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rth Korea]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의 변화는

    입력 : 2011.12.29 15: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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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 권력층에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에 북한과의 경협과 대북관계, 6자회담 등 북한관련 대북정책과 미·중·일의 외교정책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일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과 함께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 직전까지 후계자인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아직 젊기 때문에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동아시아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전문가들을 통해 미리 짚어봤다.

    개혁·개방 나설 가능성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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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대북정책과 대북 관련 경제활동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만큼 더 이상 나빠질 게 없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과의 관계는 천안함 사태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한 5.24조치로 모두 끊어졌다. 특히 금강산관광 피격사건 이후 대북루트의 하나였던 경협라인까지 봉쇄되면서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북한의 상황을 접할 수 있는 모든 루트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그나마 개성공단이 운영되고 있지만, 김정일이 사망한 지금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확장하거나 물량을 늘릴 것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또 개성공단은 북측의 요청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공단 운영이 중단되거나, 파견회사들이 철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현재의 급박한 상황에 상당히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일단 현재 취합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아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김정일 사후에 즉각적인 변화를 보일 것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아마도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를 위한 내부 정리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남과 북의 지도자 모두 바뀌는 상황이 연출된다. 북에서는 김정일 사망으로 아들인 김정은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며 내부 정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남한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에는 남한에 총선과 대선이 있다. 입법부 전체와 행정부 수장이 바뀌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상대방보다는 내부 챙기기에 집중할 것이다. 결국 이번 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간을 길게 보면 북한 체제 역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협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군부의 힘은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긍적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먼저 북한의 차세대 지도자인 김정은이 젊은 세대라는 점이다. 북한은 현재 80만대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한 달에 10만대 정도가 개통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의 변화가 바로 김정은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두 번째는 민생고 해결이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으로 인해 체제 안정에 만반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특히 민생고 해결은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과도 연결돼 있다. 김정일의 북한은 자립생존이 가능했지만, 김정은의 북한은 중국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민생부문이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중국과의 관계다. 김정일은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위해 뛰었고, 특히 경제난 완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가 중국의 동북아 개발전략과 북한의 개발특구 전략(나진 선봉, 신의주, 단둥)이다. 지금의 교역 중심이 아닌 자체적인 산업시스템 구축을 위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원하고 있어 북한의 굳게 닫힌 문도 열릴 가능성이 더 높다.

    관건은 군부의 움직임이다. 하지만 중국을 등에 업고 있는 김정은에게 군부가 칼을 들이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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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문에 참여해주신 북한정책포럼 회원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교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 △박훤일 경희대 법대 부교수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연구센터장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운영위원장) △이상준 국토연구원 한반도ㆍ글로벌국토전략센터장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미정 한세대 교수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봉식 한국정책금융공사 수석이사 △황진훈 한국정책금융공사 실장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가나다 순)

    지도력 검증 안된 김정은 불안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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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세대인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이겠지만, 멀리 보면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북한이 이미 김정은으로의 3세 후계구도를 내부적인 시스템으로 구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동안 안정적인 권력이양을 하려고 노력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의 3세체제는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일단 북한 체제가 김정은이라는 3세 세습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이 3세대 체제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김정은의 지도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안정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고 본다.

    또 북한의 권력층이 아직 혼란스러울 것이란 점도 불안요소다. 북한은 일단 3세체제로의 세습을 위해 집중하겠지만, 대외적인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아직 시스템이나 질서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불안 요소가 직접적인 군사 충돌로 이어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남한 입장에서는 불안해하며 북한을 자극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우리보다 북한이 더 불안한 만큼 스스로 안정될 시간을 줘야 한다. 특히 북한은 자기방어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우리가 섣부른 행동을 하게 되면 예상 외의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어서다.

    국제관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반응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일단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북한 체제에 작은 변동이 있어도 개입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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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내부 동요 가능성 높지 않아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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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내부 결속을 위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를 군사적 긴장으로 몰고가지는 않겠지만 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자고 하기보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북한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일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한다. 북한은 상당 기간 행보에 있어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유훈통치 기간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 내 ‘아래로부터 변혁’,‘국가 엘리트들 간의 알력 다툼’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북한의 내부 동요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 김정은 후계체계가 2010년부터 작동되고 있어서다. 아예 작동되기 전에 사망했으면 모르겠지만 김정은에겐 1년 정도 시간이 있었다.

    실질적으로도 권력체제를 뒤흔들 만한 군부 내 반발 기류가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에 있었던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보위할 엘리트들의 조합이 큰 틀에서 만들어졌다. 장성택 국방위부위원장, 김경희 당 정치국 위원, 최룡해 당비서,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불만세력이 생길 수는 있다. 그들을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안고가느냐가 관건이라면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중국과 미국이 북한의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짚어봐야할 대목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 내부 변화를 도모하기보단,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 카드를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중국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것으로 본다.

    우리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상황을 차분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군사적 시위 등에 대한 대비를 하면서도, 남북관계를 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좀 더 유연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내년은 북한이 ‘강성대국’을 선포할 것이라고 선언한 해다. 일단 김정일 위원장의 유지를 받들어 ‘강성대국’이란 캐치프레이즈는 계속 걸고 갈 것으로 본다.

    하지만 김일성 사망 시 전례 등을 살펴볼 때 김정은도 일정 기간 유훈통치를 거친 뒤 정책 전환에 나설 수 있다. 개성공단 사업에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일단은 북한이 개성공단 중요성을 감안해 근로자들을 정상 출근시키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끈을 놓지 않고 계속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정리 = 서종열 기자·김제림·장재혁 매일경제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6호(2012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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