 분류되는 점포들은 지역 전체적으로 퍼져있어 특정한 맛집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하기에는 집중도가 부족하다. 반면, ‘콩나물국밥’은 ‘삼백집’이라는 오래된 브랜드와 남부시장식 ‘현대옥’이라는 브랜드가 양 축을 이루면서 지역에 특성을 부여할 만한 역사와 스타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남부시장은 현대옥을 중심으로 순대국, 비빔밥 같은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들이 모여 이미 활성화된 상태였고, 전주 한옥마을이 자리 잡으면서 그 활성도가 배가 되었던 경우였다.

    그리고 주변지역 활성도가 부족했던 삼백집 주변이 한옥마을과 시너지를 내면서 성장하고 있는 상권이 바로 객리단길(객사길)이다. 아마 예전 삼백집 본점을 찾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최근 엄청나게 변한 주변상권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상권의 구색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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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집·카페들이 상권보완

    힙지로와 마찬가지로 커피전문점과 디저트 카페 같은 기능들이 상권에 보완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하지만, 이보다 객리단길은 새로운 맛집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을 더 주목할만 하다. 트렌디한 양식당이나 초밥, 전주를 대표하는 푸짐한 한상차림의 주점이나 가맥집(가게맥주집)을 본떠 만든 호프집이 새로 등장했고, 곱창이나 베트남쌀국수 전문점도 생겼다. 전통적인 맛집에 더해 새로운 음식점들이 기존 점포들과 어우러지면서 하나의 음식거리로 조성되어 간다는 점이 객리단길의 특징이다. 이와 같이 조금씩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뉴트로 상권들은 아래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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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아무리 안정성이 보강되었다 해도 유행이라는 것이 원래 지나가고 새로 오는 것처럼 상권이 발달하고 성장하는 지금 시점에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급락하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상권들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새로 기회를 찾으려는 예비 창업자라면 이처럼 오래된 맛집이나 활성화된 점포 주변의 부족한 기능(업종)이 무엇인지 살펴서 보완적인 형태로 창업을 고려하는 것이 뉴트로 상권이 주는 시사점이다.

    주말이면 거리 곳곳에 사진을 찍는 방문객이 많은 객리단길
    주말이면 거리 곳곳에 사진을 찍는 방문객이 많은 객리단길
    뉴트로 상권의 특징 1. 전통적인 것을 기본으로 하되,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는 형태로 새로운 것이 채워지는 상권이라는 점

    2. 검색과 자기표현을 키워드로 하는 젊은 층에 확산속도가 빠르고 반응이 나타난다는 점

    3. 기존에 급성장했다가 급하락했던 다른 상권에 비해 전통적인 지역자원이나 오래된 맛집들이 지지해 주기 때문에 한층 안정성이 보강되었다는 점

    [박지훈 기자 주시태 나이스지니데이타 연구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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