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wyer]한국도 아름다운 퇴장

    입력 : 2013.04.08 15:13:30

  • 상도동의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김능환 전 중앙선관위원장
    상도동의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김능환 전 중앙선관위원장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전관예우 차단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퇴직 공직자라도 변호사나 세무사, 회계사 자격증만 있으면 로펌이나 세무법인, 회계법인 등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중점 개선 검토 대상이다. 2011년 5월 개정된 변호사법(일명 전관예우금지법)이 판검사들의 로펌행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전관예우금지법은 판검사들이 퇴직 당시 근무하던 법원과 검찰청 사건을 1년간 수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로펌에 들어가면 개인 이름 없이 회사 차원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 제약을 무력화할 수 있다.

    2011년 10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가 대형 법무·회계법인에 취업하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했지만 탈락한 사람은 전무했다.

    또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2년 동안 유관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도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다. 용역이나 자문계약을 맺는 식으로 간접 취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의 조속한 입법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김영란법’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8월 마련한 것으로, 차관급 이상 공직자와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 고위공직자가 신규로 임명되면 민간 부문에 재직할 당시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관련 직무에 일정 기간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최근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퇴임 후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33년간 공직 생활을 마치고 퇴임한 다음날 보여준 모습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법관 퇴임에 맞춰 지난해 4월부터 아내가 운영 중인 편의점에서 그는 8시간 동안 물건을 팔았다. 대법관과 중앙선관위원장을 지낸 고위공직자가 동네 아저씨로 되돌아온 것이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퇴임 후 대학으로 돌아갔고,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배 농사를 지으러 귀농했다.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아예 여행을 떠나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모습이다.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법제도 정비도 중요하고, 이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준수하고 국민적 사표가 되려는 공직자들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

    지난 1월 퇴임한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도 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법률상담을 하며 인생 2모작을 시작하고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1호(2013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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