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US FTA] Made in USA 자동차 “FTA 특수를 즐겨라”

    입력 : 2011.12.29 15:14:12

  • 미국 켄터키에 위치한 도요타 생산 공장
    미국 켄터키에 위치한 도요타 생산 공장
    한·미 FTA 체결로 소비자들이 가장 큰 가격 할인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은 자동차다. 워낙 기본 가격이 높다보니 관세 할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이익도 크다. 특히 내년에는 배기량 2000cc 이상의 차들에게 부과되던 개별소비세 10%가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내려가게 된다. 내년부터 8%로 2%포인트 내려가고 3년 뒤에는 5%로 인하된다.

    또 미국차 업계들이 FTA 특수를 기대하고 내놓는 다양한 신 차종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비자들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린다. 여기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일본차들까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에서 수입되는 차에 부과되는 관세는 8~10%선이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하되는 관세로 미국차들은 최소 100만원 이상의 가격할인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자동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미국차의 빅3인 포드, 크라이슬러, GM(캐딜락)은 이미 공격적인 라인업과 과감한 가격 할인으로 한국 시장에서 과거 미국차들이 누리던 영향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미국차 빅3, 한국 시장에서 영광 재현 가장 먼저 움직인 쪽은 포드 자동차다. 포드코리아는 이미 지난 12월부터 FTA를 선반영해 할인된 가격에 차를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된 포커스, 익스플로러, 이스케이프, 토러스, 머스탱, 링컨MKS 등의 가격을 FTA 관세인하 명목으로 100~200만원 할인해주고 있는 것이다. 토러스의 경우 이미 2011년에도 동급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가격으로 출시돼 수입차 중 월간 베스트셀링카 10위권 안에 몇 번 이름을 올린 적이 있는 만큼 이번 가격 할인으로 더욱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포드코리아는 2011년 총 판매량을 잠정 4500대로 예상하고 2012년에는 500대 정도를 더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11년 한 해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수입차 전체 시장 성장률로 예상되는 10~11% 정도의 성장을 달성하면 무난하다는 내부 평가로 한·미 FTA로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면 추가적인 상승세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2년에는 포드의 에코부스터 엔진이 적용된 모델들이 대거 들어와 연비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하게 된다.

    크라이슬러코리아도 지난 12월 초부터 미국에서 생산한 지프 브랜드의 2012년형 모델들에 한해 FTA 관세 인하를 반영해 최대 3% 정도 깎아주고 있다. 다만 크라이슬러 모델들의 경우 대부분의 라인업이 캐나다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관세 인하의 대상인 모델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크라이슬러의 대부분 차종이 배기량 2000cc가 넘기 때문에 개별 소비세 인하는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크라이슬러는 기존에 있던 차종에 디젤 모델과 고성능 라인업인 스트리트레이싱테크놀러지(SRT) 적용 모델들을 대거 추가해 상위 트림을 추가할 계획이라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캐딜락 판매를 맡고 있는 GM코리아의 경우, 지난 12월 FTA 관세 인하분을 선반영한 프로모션은 없었지만 2012년 FTA 발효로 가격이 2~3% 정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캐딜락 ATS와 XTS 등의 새로운 라인업도 준비 중이다.

    엔고문제 해결 위해 일본차도 미국산으로 둔갑 한·미 FTA가 체결로 혜택을 보는 것은 미국차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 브랜드 인지도나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더 큰 수혜자는 미국차가 아닌 일본차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미 FTA로 미국차 뿐만 아니라 일본차들도 가격이 소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브랜드이긴 하지만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들을 들여오기 때문이다. 이미 엔고문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 생산이라는 우회 수출 방법을 모색하던 일본차업체들은 한·미 FTA를 계기로 미국에서 생산된 차들을 적극적으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물류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관세 혜택을 받는다면 충분히 일본에서 생산되는 차보다 싸게 팔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거기다 해답 없는 엔고문제까지 동시에 해결된다. 이제 ‘메이드인 Japan’ 일본차가 아닌 ‘메이드인 USA’ 일본차들이 한국에 상륙하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산 차량을 들여올 계획을 세우는 곳은 한국도요타다. 한국도요타는 이미 지난 11월 미니밴 시에나를 인디애나 공장에서 들여와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2012년 상반기에는 신형 캠리를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가져온다. 이미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 중이며 정식 출시되는 1월18일경 가격도 공개된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캠리는 도요타 최고의 볼륨 모델이기 때문에 FTA로 가격할인 효과까지 가세하면 한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일본차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내비췄다.

    뉴 캠리는 7세대 풀 체인지 모델로서 미국 판매 모델 중 최상위 트림인 2.5 가솔린 XLE와 2.5 하이브리드 XLE 총 두 가지가 한국에 들어온다. 여기에 크로스오버 세단인 벤자까지 하반기 켄터키 공장에서 들여올 예정이라 2012년 한국도요타가 출시하는 전 차종이 ‘메이드인 USA’ 차종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혼다코리아 역시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혼다의 오하이오주 메리스빌 공장에는 어코드가, 오하이오 주 이스트리벌티 공장에는 시빅과 CR-V가 생산되고 있다. 앨라바마 공장에는 오디세이와 어코드가 생산되는 등 한국에서 판매 중인 혼다코리아의 대부분 라인업이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향후 일본산 혼다차를 미국산 혼다차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닛산은 이미 2009년부터 알티마를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미국 현지에서 만든 차종이라 한국에서 판매하는 알티마도 미국 테네시 공장산이다. 인피니티에서도 처음으로 미국산 차가 나온다. 이미 지난 11월 LA모터쇼에서 선보인 바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JX는 올 상반기 미국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한국닛산 고위 관계자는 “단기간에는 계획된 바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고객들의 수요를 감안해서 더 많은 차종을 미국에서 가져와 매력적인 가격의 차를 한국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즉각적인 차량 가격 할인은 없을 전망이다. 도요타 시에나의 경우 이미 FTA 효과를 계산해 가격을 책정했다. 닛산 알티마 역시 내년 모델 변경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은 가격 할인 계획이 없다. 특히 2011년 판매 부진 돌파를 위해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차를 판매한 일본차 업계로서는 더 이상의 가격 할인이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김제림 /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jaeli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6호(2012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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