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의 오른팔’ 정점식 의원 “조선산업 침체로 통영도 직격탄 ‘한국판 낭트 재개발’ 지역경제 살릴 것”
입력 : 2019.06.27 10:55:44
-
인터뷰 도중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이 벌떡 일어서 벽면에 걸린 지역구(통영·고성) 지도로 다가가 설명을 이어갔다.
지역 내 가장 큰 현안이자 풀리지 않는 숙제인 조선 산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도중이었다. 통영은 조선경기가 꺾인 후부터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실업률은 전국 1위인 거제 다음이다. 통영이 정부가 지정한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중 한 곳인 것만 봐도 지역 경제의 어려운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통영 경제 회복은 최우선 고민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13일 통영 최대 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 매각 건이 또 다시 불발되면서 정 의원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한때 만 여 명이 근무했던 성동조선해양은 조선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그동안 새 주인을 찾아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사실상 마지막인 이번 매각 시도마저 무산됨에 따라 성동조선해양은 청산 수순을 밟을 것이 유력해졌다.
조선업 문제는 글로벌 경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여서 일개 국회의원이 해결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정 의원의 이 같은 모습은 조금 낯설다. 지난 4·3 보궐 선거에 나설 때부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유명세(?)를 떨친 그는 검사 출신이다. 그것도 공안검사다. 황 대표와 연결되는 접점이기도 하다. ‘황 대표의 오른팔’, ‘공안 검사’ 등이 국회등원 후 계속 따라다니는 꼬리표들이다. 이런 것만 봐도 정 의원의 삶의 궤적은 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당도 그의 경력을 감안해 당 법률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당 대북제제 위반 조사 특위 위원, 문다혜 해외이주의혹 진상조사TF팀 위원 등의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현재 정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그의 행보에서 엿볼 수 있듯이 지역 경제 살리기다. 정 의원은 “내년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현실적 측면도 있지만 선거 과정에서 느낀 지역 경제 사정이 예상외로 심각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성동조선해양 문제 등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한 해법 모색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의 당선 직후 일정도 지역 내 폐 조선소 부지 활용 방안과 관련한 행보였다.
물론 공안 전문가인 그가 경제 현안을 꼼꼼히 챙기기에는 아직 힘에 부친다. 그는 “지역 경제를 챙기려면 경제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제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모임도 갖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조선업 불황에 타격을 입은 지역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를 대체할 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조선업이 회복되지 않으면 조선소 부지 자체도 도시의 흉물로 전락하게 된다. 통영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통영은 도시재생 사업을 시도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이미 폐업된 신아SB 조선소 부지에서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정 의원은 “사실 지역 경제와 관련된 본질적 문제 해법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폐조선소 부지를 활용한 도시재생사업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사례를 보면 참조할 만한 것들이 꽤 된다”면서 “그 중 프랑스 낭트 사례가 흥미로워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낭트도 과거 조선업이 활발했던 곳으로, 관련 산업이 쇠퇴하자 지역 경제도 타격을 받았고 관련 부지 시설은 버려진 채로 남아 있었다.
낭트시는 이 같은 시설을 재활용해 섬을 놀이시설 등이 결합된 테마파크 형태로 재탄생 시켰다. 현재 낭트는 프랑스에서 가장 창의적인 도시로 거론된다.
정 의원은 “단순히 기존 문법을 따르는 도시재생사업으로만 도시의 지속적 발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면서 “통영도 낭트처럼 창의적인 랜드마크를 만들어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통영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공안 검사 정점식에 대해 물었다. 지금처럼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한 상태에서 ‘공안’이란 단어는 정치를 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독재시대의 하수인’으로 낙인이 찍혔는데, 사실상 공안검사 이력의 출발은 DJ 정부 당시였고 노무현 정부 때까지 이어졌다”며, “그러면 과거 이들 정권도 나를 하수인으로 썼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황교안 당 대표와 관계를 부각시킬 때마다 예로 나오는 통진당 해산 사건도 정 의원은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한 일”이라면서 “공안 이력을 굳이 숨길 필요도 없고,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과 싸워왔다고 자부심을 가진다”라고 말했다.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영 지도를 보면서 조선산업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정 의원은 “지역 경제와 관련된 본질적 문제 해법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라며 “폐조선소 부지를 활용한 도시재생사업, 새 관광인프라 구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가 얼마나 좋지 않습니까.
▷4월 선거를 치를 때보다 더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조선업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 경제에 잘못된 경제 정책 방향이 더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가는 곳마다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말을 쏟아냅니다. 한때 만 명이 넘게 근무했던 성동조선해양은 지금은 200명 남짓이 지키고 있어요. 다들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났어요. 그러다 보니 통영 인구도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의 또 다른 버팀목이었던 관광산업도 국가 전체 경제가 좋지 않아 불황이에요. 이로 인해 통영의 실업률은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지역 경제 회복 방안이 시급합니다.
▶조선업 문제는 사실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성동조선해양 매각이 다시 무산된 것만 봐도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않나요. 관계기관과 성동조선 노사,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대책위원회를 바로 결성해 대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도 필수죠.
▶이참에 지역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한 고민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조선업 불황으로 빈 땅도 많아지는데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조선업을 대신해 유치할 만한 산업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교통 등 통영은 기업을 유인할만한 요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조선업의 부활을 외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생각해보신 방안이 있으신지요.
▷해외 사례를 보면 기존 시설을 재활용해 성공한 경우가 있습니다. 프랑스 낭트의 성공 사례가 한 예죠. 낭트 역시 조선업 기반 도시였지만, 산업 업황이 좋지 않자 지역이 쇠락했고, 관련 시설은 도시의 흉물이었습니다. 스웨덴 말뫼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도시를 탈바꿈 시켰죠. 낭트는 도시 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면서 프랑스에서 가장 창의적인 도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통영도 이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파산한 중견 조선사 신아SB 부지에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민관의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합니다. 해양케이블카 공약을 선거과정에서 내세웠는데, 개인적으로는 통영의 랜드마크가 될 정도의 창의적인 방안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어요. 신화 SB 부지 소유자인 LH공사 등과 관련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통영의 관광산업은 왜 침체인가요.
▷2008년 만들어진 통영 미륵산케이블카는 지역 랜드마크였습니다. 1400만 명이나 되는 관광객을 끌어 모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이를 벤치마킹해 사천, 여수 등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자 관광객이 분산됐습니다.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창출해내지 못한 것이 통영 관광 산업 침체의 한 원인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국가 경제 전체가 침체 국면에 있으니 방문 관광객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솔직히 경제는 전공이 아니신데요.
▷그래서 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등원한 지 70여 일 밖에 되지 않아 지역 현안 파악, 정치권에 익숙해지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경제 전문가들과 비공개 모임도 하는 등 나름대로 경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공안검사보다는 지역 경제 전문가로 알려지고 싶습니다.
▶황교안 당 대표와 공안검사란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안이란 단어는 현 정치구도 하에서는 불리한 측면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공안은 공공의 안전질서, 혹은 공공의 안녕을 줄여서 하는 말입니다. 본격적인 공안 검사 생활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시작했습니다. 검사 생활 동안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과 싸워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공안검사를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를 맞다고 하면 DJ 정부 노무현 정부도 나를 하수인으로 썼다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공안이란 이미지는 정치하는 데 부담인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죠. 그렇다고 제가 스스로를 부정할 수는 없지 않나요. 내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니까요. 이미지를 바꾸려면 민주당 입당했어야 되지 않나요.
▶황 대표의 오른팔로 부각된 것이 부담되지 않습니까.
▷대표님을 오랫동안 봐온 정치인이 없어서 나를 그렇게 보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여겨지는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황 대표님과 같이 일을 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황 대표는 당시 법무부장관, 저는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TF(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 1년 3개월 여 동안 같이 일을 했습니다. 검사로 일을 하면서도 한 가지 사안으로 오랫동안 같은 사람과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황 대표와 가까워진 측면이 있고, 저를 황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배지를 단 후 대표님에게 먼저 다가가 만나려고 노력한 적은 없어요. 연찬회를 갔을 때도 괜한 구설에 오를까 싶어 대표님 근처에 가지도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표님하고 취미생활도 다르기 때문에 사적 교류도 없습니다.
▶그래도 선거하시는 데 도움은 되지 않으셨나요.
▷물론 대표님의 후광이 선거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죠. 사실 출마 결심에 황 대표님의 조언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공직에 있다가 바로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검사직에서 물러난 후 시간이 흘렀는데도 왜 고민을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선거 당시 지역 민심의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이었나요.
▷통영은 보수의 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신 후보를 시장으로 선출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이 지역에도 영향을 준 것인데, 4·3 보궐선거를 치를 때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죠. 제가 예비후보등록 66일 만에 당선이 됐는데 사실 지역에서 저를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그만큼 지역 민심은 민주당의 현 경제 정책에 실망해 등을 돌린 상태였습니다. 이는 제가 잘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민생 챙기기가 실패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통영 민심이 다시 보수 국회의원을 선출한 것은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안 된다’라는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역을 더 자주 방문해 지역 민심과 교감하고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죠.
▶국회 등원 2달 만에 당내 중책을 맡으셨습니다. 이례적입니다.
▷당선되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당에서 원내부대표를 맡아달라고 해 제가 좀 강하게 반대를 했습니다. 원내대책회의 등에 빠짐없이 참가하려면 지역구를 챙기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정치권에 빨리 익숙해지는 계기도 될 수 있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법률자문위원회에 들어간 것은 제 전공 영역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24년 검사 생활의 대부분이 선거법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주 업무여서 선거법 전문가입니다.
▶본인 선거를 치르니 현행 선거법은 어떠한가요.
▷적법한 절차라도 선관위에 자꾸 확인하게 됩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광폭 행보가 논란입니다.
▷국정원장이 정치 중립의 의무를 지키고자 했으면 만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는 사람과 그냥 환담만 했겠냐는 의구심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국회 정보위원장도 독대를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 국정원장입니다. 그리고 각 시도를 돌아다니면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것도 문제가 있어요. 시·도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구원이 특정정당과 협약을 맺을 이유는 전혀 없죠. 총선 공약 개발을 위한 원천 소스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경남발전연구원 같은 경우에 도지사는 당연직 이사입니다. 이들 정관에는 시도의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을 하도록 되어 있어요. 때문에 특정 정당과 연계한 공약 개발 검토에 착수하는 순간 기소가 될 수 있는 선거법 위반사안입니다. 입증이 쉽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홍문종 의원이 결국 탈당했습니다. 보수 우파의 분열이 가시화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당시 친박연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보수가 강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봅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집권당도 아니고, 특히 보수가 단결을 해도 내년 총선에서 이긴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보수의 분열은 패배라고 생각합니다. 친박신당이 나오더라고 힘을 받지 못할 것 같아요.
▶내년 총선을 위한 당 분위기는 어떤가요.
▷보수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외연을 확대한다면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외연 확대는 쉬운 문제는 아니죠. 당이 가지고 있는 보수 정당 꼰대라는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벗어던질 수는 없습니다. 많은 시간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것은 과업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는 대학 동문이시죠.
▷학교 다닐 때는 잘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오히려 지금 더 자주 봐요. (나 원내대표는 82학번, 정 의원은 84학번이다.) 학창 시절 나 원내대표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사투리 쓰는 지방 출신 대학생이 관심 가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웃음)
▶왜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나요?
▷2009년 통영지청장에 자원했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의 지청장도 갈 수 있었지만 고향을 위해 일을 하고 싶었죠. 당시 범죄예방위원회의 장학기금도 대폭 확대시켰습니다. 고향을 위해서 일을 해보자는 생각은 꾸준히 가지고 있었죠.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