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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부동산 어디로 움직일까
입력 : 2015.04.03 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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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가 오르고 모델하우스에 긴 줄 우선 현장에선 매기가 살아나면서 매매가격도 조금씩 상승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개발 호재가 이어지는 일부 지역에선 급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전세가가 뛰기 시작했다.
판교금토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제2 테크노밸리 개발 호재가 있는 판교 봇들마을 일대엔 연초만 해도 남아 있던 매물이 대부분 소진됐고 신규 물건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테크노밸리와 인접한 이 일대엔 전세매물이 귀해 현재 29평이 5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에선 재건축의 속도를 높여가는 개포동 일대에 새로 투자를 문의하는 전화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이나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는 모습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산출하는 아파트가격 현장지표인 ‘KB부동산 전망지수’는 지난 2월 25일 기준으로 115.0(전국 기준)을 기록해 2개월 연속 상승하며 가격상승 기대감이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121.5)이나 수도권(122.2)에서 이 지수가 전월에 비해 크게 상승해 핵심지역의 부동산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덕분에 실제 매매가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2월 중 0.27% 상승해 1월의 0.15%보다 상승폭을 키우면서 2013년 9월 이후 18개월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0.19% 상승한 데 반해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는 0.31%나 뛰었다. 서울의 전세가 상승이 경기도 일대 아파트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기 지역 가운데서도 특히 서울 인근의 광명시를 비롯해 하남, 김포, 군포시 등의 매매가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에서 촉발된 전세의 매매 전환 수요가 경기도까지 확산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들 외에도 분당이나 용인, 안산 일대의 부동산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거래가격이 꿈틀대면서 분양시장도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모델하우스마다 내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고 인파가 몰려 주말에 보지 못한 사람들의 발길이 평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청약 열기는 비인기지역의 군소업체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물량이 소화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셋째 주에 청약을 받은 전국 12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9곳이 청약을 마감했고 2순위까지 가서도 미달이 확정된 아파트는 단 1곳에 불과했다.
특히 인근에 삼성반도체 등 기업들이 많은 수도권의 동탄2 신도시 같은 경우, 반도건설의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5.0과 6.0 아파트가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393가구를 모집한 ‘아이비파크 6.0’ 단지의 경우 평균 62.8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최고 경쟁률은 493.4 대 1(기타 경기지역)이나 됐다.
울산에선 아이에스동서의 ‘울산 드림in시티 에일린의 뜰 2차’ 아파트가 626가구 모집에 2만2873명이 접수해 36.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구미 ‘문성파크자이’는 90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2975명이 접수해 평균 14.3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의 활성화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회복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고,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은 “부동산 활기가 지속되고 있다. 심리적으로 금리 3%대에서는 버티던 투자자들이 기준금리가 2%를 거쳐 1%대로 떨어지니 더 이상 앞이 안 보인다며 부동산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번 상승이 대세상승까지 이어졌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최근 가격 상승이나 청약 열기가 투자 차원의 수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급등하는 전세가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 정도로 보인다는 얘기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돈이 없는 세입자들이 급등하는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해 분양시장으로 몰려드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목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분양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등하는 전세금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그쪽이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분양을 받을 경우 이자후불제 등을 이용할 수 있어 당장 자금 부담이 심한 세입자들이 분양시장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함영진 센터장도 “이번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세시장 불안에서 촉발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그동안 전세가가 너무 높게 치솟았고, 또 저금리 국면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속도도 너무 빨라 대처하는 데 힘들었던 세입자들이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하려는 수준의 거래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렇기에 “아직은 대세상승이 아니다. 지금 거래물량의 80% 이상이 전용면적 85㎡이하다”고 덧붙였다. 대세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중대형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야 하는데 현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도 “아직은 거래가 활성화되는 정도며 힘은 세지 않다. 투기적 투자는 없고 당분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부동산 시장은 철저히 실수요자 위주의 장이며 이 점이 과거 상승기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관심은 여전히 수익형 전문가들은 아직 투자자금은 철저히 수익형 부동산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지점장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대안을 찾고 있다. 이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수익성 물건을 찾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물건만도 1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부동산 투자의 경우 오피스텔이나 상가 같은 현금 유동성이 나오는 곳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다만 “최근 들어 자녀명의로 재개발이나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를 사주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더라도 아직은 실수요자 차원의 매수란 게 그의 설명이다.
함영진 센터장도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수익형 부동산을 보되 임대수익률의 적정선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부 지역에선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고 분양가가 너무 높아 수익이 나오기 어려운 물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익형 부동산 역시 철저히 여유자금, 자기자금으로 투자해야 하며 대출이 많으면 수익률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투자차원 접근은 부담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아파트의 경우 아직은 투자 차원의 접근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회복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확신보다는 2~3년 후 예상되는 입주물량이나 금리상승 부담 같은 부정적 측면이 더 크게 보인다는 점에서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구매력이 있다면 투자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눈앞의 움직임만 보기보다는 2~3년 이후를 내다보고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때가 되면 입주물량이 늘어나고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수요자 위주로 접근하라는 얘기다. 함영진 센터장은 특히 요즘 경쟁률이 높은 지방 아파트조차 경계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세지만 공급이 많기 때문에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금 입주가 시작됐다. 공급 과잉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
한편 함 센터장은 4월 분양 물량 가운데 위례신도시나 하남시, 서울 강북의 마포나 서대문구 아현 구역, 성동구의 금호동 일대. 동탄2 신도시 등의 아파트들이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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