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섭 파크원호텔 매니지먼트 대표 | BTS도 반했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럭셔리호텔 가치는 고객에게 없던 경험 주는 것, 페어몬트를 업계 교과서로 만들어 시장 선도”

    입력 : 2021.03.31 14:40:02

  • 요즘 여의도에선 강렬한 빨간색 기둥들 속에 자리 잡은 한 호텔이 화제다. 오픈 한 달 만에 “모던하면서도 꽤 럭셔리한 호텔이 등장했다”는 입소문에 유행에 민감한 인플루언서, 셀럽들이 먼저 찾고 있다.

    특히 2021 그래미 어워즈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BTS)의 단독 공연 무대로 사용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 큰 이슈몰이를 했다. 이름은 공개되진 않았지만 공연 말미에 등장한 독특한 건물 외관 때문에 장소가 어딘지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BTS 측이 먼저 장소 섭외를 의뢰했다고 하는데, 호텔로서는 뜻하지 않게 글로벌 이목을 집중시킨 셈이 됐다. 호텔 측에 따르면 이후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상에서 호텔 노출 빈도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란 업계 최악의 상황에서도 문을 열었고, 첫 출발이 꽤 괜찮은 이 호텔은 바로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이다. 글로벌 호텔 그룹인 아코르가 한국에 첫선을 보이는 럭셔리 호텔 브랜드로,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으로, <펜트하우스> 로건 리의 숙소로 익숙한 곳이다. 호텔을 이끄는 김기섭 파크원호텔 매니지먼트 대표는 ‘데뷔가 성공적인 것 같다’는 질문에 “그런 것보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이용 고객들 상당수가 만족을 표하는 것에 감사하다”면서 “럭셔리 호텔 소비자들이 지향하는 가치에 충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로 각인되고 싶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럭셔리 호텔의 가치란 단순히 머무는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전달해 고객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것에 있다고 본다”면서 “코로나19 위기로 힘든 경영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향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방탄소년단으로 호텔이 더 유명세를 탄 것과 관련해 “페어몬트 호텔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실제로 대중문화와 밀접하게 엮여 있고, 특히 역사적으로 중요한 대목마다 무대가 돼 온 측면이 있다”면서 “BTS의 공연도 이런 면에서 페어몬트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장식한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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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이 BTS의 그래미 공연 무대로 쓰여 모두가 놀랐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글로벌 홍보가 된 것 같습니다(하하), 건물의 빨간 기둥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주니 BTS의 무대 장소가 어딘지 쉽게 알려졌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이 공간(프레지덴셜 스위트 룸)도 드라마 배경으로 사용됐습니다.

    ▷인기 드라마인 <펜트하우스>의 주인공인 로건 리의 숙소로 사용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실 이 공간도 BTS가 촬영 전 머물렀던 공간입니다. 이런 트랙들이 쌓여 호텔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재 호텔에는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름을 펜트하우스로 바꾸었다. 호텔을 찾는 이들이 너도나도 이곳을 펜트하우스로 불러 아예 이름을 펜트하우스로 바꿔버렸다.) ▶오픈 초기인데도 불구하고 대중 문화계에서 널리 찾는 것 같습니다.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마케팅 전략의 한 축이기도 하지만, 페어몬트 호텔이란 브랜드 자체가 과거부터 예술, 문화 분야와 밀접하게 관련돼 왔습니다. 역사적인 순간도 함께 했고요.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회담을 한 곳이 캐나다의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드라마 <도깨비>의 무대로 잘 알려져 있지요. 또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나 홀로 집에>도 페어몬트 호텔을 배경으로 촬영됐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이번에 수상을 했으면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을 텐데요.

    ▷(하하) 그러게요. 하지만 한국 가수 최초의 그래미 단독 공연 무대를 저희 호텔에서 진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역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자유롭게 왕래가 되지 않는 현실이 준 역설적 기회인 셈이죠.

    ▶덕분인지 오픈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시장에 안착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객실과 식음료 쪽에서는 예상한 수준의 실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라 호텔의 전체 역량을 다 발휘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연회 쪽만 보더라도 사람들이 모이지를 못하니 이용률이 극히 낮습니다. 그런데도 전체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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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에 대한 고객들 반응은 어떤가요.

    ▷객실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대해서 고객들 상당수는 만족을 표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쉬운 반응들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없을 순 없겠지요.

    ▶어떤 것들에 대한 것인가요.

    ▷호텔이 주는 감동이나 가치 등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인데, 럭셔리 호텔 소비자들은 호텔을 단순히 투숙하는 공간으로서의 용도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직 저희가 보여드리지 못한 것들이 많으니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럭셔리 호텔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단 하드웨어가 갖춰져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전달할 가치가 있어야 하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희 조식 뷔페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조식 뷔페의 가격이 경쟁 호텔이 비해 꽤 높습니다. 하지만 구성이 많이 다릅니다. 조식에 북경오리, 전복, 대게 등이 제공됩니다. 처음에 ‘왜 이렇게 비싸’라고 했던 고객들이 조식을 경험한 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3주 연속 조식 뷔페를 먹기 위해 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작은 예지만 럭셔리 호텔은 이처럼 끊임없이 차별화를 추구하면서 자신만의 수준 높은 콘텐츠를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남 구례의 섬진강에서 양식 중인 국산 철갑상어를 직접 잡아 캐비어를 만드는 것도 이의 일환입니다. 보통 캐비어 하면 러시아 등 해외에서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국내에서 이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는데, 지금까지 국내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의 식품을 해외로 알리는 계기도 되고 있습니다. 가치와 차별화 측면에서 노력하는 부분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호텔 경영 환경은 코로나19 탓에 최악입니다.

    ▷맞습니다. 현재 특급호텔의 영업 행태를 보면 테이크아웃 상품을 만들어 내는 등 과거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죠. 안타깝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저희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래도 페어몬트 호텔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받을 수 있는 만큼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힘들긴 하겠지만 꾸준히 밀고 나가볼 생각입니다. 다만 오전 10시 체크인·오후 4시 체크아웃, 키오스크 셀프 체크인 등 기존에 없었던 서비스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병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언제쯤 상황이 나아질까요.

    ▷당분간 회복은 힘들 것 같습니다. 국내 수요만 가지고 호텔 및 관광업계 분위기를 살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는 상당한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몰려올 것으로 봅니다. 그때를 지금부터 대비해야 합니다. 어려울 때 더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하듯이 지금부터 호텔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에 대해 공부하고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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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간담회에서 호텔의 주 타깃층을 “고위층 임원·여의도 직장인·아티스트”라고 하셨는데, 수요층으로는 좀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현재 호텔이 겨냥하는 수요층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고려한 포지셔닝 전략입니다. 지금은 해외 관광객 유치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해외 비즈니스맨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도 충분치 않습니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가족들끼리 모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규모가 있는 모임이나 행사를 유치할 수도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여의도란 입지의 장점을 살려 수요층을 겨냥하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호텔 내 시설 중에 갤러리7이란 공간이 있는데 소규모 프라이빗 모임을 격식 있게 하기에 적당해 반응이 뜨겁습니다. 여의도 내에 식당은 많지만 격을 높인 모임과 그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저희 호텔이 제공하고 있고 이용한 분들의 반응은 ‘만족스럽다’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면 코로나19 이후의 호텔 타깃은 어디가 될까요.

    ▷관광 도시 서울의 차원에서 보면 여의도란 입지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중국 등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 힘써야겠지요. 저는 호텔이 장기적으로 커 나가려면 한 수요층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관광객 붐에만 편승했던 숙박시설들은 지금 현재 상황이 꽤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물 외관이 독특합니다.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도 그렇고 붉은색을 쓴 것도 그렇고요.

    ▷우리 한옥의 단청을 모티브로 시도한 것인데, 처음에는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불호(不好)’가 ‘호(好)’로 상당히 많이 바뀌어 가는 것 같습니다. 자꾸 보다보니 개성이 뚜렷한 것이 대중에게 각인돼 긍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사진이 잘 나온다는 반응이 많은 것도 여기에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여의도의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 잡아 나가는 것 같습니다.

    ▶혹시 코로나19 종식 후 들어올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전략이십니까.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호텔이 들어선 파크원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를 했는데, 빨간색을 좋아하는 건축가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났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파크원 건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퐁피두센터가 엿보인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데, 건축가가 같습니다. 퐁피두 건물도 붉은색이 사용됐습니다. 물론 나중에 건물의 특징을 살려 마케팅의 한 축으로 사용할 부분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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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어몬트 호텔의 한국 진출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페어몬트를 호텔 브랜드로 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건물 외관에서 보듯이 남들과 다른 차별화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은 브랜드여야만 관심을 많이 끌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너무 낯설어도 안 된다고 봤습니다. 이에 드라마 <도깨비>로 어느 정도 우리에게 친숙한 페어몬트란 브랜드는 제격이었던 셈이죠.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호텔이 단순히 숙박의 공간만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어몬트가 추구하는 가치는 ‘잊히지 않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저희의 생각과 일치했습니다.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에 묵는다는 것이 숙박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또 페어몬트 호텔은 요즘 기업 운영 화두인 환경보호와 사회 공헌 쪽에 오랜 세월동안 관심을 갖고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30년 가까이 플래닛 21 프로그램 등을 통해 탄소 저감 활동에 힘을 써왔고, 호텔 내 물품의 친환경 소재 사용 등을 장려해왔습니다. 페어몬트 서울도 이런 부분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페어몬트 호텔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서울 고급 호텔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목표는 진정한 럭셔리 호텔의 진수를 보여주는 동시에 시장의 리더가 되는 것입니다. ‘페어몬트처럼 해야 한다’는 호텔 업계의 교과서가 되고 싶은 것이 비전이라고 할까요? 이를 통해 대한민국 호텔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싶습니다.

    ▶호텔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해 주신다면요.

    ▷보통 럭셔리 호텔이라고 하면 클래식한 분위를 많이 연출하는데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를 밝고 젊게 연출했는데, 모던 럭셔리라고 부를 만합니다. 이렇게 포지셔닝한 것은 호텔 투숙을 통해 건강한 기운을 얻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코로나19란 상황도 일부 고려됐고요. 솔직히 호텔 입장에서 ‘밝다’라고 하면 유지 및 관리에 상당히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도 페어몬트가 지향하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과감히 기존 럭셔리 호텔과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통창을 통해 쏟아져 오는 햇빛에 호텔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환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호텔에 머무르면 자연스레 건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대담 김주영 부국장 정리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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