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 늪에서 피어나는 연꽃기업] (5) 조재영 ㈜영창에코 대표| 나이키·르꼬끄·데상트에 신발 안창 공급하는 영창에코 “신발 깔창에 IoT센서 부착, 걸음걸이 보고 파킨슨병 예측”

    입력 : 2019.05.29 11:22:28

  • 나이키, 아디다스, 르꼬끄, 데상트 등 기라성 같은 글로벌 슈즈 브랜드를 고객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영창에코는 대한민국 인솔 제작의 대표주자다. 영창에코가 한 해 생산해 나이키 등 신발업체에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는 인솔은 2억 족에 달한다. 영창에코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솔 단일품목으로 100억원이 넘는 안정적인 매출액(2018년기준 118억원)을 달성한 탄탄한 회사로 성장했지만 지난 2007년 위기를 겪었다. 조재영 영창에코 대표는 당시 금융위기의 한기가 다가올 때 즈음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던 영창산업의 인솔분야를 인수해 계열 분리했다.

    고객사의 주문량이나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부침이 심한 OEM이나 ODM 방식에 의존할 경우 위기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조 대표는 당장 체질개선에 나섰다. 다년간 신발산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 대표는 품어왔던 아이디어를 반영해 기능성 인솔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열중했다. 덕분에 영창에코가 수년간 개발해 놓은 기능성 인솔의 종류만 수백 가지.

    대표적으로 YC INNOVATION이라는 타이틀로 통풍기능이 강화된 ‘talk talk’, 반발성을 강화시킨 ‘sigma’, 족압을 분산시켜 좌우밸런스를 유지시켜주는 ‘360cell’ 등 여러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특허를 확보한 상태다.

    조재영 ㈜영창에코 대표
    조재영 ㈜영창에코 대표
    5년여의 준비 끝 출시한 자체브랜드 ‘엑스솔(X-Sole)’ 엑스솔은 ㈜영창에코의 자체 인솔브랜드다. 준비기간만 5년여가 걸렸고 회사 내 부설 연구소와 디자인팀을 꾸려 공들여 제작했다. 주력 제품은 에어플로(Air Flow)로 뒤꿈치와 발바닥 아치에 듀얼 에어백이 내장되어 있어 공기가 이동하는 순환구조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특허를 획득했다.

    조 대표는 “주 기능은 아치(Arch)에 밀착해 지지하고 부드럽게 발뒤꿈치를 감싸줘 아치의 무너짐과 지면 충격을 최소화해 편안한 착화감을 제공한다”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실험으로 일반 인솔대비 46.8%의 근육피로저감 효과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발이 좌우로 흔들리거나 앞뒤로 밀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엑스솔 골프용과 발의 피로를 풀어줘 물집 발생을 예방하고 땀을 흡수하는 엑스솔 등산용도 온라인에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대표상품이다.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첨단기술 독일 척추건강협회 AGR인증 획득 조 대표의 노력은 해외에서 먼저 빛을 발했다.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한 엑스솔 컴포트화(X-SOLE Comfort shoes)는 독일 척추건강 협회로부터 허리 척추 건강에 탁월한 효과를 입증하는 AGR인증 마크를 획득했다. AGR은 독일척추건강협회(Aktion Gesunder Rucken)의 약자로 독일 정형외과, 물리치료사 및 관련 업체 등 척추건강과 관련된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협회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척추친화적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들만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정형외과적으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제품만 인증한다. 엑스솔 컴포트화는 AGR인증을 통해 척추와 허리에 이상적인 제품으로 그 우수성을 인증받은 바 있다.

    AGR인증은 글로벌 사업에도 힘을 보탰다. 전시회마다 새롭게 개발한 인솔을 가지고 참가하며 성의를 보이자 유럽에서 기능성 인솔 브랜드로 유명한 SIDAS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에서 기능성 인솔을 제작의뢰해 온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고가에 팔리고 있는 유럽이나 일본의 기능성 인솔들 중 일부는 국내업체인 영창에코에서 제작해 수출한 후 다시 높은 가격에 역수입하고 있다.

    IoT기술 활용한 웨어러블 사업진출 파킨슨병 등 질병 예측하는 스마트 인솔 개발 영창에코는 기능성 인솔과 스마트 IoT기능을 접목한 스마트 인솔개발에 나섰다. 스마트인솔은 기본적인 걸음 수, 보행거리, 칼로리 소모량, 주행시간 등 일상 동작데이터를 측정하고 기록해 사용자 스스로 자신의 보행습관을 계속해서 인지하고 추적할 수 있도록 데이터화해 관리한다. 특히 걸을 때의 발 각도, 좌우균형 등의 데이터를 측정하여 사용자의 걸음이 좌우 균형이 맞는지 팔자걸음인지 안장걸음인지 알려준다. 국내 브랜드 LS네트웍스 프로스펙스 스마트인솔로 1만 족을 생산한 바 있다.

    조재영 대표는 “스마트 인솔은 질병 예방을 위해 중요한 웨어러블 기기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현재 의료복지에 관심이 높은 캐나다 정부와 제조 및 수출을 위한 사전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측정장비 대중화에도 나선다. ‘FOOT SCANNING SYSTEM’은 정확한 발 사이즈, 발 모양, 좌우전후 균형, 안정성, 평발 여부, 아치 높이 등의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발 측정장비다. 1세대가 제작되어 시범센터에 운영 중이며 2세대는 슬림, 경량화, 이동 용이성을 고려하여 이번 해 출시 예정이다. 기존의 고가의 발측정 장비 시장에 보급형으로 진입하여 누구나 쉽게 자신의 발을 분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솔과 신발을 추천받아 개인 맞춤형 인솔과 신발을 판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노리고 있다. IoT를 접목한 스마트 인솔은 물론 발 측정 장비까지 개발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 조재영 영창에코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엑스솔의 히트상품 에어플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조재영 대표
    엑스솔의 히트상품 에어플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조재영 대표
    ▶OEM이나 ODM를 벗어나 자체 브랜드를 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OEM만 했는데 그러다보니 목숨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셈이었어요. 원가를 깎거나 물량을 줄이면 사업이 어려워지잖아요. 또 꾸준히 증가하는 한국의 인건비도 어려움이 있었죠. 생존을 위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할 필요가 컸습니다.

    ▶기능성 인솔이 일반인들에게 꼭 필요한가요?

    ▷신고 다니는 구두나 운동화의 밑창을 살펴보시면 한쪽만 유난히 닳아 없어지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잘못된 걸음걸이나 좌우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것이죠. 이러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것이 바로 기능성 인솔입니다. 전체 신발의 기능에서 70~80%는 인솔이 담당하는데 간과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발 건강에 중요한 아치는 나이가 들수록 무너져 족저근막염이 걸리기 쉽고 피로누적도 빨리 옵니다.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아치 근육을 강화시키고 바른 자세를 유지해 힘을 골고루 분산시켜주는 기능성 인솔은 낙상 등 부상방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기존 구두나 운동화에 들어있는 인솔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제 아무리 유명브랜드의 수십만원대 운동화에 들어가는 인솔이라도 원가는 1~2달러에 불과합니다. 신발업체들이 디자인이나 내구성 등을 위해 미드솔이나 아웃솔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인솔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합니다. 이 같은 가격에 특별한 기능을 담기는 힘든 구조죠. 그런데 사람들의 발모양은 얼굴만큼 제각각 다르고 걸을 때 아치가 1㎝까지 벌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애프터마켓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신발을 구매한 후 자신의 발에 맞는 맞춤형 깔창을 구매하는 시장이 세계적으로 약 2조원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영창에코는 자체적으로 수백 종류의 각기 다른 인솔을 개발했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많은 종류가 필요한가요?

    ▷스포츠분야에서는 종목별로 힘을 받는 부위가 다르고 일상생활에서도 용도별로도 인솔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일상생활에서 여성구두용, 운동화용, 등산용이 다르죠. 스포츠는 더욱 세부적으로 분화됩니다. 단적으로 사격에서 소총종목과 권총종목의 발바닥 압박과 지지부위가 달라집니다. 기능성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각각 다양한 메커니즘이 있어 그에 맞춰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인솔은 무엇인가요?

    ▷공기가 인솔을 순환하며 아치를 받쳐주고 발바닥 충격을 완화해 피로감을 줄여주는 기능성 인솔인 에어 플로(Air Flow)가 지난해부터 온라인에서 반응이 오고 있습니다. 약 5년 전에 개발해 선보인 제품으로 저희가 글로벌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신고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이라 판단해 먼저 시장에 내놨는데 어느덧 한 달에 4000개씩 판매되고 있습니다. 광고나 캠페인 활동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입소문만으로 늘어난 판매량이라 고무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입증된 효과는?

    ▷우리들병원을 통해 임상실험을 진행해 50여 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에어 플로 인솔을 착용한 이후 족저근막염 환자들이 4주를 지나니 완화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면 도수치료를 받은 환자는 4주 뒤 개선된 이후 다시 재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엑스솔 컴포트화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가지고 있는 독일척추협회에서 AGR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여러 박람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몇몇 업체에서 기능성 인솔을 선보이고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대다수 제품들의 기능성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전문적인 제조기술이 부족하고 연구개발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흉내내기 식으로 내놓은 제품들도 많습니다.

    발 건강 지켜주는 맞춤형 인솔 대중화 질병예측 돕는 ‘스마트 인솔’ 출시할 것 ▶지금 시중에 판매하는 맞춤형 인솔이 상당히 고가라 대중화되기 어려운 것 같은데?

    ▷판매되는 족형을 측정하는 장비가 엄청나게 고가입니다. 시중에 지금 판매되고 있는 장비가 3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갑니다. 그래서 영창에코는 뎁스 카메라를 활용해 1000만원 미만의 장비를 개발해 곧 출시할 예정입니다. 맞춤형 인솔 가격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인 맞춤형 인솔시장이 활성화된 유럽, 미국, 일본에서 가격대가 200달러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저희는 100달러 이하로 낮춰 선보일 예정입니다.

    ▶새롭게 내놓은 장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측정할 수 있는지요?

    ▷저희가 개발한 ‘FOOT SCANNING SYSTEM’은 사용자의 정확한 발 사이즈, 발 모양, 좌우전후 균형, 안정성, 평발 여부, 아치 높이, 왼발과 오른발의 균형성 등의 수치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목표치는 300~400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보건소, 스포츠매장, 병원 등에 보급해 꾸준히 측정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활용한 다양한 분야의 사업접목도 가능합니다. 국내 지역별, 성별, 연령별, 나이대별 발의 모양과 보행습관 등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 여러 건강정보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삼성전자, LG 등도 개발에 나선 스마트 인솔 분야에도 일찌감치 뛰어드셨는데?

    ▷글로벌 업체들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역이었습니다. 신발 제조업체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첫 번째 디자인이고 두 번째는 내구성입니다. 인솔에는 좀처럼 돈을 투자하지 않았죠. 실상 신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정보는 발바닥과 닿은 인솔을 통해 파악이 가능하고 신체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부분도 바로 인솔입니다. IoT와 접목해 개발을 완료하면 다양한 사업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마트 인솔이 알려주는 정보는 무엇인가요?

    ▷스마트 인솔은 기본적인 걸음 수, 보행거리, 칼로리 소모량, 주행시간 등 일상 동작데이터를 측정하고 기록해 사용자 스스로 자신의 보행습관을 계속해서 인지하고 추적할 수 있도록 데이터화해 관리합니다. 특히 걸을 때의 발각도, 좌우균형 등의 데이터를 측정하여 사용자의 걸음이 좌우 균형이 맞는지 팔자걸음인지 안장걸음인지 보행습관도 알려줘 교정도 가능하죠. 다리를 절거나 균형이 무너진 걸음걸이로 변할 경우 건강의 이상신호로 받아들여 경고도 해줄 수 있습니다.

    ▶걸음걸이나 발의 모양이 건강정보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적으로 어르신들이 중풍(中風,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초기 가장먼저 달라지는 것이 걸음걸이입니다. 신체의 한 기능이 제 역할을 못하면 한쪽다리부터 미세하게 절룩거리거나 좌우 보폭도 달라지죠. 디스크나 무릎관절이 아파도 마찬가지예요. 잘못된 걸음걸이를 장기간 유지하면 발의 모양도 변하고 조금만 걸어도 피로감이 심해지고 아치도 무너져 결국 족저근막염 등의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져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이러한 걸음걸이 변화와 족압 등을 체크하면 건강이상신호도를 알 수 있습니다.

    ▶신발 완제품을 만들 생각은 없으신지?

    ▷저희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당장 나이키를 이기려 들면 게임이 되겠습니까? (웃음) 글로벌 업체들이 뛰어들지 않은 인솔분야에 집중해 경쟁력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IPO계획 등 향후 비전이 있다면?

    ▷3~4년 후에는 상장계획을 잡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체 브랜드화를 위해 지난해 사옥을 올리고 연구시설을 만들고 개인별 맞춤형 인솔 제작을 위한 측정 장비도 개발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보안이나 자금력이 부족해 숨어서 해왔다고 한다면 이제 서서히 드러내놓고 할 생각입니다. 오픈하고 경쟁하면 이제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부담감은 있습니다.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산 =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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