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 JB금융회장 | 성장과 이익 두 마리 토끼 잡은 김한 JB금융회장 “중서민·중소기업 위한 소매전문금융에 특화”

    입력 : 2016.06.03 17:29:54

  • “JB금융은 몸집을 키워서 대형 시중은행과 경쟁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중서민들과 중소기업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작지만 튼튼한 은행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김한 JB금융 회장(광주은행장 겸임)은 올 1분기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비결을 묻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정색을 한다. 그는 “분기마다 이익을 얼마나 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안정된 수익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 회장은 지난 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한 직후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JB금융의 성장을 주도해 명실상부한 서남권 대표 금융그룹으로 키워냈다. 지난 2011년 우리캐피탈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014년에는 광주은행마저 인수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올 1분기에는 JB금융이 사상 최대 규모인 552억원의 분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58.8% 늘어난 것이다. 김 회장은 이 같은 실적 호전과 성장에 힘입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메리츠증권 부회장, 금융감독위원회 기업구조조정위원, 파마그룹 서울사무소 대표 등 증권 자산운용 보험 은행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다. 김 회장은 JB금융의 미래를 듣기 위해 여의도 JB빌딩을 찾은 기자를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았다.

    사진설명
    서남권 중소기업 기반은행 역할 다할 것 ▶연임을 축하드립니다. 올 1분기 실적이 아주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순이익을 많이 낸 건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들은 영속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안정된 수익이 오래갈 수 있어야 좋은 은행, 좋은 은행장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JB금융이 힘들어지면 지역사회가 어려워집니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은행을 운영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익이 나면 좋지만 JB금융에게 어닝 서프라이즈는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JB금융의 거래고객은 중소기업과 중서민들입니다. 대기업이라곤 금호그룹 한 곳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서남권 중소기업들의 기반이 되는 은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래기업을 보면 업종별로 건설업 비중이 다른 은행보다 높은 편인데 지역 산업기반이 별로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건설업 중에도 임대업을 많이 합니다. 건설업이라고 생각하면 부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JB금융이 현재 거래하는 건설사들은 탄탄한 회사들이 많습니다. 건설업은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뿐 아니라 고용효과도 큰 산업이어서 지역경제를 뒷받침해야 하는 JB금융으로선 반드시 지원해야 할 업종입니다.

    ▶JB금융이 발빠르게 수도권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이미 지역에서 점포 효율화를 마쳤습니다. 이제 지역을 벗어나 수도권 고객들이 JB금융과 거래할 수 있도록 영업망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수도권에는 호남지역 출신 고객들이 많습니다. 대략 잡아도 호남인구가 700만명에 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천만 하더라도 충청인구 다음 호남인구가 많습니다. 그분들은 JB금융의 잠재고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남지역과 연계영업을 한다면 고객과 JB금융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현재 수도권 점포가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을 합쳐서 44개 정도인데 몇 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수치는 세워두지 않았습니다. 입지가 좋은 점포가 나오면 계속 지점을 개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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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은행과 저축은행 가교 역할 하겠다 ▶JB금융을 어떤 금융회사로 키울 계획인가요?

    JB금융은 일반 시중은행과는 다릅니다. 특수하다고 볼 수 있죠. 우선 영업기반이 되는 호남권의 지역경제가 탄탄한 편은 아닙니다. 규모도 KB금융이나 하나금융의 10% 수준도 되지 않습니다. 사이즈 경쟁은 말이 안 되는 일이죠.

    이미 말씀드렸듯이 JB금융은 중서민과 중소기업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캐피털도 그렇습니다. 회사 규모는 현대 다음으로 캐피털 업계 중 두 번째 수준으로 큰 편이지만, 벤츠나 에쿠스 같은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게 아니라 월급쟁이들이 타고 다는 차종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대형은행은 대기업과 거래하고 IB로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려고 하지만 JB금융은 중소기업들을 키우고 서민들의 금융생활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대형은행과 저축은행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셈이죠. 선진국 금융회사 중 벤치마킹은 기능별로 하고 있습니다. 캐피탈원과 같은 소매영업을 많이 하는 은행을 벤치마킹하고 있죠.

    다시 말하지만 JB금융은 중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소매금융에 주력하고 그걸 특화하겠습니다. 저도 IB나 은행 증권을 경험했지만 JB의 규모로는 어렵습니다. 소매 전문 은행이 우리지역에 맞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자산을 늘려 크게 만들자는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JB금융에 온 후 자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 제가 확장을 주도한 줄 아는데 사실 저는 직원들에게 자산 늘리라는 말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왜 그렇게 빨리 자산이 늘었느냐고 줄이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금융회사도 많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제 은행이 갑이 아닙니다. 소비재를 파는 회사처럼 고객을 편하게 해야 합니다. 직원들도 금요일에는 자유복장으로 근무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점 영업부와 회장실에는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미니어처 등을 설치해 문턱을 낮췄습니다.

    ▶광주은행장을 겸임하면서 부실도 많이 줄었습니다.

    광주은행이 한 식구가 됐으니 빨리 JB금융에 동화되고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죠.

    JB금융은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생존을 중요시합니다. 모든 은행이 마찬가지겠지만 JB금융은 아무래도 큐모가 작으니 그걸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은행은 1000억원 정도 손실이 나면 큰돈이 아니지만 광주은행이나 전북은행에게는 엄청난 큰돈입니다. 더욱이 서울 수도권에 비해 지역경제가 취약한 편이기 때문에 부실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더 써야 합니다. 전사적으로 부실을 줄이고 생존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광주은행이 잘 하고 있습니다.



    광주·전북은행 투뱅크 시스템 유지 ▶금융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하는데 어떤 전략이 있나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합병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투뱅크 시스템을 유지할 방침입니다. 다만 두 은행이 쓰는 고정 비용 중 겹치는 부분은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통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뽑아서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을 스터디하고 있습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중서민을 고객층으로 하기 때문에 영업 등에서 캐피털과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은행 간에 시너지를 내는 것입니다.

    보험 업종에 진출하거나 기존 보험사를 인수할 생각은 없습니다. 보험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데 보험회사를 사서 적정 규모로 키우기에는 JB금융의 사이즈가 충분히 큰 편이 아닙니다.

    은행 영업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현대증권과 함께 복합점포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증권이 KB금융에 인수되는 바람에 계속 협력을 해가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협력점포는 한순간에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파트너 증권사로는 현대가 적절하다고 판단했고 두 회사가 1년간 함께 스터디해서 만들어냈습니다. 점포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어떤 분위기를 만들지 등 오랜 협의를 거쳐 만들었는데 이제 어떤 방법이 좋을지 다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이 이어지는데 글로벌전략을 갖고 계신지요?

    지난 1월 JB우리캐피탈이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사무소를 냈고 2월에는 전북은행이 캄보디아의 프놈펜상업은행(PPCB)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지역기반이 적어서 이익창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다른 금융그룹보다는 조심스럽게 나갈 생각입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서도 실패하면 안 된다.캄보디아 외에 미얀마 베트남 등 스텝바이스텝(Step by Step)으로 조심스럽게 동남아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캄보디아에는 전북은행이 진출하게 됐지만 다른 나라는 은행 인수가 어렵기 때문에 캐피털 진출을 통한 소매금융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저는 골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강하게 하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뛰거나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마라톤도 했습니다. 40대 초반에는 완주도 했지요. 이제는 주말에 뛰어봤자 10㎞ 정도입니다. 서울에서는 북한산에 가고 광주에 있으면 무등산, 전주에 있을 땐 모악산에 자주 갑니다.

    근무는 광주에서 70% 정도 하고 서울에 20% 정도 있습니다. 전주에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갑니다. 여러 곳에 사무실이 있다 보니 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그나마 KTX가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어떨 때는 한주에 3번이나 광주와 서울을 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한 JB금융회장 △1954년생 △경기고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 △예일대 경영대학원 석사 △삼일회계법인 △대신증권 △2004년 메리츠증권 부회장

    △2010년 전북은행장 △2013년 JB금융회장(현) △2014년 광주은행장(현)

    [윤재오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8호 (2016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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