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교 이사장 | “100세 시대, 직업교육은 인생의 필수 덕목입니다”

    입력 : 2016.06.03 17:25:01

  • 대한민국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대학이 있을까? 뜬구름 잡는 질문 같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정답이 존재하는 현문(賢問)이다. 주인공은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한국폴리텍대학. 고용노동부 산하의 특수대학인 이곳은 2006년 24개 기능대학과 19개의 직업전문학교가 통합되면서 교명을 변경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68년에 설립된 국립중앙직업훈련원이 시작점이니 근 50여 년에 걸쳐 대한민국 산업인력의 근간이 된 대표적인 직업교육대학이다. 전국에 뻗어 있는 캠퍼스만 34개, 학과 수만 해도 약 280여개에 이른다.

    일례로 한국폴리텍대학 OO캠퍼스를 한 곳에 모으면 그 면적이 217만 2210㎡(약 66만평)나 된다. 여의도 총 면적에 75%를 차지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다. 물론 그저 자리만 잡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다. 2014년 기준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85.8%나 된다. 전국 4년제 대학의 평균 취업률과 비교하면 약 30%나 높은 수치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취업유지율은 무려 90%나 됐다. 그만큼 취업의 질도 높다는 방증이다. 이 모든 성과의 비결은 무엇일까? 인천 부평에 자리한 한국폴리텍대학 본부에서 만난 이우영 이사장은 “과거보다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 트렌드를 예측하고 대비해 운영에 반영한다”며 외부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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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일과가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캠퍼스가 많잖아요. 24시간이 부족합니다. 요즘엔 특히 변화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새벽 3시에 깼네요. 나이 때문인지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건지(웃음), 현안을 하나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폴리텍대학이 생소한 이들도 있는데요.

    폴리텍대학에는 다양성이 공존합니다. 유아·청소년부터 고교생·청년·중장년·경력단절여성·다문화 학생까지 교육의 스펙트럼이 넓지요. 전 3A란 표현을 씁니다. ‘Any Where, Any Time, Any One’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국민 누구든 편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 직업교육기관입니다. 일하고 싶은 누구나 기술을 배워 산업현장에 안착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공공직업훈련기관의 책무라 생각하고 수요에 맞는 교육과정 개발, 취업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기술인에 대한 인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기술인 우대 풍토가 조성된 건 사실이지요. 우선 명장, 기능한국인, 기능장 출신들이 대우받고 있고 서서히 기술 하나로 평생직업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 대학 강서캠퍼스에선 2013년부터 리더스기술클럽이라는 특별교육과정을 운영 중입니다. 현역 국회의원이나 전직 장관, 기업체 대표 같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직접 용접과 자동차 정비, 목공에 나서서 약 12주간 기술을 체험하는 과정입니다.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학벌, 화이트칼라 직업 선호에서 기술과 능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어요. 우리 대학 2년 학위과정 경쟁률이 2006년에 3:1에서 지난해 6.2:1까지 껑충 뛰었습니다. 1년 기능사과정에 입학하는 전문대 재학 이상의 고학력자 비율은 지난해 46%를 차지했어요. 우수한 인재들이 훌륭한 기술 인력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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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패러다임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시대 ▶그러고 보니 2016년은 한국폴리텍대학 출범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원래 전신은 1968년에 설립된 국립중앙직업훈련원입니다. 훈련원 초기에는 외국 차관을 들여다 토대를 만들었는데요. 산업적 요구, 글로벌 환경에 발맞춰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배출된 산업역군만 220만 명에 이릅니다. 우리보다 산업화가 먼저 진행된 국가에선 우리 같은 대학들이 명문대학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그들처럼 종합직업훈련대학으로 거듭나는 게 한국폴리텍대학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최근 화두가 된 제4차 산업혁명이 한국폴리텍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분수령일 것 같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생산기술의 혁명이죠. 3차 산업혁명은 커뮤니케이션의 통합이었어요. 여기에 콘텐츠와 알고리즘이 포함되면서 인공지능화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이 생각하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을 기계가 대체하게 됩니다. 무서운 일이죠. 일자리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 것 아닙니까. 누군가 ‘초등학생들이 취업에 나설 쯤엔 현재 직업군 중 80%가 소멸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그럴 거라고 확신합니다.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거예요. 아침에 신문을 보니 명문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가장 인기 높은 조교가 질 왓슨인데 업무처리,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토론 능력이 월등하다는 게 이유였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조교가 인공지능이었습니다. 기술변화가 아주 무서운 수준입니다.

    ▶직업의 변화에 대응하려면 그 정답은 교육이겠군요.

    이제는 100세 시대 아닙니까. 80세까진 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살면서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새로운 직업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현시대입니다. 그러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은 한국폴리텍대학뿐입니다. 필요한 비용은 한국폴리텍을 지원하는 국가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사실 직업훈련이 최고의 복지 아니겠습니까.

    ▶한국폴리텍대학은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역시 가장 큰 역할은 취업인데요.

    그렇지요. 일자리를 찾아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재 280여개의 전공학과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공학부터 융복합서비스까지 전 분야를 커버하고 있는데, 요즘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현재의 기술 트렌드를 중심으로 교육받은 졸업생이 과연 제때 취업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 대학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학생 수를 조정해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미래신성장동력학과라든가 학과의 구조개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2014년 10월에 취임했는데, 가장 먼저 학과 구조조정과 통폐합에 관련된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었습니다. 현 기술트렌드에 가장 합당한 학과를 유지하겠다는 의미예요. 어쩌면 올해부터 진행되는 교수님들의 썰물 퇴직도 그 변화 중 하나가 되겠네요.

    ▶퇴직과 변화가 어떤….

    올해만 해도 79명의 교수님이 퇴직하시는데, 그와 함께 새롭게 채용해야 합니다. 향후 10년 간 700여 분의 교수가 떠나고 또 새로 들어오게 됩니다. 우선 교수 충원 시 미래의 기술 트렌드에 맞춰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장 큰 변화 아닐까요.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기술 능력입니다.

    교수채용, 서류전형부터 현장성·인성·면접까지 꼼꼼히 검토 ▶그렇다면 차별화된 인재선발 원칙이 있을 법한데요.

    한마디로 현장성이에요. 우리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선 학력보단 산업체 현장실무경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과 실력이 우선입니다. 국가에서 인정한 명장·기능장·기술사·기능전승자는 학력 제한 없이 현장실무경력에 따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실무능력 평가를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실습장비와 시제품 제작 활용능력도 시행하고 있어요. 특히 올해부터 인성검사를 추가했습니다. 우리 기관 고유의 인성교육 브랜드인 ‘참人폴리텍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상담심리 전공 교수도 초빙할 계획입니다.

    ▶전혀 녹록지 않은데요.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우린 이론도 중요하지만 현장도 중요하거든요. 사실 지난해에는 많이 뽑질 못했습니다. 고민이 많았어요. 면접 때 인사담당부서에선 이 분들을 뽑지 않으면 학과 운영이 곤란하다고들 했어요. 하지만 한번 들어오면 평생 함께 하실 분들인데 급하게 진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수업시수가 문제라면 겸임교수 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서 지난해 필요한 정원에 60%만 충원했어요. 아,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우리 대학 출신 교수님도 채용했습니다. 동일한 경쟁을 통해서 한국폴리텍으로 돌아오셨어요. 가장 바람직한 순환이지요.

    ▶출범 10주년을 맞아 뉴비전을 선포했습니다. 나름의 경영방침이 궁금합니다.

    ‘평생직업능력개발 리더, K-폴리텍’으로 뉴비전을 선포했습니다. 새로운 비전 달성을 위해 앞서 언급한 ‘참人(Charming)폴리텍’이란 문화혁신 모토도 만들었어요. 인성과 소양을 갖춘 가슴 따뜻한 기술인재에서 출발한 참人폴리텍은 조직문화 전반을 감싸는 하나의 고유 브랜드로 정착시킬 계획입니다. 학생에겐 참다운 인재양성을 위한 학사제도로, 교직원에겐 품위와 지성을 갖춘 참스승을 지향합니다. 참人은 ‘Charming(매력적)’이란 뜻도 담고 있는데, 최고의 교육훈련품질을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선 우리 자신이 매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의 첫 단추인가요. 실습복과 응원가가 화제였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자존감이에요. 왜 한국폴리텍대학에서 공부하는지 제대로 된 동기를 심어줘야죠. 우리 대학은 실습 비중이 60%로 높습니다. 전국 캠퍼스를 다 돌아보니 현장실습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더군요. 소속감을 높이고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디자이너 장광효 선생님께 실습복 디자인을 부탁했습니다. 사실 비용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연말 휴가도 마다하고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그래서 총 8종의 실습복이 완성됐고, 지금은 학생들이 실습시간이 아니어도 입고 다닙니다. 우리 대학 캠퍼스는 각각 설립시기가 다르고 역사가 다르다 보니 교가도 다르거든요. 전통은 보존하고 대신 아이덴티티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 응원가를 만들었어요. 이건 걸그룹 ‘마마무’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응원가가 요즘 각 캠퍼스마다 점심시간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이젠 취업 중심보다 스타트업, 벤처 창업 등 사회에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에도 힘써야 합니다. 한번에 진행 될 순 없겠지만 차근차근 밟아나가다 보면 한국폴리텍대학이 글로벌 수준의 최고 종합직업훈련기관으로 거듭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올해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한국폴리텍대학의 역사를 돌아보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기관의 역할이 부각됐습니다. 청년실업, 중장년 썰물 퇴직, 조선업 불황, 다문화 사회 문제 등 폴리텍이 해야 할 숙제들이 참 많습니다. 원하는 누구나 직업교육을 받아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기관의 책무이자 소임이죠. 교육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평생직업능력개발 리더, K-폴리텍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After Talk 한국폴리텍대학은 지난 3월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 융합기술교육원을 오픈했다. 10개월 과정에 대졸자 중 청년 취업준비생(인물계 우대)을 모집했고, 해외유학생·서울 10대 사립대학 졸업생·서울대 졸업생까지 지원해 현재 기술분야와 융합된 콘텐츠 등을 공부하고 있다. 현장전문가를 교수로 영입해서 주말도 없이 토론이 진행된다는 후문이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그룹, 지멘스 등과 MOU를 맺기도 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9호 (2016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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