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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Trend]‘CES 2013’ 상상 속 잠자던 TV를 깨우다
입력 : 2013.02.04 14: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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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전자 곡면 올레드 TV
CES 열기는 라스베이거스 각 호텔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호텔과 행사장인 컨벤션센터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수십 명이 줄을 서는 것은 기본, 자동차가 한꺼번에 도로로 쏟아지면서 길은 꽉 막혔다. 컨벤션센터에 진열된 수많은 신제품만큼이나 관람객도 많았다. 발 디딜 틈이 없어서 지나가다가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잠시 한눈을 팔면 관람객 사이에서 지인을 놓칠 정도였다. 복도에 주저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시간을 아껴가며 전시관을 둘러볼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전시관 중에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센트럴 홀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그만큼 많이 붐볐다. 가전제품의 신기술을 앞서가는 대한민국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CES는 TV와 PC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스마트한 신기술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MS 등의 빈자리에 중국 가전업체들이 고스란히 차지한 뒤 신제품을 쏟아내는 물량 공세에 들어갔다. 스마트 기기 간의 연결을 의미하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자동차 업체들이 위치한 북쪽 전시장에 관람객이 붐비면서 스마트카의 미래가 가까웠음을 실감케 했다. 연극무대나 나이트클럽 분위기를 연출한 전시장이 눈길을 끌었고 IT와 헬스를 접목한 체험전시장에 관람객이 몰렸다. 대중들이 대량 생산하는 각종 자료를 모은 ‘빅 데이터’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을 활용한 통계 마케팅도 주목받았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CES 2013’ 첫 기조연설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는 모바일 세대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간다”고 강조했다. 이때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도 참여해 윈도우 기반 제품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위) 소니 부스, (아래) 아우디R 18e 톤 콰트로
이 같은 일본 전자업체의 공통점은 대만 업체와 손잡고 ‘타도 한국’을 위한 선행 기술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개막일(8일)에 곧바로 국내 업체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해 CES에서 55인치 OLED TV를 나란히 처음 선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년 만에 한 발 더 나아간 곡면(Curved) TV를 전격 전시했다.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은 “LG 55인치 OLED TV 곡면 안쪽이 상당히 깊고 화질이 뛰어나다. 3D영상도 완벽하게 구현하기에 대중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수율과 양산을 놓고 본격적인 TV대전이 예상된다. LG전자가 OLED 수율을 높여 올해 초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TV 판매를 시작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아직 양산을 시작하지 못한 일본 중국 대만 등과 격차가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OLED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은 13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2018년에는 2700만대로 5년 사이에 200배 이상 커질 것이란 분석도 제시됐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CES 기조연설에서 ‘가능성의 실현(Mobilizing Possibility)’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YOUM(윰)’과 ‘10.1인치 Green LCD’ 패널을 공개했다.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형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태블릿PC와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안쪽을 지갑처럼 열어젖히면 크기가 두 배로 커지면서 태블릿PC로 변한다. 평소에는 태블릿PC용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안쪽에 접혀 있다가 활짝 펴지는 구조다. 이는 기조연설에서 나온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동영상이지만 획기적이면서 실현가능할 것 같아 호평을 받았다.
(위) 마코스 부스, (아래)LG전자 전경 3D
전자산업만큼 빠르게 진화하는 자동차 업체들의 커넥티드 경쟁도 후끈 달아올랐다. 현대차, GM, 포드, 도요타, 아우디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자동차를 전시했다. 특히 시스코와 에릭슨 등의 통신 인프라 업체나 반도체 업체는 물론 수백 개의 관련 어플리케이션(앱)과 오픈형 개발 도구 등이 쏟아지면서 스마트카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목격됐다.
그동안 스마트폰이 냉장고, 카메라, 로봇 청소기와 단순하게 연결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올해는 가전을 넘어 모든 기기가 스마트 기기와 연결됐다. 포크, 침대를 비롯해 건강을 관리하는 앱세서리(앱+액세서리)들이 대거 선보였다.
IT의 빠른 변화를 실감케 하기 위해 전시장의 모습도 체험형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운동을 접목한 TV 스마트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이에 대한 수치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체험하도록 전시장을 꾸몄다.
삼성전자 전시관에서는 젊은 여성이 자전거를 타면서 스마트TV에 연결된 게임을 즐기는 코너가 인기를 끌었다. 자전거로 달린 거리와 속도 등이 실시간으로 스마트 TV화면 아래에 나타났기에 운동과 재미 등의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캐논은 전시장을 연극무대로 꾸몄다. 배우가 연극공연하면서 캐논 제품을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관람객들은 앞쪽 의자에 앉아 지켜봤다. 음향 관련 업체들은 전시장을 나이트클럽 형태로 꾸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뉴욕타임즈는 관람객이 선호하는 단어를 조합해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벤트를 펼쳐 인기를 끌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헬스케어 제품도 대거 선보였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과 마케팅도 보편화되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S-레코멘드’는 평소 개인의 선호 채널들을 분석해 원하는 실시간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는 기능을 선보였다. 또한 대량의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기기들이 소비자들의 스마트 라이프를 돕게 된다. 렉서스와 아우디가 공개한 무인 운전차량 등도 대표적 빅데이터 활용 사례로 꼽힌다.
‘CES 2013’ 중국 업체 상승세 뚜렷 주요 제품서 기술격차 크게 줄여
국내 제품 베끼고 기술인력 영입해 눈총 받기도
‘CES 2013’에서 중국 업체들이 스마트폰, TV, 디스플레이 주요 IT 부문에서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가 관측됐다. 중국 가전 업체들은 노키아·RIM·MS 등 주요 IT 업체의 빈자리를 메꿨고 부품 기술력 등이 크게 향상돼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선 우리 기업과 격차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1월 7일(현지시간) ‘CES 2013’ 개막 하루를 앞두고 세계 140여 개국의 기자단을 초청한 주최 측인 전미가전협회(CEA) 첫 공식 행사의 경우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협찬했다. 화웨이는 이날 오찬 후 사전 제품 공개 행사를 가졌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면 참석할 수 있는 행사와 달리 사전등록을 받아 비공개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의 사전등록은 행사 보름 전 마감됐다. 중국 업체들은 부스 크기를 두 배로 확대해 물량공세뿐 아니라 협상력도 높였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호텔에 따로 마련한 전시장에는 5.1인치 스마트폰 용 풀HD 패널을 전시했는데 이 제품은 LG전자가 아닌 중국 업체에 먼저 공급된다. 더욱이 중국 업체 BOE는 CES 직후 애플의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보다 훨씬 선명한 풀HD 스마트폰용 LCD 패널을 생산해 내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화웨이와 ZTE 등은 풀HD급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화웨이는 6.1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어센드 메이트’와 5인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어센드D2’를 공개했다.
특히 어센드 메이트는 1.5GHz의 속도로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내장됐다. 4050mAh(밀리암페어)의 대용량 배터리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하이센스, TCL, 창홍 등 중국 TV 업체들도 110인치, 84인치, 65인치 등 다양한 UHD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110인치 UHD TV의 패널 역시 중국 업체가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충격은 컸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TV 받침대 디자인 등 일부 제품들은 지난해 우리나라 업체들이 선보인 디자인이나 기술을 그대로 베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CES 2013’ 내내 삼성전자는 중국 TV 업체 직원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삼성전자의 TV 디자인을 베끼기 위해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세부 사진을 모두 촬영하고 이것도 모자라 주머니에서 자와 각도기까지 꺼내는 일도 목격된 것.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은 “중국은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며 열심히 추격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희원 LG전자 HE부문 사장은 “중국은 내수를 기반으로 해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잘해야 한다”면서 “한 발이라도 먼저 앞서가는 생각, 앞서가는 디자인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중국 업체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CES를 관람한 전자 업계 관계자는 “삼성 LG 실무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밖에선 애플보다 중국 화웨이와 ZTE를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을 위협할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며 “과거 한국 기업들이 일본 퇴직 기술자들을 중용했듯 중국 업체들도 한국의 기술자를 뽑아와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계만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이동인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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