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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fare] 손학규 복지 vs 박근혜 복지
입력 : 2011.05.27 14: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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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고령화에 대한 걱정이다. 한국은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가 2018년경이면 도래하는 데 미래에 대한 준비가 거의 없다. 둘째, 양극화가 심해지니 ‘국가가 나를 위해 해준 게 무엇인가’라는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 셋째,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을 얘기한 후 ‘소득불평등은 공정사회와 맞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넷째,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이제 선진국이 된 만큼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서구 선진국들도 대략 소득 2만 달러 언저리로 갈 때 복지논쟁이 크게 불붙은 바 있다. 다섯째, 복지에는 정부 돈이 들어가게 되는데 나라 곳간에는 무작정 돈을 퍼줄 만큼 충분치 않다. 그러다보니 결국 복지의 적정수준에 대한 해석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복지논쟁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 논란이 된 ‘무상급식’부터 본격화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당시 민주당 등 야권은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고, 선거에서 크게 재미를 봤다.
민주당은 복지정책의 파괴력을 보고 2011년 1월6일과 13일에 걸려 ‘보편적 복지 3+1 정책’을 내놨다. 내용은 크게 ‘3무(無) 1반(半)’으로 표현된다.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급식,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이에 대해 ‘결국 돈이 문제’라며 복지재원의 조달 문제를 들고 나왔다. 여기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20일 ‘한국형 복지국가’를 표방하고 나오면서 복지논쟁 전선은 다자간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선택적 복지’ 한나라당은 여당인 만큼 정부 복지정책과 거의 차이가 없다. 대략적인 방향은 안상수 대표가 지난해 10월26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에서 나왔다. 안 대표는 ‘중도 보수’를 천명하면서 “한나라당은 소득 7분위(70%)까지 한데 아우르는 명실공히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 서민과 중산층을 포함한 70% 복지를 목표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건 친서민정책, 국정기조인 공정사회론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내건 복지정책을 보자. 진영곤 대통령실 고용복지수석은 2월1일 ‘능동적인 복지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제 방향을 밝힌 뒤 일을 통한 복지, 자립·자활의 복지, 맞춤형 복지, 공동체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 등 복지의 5대 전략을 제시했다.
진 수석은 “보편적 복지의 타당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무차별적인 무상복지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수석은 특히 과거의 시행착오를 열거하면서 성장·복지간 갈등을 성장·복지 선순환으로, 시혜·빈곤 안주를 자립·자활 지원으로, 무차별·획일에서 맞춤형으로, 국가 의존에서 국가·민간협력으로, 현재 세대 우선에서 현재·미래세대 간 형평으로 각각 바꿔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 지출 증가율도 MB정부 출범 후 연평균 8.5%로 총지출 증가율(6.3%)을 상회하고, 2011년 복지지출 비중도 28%(86.4조원)로 역대 최고임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20011년 서민들에게 선택과 집중에 따라 8대 핵심과제(보육·아동안전·교육·주거의료·장애인·노인·저소득층·다문화가족)를 선정해 32조2000억원(전년 대비 3조원 증가)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같은 정부 복지정책 기조에 맞추고 민주당의 공짜·무상시리즈와 관련해 강력한 대응을 당 소속 의원들에게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책위 산하에 6개의 특별위원회 및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당 대응논리도 개발했다. 민주당의 입원비 90%까지 건강보험 부담, 본인부담액 100만원까지 인하에 대해서는 ‘무상의료=세금의료’라며 ‘민주당 식이라면 실제 환자가 입원 10%, 외래 30~40%를 여전히 부담하므로 무상의료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특히 무상의료에 8조1000억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된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이용 증가·고령화·신의료기술을 감안할 때 최대 39조원(보험료 26조원, 국고 13조원)까지 필요하므로 1인당 의료보험료도 월 평균 7만6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무상보육은 세금보육임을 지적했다. 무상보육을 위해 8조8000억원이 들어간다는데 전면 무상보육 실행시 9조8000억원이 필요하므로 현 지원 수준인 4조7000억원과 비교해 5조1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값 등록금은 속임수 등록금이라는 게 한나라당 입장이다. 반값 등록금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지만 이는 사실상 등록금 가계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이었다며 MB정부 들어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 이하 수준으로 안정(2009년 동결, 2010년 2% 내외 인상, 2011년 국립대 동결 및 사립대 3% 미만 인상)됐다는 것이 한나라당 논리다. ‘추가예산 1조원이면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는 ‘매년 1조6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며, 교육기반시설 투자예산이 부족해진다’는 반박 논리를 폈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민주당 무상복지 시리즈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복지정책 점검에도 나섰다.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복지서비스에서 예산 누수와 부처 간 중복 정책이 없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3+1 정책’ 밀어붙인다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왼쪽부터).
이용섭 민주당 의원(복지재원 조달기획단장)은 “보편적 복지는 성장정책이고 일자리 창출정책으로 경제선순환의 출발점이므로 한나라당의 ‘선성장 후복지에 따른 잔여적 복지’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연차적으로 추진하게 되므로 초년도에는 최소 비용이 소요되며, 최종 5년차에 16조4000억원이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정부 부자감세를 되돌릴 경우 연간 18조원(5년간 90조원), 비효율적 예산 5% 절감시 연간 15조원,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기반 개선시 연간 4조2000억원, 국세수입에 대한 비과세 감면비율을 2007년 수준으로 축소시 연간 6조5000억원 등 왜곡된 조세 체계 정상화를 통해 재원조달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현재 ‘3+1 정책’에 주거복지와 일자리 문제를 합친 ‘3+3’을 복지체계의 1단계로 지향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2011년부터 초·중학교에서 친환경 지역 우수농산물을 이용해 실시한다는 정책으로 이를 위해 2013년까지 광역과 기초에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저소득 선별급식은 눈칫밥으로 전락해 동심을 멍들게 한다는 것이며 1조원의 추가 재원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무상의료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2015년까지 입원 90%(현행 61.7%), 외래 60~70%(현행 57.8%)로 확대해 OECD 평균 보장률을 달성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2015년까지 본인부담상한을 현재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추는 것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의 복지정책 내용을 보면 무상보육과 관련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만 5세 이하 어린이집·유치원 이용아동에게 전액 지원하고, 보육시설 미이용 아동에게는 양육수당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반값 등록금의 경우 국가장학금 확대와 ICL(든든한 학자금) 대출 금리를 3%대로 낮추는 게 골자다. 국가장학금의 지원확대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의 ‘3무 1반 정책’은 당 내부나 다른 야권인사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강봉균 의원은 “당의 재원 관련 대책은 모두 엉터리”라고 일갈했고, 김효석 의원은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복지선진국들이 심각한 복지병에 시달린 아픔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순 의원은 “복지 대상을 국민 100%로 하는 나라는 없다”고 꼬집었으며 예산통인 장병완 의원은 “복지확대는 결국 부담(국민 세금)의 증가로 귀결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민주당의 복지정책에 대해 뼈아프게 지적한 인사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유 전 장관은 민주당의 복지정책에 대해 “선거용 캐치프레이즈론 의미 있을지 모르지만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우리도 이명박 대통령처럼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경제 7위)이나 하게 될까 두렵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복지정책을 할 때에도 실제 집권했다고 생각하고 정책의 취지뿐 아니라 실현가능성, 실현에 대한 방법까지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새롭게 논란이 되는 박근혜 복지론한나라당 최고 중진 연석회의 모습.
“복지는 단순히 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꿈을 이루고 자아실현을 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라야 한다. 현재는 현금 급여 중심이다.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사각지대도 많다. 한국형 복지모델의 핵심은 선제적·예방적이고, 지속가능하며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통합 복지 시스템이다.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는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둘이 함께 가야 한다.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 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싶다. 법적·제도적 틀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공감하고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국가는 구체적 정책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게 큰 약점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어느 정도의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구현시킬 것인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 구상’에 대해 “상표는 있는데 상품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구체적인 복지정책의 프로그램을 제시한 민주당의 안과 박 전 대표의 안을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다. 박 전 대표의 복지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고 현란한 레토릭으로 포장을 바꾼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한나라당과 민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정책과 복지담론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면서 ‘복지의 백가쟁명 시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상황이 됐다. 국민 스스로 복지혜택부터 재원조달까지 자신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고, 재원조달은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지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복지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게 한국 정치권의 현실이다.
[김상민 / 매일경제 정치부 차장 wisek@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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