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천만에!…놀라운 스포츠사이언스 세계

    입력 : 2014.01.09 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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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은 스포츠의 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넘쳐난다. 당장 2월에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6월에는 한 달 간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다. 두 달 남짓 숨을 고르고 나면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의 막이 오른다. 비단 세계적인 이벤트 뿐 아니라 3월에 개막하는 프로야구와 ‘류뚱’과 ‘추트레인’이 버티고 있는 메이저리그, 해마다 최대관중기록을 경신중인 프로축구와 든든한 해외파들이 맹활약하는 해외축구 등 스포츠에 열광하는 광팬이라면 1년 내내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 있는 환경이다.

    첨단과학이 바꿔놓은 스포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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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할까? 스포츠의 본질인 인간 본연의 능력의 한계에 대한 도전과 가장 순수한 경쟁이라는 답으로는 부족하다. 록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 영웅들, 만년 꼴찌를 기록하는 팀이 자신의 것인 양 열정을 보이는 팬클럽, 지역연고의 치열한 더비경기 등 대중의 관심 속에 녹아든 스포츠 마케팅의 힘을 무시하기 힘들다. 소득과 여가 수요가 증가하며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시장규모와 성장잠재력, 마케팅 효과 등 스포츠는 어떤 분야보다 매력적인 산업임에 분명하다. 특히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기업 측면에서 단기간에 글로벌 소비자에게 자사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전체 인구의 30%이상이 시청한다는 슈퍼볼은 1초당 광고비가 1억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학계에서는 스포츠 의류 및 용품 판매, 경기장 건설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스포츠 시장규모는 2015년 8000억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 프로산업의 영역에 들어선 스포츠는 경쟁에 있어서도 선수의 능력위주에서 관련 기업의 기술력 경쟁의 각축장으로 확대됐다. 사실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근력, 지구력, 순발력 등 스포츠를 통해 발휘할 수 있는 인간의 생체 역학적 능력은 한계치에 근접했다. 점차 기록 수립빈도는 저하되고 2027년경에는 기록 경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계치에 근접한 신체능력을 커버할 유니폼·장비 등 신소재, 신기술이 도입되고 대부분의 선수들도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기록 경신이 촉진되는 기술력 경쟁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스포츠과학이 실제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10%내외라고 분석하고 있다. 0.001초에도 승부가 가려질 만큼 종이 한 장의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전문선수들 간의 경기에서 이는 막대한 영향력이 아닐 수 없다.

    스포츠사이언스가 접목된 가장 일반적인 분야는 유니폼이다. 경기력 향상과 안전도 제고 등 선수의 능력치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다양한 유니폼이 개발되고 있다. 아디다스는 일찍이 폴리에스터 섬유를 사용해 땀을 즉각적으로 배출해주는 유니폼 클리마쿨(ClimaCool)을 개발했다. 모세관 현상을 응용해 피부에 맞닿는 쪽은 굵은 실로 바깥쪽은 얇은 실로 원단을 제작해 인체의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발산하도록 설계돼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일본 대표팀이 유니폼에 적용하기도 했다.

    나이키는 신체부위별로 소재를 달리하여 공기저항을 최소화시킨 스위프트 스킨(Swift Skin)이 대표적이다. 신체부위별로 공기흐름이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해 상체에는 매끄러운 소재를, 팔다리에는 미세한 돌기가 있는 특수소재를 사용했다. 이는 골프공의 작은 홈(딤플)이 만드는 소용돌이가 공기저항을 분산시켜 비거리를 늘려주는 원리를 유니폼에 응용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유니폼은 따로 있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대표님의 유니폼은 속이 훤히 비추는 황금색으로 제작됐다. 특히 비치는 부분이 속옷처럼 보여 선정성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미즈노가 4여 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려 개발한 이 유니폼은 경기 후 기술유출 방지를 이유로 회수해가는 등 올림픽 기간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했다.

    장비 경쟁도 치열하다. 푸마는 단거리 육상강국 자메이카 선수들의 달리기 동작이나 정교한 움직임을 연구해 런닝화 에보스피드(Evo Speed)를 개발했고 2012년 우사인 볼트의 런던 올림픽 석권이후 대중적인 제품을 출시해 빅 히트를 기록했다.

    고강도, 고탄성을 구현한 특수소재의 장비가 제작되며 선수들의 기록경신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경우도 있다. 장대높이뛰기의 경우 20세기 초까지는 주로 호두나무나 물푸레나무 등 탄성이 뛰어난 천연재료로 장대를 제작해 기록은 3m대에 불과했다. 이후 1912년 대나무장대가 등장하며 이전까지 마의 기록이었던 4m벽이 깨졌다. 1960년대 이후에는 유리섬유장대를 사용하며 5m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골프클럽의 샤프트는 감나무에서 금속 그라파이트 복합소재 등으로 재료가 변화하면서 비거리는 물론 방향 제어능력도 개선됐다.

    오심은 게임의 일부가 아닌 오심일 뿐이다 무조건적으로 심판의 권위를 중시해 ‘판정도 경기의 일부’라는 시각도 변했다. 과거 판정을 객관적이고 정밀한 방식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었으나 최근에는 카메라 기술을 비롯해 각종 센서나 정밀계측 및 판독기술이 개발되어 심판의 오심은 논란거리를 넘어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명백한 오심으로 억울하게 승부가 뒤바뀌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더 이상 오심에 승복하는 것이 정정당당한 스포츠정신에 합당한가? 라는 의문의 시각도 생겨났다.

    다수의 스포츠 종목은 이러한 추세에 맞게 새로운 판정기술을 도입했다. 테니스의 경우 선수가 전자시스템을 통해 공의 아웃여부를 판독해줄 것을 요청하는 챌린지 규정이 생겨났다. 호크아이(Hawk Eye)라는 판독 시스템을 통해 경기장에 설치한 여러 대의 카메라로 공의 궤도를 포착한 후 영상처리를 통해 아웃여부를 판정한다. 이는 방송화면보다 1초당 프레임수가 많아 슬로모션으로 잡지 못하는 순간까지 포착할 수 있다. 야구에서도 홈런여부를 리플레이를 통해 재확인하는 영상판독 규정을 도입했다. 이전까지 보수적이고 고집스러운 종목의 대명사로 불리던 축구도 오심으로 점철됐던 과거전력을 씻고자 최근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시범적으로 호크아이 판독기술을 적용하고 2014년 월드컵에서도 역시 채택할 예정이다. 육상이나 수영 등 찰나의 기록경쟁이 중요한 종목에서는 첨단 계측기기 경쟁이 두드러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00m 결승전에서는 1위를 제외한 순위를 모두 사진판독으로 결정됐다. 선수들의 기량차가 상향평준화 된데다 특히 단거리 종목일수록 한꺼번에 결승선을 통과하므로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미세한 차이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에서 사용된 카메라는 1초에 2000장의 사진을 촬영해 자동으로 착순을 표출해 순위를 판독한다. 1932년 LA올림픽부터 공식 타임키퍼 역할을 맡았던 오메가는 런던올림픽 당시 100만분의 1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퀀텀 타이머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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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보다 생동감 넘치는 초첨단 중계시스템 스포츠 경기를 TV로 시청하다 보면 생생한 현장감이 아쉽다. 그러나 방송사의 고객은 현장을 찾은 관객이 아닌 시청자다. 영상, 통신 등 IT기업 뿐 아니라 방송사 등 스포츠를 콘텐츠화 하는 미디어 기업 역시 중계시스템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BBC는 런던올림픽 체조 종목에서 선수의 연기를 360도로 촬영해 연속동작으로 재생하는 신선한 방식의 화면을 제공했다. 야구중계에서는 고속카메라로 투수와 포수를 일직선 각도에서 찍어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의 궤적과 속도를 생생하게 표현해주는 피칭캠,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화면을 3D로 합성해 타구방향과 선수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플레이백 시스템 등 기존에 보지 못했던 각도에서 경기장면을 보여줘 생동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계시스템과 더불어 센서나 대형 디스플레이, 가상현실기술 등을 활용한 체험형 가상스포츠가 개발되며 새로운 사업영역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시뮬레이션 기술이 스포츠에 활용되면서 스포츠활동에 필요한 공간·장비 등의 제역이 대폭 완화되며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골프존이 대표적인 예다. 초고속 센서, 3D그래픽, 영상·음향, 가상현실기술 등이 결합된 골프 시뮬레이터를 대중화한 골프존은 ‘실내 골프’라는 영역을 개척했다. 스크린골프는 전국대회로 개최되고 케이블TV의 콘텐츠로 제작되는 등 빠른 속도로 대중화 됐다. 최근에는 스크린 야구, 스크린 사격, 동계스포츠용 스크린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가상 스포츠 체험기기가 개발되고 있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 “스포츠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분야가 확대될수록 스포츠공간과 장비가 가상화되는 ‘디지털 스포츠’가 유망 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가 IT선진국으로서의 경험과 관련 기업의 노하우를 엮어 디지털 스포츠를 선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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