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 공주대 교수| 박사학위 2개 딴 이주형 한국대학발명협회장 “청소년·대학생들 발명 도울 때 보람”

    입력 : 2019.04.30 10:43:53

  • 이주형 공주대 교수
    이주형 공주대 교수
    이주형 공주대 교수의 이력은 특이하고 화려하다. 공직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박사학위를 2개나 딴 교수님에다가 발명학자 이력을 더했다. 그리고 한국대학발명협회장, 세계발명창의올림픽 조직위원장, 아시아로하스산업대전 조직위원장, 인-스타트업(Invent Start-up) 특허경영혁신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삶의 궤적이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관통하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발명’이다. 이 교수는 발명 전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관을 넘나들며 발명과 관련된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전 직장에서도 한국폴리텍대학 최초로 발명연구소를 설립 활동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발명과 관련한 사회적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발명은 사회 발전을 위한 기초적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발명을 통해 환경 등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모든 활동들이 이와 다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세계발명창의올림픽의 경우 전 세계에서 매년 20개국 이상 1000명이 참가하는데 많은 한국 학생들이 참가를 원하지만 교육 규제 현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4차 산업을 육성하면서 민간의 이런 분위기에 제약을 가하는 교육현실은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 흐름도 창의적 사고가 없었다면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간 분야의 발명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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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력이 특이하시다

    ▷어느 순간 정해진 범위 내에서 맞춰 가야하는 공무원 세계가 몸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공직에 있으면서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발명분야다. 민간에서도 국가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분야였다. 그래서 1998년 IMF 시기에 철밥통이라는 공직을 던졌다. 한동안 미국에서 산 적이 있다. 그때 미국전역을 1993년식 링컨 타운카를 이용해 여행을 했는데 차량의 우수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당시 미국제품을 왜 선호하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 그런데 우리가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부품 소재개발이 부족해 우리 차량의 성능이 미국차에 비해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직 후 내가 직접 발명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관련 부품을 개발해 특허까지 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패했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됐다.

    ▶한국대학발명협회 회장은 언제부터 맡으셨나

    ▷협회는 2002년도에 설립됐다. 대학 발명 활성화와 대학의 지식재산권 인식 제고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설립 초기부터 관여했지만 회장은 3대 때부터 맡고 있다. 현재 세 번째 연임을 하고 있다. 연관된 사업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계속하고 있는데 이제 물러날 때도 된 것 같다.

    ▶발명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

    ▷처음 발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때다. 그땐 놀거리가 없었는데 돼지 부산물 중의 하나인 오줌보를 이용해 축구공을 만들었다. 오줌보 안에다 왕겨를 넣어 공을 만들고 친구들과 차고 놀았다. 그때 만든 이 축구공은 자랑거리 1호였다. 지금 보면 별거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혁신이었다.

    ▶지금 혹시 하고 계시는 발명이 있으신가

    ▷최근에 탈모예방 브러쉬를 만들었다. 잘 팔릴지는 의문이다.(웃음) 그런데 지금은 발명가라기보다 발명학자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발명과 관련된 조언이 많이 들어오면 조언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이시면서 발명에 집중하시는 모습이 이채롭다

    ▷발명은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첫 창의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딱딱한 공부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는 법, 문제해결 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발명을 등한시한다. 오직 대학입시과목에 집중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이력 중 인스타트업 특허 경영은 좀 생소한 것 같다

    ▷인(Invent) 스타트업은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해 제품 수준을 꾸준히 개선시켜 나가는 경영방법론인 린(Lean)스타트업에서 영감을 얻어 내가 직접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하면 특허로 만든 제품을 최대한 빨리 시장에 내놓기 위한 프로세스다.

    ▶다른 국가 분위기는 어떤가

    ▷많이 다르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만 보더라도 발명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 학생이 세계 각국에서 개최하는 발명대회에 참가하려면 학교 눈치를 상당히 봐야 한다. 상황이 이러니 아이들이 발명의 세계에 자유롭게 뛰어드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없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발명 인재는

    ▷최근 사례에서 찾아보면 두 사람이 있다. 용인외고에 다니는 한 학생은 중간고사 기간인데도 저와 함께 대만 발명캠프에 갔었다. 그만큼 발명에 대한 열의가 높았다. 특히 이 학생은 화덕 발명을 통해 라오스 등 저개발국에 대한 환경 문제 해법을 구상한 적이 있는데, 상당히 호평을 받았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 발명과 관련한 창의적 사고가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또 한 학생은 여학생인데 말레이시아 발명논문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 학생은 발명에 대한 열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래 대한민국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주최하시는 발명대회를 통해 그 제품이 산업화로 연결될 경우가 있나?

    ▷부산의 한 기업체 사장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발명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그는 어린이 식탁, 어린이 텐트와 관련된 제품을 만들었는데 당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장은 학교 졸업 후에도 계속 이 제품을 발전시켜나갔다. 다시 말해 기존의 아이디어를 업그레이드, 즉 액셀러레이팅하여 지금은 이 제품을 통해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가 됐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해외 진출도 적극적이시다. 현 정부의 신남방에 맞춘 보조인가?

    ▷발명은 국경이 없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발명을 통하여 산업사회에 중요한 인재도 양성했지만 지금은 중국은 물론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등 후발국가의 추격이 무섭다. 이에 저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견문을 넓히고자 해외 발명대회에 자주 참가하여 해외 학생들과 교류한다. 지난 3월 1일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유명한 의공과대학에서 논문발표도 했다. 한국인으로는 단독 초청을 받아 한국의 발명활동 현황과 WICO(세계발명창의올림픽)를 설명했는데 분위기가 뜨거웠다.

    ▶최근에 환경 지킴이를 자처하고 계신다

    ▷요즘 환경 뉴스를 볼 때마다 충격을 받는다. 최근에 태평양에서 포획한 고래의 배를 갈라보니 폐기물 쓰레기가 가득하다는 뉴스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우리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비닐류, 플라스틱류 등 썩지 않는 쓰레기는 결국 우리 몸에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아닌가. 그래서 발명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한 것은 아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가져왔다. 올해 8회째를 맞는 아시아 로하스 산업대전은 친환경 기업체를 발굴해 육성하는 사업이고, 18회째를 맡는 청소년 발명아이디어 심사에서 환경 이슈는 언제나 눈여겨보는 대목이었다.

    ▶아시아로하스 산업대전은 무엇인가

    ▷아시아로하스산업을 활성화해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기업을 발굴해 육성해 나가는 사업이다. 특히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자는 일종의 캠페인 성격도 가지고 있다. 올해는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SETEC에서 열린다. 최근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정부에서도 이 산업대전에 동참하고 있다.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제품을 만든 기업에게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 산업대전은 왜 여시나

    ▷발명과 환경은 얼핏 보면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속살을 보면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통 기업을 하는 사업은 서로 비슷한 업종에만 관심 있다. 하지만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업종 간의 적극적 교류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한 장을 깔아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로하스 관련 기업들의 가장 큰 숙제는

    ▷로하스 정신을 나누는 것이라고 본다. 좋은 먹거리, 믿고 찾을 수 있는 제품을 양심에 따라 만드는 것이다. 지금 환경 관련 문제의 가장 큰 고민은 속이는 문제다. 솔직히 소비자 중 유기농 제품이라고 광고하는 것들에 100% 믿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나. 결국 우리는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을 먹은 동식물을 먹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노력이 있다면?

    ▷작년부터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작년에 에코백 1000개를 제작하여 기업과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또 필리핀 등 세계 각국과도 연결해 관련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또 올해 세계발명창의올림픽(WICO) 기간에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참가하는 20개국 1000여 명이 참가하는데 그들로 하여금 전 세계에 홍보하려고 한다.

    ▶혹시 발명이 환경문제 개선으로 이어진 케이스가 있나

    ▷안산의 한 공장이 기억에 남는다. 이 회사는 사용된 PBC에서 함유된 여러 금속 물질을 분리하는 회사다. 그런데 공정과정에서 매연 등 오염 물질 배출이 심각했다. 당연히 거기서 일하는 근로자의 건강도 염려가 됐다. 그래서 공정과정에서 촉매장치를 이용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도록 하고, 또 실내 환경오염 수준이 특정 기준을 넘으면 자동적으로 가동되는 환풍 장치를 설치토록 했다. 이런 노력들로 이 회사는 관계기간의 환경평가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았다.

    ▶맡고 계신 단체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해달라

    ▷2004년 4월 설립된 한국대학발명협회는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으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 및 대학생들에게 발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미래 발명 인재 육성을 통해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됐다. 대한민국청소년발명대회(KYIC)와 세계발명창의올림픽(WICO)을 주최하고 있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4호 (2019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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