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누비는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 고객 신뢰 회복 위한 저축은행 변신 주도

    입력 : 2016.03.30 14:13:23

  • “고객들이 다시 저축은행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고 저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지난해 12월 제17대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선출된 이순우 회장은 취임 이후 ‘저축은행의 신뢰 회복’을 위한 해법을 찾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인터뷰 요청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손을 내젓다가도 ‘신뢰 회복’ 얘기가 나오면 “저축은행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서민금융·지역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열변을 토한다.

    이 회장은 “협회나 중앙회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능을 해야 하지만 저축은행중앙회는 그런 역할보다는 지난 2011년 당시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잃어버린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 회장 취임 이후 과거와는 다른 발 빠른 변신을 거듭하고 있어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과 제휴를 통해 회원사들이 ISA(만능통장)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가 하면 한국금거래소 쓰리엠과 제휴해 골드바 판매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장에서 해답 찾는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현장을 누비며 회원사들의 경쟁력 강화와 업계 신뢰 회복을 위해 저축은행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중앙회장에 선출된 직후 “실추된 저축은행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해답을 현장에서 찾겠다”고 선언했다. “최고경영자는 현장을 알아야 하듯 중앙회장도 사무실에 앉아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며 “현장에서 회원사 대표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한 달 동안 22일을 저축은행 현장을 방문했다. 저축은행 대표부터 영업점 창구직원까지 업계 사람을 고루 만나며 현장으로 스며들었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대부업과 비슷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고 부실사태 때문에 예금이 안전할까라는 의문 때문에 저축은행 이용을 주저하는 고객이 많았다.

    이 회장은 “이미지를 개선하려면 우리가 제대로 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역임하던 시절에도 늘 현장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 산업단지 등에 위치한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재래시장까지 수시로 방문했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중소기업 등 현장 방문에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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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해결보다 고객 신뢰 회복이 먼저

    이 회장은 지난 1977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40년 가까이 금융권에서 한 우물을 파온 정통 금융인이다. 특히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회장을 역임하면서 우리금융이 과거의 부실을 떨어내고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이 회장이 금융영업 환경 악화와 신임도 저하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저축은행 업계를 이끌 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것도 우리금융의 구조조정과 민영화 과정에서 보여준 강력한 추진력과 통솔력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회장은 “5년 전 일부 저축은행이 부실과 비리로 문을 닫을 때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큰 고통을 겪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신뢰 회복이라는 게 말로만 해서는 안 되고 실제 뼈를 깎는 변화의 모습을 고객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은행이 과거 부실을 떨어내고 고객들의 발길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며 “저축은행 임직원들에게도 그런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실제 광고시간 규제 완화 등 현안을 해결해달라고 중앙회를 찾는 저축은행장들에게 “달라진 저축은행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고 설득하고 있다. 업계 이익보다 고객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며 신뢰 회복이 결국 업계의 경쟁력을 높여 더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이 지난 3월 1일 저축은행 업계 임직원 100여 명과 남양주 축령산에서 ‘저축은행 업계 신뢰 회복과 발전을 기원하는 산행’을 가진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저축은행 대표들과 중앙회가 힘을 합쳐 저축은행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건전한 금융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 회장은 산행에서 업계 대표들과 임직원들에게 “등산처럼 서로 등을 밀어주는 협력과 소통을 통해 등고자비(登高自卑)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고객에게 다가가 신뢰를 회복하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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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노하우 저축은행에 접목 | 제휴로 신시장 개척…ISA 공략·골드바 판매

    이 회장은 취임 초기 저축은행 경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업의 기본은 영업”이라며 “고객을 위해 일해온 시중은행의 경험을 저축은행에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저축은행의 신규시장 창출과 영업 확대를 위해 시중은행의 노하우와 경험, 인맥을 하나하나 접목해나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1월 18일 우리은행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서민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 지원을 위해 상호 협력하자는 내용이다. 신용부족으로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소상공인 개인고객들이 저축은행의 중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개인 고객이 대출연장이 어렵거나 한도가 부족할 때 저축은행의 대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3월 14일부터 판매된 ISA(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 시장에 대한 저축은행의 공략에 이 회장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우리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저축은행 상품을 ISA에 넣어서 팔도록 한 것이다.

    저축은행은 인지도가 낮은 데다 점포수가 부족한데 은행과 제휴함으로써 그런 약점을 상쇄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한국감정원과 ‘부동산담보대출 건전성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회장은 “저축은행의 부동산 대출 때 자체 평가 역량을 강화하여 건전성을 높이고 대출시행 후 리스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골드바 판매업체인 한국금거래소 쓰리엠과 제휴를 맺어 지난 3월 7일부터 저축은행에서 골드바 판매 및 매입대행 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참여하는 저축은행은 24곳이며 점차 판매 저축은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에서 판매하는 골드바는 현재 4종류이며 곧 2종류를 추가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에서 골드바를 산 고객은 저축은행에서 되파는 것도 가능하다.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금 투자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이 골드바 판매를 통해 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대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저축은행 고유의 시장인 중금리 대출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3월 2일 전국은행연합회, SGI서울보증과도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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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환경 변화·사회공헌…한발 앞선 행보

    이 회장은 “핀테크 혁명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금융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금융산업 환경의 변화는 큰 위기지만 돌파구를 찾는다면 다시 일어서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해 오는 6월까지 비대면 인증시스템을 개발해 하반기에 회원사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비대면 인증시스템은 3중 확인방식이다. 계좌 개설에 국한하지 않고 정기예금, 정기적금, 신규대출, 체크카드 발급 등 모든 금융거래에 비대면 인증을 적용할 방침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을 단행해 차세대 추진 TF와 E비즈사업 TF를 각각 차세대 추진부와 E비즈사업팀으로 격상했다. 금융협회로는 처음으로 중·고등학교와 ‘1사1교 금융교육’ 협약을 맺는 등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3월 15일 대전 신일여중·고와 ‘1사1교 금융교육’ 자매결연을 하고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 회장은 결연식 직후 ‘저축은행중앙회와 함께 하는 쉽고 재미있는 금융이야기’라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직접 강연을 했다. 40년 동안 금융권에 종사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눈높이 강연을 해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강연에서 “실패한 것을 계기로 성공하게 되는 ‘인패위성(因敗爲成)’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 성공은 반드시 찾아온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또 “금융인에게 필요한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친화력”이라며 “이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것이 웃음”이라고 말했다. 고객에 대한 90도 인사와 환한 미소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정통 은행맨으로 생활하면서 갖게 된 그의 습관이다. 이 회장은 “많이 웃는 사람이 고객들을 더 많이 가슴에 품을 수 있다”면서 “평소에 많이 웃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날 협약을 계기로 중앙회와 저축은행들이 금융교육에 적극 동참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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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우 회장

    △1950년 경북 월성 출생 △대구고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1977년 한국상업은행 입행 △1998년 상업은행 홍보실장 △1999년 한빛은행 인사부장 △2002년 기업금융단장 △2004년 우리은행 경영지원본부장(부행장) △2008년 6월 수석부행장 △2011년 우리은행장 △2013년 6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윤재오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7호(2016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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