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핑몰의 호텔변신 기대 컸는데…명동 밀리오레의 불운

    입력 : 2014.02.07 09:55:12

  • 명동 밀리오레
    명동 밀리오레
    ‘쇼핑몰 랜드마크 호텔로 변신한다’ 2011년 5월 다수의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뉴스는 명동의 대표쇼핑몰인 명동 밀리오레가 비즈니스 호텔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온라인 쇼핑산업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업황이 눈에 띄게 위축된 데다 명동에 들어선 대형SPA브랜드와 플래그십 스토어, 거리를 점령한 노점에 파이를 많이 빼앗겨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였던 지라 밀리오레를 운영하는 성창F&D의 선택은 옳아 보였다.

    사실 높은 땅값을 자랑하는 명동은 객실점유율이 어느 정도 유지되더라도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어 호텔업을 비롯한 숙박업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쏟아지는 중국, 일본 관광객들로 숙소 부족현상이 빚어지자 정부가 앞장서 주택건설 기준을 개정해 그동안 금지되었던 주택, 호텔 복합건축을 상업지역에 한해 허용했다. 앞서 동대문 프레야타운(현 케레스타) 꼭대기 3개 층에 들어선 관광호텔의 성공사례를 목격한 성창F&D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호텔로의 변신이 충분히 승산 있다는 판단 하에 업종전환을 결정했다.

    2011년 3월 명동 밀리오레는 서울시 중구청에 판매·숙박시설로 용도변경을 인가받아 지하1층에서 지상2층은 여성복 중심의 매장을 유지하고 3층부터 17층까지는 호텔로 리뉴얼공사를 시작했다. 층별 면적은 대략 1300~1400㎡(393~424평)로 층마다 약 50여 개의 객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당시 성창F&D관계자는 “완성될 비즈니스 호텔은 객실 수 783실 규모로 국내 최대규모이며 이르면 2012년 상반기부터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명동 밀리오레는 80%정도 리노베이션을 마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채 텅텅 비어있는 상태다.

    일반적인 비즈니스호텔 숙박비용은 1일 15만원으로 인근 호텔 평균 객실 점유율보다 낮은 70%로 가정하면 정상적인 계획대로라면 올릴 수 있었던 2년간 약 600억원의 매출을 날린 셈이다.

    사진설명
    매출은 줄고 대형 송사에 휘말려 “명동에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고 하나 매출은 오히려 줄었어요. 호텔영업이 시작되면 숙박 고객이 늘어나 경기가 괜찮아질까 하고 버티고 있는데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따름입니다.”

    명동 밀리오레에 입점해 있는 한 점포주는 “매출 감소폭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 엔화 약세에 따라 일본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지난 10월 통과된 여유법(旅遊法) 여파로 중국관광객 증가세도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여유법은 원가 이하의 저가상품 판매, 쇼핑 강요, 별도 수수료 징수, 숙박장소 임의변경 등 단체여행상품의 기본비용을 낮추는 공식들을 모조리 금지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법안이다.

    이로 인해 저가 패키지여행을 즐기던 중국인 관광객은 상당수 줄어들었다. 매출이 줄어들자 공실이 늘어나며 쇼핑몰 사업자의 수익성도 자연스레 나빠지고 있다.

    성창F&D가 호텔 리노베이션 공사를 멈춘 주된 이유는 재정악화다. 몇 년간 쇼핑몰 매출이 곤두박질치며 성창F&D의 적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 입은 손실액은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사세도 눈에 띄게 줄었다. 2007년 대구 밀리오레, 2008년 수원 밀리오레를 차례로 처분했고, 2011년에는 광주 밀리오레까지 경영 부진을 이유로 이랜드에 넘겨 현재 명동, 동대문, 부산, 신촌 4곳만을 운영 중이다.

    몸집을 줄이는 한편 비즈니스 호텔업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가던 와중에 성창F&D는 심각한 암초에 부딪혔다. 성창F&D는 지난 2004년 신촌기차역 민자역사 임대사업자로 선정되면서 1200억원을 들여 신촌밀리오레를 신축하고 상가분양을 시작했다. 분양대행업체들은 일제히 ‘신촌 기차역이 인천국제공항노선에 포함될 것이며 경의선 복선화가 완료되면 5~10분 간격으로 열차가 운행된다’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에 세입자들은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2006년 9월부터 영업을 시작했지만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입점업체들이 철수하면서 한때 공실률은 70%에 달하기도 할 정도였다. 분양 당시 홍보했던 것과 달리 신촌경의선 복선화사업에 신촌기차역이 포함되지 않자 세입자 124명이 “허위·과장광고에 속아 상가를 분양받았다”며 성창F&D를 상대로 분양대금반환 청구소송을 청구했다.

    3년간 진행된 소송에서 대법원까지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촌밀리오레 상가가 위치한 신촌기차역은 경의선 복선화 사업구간에 포함되지 않고 인천국제공항 노선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5~10분 간격으로 전동차가 다니고 인천공항 역세권에 든 것처럼 광고했다”고 밝히며 분양대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가뜩이나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성창F&D는 900억원이 넘는 부채를 한꺼번에 상환해야 한다.

    명동밀리오레에 인접해 건축되고 있는 명동데이즈호텔
    명동밀리오레에 인접해 건축되고 있는 명동데이즈호텔
    전방위적 매각시도 실패… 재무구조 악화 가속 지난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성창F&D는 4년 동안 계속적인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일부 금융기관 차입금에 대한 연체가 발생하는 등 자금조달과 관련해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육지책으로 성창F&D는 명동밀리오레 매각카드를 꺼내들었다.

    80%가량 진행된 리노베이션 공사를 멈추고 이를 인수해 비즈니스 호텔을 운영할 대상자를 찾아 나선 것이다. 2012년 당시 명동일대에 불어온 비즈니스호텔 붐으로 초기에는 인수후보자들이 넘쳐났다. 매물로 나온 시점부터 지금까지 인수후보군 목록에 오르내린 곳은 웨스틴조선, 롯데호텔, 프리마호텔 등의 호텔업체는 물론 동부증권, KB자산운용 금투사까지 10 곳이 넘는다. 신촌 밀리오레 역시 2012년 이마트와 이랜드가 인수 추진한다고 보도됐으나 양사 모두 부인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언론사가 ‘단독’타이틀을 걸어가며 보도한 뉴스는 모두 오보가 됐다.

    전문가들은 명동 밀리오레 매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매각희망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관광객의 숫자가 감소한데다 수도권지역에 비즈니스 호텔이 집중적으로 문을 열어 사업성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장진텍 프라퍼트리 이사는 “입지적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인근에 다수의 비즈니스 호텔들이 문을 열어 영업 중이며 올해 역시 10여 개의 새로운 호텔이 등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도가 많이 줄었다”며 “2~3년 정도는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이후에는 공급이 넘쳐 하향세를 그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성창F&D 측이 제시하는 명동 밀리오레 매각희망가는 2000억~2500억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창 F&D 측은 쉽사리 매각희망가를 내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매각이후 차입금과 분양대금을 반환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 말 명동 밀리오레는 차입금담보와 전세권 설정금액이 1835억원 가량으로 늘어난 상태다.

    둘째는 리노베이션 구조에 있다. 쇼핑몰 용도의 빌딩을 호텔로 바꾸다보니 창문이 없는 일명 ‘먹방’이 20% 이상 발생하는 등 서비스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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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IB업계 M&A전문가는 “특급호텔들이 명동의 중심이란 상징성으로 눈독을 들이다가도 균일하지 못한 객실구조와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차시설 등을 이유로 돌아서고 있다”며 “반면에 700개가 넘는 객실에 영업력이나 인지도가 부족하거나 호텔 운영 경험이 없는 곳이 매수하게 되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문제는 기존에 입점해 있는 쇼핑몰 점포들이다. 기본적으로 인수자는 호텔시설에 필요한 식당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기를 바라지만 장기임대한 점포주들은 호텔입점만을 바라보고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호텔업계 전문가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성창F&D와 매수희망자, 입점한 점주들의 협상이 선행되지 않는 한 필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장기간 매각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성창F&D는 매각 외에 장기임차를 통해 호텔을 운영할만한 회사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밀리오레 매각이 장기화되면서 성창F&D의 위기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성창F&D는 2012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재무위기 타개를 위한 호텔의 매각완료시점을 지난해 5월로 자신한 바 있다. 이를 통한 매각자금과 명동 밀리오레 상가의 임대수익 및 신촌 밀리오레와 동대문 밀리오레의 임대수익 및 주차수입을 통해 차입금과 분양대금을 상환할 심산이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 측은 보고서에 “기업으로서의 존속여부는 향후 자금조달계획과 안정적인 경상이익 실현을 위한 재무 및 경영개선계획의 성패에 따라 결정되므로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매각 등 당사의 계획에 차질이 있는 경우에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려우므로 당사의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사업 활동과정을 통하여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설상가상 지난해 12월 유종환 성창F&D 대표의 60억원대 삼성동 개인자택이 경매 법정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매물이 아닌 경매법정에 생가가 매물로 나왔다는 점과 채권 청구액이 감정가의 13%인 8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성창F&D는 물론 유 회장의 재무상태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성창F&D는 유종환 회장과 2인의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사면초가 국면에 직면한 고졸 출신 쇼핑업계 성공신화 유 회장이 어떠한 묘책을 가져올지에 따라 성창F&D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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