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코로나’라는 미지의 땅… 생존 위한 시대정신은? 경험 못 한 글로벌 고차함수, 샌델·폼페이오·발렌베리의 해법은

    입력 : 2021.08.27 15:14:17

  •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땅’을 뜻하는 라틴어다.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처음 쓴 것으로 알려진 이 말은 누구도 탐험하지 못했던 땅을 지도에 표시할 때 쓰였다. 이 표현은 대항해시대 이후 19세기로 접어들면서 세계 지도에서 사라졌지만,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아시아 최대·최고를 자랑하는 지식의 향연 세계지식포럼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재의 세계를 ‘테라 인코그니타’로 이름 붙였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로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제사회가 함께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아 ‘테라 인코그니타: 공존을 위한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아(Terra Incognita: Redesigning the Global Architecture)’를 올해 세계지식포럼의 대주제로 정했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세계지식포럼은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신라호텔과 장충아레나에서 열린다.

    지금 세계가 향하는 ‘미지의 땅’은 위협이 될 수도,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세계는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에 형성됐던 긴밀한 네트워크가 분절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 극복 국면에서 국제적 연대에 대한 갈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미지의 땅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글로벌 공동체가 공존의 시대정신을 찾아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올해 세계지식포럼의 제언이다.

    세계지식포럼은 이런 대주제하에 ▲비즈니스의 새 정의(New Business Path) ▲부(富)의 탐색(Wealth Discovery) ▲정치변화의 역학(Global Power Dynamics) ▲넷제로 경쟁(Race to Net-zero) ▲비욘드 그래비티(Beyond Gravity)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Hello, New World!) 등 6개 트랙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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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 Business Path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즈니스 활동은 ‘디지털’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테크 기업들의 진격이 이어지고 있고, 반도체와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기술 지배)’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테크래시(Tech-lash)’로 일컬어지는 반감 또한 부상하고 있다.

    전통 산업 역시 팬데믹을 계기로 큰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조선·해운·항공처럼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산업들은 다시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변화의 물결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시점이다. ‘비즈니스의 새 정의’ 트랙에서는 이 같은 변화 승자가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기술이 바꿔놓을 우리의 미래를 예측한다.

    존경받는 기업인의 표상으로 꼽히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이 대표적이다. 세계지식포럼 무대에 처음으로 서는 발렌베리 회장은 새 시대에 걸맞은 ‘뉴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며, 특히 그는 팍스 테크니카 시대에 필요한 도전과제와 기업의 역할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주관사인 CTA의 게리 샤피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S)는 가전과 IT 시장의 혁신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다.

    ▶Wealth Discovery 2021년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제 금융 시장이 유례없는 상승 곡선을 그렸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진행된 막대한 규모의 재정·통화정책이 그 바탕에 있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금리 향방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선이 쏠려 있다. 이는 2022년 글로벌 경제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의 탐색’ 트랙에서는 글로벌 시장 차원으로 범위를 넓혀 부(富)를 향한 대항해 경로를 찾아 나선다. 우선 ‘세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글로벌 경제 예측과 함께 금융 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금리의 향방에 대해 냉철한 분석을 내놓는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에서는 세계 최대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수석 글로벌 에쿼티 전략가의 내년도 글로벌 시장 예측이 공개된다. 골드만삭스에서도 ‘최고 두뇌 집단’으로 꼽히는 투자전략가 그룹을 이끄는 그는 글로벌 투자 시장의 ‘족집게 예측’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외에도 ‘세계 3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맨그룹의 루크 엘리스 최고경영자(CEO),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폴 보드너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대표가 세계지식포럼을 찾는다.

    올해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투자 대상으로 유난히 부각된 해다.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점에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높은 호환성을 갖춘 이더리움과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조망한다.

    ▶Global Power Dynamic ‘정치변화의 역학’ 트랙에서는 국내외 정치지형의 변화와 미래를 탐구한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다툼은 치열한 전개를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와 중국의 대립 관계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대립은 외교·안보를 넘어 경제·무역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에서는 격화하는 미·중 패권 전쟁 속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정세를 진단한다. 이를 위해 국방·외교·안보 정책 등을 총괄한 책임자와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국제관계·외교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G2(미국·중국) 갈등 속 동북아시아 정세를 진단한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미국 국방·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한 인물로 2018년 싱가포르 미북회담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국무부장관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모두 역임한 그는 CIA 국장 시절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접촉한 정보통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2024년 미국 대선 주자로 언급되고 있다.

    세계적인 정치학자인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도 이번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다. 아이켄베리 석좌교수는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사다.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에도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외교정책의 내막을 분석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국제정치에 대한 현상 진단을 위해 세계적인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중국을 대표하는 외교전문가인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가 ‘맞짱토론’을 펼친다. 이들은 정치·경제·안보·기술 등 사실상 전 분야에서 첨예하게 충돌 중인 G2의 패권 전쟁에 대해 심층 진단하고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국제 정세를 집중 논의한다.

    이들뿐 아니라 글로벌 정치의 ‘파워게임’을 진단할 전문가들도 대거 세계지식포럼을 찾는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 티에리 드 몽브리알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 소장,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코리아미션센터장,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담당 선임연구원, 장샤오창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CEO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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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ce to Net-zero 기후변화에 대한 글로벌 공동대응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기후 회복’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은 오는 11월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견된다. 넷제로(Net-zero)를 위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기업들 또한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넷제로’는 탄소 감축량(-)과 배출량(+)을 합해 ‘제로’ 상태를 만든다는 의미로,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목표다. ‘넷제로 경쟁’ 트랙에서는 카보노믹스(Carbonomics)의 작동 원리와 글로벌 공조를 위한 필요조건을 살펴본다.

    세계 3대 항공 엔진 회사인 롤스로이스의 워런 이스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세계 최대 가구업체 잉카그룹(옛 이케아)의 예스페르 브로딘 CEO 등이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와 ‘녹색 회복(Green Recovery)’을 향한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메리 에블린 터커 예일대 선임 연구원, 크리스티 에비 워싱턴대 교수, 강금실 지구와사람 대표(전 법무부 장관)는 세계지식포럼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성과 대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에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딸인 카레나 고어 지구윤리센터(CEE) 설립자 겸 소장도 참여한다.

    세계 비즈니스·경영의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ESG와 관련해서도 글로벌 기업과 금융사들의 혜안을 만날 수 있다.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최고경영자(CEO)와 레이첼 로드 블랙록 아시아태평양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ESG 경영과 투자에 대해서 혜안을 선보일 예정이다.

    ▶Beyond Gravity ‘마지막 신대륙’ 우주를 향한 세계 각국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적인 움직임뿐만이 아니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같은 억만장자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해 10월 누리호, 2022년 달 궤도선 발사를 앞둔 한국도 우주 탐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우주, 그리고 미래 인류의 가능성이 ‘비욘드 그래비티’ 트랙에서 다뤄진다.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인 우주와 관련해서는 파멜라 멜로이 미 항공우주청(NASA) 부청장이 미래의 우주 탐사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한국도 NASA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플랜에 참여하기로 한 만큼, 멜로이 부청장의 이번 세계지식포럼 참여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국내 항공우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멜로이 부청장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명돼 지난 6월 임명했으며 NASA의 주요 프로젝트를 직접 담당하고 있다.

    미국 공군의 수석과학자로 공군의 미래 방향성을 조언하고 있는 빅토리아 콜먼 제22대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국장은 국방 분야에서의 디지털 혁신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다. DARPA는 미국 첨단 기술의 산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1세기 최고의 투자처로 불리는 항공우주·밀리테크를 선도하는 글로벌 ‘어벤저스’ 기업들의 최고경영진도 세계지식포럼에 대거 참여한다. 마이클 쉘혼 에어버스 디펜스앤드스페이스(ADS) CEO는 지난달 CEO 자리에 오른 이후 에어버스의 국방 우주, 무인항공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항공우주기업 에어버스는 아르테미스 플랜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레이시온테크놀로지스의 로이 아제베도 우주정찰 총괄사장은 우주·항공 분야의 미래 로드맵을 공개한다. 레이시온은 미국 항공기 부품·자재 생산기업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그룹과 대규모 합병에 성공하면서 세계 최대 항공 방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패트리스 케인 탈레스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주·방산 분야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탈레스그룹은 우주, 철도수송 시스템, 데이터 보호, 사이버 보안 등 민간 분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등 우주를 꿈꾸는 글로벌 기업인과 함께하는 전문가 그룹도 포럼을 찾는다. ‘머스크의 멘토’로 잘 알려진 로버트 주브린 화성협회장은 화성의 가치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그의 시각을 내놓는다.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브렌트 셔우드 부사장은 우주 건축에 대한 최신 흐름을 소개할 계획이다.

    ▶Hello, New World!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 트랙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변화하는 사회를 조망한다. 일하는 방식, 교육하는 방식, 쇼핑과 문화를 즐기는 방식 등 일상의 모든 분야가 달라졌고, 변화는 더 빨라지고 있다.

    팬데믹은 자본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확대되는 자산 격차 속에서 사회적 불평등 또한 사회의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은 정교한 미래 설계와 함께 한계에 봉착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공정’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 등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10년 만에 세계지식포럼 무대에 다시 오른다. 샌델 교수는 정의와 공정에 목마른 한국인들을 위해 그의 ‘정의론’을 결합한 강의를 펼친다. 부동산, 교육, 상속 등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들은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고 있으며, 이에 여야 대권 유력주자 또한 앞다퉈 ‘공정과 신뢰의 재건’을 외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샌델 교수가 제시하는 시각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참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샌델 교수는 또 팬데믹 이후 무너지는 자본주의 모델의 대안을 정의론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경제성장과 공정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새로운 사회 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지도자를 검증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민의 역할과 방법론도 조언할 계획이다. 그의 진단은 지금의 한국이 어떤 국가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는지 해답을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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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근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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