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블로그 매매 뒷거래… 술술 새는 개인정보 | 네이버·다음 “우리 잘못 아냐”

    입력 : 2014.04.11 17: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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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같은 경우 회원 수가 100만명이 넘고 게시글 상위 노출도 잘되고 월세(광고료)도 꽤 나오는 카페는 1억원이 넘어가죠. 몇 년 전에 회원 수 800만명 카페가 10억원에 팔린 사례도 있어요.” 포털사이트 소모임 격인 인터넷 카페를 전문적으로 매매한다는 몇몇 브로커들과의 통화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친목이나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가 오프라인 커피숍보다 고가에 거래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를 음성적으로 사고파는 뒷거래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카페 매매를 전문적으로 중계하는 사이트는 수십 개에 이른다. 대표적인 사이트인 셀클럽에 접속하면 카페를 팔겠다는 게시글이 4000개가 넘는다. 네이버와 다음이 압도적이다. 매물을 클릭해 보니 카페의 특징과 회원 수, 양도가격 밑에 개인 연락처를 남겨놓는 방식이다. 직접 카페를 구경할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놓은 글도 상당수다.

    “업체 리뷰용인가요? 쪽지 발송용인가? 사용하시려는 용도와 원하시는 가격을 말씀해주시면 매물을 맞춰드릴게요.”

    다수의 브로커에 따르면 카페의 매매는 대략 세 가지로 시세가 형성된다고 한다. 첫째는 가입자 수로 1인당 대략 50~100원 사이에 책정된다. 단 10만명 이상일 경우 포털 상위노출이 가능해 프리미엄이 붙는다. 두 번째는 속칭 ‘월세’라 불리는 광고료다. 인기카페의 경우 메인과 게시물 배너나 공지글 등을 통해 올리는 광고료가 상당하다. “배너 크기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유명한 카페의 경우 배너 하나당 150만원씩 들어오기도 해요. 배너 수 세어보시면 대충 월세 얼마인지 계산 나오시죠?”

    마지막 가격결정요인은 카페 활성화 정도다. 게시글이 많고 클릭 수와 방문자 수가 많은 카페의 경우 회원수가 조금 적더라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입자는 많지만 게시글이나 방문자가 적은 ‘죽은 카페’의 경우 가격은 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카페를 구매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근래는 광고효과를 노린 업체들이 사들이는 사례도 많다.

    한 브로커는 “카페 가입자의 성비나 연령대가 어떠한가에 따라 문의해 오는 업체들이 달라진다”며 “젊은 여성들이 다수인 미용이나 애견 등을 주제로 한 카페의 경우 성형외과나 화장품 업체들이 많이 사들이고 바이크나 자동차 장비 등 남자들이 월등히 많은 카페는 가입자 수가 적어도 성매매 업소들이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카페를 사들인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조작된 리뷰를 다수 올려 바이럴 마케팅을 통한 호객행위에 나서거나 제품 할인권이 담긴 내용의 단체쪽지를 보내기도 한다. 아예 카페와 제휴를 맺었다는 공지글을 남기고 리뷰단을 모집하거나 중국산 저가제품을 들여와 판매하기도 하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공동구매로 빙자해 땡처리 하는 케이스도 있다.

    실제 매매 중계사이트에 판매완료 됐다는 카페들을 살펴봤다. 6개월 전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 카페의 경우 1만명의 가입자가 등산 정보를 나누던 동호회가 교육정보교류 모임으로 성격이 변해 있었다. 특히 한 강남권 영어학원에 대한 칭찬과 리뷰들이 눈에 띄게 많이 게시돼 있었다. 카페 회원들에게는 공동구매 형식으로 매달 10명 이상 함께 등록할 경우 20%의 수강료 할인과 스터디룸 이용권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남성회원이 다수였던 5000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한 여성연예인 팬클럽 카페는 은밀하게 성매매 정보를 나누는 곳으로 변질돼 있었다. 이곳은 서울지역 성매매 업소의 위치나 정보 경험담 등을 게시하고 ‘성실한’ 리뷰를 작성한 사람에게는 무료이용권도 제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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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권 넘기기 전 개인정보매도 다반사 실상 카페매매는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것과 같다. 일반적으로 카페 운영자는 가입자의 성별·나이·아이디·이메일 주소 정도만 접근이 가능하지만 카페 성격에 따라 가입 시 생년월일·휴대전화번호, 심한 경우 주민번호를 입력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공동구매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카페의 경우 회원별로 반품 시 필요한 계좌번호를 적기도 한다. 새롭게 바뀐 운영자는 카페의 성격이 바뀌더라도 전 운영자가 접근할 수 있었던 회원정보를 고스란히 쥐게 된다.

    한 브로커는 “전문적인 카페 매도꾼들이 운영권을 넘기기 전에 가입자DB를 먼저 팔아치운다”며 “전문업자들끼리는 카페 개인정보 사전 매도여부가 협상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활동이 뜸한 ‘죽은 카페’의 경우는 가입자 수가 많고 다양한 개인정보가 DB화 되어 있을수록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

    카페매매시장이 커지다 보니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한 용도로 개인정보가 거래되기도 한다. 카페 운영권 판매를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매매가를 높이기 위해 편법을 쓰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개인정보 브로커가 중국 해커들을 통해 국내 포털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개당 140~160원씩 3000만원어치를 사들여 카페매매 대행업체에 넘긴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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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키운 블로그 빌리거나 삽니다” “블로그 50만~60만원에 삽니다. 4년 이상 된 블로그는 100만원 드립니다.”

    최근에는 카페뿐 아니라 회원 없이 개인이 운영하며 다수의 트래픽을 얻는 블로그도 거래되고 있다. 주로 쪽지나 답글을 통해 인기 블로거에게 접근한다. 구매를 원하는 쪽은 대다수 제품이나 업체를 홍보하기 위한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이다. 그러나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개인이 업무에 도움을 받거나 카페와 마찬가지로 매달 나오는 광고료를 얻기 위한 경우도 있다.

    네이버는 애드포스트라는 시스템을 통해 블로거가 얻는 광고수익을 공유한다. 애드포스트는 본문과 연관된 광고가 포스팅한 글의 하단에 노출되는 방식으로 방문자가 클릭을 할수록 광고료가 책정된다. 예를 들면 뮤지컬에 관한 글에 대해 포스팅할 경우 하단에 티켓예매에 광고가 뜨는 방식이다. 광고 단가와 종류는 수시로 변하고 방문자 수에 따라 변수도 있지만 파워블로거의 경우 이러한 포스팅광고를 통해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블로거들이 광고성 포스팅을 남기는 대가로 업체들에게 돈이나 제품을 협찬 받는 것은 관행이 된 지 오래다.

    마케팅력에 상업성을 갖춘 블로거는 자연스레 매매대상이 되고 있다. 카페와는 다르게 계정자체를 넘긴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인수받은 업체들이 불법적인 용도로 블로그를 사용할 경우 계정주인도 처벌을 피해가기 힘들다.

    계정을 넘기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블로거에겐 대여를 제안하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두 건씩 직접 계정에 접촉해 원하는 포스팅을 직접 올리는 방식으로, 주나 월 단위로 해당 글의 키워드가 노출순위나 댓글 수 등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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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다음, 중계사이트 광고해줘 개인정보유출은 물론 다양한 탈법행위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 카페와 블로그 매매는 포털사이트들이 자체적인 약관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그 매매 자체가 현행법에 위배되는 행위는 아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에 대해 “400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동원해 카페매매 등 약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감시하고 있지만 카페운영자는 금품이 거래되지 않아도 상시 바뀔 수 있어 가입자들의 신고 외에는 특별히 정황이나 증거를 잡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음 측은 “약관상으로 카페 내에서 상거래는 허용하지만 카페 자체를 매매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개인끼리 은밀히 만나 직거래로 이뤄져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에 대해서도 포털 측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 네이버 측은 “카페매매를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공동구매나 절차를 통해 얻은 개인정보를 유출했을 경우 법제상 책임은 개인정보 보호담당자인 카페운영자에 있다”며 “운영자가 무단으로 유출한 포털에 책임을 묻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은 카페·블로그 매매 근절을 위한 기본적인 자정작용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수의 브로커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 내에서 쪽지나 카페 글로 매수타진부터 협상이 이뤄지지만 실제로 단속이 된 케이스는 천의 하나”라며 “금전거래 역시 직거래나 차명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손을 놓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양 포털사이트에서 ‘카페매매’나 ‘블로그 매매’를 검색할 경우 관련 매매중계사이트가 광고업체들 중 상위에 노출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오히려 포털이, 규제하고 있는 탈법행위를 중개하는 업체의 광고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생태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다양한 불법행위의 원흉이 되고 있는 카페·블로그 매매에 대한 포털의 자성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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