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금맥 캐는 블록체인] (2) 신현성 테라(Terra) 대표/티몬 의장| “판매자는 수수료 절감·소비자는 할인혜택… 제로페이 대신 스테이블코인 ‘테라’ 어때요”

    입력 : 2019.03.04 13:48:06

  •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파파존스 L사이즈 피자 2판(약 30달러)이 1만 비트코인에 팔렸다. 피자 2판의 대가로 지불한 1만 비트코인은 현재(2월 18일 기준) 약 422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다.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해 초를 기준으로 하면 약 2조6000억원까지 뛴다. 극단적인 예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다수 암호화폐는 극심한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온전한 화폐로서의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다.

    신현성 티몬 의장은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던 2017년 5월 암호화폐의 투기적 속성을 보완해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화폐)인 테라(Terra)를 선보이며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들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없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살리고 가격을 안정시켜 활용성을 높인 암호화폐다. 수요에 따라 통화량을 조절해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투기목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줄어든다.

    신현성 테라(Terra) 대표
    신현성 테라(Terra) 대표
    통화량 조절하는 독자 알고리즘 도입 티몬·배달의민족·야놀자 등 결제에 도입 예정 신 대표가 세상에 내놓은 테라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통화량 조절이다. 테라(Terra)의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르면 자체 알고리즘에 의해 테라의 발행량을 늘린다. 공급이 늘어나니 오른 가격은 제자리를 찾는다. 반대로 테라의 수요가 줄면 가격을 원상태로 만들 수 있는 만큼의 테라를 시장에서 구매해 청산한다. 이때 루나(Luna)라는 또 다른 토큰이 등장한다. 평소 루나는 테라가 결제될 때마다 소액의 결제 수수료(Transaction fee)를 받고 테라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 테라를 사들인다. 톱니처럼 맞물리며 작동하는 방식이다. 통화량은 블록체인 기반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안정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테라를 통한 토큰결제가 이뤄질 경우 은행, 카드사, 중간벤더 등과 같은 중개인을 거치지 않아 수수료가 거의 사라진다. 테라는 빠지는 결제비용만큼 소비자에게 10~20%의 할인쿠폰을 제공해 가입자를 모은다는 방침이다.

    약 2년간의 예열기간을 마친 테라는 올 4월 안에 티몬, 배달의민족, 야놀자 같은 국내 대표 이커머스 파트너들의 결제시스템에 추가될 예정이다.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현성 테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티몬 CEO에서 내려온 후 어떻게 지냈나?

    ▷2010년 창업해 7년 반을 CEO로 지냈다. 그 과정에서 티몬을 계속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사실 나는 창업단계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실험하기를 즐기는 편이다. 그 단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그래서 2017년 중순쯤에 이사회 의장으로 빠져서 중요한 결정에는 참여하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고 싶다고 주주와 이사회에 양해를 구했다. 이후 블록체인 분야를 공부하게 됐다.

    ▶블록체인을 아이템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누가 보면 트렌드만 좇는 줄 알 것 같은데.(웃음) 대학시절에도 금융을 전공한 만큼 평소 관심이 있었던 분야였다. 블록체인이 가장 혁신할 수 있는 분야가 금융이라고 생각했다. 티몬을 창업해서 자랑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한국 밖으로 나가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키우고 싶었지만 위메프, 쿠팡, 지마켓 등과의 싸움이 치열했다. 그러다보니 로컬플레이어로 머무르고 있었다. 블록체인은 근본 자체가 글로벌하고 한국시장이 가장 핫해서 세계적으로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떤 부분을 혁신할 수 있다고 봤나?

    ▷2017년 당시 암호화폐는 매일 오르고 있어 업계가 다들 열광하고 있을 때였다. 그 자체가 어마어마한 리스크라고 생각했다. 실체와 이유가 없는 상승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 자체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정의했다. 진정한 암호화폐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안정적인 스테이블토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테라의 가격이 유지되는 방식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테라의 수요가 늘면 거래소의 가격이 오르고 그럴 경우 통화량을 늘린다.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낮아지니 그만큼 통화를 청산한다. 조절은 시장에 맡긴다. 사전에 여러 마켓메이커들과 사전 스마트계약을 체결한다. 1테라를 1000원이라 가정해보자. 가격이 1100원으로 오르면 알고리즘에 의해 안정화가 될 정도로 테라를 발행하고 반대로 테라가 900원이 되면 많은 사전계약에 마켓메이커들이 구매해 유통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한다.

    ▶고객이 구매 시 테라토큰이 아닌 테라포인트로 변환해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사실 국내에도 암호화폐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최대한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포인트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고객들은 현재 상용화된 간편결제 이상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뒷단에서는 단계가 늘어나더라도 고객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 4대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JPM이 화제다

    ▷JPM을 뜯어보지는 않았는데 기존에 나왔던 달러와 1:1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과 많이 다를까 하는 의문이 있다. JP모건이 금융 안에서 인증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블록체인을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지 실험하는 수준이라고 본다. 테라는 실생활에 도입해 일반유저들이 하루하루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탄생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즉 JPM이 뒷단에서 금융의 프로세스를 조금 더 빠르게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 테라는 앞단에서 고객들과 거래처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자는 목표를 가졌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JPM이 선택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금융권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나?

    ▷JP모건이 하다 보니 경쟁사들이 참여하진 않을 것 같다. JP모건 뒤에 골드만삭스가 줄을 설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마찬가지로 티몬이 발행을 했다면 라이벌 업체들이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테라는 제3의 업체로서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만 맞으면 다들 들어올 것이라 본다.

    ▶장기적으로 쿠팡이나 위메프도 테라를 활용할 것이다?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올 것이다. 기존의 결제시스템에 비해 조건이 월등하게 좋기 때문이다. 줄서는 날이 올 것이다.(웃음)

    ▶달러나 원화와 1:1 연동되는 ‘법정화폐 담보형’이 아닌 무담보형을 택했는데?

    ▷특정화폐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만 봐도 알 수 있다. 수백조원을 담보로 설정해 계좌에 들고 있을 경우 도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현재 (테더는) 회계감사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셧다운(Shut Down)하기가 쉽다. 특정 국가에서 규제를 할 때 수백조원이 담긴 계좌를 닫으면 된다. 무너뜨리기가 쉽다. 마지막으로 수백조원을 그냥 들고 있는다는 것 자체가 금융의 영역에서는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테라가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차별되는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1:1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고객들에게 약간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것 외에는 혜택을 줄 방법이 없다. 그런데 테라는 경제성장분을 고객들에게 재투자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차별점이 있다. 즉 성장형 스테이블코인이다. 파트너들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고객들은 테라의 활용이 늘어날수록 토큰이코노미의 성장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인위적인 세력의 시장개입에 대한 대비는?

    ▷물론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초반에는 테라에 담보물을 100%를 가져갈 생각이다. 그러나 테더처럼 무조건 100% 현금으로 담보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금과 루나를 함께 가져갈 생각이다. 그 합산의 가치가 테라의 경제보다 크게 가져가는 것이 메커니즘의 핵심이다. 초반에는 현금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점차 줄여나갈 것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안정성은 더욱 높아진다.

    스테이블코인의 종류 1. 법정화폐 담보형 : 대개 1달러(USD)와 1:1 비율로 환전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한다. 특정한 회사 또는 기관이 자신의 계좌에 달러ㆍ파운드ㆍ원화 등을 담보로 예치해 두고, 그 양에 해당하는 토큰을 발행하는 것이다.

    2. 암호화폐 담보형 : 암호화폐의 가치를 담보로 잡는다. 역시 법정화폐(달러)를 기준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3. 무담보형 : 코인의 가격, 즉 페그(peg)된 자산과의 교환 비율이 변동됨에 따라 알고리즘이나 시스템에 의해 오로지 코인의 유통량이 조절됨으로써 코인의 가격이 유지된다.

    사진설명
    카드사 팔 비튼 제로페이 혁신성 떨어져 소상공인·소비자 모두 혜택 보는 블록체인 도입해야 ▶수수료 인하가 미끼가 될 수 있다면 제로페이의 낮은 보급률을 설명하기 어렵다

    ▷소상공인에게는 메리트가 있지만 고객이 선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결국 결제수단의 선택권은 고객에게 있다. 고객이 써야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제로페이를 비판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카드사 팔을 비틀어 수수료를 억지로 구현한다는 느낌이 있다. 테라는 기술 자체를 혁신해서 소상공인에게 낮은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고 고객에게는 혜택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원하는 소상공인 비용절감이나 포용적 금융은 기술적으로 구현을 하는 것이 더 나은 방식이라고 본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할인쿠폰은 소셜커머스와 마찬가지로 비용부담이 있지 않나?

    ▷테라는 사업이 아니다. 일반적인 회사처럼 손익계산이 나오는 게 목표가 아니다. 테라를 몇 명이 쓰고 있어서 루나의 수요가 늘어 마켓가치가 오르는 게 목표다. 그럼에도 유지되는 이유는 테라의 운영회사들이 투자자들도 루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라를 많이 쓸수록 결제수수료를 얻는 방식이다.

    ▶테라가 기존의 기업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정신에 다소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는데

    ▷블록체인의 완전한 탈중앙화 정신을 종교처럼 외치는 사람들과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중앙화된 업체들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세상은 모두 중앙화됐고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면 외면 받고 쓸모없는 서비스에 머물 수밖에 없다. 탈중앙화를 추진하면서 중앙화된 곳들과 협력하는 로드맵을 그려가며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뚫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블록체인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될 시점이 올 것이라 보나?

    ▷간단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가 너무 기술과 용어와 복잡함에 빠져있는 시장이 되고 있는데 기본 스타트업 마인드로 돌아가야 한다. 정말 실생활에 도입되고 고객들이 가치를 느끼고 쓸모 있는 서비스가 나와야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테라가 그러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정부의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블록체인산업에 대한 대처가 다소 부족한 것 같다. 이 산업은 큰 기회와 리스크가 상존한다. 리스크는 시세하락이나 ICO 사기 등이고, 기회는 블록체인 기술과 그를 통한 세계적인 혁신이다. 둘은 구분될 수 있다. 리스크에 대해서는 타이트하게 규제를 하되 기술은 과감히 육성시켜야 한다고 본다. 둘을 한 덩어리에 묶어서 모두 하나로 규제하고 법 규정도 없다보니 회색지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몽골에서 모바일 경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의 금융규제 혹은 핀테크 업체가 바라볼 때는 큰 허들이고 문제다. 정부의 전적인 서포트를 받으면 어디까지 혁신할 수 있을까에 대한 파일럿 시티가 울란바토르라고 생각했다. 공과금 납부를 테라로 받는다던가 세수확보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몽골은 신용데이터가 없어서 대출을 받으면 이자가 40~60%나 된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송금도 전혀 추적이 안되고 20~30%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금융분야의 업그레이드를 하고자 하는 목마름이 있었다.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 한국으로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결제 외에 개발하고 있는 디앱(Dapp)이 있나?

    ▷몇 가지는 계획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 계획 중인 사업이라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탄소배출권 거래 관련 리딩업체가 테라를 결제시스템으로 도입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와서 검토 중이다. 적극적으로 디앱(Dapp)을 개발하고 있지는 않고 이러한 큼직큼직한 제안이 오면 검토해서 추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설정한 목표가 있을까?

    ▷3년 안에 아시아권에서 제일 많이 거래되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그 말은 네이버페이나 이니시스나 일본에 있는 GMO보다 늘어나는 것이다. 최소 연결제액이 50조원은 되어야 가능하다.

    ▶어떤 프로젝트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나?

    ▷이커머스 결제시장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앞으로 미국의 스트라이프는 20조~30조원의 밸류에이션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급성장하는 산업의 필수 인프라를 담당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그 이후는 알리페이가 잘 보여주고 있다. 결제를 잡은 다음에 데이터를 통해서 대출을 시작했고 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하고 투자상품을 지원했다. 중국직장인들은 월급이 나오면 3분의 1을 알리페이에 넣어서 투자상품을 산다. 알리페이가 디지털 은행이 된 것이다. 오프라인 지점이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은 싸고 데이터가 많아 정교한 신용분석도 가능해진다. 알리페이처럼 뻗어나가는 것이 목표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2호 (2019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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