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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경제 보고서 … 한국의 미래, 사회통합에 달렸다
입력 : 2012.06.01 17: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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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성장률과 형평성을 모두 향상시켜야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빈곤 해결과 재정건전성도 상충되는 문제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월 26일 발표한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미래를 위한 키워드로 ‘성장 잠재력의 유지’와 ‘사회통합’을 제시했다.
OECD는 지난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4%이상 성장하며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국가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전제했다. 또 세계 교역 둔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3.5%, 내년 4.3%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이 두 가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 어떻게 지속적 성장을 유지할지, 그리고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을 어떻게 축소해 사회통합을 달성할지가 당면 과제라는 얘기다. OECD는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진 못했으나 방향성과 경로만큼은 분명히 적시했다. 노동시장, 교육제도, 서비스업 등 세 분야의 개혁이 핵심이다.
먼저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기 때문에 국민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OECD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생산성을 높이는 데 경제 정책의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을 최적의 수단은 노동시장과 교육제도 개혁이라고 내다봤다.
노동력 급감을 막기 위해선 경제활동 참가율부터 서둘러 높여가야 한다는 게 OECD의 조언이다.
우선 OECD 국가 중 하위 세 번째에 불과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출산휴가도 현행 90일에서 더 늘려 여성을 고용시장으로 끌어내라는 얘기다. 중장년층 고용 확대를 위해선 민관 협력을 통한 정년 연장을 권고했다. OECD는 “퇴직자의 3분의 1이 실업자가 되고, 13%는 생산성이 낮은 자영업자가 된다”며 “의무 퇴직연령을 높이되 궁극적으로는 정년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 취업을 위해선 고졸 취업을 확대해 대학진학률을 낮추는 데 진력하라고 조언했다. 현장 교육과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을 지금처럼 동떨어진 채 놔두면 청년 실업률 해소는 요원하다는 비판도 가했다. OECD는 “고교 졸업생 중 72.5%가 대학에 가지만 졸업생 중 절반만 정규직 일자리를 찾았다”며 “30세 미만인 대졸자 중 25%는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데 이는 OECD 평균의 두 배”라고 꼬집었다. 대학 진학률을 낮추려면 직업 고등학교 수를 더 늘리고, 대학교가 순수 직업 분야까지 학위를 제공하는 행위는 억제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한국의 보육 투자 확대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유치원 학생 1인당 경비가 초·중학교의 37%밖에 안 되는데, 이는 OECD 평균의 70%보다 크게 낮은 형편이다. OECD는 또 한국이 고소득 국가로 진입하려면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방위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ECD는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제조업의 53%에 불과하며 OECD 평균(87%)보다 크게 낮다”며 “지난 25년간 고소득 국가 GDP 성장의 85%가 서비스 분야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지적했다.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3%에 불과한 서비스 분야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외국인의 서비스 분야 직접투자를 확대하라는 조언이다. OECD는 특히 1997년과 2008년 위기 때 증가했던 제조업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도덕적 해이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보호는 안 된다는 얘기다. OECD는 “살아남기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한국의 잠재성장력을 끌어내릴 것”이라며 “제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부터 계량화해 다시 살펴보라”고 밝혔다. OECD는 최근 확대일로에 있는 복지정책도 따끔하게 꼬집었다. 사회지출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은 옳지만 반값 등록금, 기초노령연금 수령자 확대 등은 잘못이라는 진단이다. OECD는 “모든 학생에게 등록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저소득층에 집중 지원하는 것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불평등하다”며 “노인연금 역시 저소득 노인에 집중해 혜택을 늘리는 것이 빈곤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선 정규직 과잉 혜택을 줄여 비정규직에 대한 기업의 선호도를 낮추라는 조언을 내놨다.
한편 OECD는 증세 논란과 관련, “한국의 낮은 국민부담률과 낮은 법인세율은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며 “그러나 향후 지출 증가에 대비해 성장에 부정적인 효과가 가장 적은 방법으로 재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OECD는 근로소득세 세율은 계속 낮게 유지하고 주로 부가가치세, 환경세, 보유세 등 간접세를 통해 재원을 늘릴 것을 조언했다.
한국의 거시경제 정책과 관련해선 2단계 해법을 제안했다.
1단계는 현재 정책 스탠스의 유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재정지출로 경기 악화는 막았지만, 이로 인해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재정 건정성이 악화됐다. 따라서 고령화와 북한과의 관계회복에 따른 잠재 비용을 감안할 때 정부가 내세운 ‘2013년 균형재정’ 목표는 바람직하다는 우호적인 진단을 내놨다. 정부지출을 가능한 억제하면서 견실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이 맞다는 의미다.
만약 세계 경기가 급격히 하강하면 다시 통화정책 완화와 단기 재정지출 확대로 대처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지금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성장세가 회복되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해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라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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