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cus] 대통령의 골프 이야기…이젠 골프 쳐도 되는 거야?

    입력 : 2011.04.22 14: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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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초, 남해안의 모 군 휴양시설. 이명박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보낸 곳이다. 이곳에서 이 대통령은 아주 오랜만에 골프클럽을 손에 쥐었다. 파3 골프연습장이었다. 경호상의 이유로 외부와의 접근이 차단된 휴양시설이기에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조깅과 산책 그리고 파3 골프가 전부였다. 현 정부 들어 사실상 공무원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라 이 대통령의 이번 골프는 공무원 사회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대통령의 묘한 골프 인연 이 대통령이 골프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테니스를 워낙 좋아하니까 상대적으로 골프를 등한시할 것이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가까운 사람들의 얘기로는 한때 스코어가 80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보기플레이어로 보면 된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개인 재산 331억원을 기부하고 49억여원만 남았다. 그렇게 남긴 재산 중에는 제일CC와 블루헤런CC 골프 회원권이 포함돼 있다. 이를 보면 골프를 영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국회의원 시절 현대그룹 회장 출신인 이 대통령에게 골프를 같이 치자는 동료 의원들이 많았다. 수차례 거절하다 못해 마침내 이 대통령은 자신이 회원권을 갖고 있는 골프장으로 동료 의원들을 초청해 골프를 쳤다. 라운딩을 마치고 초대받은 의원들은 당연히 초청자가 비용을 낼 거라 생각했으나 이 대통령은 ‘더치페이’를 주장했다. 정치인도 남의 신세를 지려는 타성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후로 이 대통령에게 골프치자는 정치인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 대통령도 자유로워졌다 한다. 이런 일화를 보면 골프를 꼭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난지도 골프장 건설을 반대했다. 난지도 골프장 건설 계획은 2000년 고건 서울시장 시절이었는데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취임하고 골프장이 아니라 공원을 만드는 쪽으로 정책이 변경됐다. 시행사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강하게 반발했으나 일부만 이용하는 골프장보다는 여러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타당하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에 결국은 골프장 건설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취임 후에는 “우리나라 골프장 그린피가 너무 비싸다. 누가 20만원 주고 골프를 치겠나”라며 골프장 그린피 인하를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외국 정상들을 만날 때는 골프에 관한 대화도 곧잘 하는 편이다. 지난해 5월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제주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핸디가 얼마냐, 잘 치는 편이다. 기회가 되면 같이 라운딩하고 싶다”고 인사했다. 지난해 1월에는 청와대를 찾은 아소 다로 당시 일본 총리에게 “나도 대통령이 돼서 골프를 못 쳤고, 아소 총리도 각료가 되고 나서 못 쳤다고 하니 재계 인사들과 같이 치면 좋겠다”고 먼저 골프 회동을 제안했다. 또 2008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을 때는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태극기와 성조기가 새겨진 캐디백과 ‘His Excellency President Lee Myung Bak’이라고 새겨진 퍼터를 선물 받고 “언젠가 같이 한번 라운딩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눈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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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골프가 유독 주목을 받는 것은 공무원들이 골프를 쳐도 될까 말까 하는 눈치작전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공무원 골프는 이 대통령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해도 될 듯 말 듯 하는 우여곡절을 수차례 겪어왔다. 사실상의 첫 골프 금지령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3월이었다. 당시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이 시점에 골프를 치는 수석이나 비서관은 없겠지만…” 하고 운을 뗀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 해 5월 골프장 그린피를 낮추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골프장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여 그린피를 3만~4만원 낮추겠다고 발표하면서 공무원 골프가 허용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일었다. 이어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인 6월3일 이 대통령이 기업인이나 군 장성들과 골프를 치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공무원 골프 해금이 본격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 8월 추석을 앞두고 정정길 당시 대통령실장은 비공식석상에서 참모들에게 ‘추석 명절 이전까지만이라도 골프는 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국무총리실을 포함한 전 부처에 골프 자제령을 하달했다.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2009년에 접어들어 이 대통령이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는 차원에서 골프에 대해 조금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공무원 골프도 다소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그러나 때 아닌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파문이 불거지면서 100일간의 특별감찰이 시작되고 공무원 골프는 또 물 건너가는 분위기였다. 다만 7월 특별감찰이 마무리되고 사법처리 대상이나 공직자 윤리규정 위반에 따른 징계 대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공무원 골프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공무원 골프를 둘러싸고 될 듯 말 듯 한 이 같은 애매한 분위기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골프 역대 대통령들의 골프는 어땠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골프를 좋아했지만 실력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100타를 넘나드는 수준이었으며 재임 중에 첫 버디를 잡았을 정도였다. 부인 권양숙 여사의 권유로 2000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에 ‘머리를 올렸다’. 그리고 2004년 태릉CC에서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했던 라운딩에서 94타를 기록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골프와 상극이었다. 대통령 당선 이전에는 정치인들과 골프를 자주 하는 편이었지만 대통령 취임 후에는 골프와 담을 쌓았다. 취임 직후 공직자 골프 금지령을 내렸으며 청와대 경내에 있던 골프연습장을 없애버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실력을 자랑한다. 육사 시절부터 운동에 탁월한 감각이 있었으며 군 시절에는 골프를 아주 즐겼다. 드라이브 거리가 지금도 200m 이상 난다고 한다. 대통령의 별장인 청남대에 간이 골프장을 만든 것도 전 전 대통령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에 1년에 4번 정도 골프장을 찾았으며 보기 플레이어의 실력을 보였다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골프 마니아 중 한 사람. 당시 장충동 공관에 15m짜리 간이 연습장을 직접 만들어 연습할 정도였다. 골프장에 나가서는 군 출신답게 카트 없이 걸어서 이동하고 때로는 캐디백을 직접 메고 다니기도 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지금의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골프장을 지은 것으로 골프에 대한 애정을 증명한다.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 대사들이 국내에 골프 칠 데가 없어 일본 오키나와로 간다는 얘기를 듣고 즉각 골프장 건설을 지시해 당시 골프코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통령배 한국 아마추어골프선수권 대회를 창설한 것도 이 전 대통령이다.

    [이진명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letswi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호(201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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