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lf] 추풍낙엽 골프회원권남부CC 10억원… 회원권 시장 버팀목 될까

    입력 : 2012.05.04 13:26:37

  • 레이크힐 제주.
    레이크힐 제주.
    한때 10억원을 훌쩍 넘어 ‘황제 회원권’으로 통했던 경기도 지역의 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현재 3억5000만원을 겨우 넘기고 있다. 최고 가격에 비해 60% 넘게 떨어졌지만 과연 옛 영화를 찾을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골프 회원권 시장이 4년째 침체에 빠지면서 과연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슬슬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적어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일본의 경우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1996년 이후 매년 100개 정도 골프장이 도산했다.

    국내 골프 회원권 시장은 2008년 6월 정점을 찍고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 시기 ‘황제 회원권’의 기준인 10억원을 넘는 골프장이 무려 8개에 달했다. 어느 골프장이든 예외 없이 최고가를 찍었고, ‘골프회원권 투자=돈’이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상승이 급한 만큼 하락하는 속도도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골프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회원권 가격은 최고가에 비해 3분의 1 정도로 떨어졌다. 어떤 골프장은 4분의 1로 급전직하했다.

    장밋빛 전망에 싸여 있던 회원권 시장에 찾아온 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 지난해에만 골프장 회원권 시가 총액이 4조원 이상 날아갔다. 내리막을 걷는 4년 동안 모두 합하면 시가 총액이 10조원이나 사라졌다. 꼭짓점에서 회원권에 투자한 이들은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갔다.

    회원권거래소들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원권 가격은 4.9%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골프장 중에는 30% 가까이 오른 곳도 있다. 분명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지만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신설 골프장들이 꾸준히 개장을 앞두고 있고, 입회금 반환 문제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올해 예탁금 반환 규모는 3조원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 금액을 모두 돌려달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 샀던 가격보다 회원권이 떨어지지 않는 한 예탁금을 돌려 달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골프장들도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묘수를 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내장객을 늘리기 위해 골프장끼리 협약을 맺어 회원들을 공유하는가 하면,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내장객도 늘리고 회원권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건 골프회원권이 나오는 것도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사실 몇년 전만 해도 골프장 회원권에 붙일 수 있는 최고 프리미엄은 ‘부킹 보장’이었다. 월 몇 회 주말 부킹을 보장하느냐에 따라 회원권 가격에 차이가 났다. 주말 부킹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회원 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회원권 가격을 높일 수 있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골프장이 많아지면서 부킹이 쉬워지다 보니 회원권이 부여하는 최고 혜택은 ‘부킹 보장’에서 ‘무기명’으로 바뀌었다.

    ‘무기명’ 1명이 추가되면 2명이 골프장 회원권 하나를 사는 셈이 되기 때문에 무기명 회원권은 한때 제대로 진가를 발휘했다.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에 위치한 산요수 웰니스 카운티 골프장이 내건 혜택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8억원과 10억원 두 가지 종류인 무기명 회원권은 정회원 1명에 무기명이 4명이나 된다. 1억원짜리 주중 특별회원권도 정회원 1인 그린피 면제에 동반인 3명에게 주중 그린피 50%를 할인해 주는 사실상 무기명 주중 회원권이다. 이 밖에 비에이비스타(8000만원), 휘닉스파크(개인 3000만원, 가족 5000만원), 남춘천(8000만원) 등이 무기명 주중 회원권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무기명 회원권이 남발되면서 지금은 이마저도 차별화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재 분양하고 있는 골프장들도 상당수 고전하고 있다.

    위- 캐슬파인 , 아래- 오크밸리.
    위- 캐슬파인 , 아래- 오크밸리.
    5월 개장 예정인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위치한 아일랜드 골프장의 경우 홀인원을 하는 첫 회원에게 5억원짜리 롤스로이스 고스트 SWB를 준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물론 이런 이벤트를 하는 이유는 회원권 판매를 더 좋게 하기 위해서다. 회원만 홀인원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곳보다 이 골프장 회원권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현재 10억원이 넘는 골프 회원권은 남부 골프장이 유일하다. 올해 초까지 세 번의 10억원 붕괴 위기가 있었지만 꿋꿋하게 황제 회원권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8년 말 회원권이 전반적으로 급작스럽게 추락하던 시기에 ‘남부 10억원 붕괴 초읽기’란 기사가 나왔고, 2010년 10월에도 10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올 초에도 10억원 가까이 내려갔지만 4월 중순 현재 11억5000만원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회원권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남부가 1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시 상승세로 반전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남부가 10억원선을 박차고 올라갔을 때 다른 회원권들도 덩달아 오르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원권 전문가조차도 회원권을 사면 무조건 돈이 되는 시절은 지나갔다고 여기고 있다. 부동산 시장처럼 이제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보다는 이용가치에 더 중점을 둬야 현명하다는 것이다.

    [오태식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0호(2012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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