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명석 유안타증권 대표 | 中증시 현재 성장통 중 아시아시장 큰 기회 있다

    입력 : 2016.01.26 18: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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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증시가 급등락을 한 탓에 투자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증시는 성장통입니다. 우리나라도 고성장기가 아니라 저성장기로 전환된 이후 주가가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중국증시는 여전히 기회가 있습니다.” 국내 대표 ‘중국투자전문 증권사’로 꼽히는 유안타증권의 서명석 대표(55)는 “중국의 금융과 서비스산업의 성장과 내수산업 육성을 잘 지켜보라”고 조언한다.

    서 사장은 애널리스트로 잔뼈가 굵은 증권맨으로 국내 첫 리서치센터장 출신 CEO다. 지난 1986년 1월 동양증권에 입사해 한우물만 팠다. 동양사태를 겪으면서 주인이 외국계로 바뀌는 와중에도 굳건하게 CEO로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해 후배들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차별화된 범중화권 증권사로 투자자들에게 각인된 것도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의 노력 덕분이다. 서울 을지로 유안타증권 본사에서 서 사장을 만났다.



    ▶유안타증권, 아시아시장서 투자기회 만들 것

    CEO 취임 2년 지났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요. 지난 2013년 12월에 동양증권 사장으로 취임했지만 당시 동양그룹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사가 큰 위기를 맞았어요. 대만에 가서 회사를 인수해달라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그리고 유안타 본사에서 인수해 2014년 6월에 주총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안타증권으로 사명을 바꾸고 출범한 것은 지난 2014년 10월 1일이니 유안타증권 CEO로는 1년이 조금 더 지났네요. 지금은 유안타증권이라면 다 알지만 출범 초기에는 회사이름을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람들이 명함을 주면 한참 들여다봤죠. 후강통이 회사를 알리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후강통이 시작되고 중국 증시가 급등락했는데 모 증권사에서 매도의견을 냈죠.

    저는 애널리스트 경험을 토대로 “자본시장의 변화는 당연하다. 장기적으로 문제가 없다” 맞받아쳤죠. 언론에서 대립구도로 만들어 화제가 됐는데 덕분에 유안타증권이 중국 전문 증권사로 부각되는 계기가 됐어요. 말하자면 브랜드 포지셔닝에 성공한 거죠. 후강통과 중국시장의 급등락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된 셈이죠.

    범중화권 대표 증권사로 부상했는데 앞으로의 전략은 어떤지요. 유안타 본사의 슬로건이 ‘We know asia’입니다. 제가 조금 바꿔서 ‘We know china’를 우리 회사 슬로건으로 만들었습니다. 심플한데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안타가 한국에서 유안타증권을 출범시킨 후 중국본토에도 들어가고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에도 진출했습니다. 본사 회장은 “아시아의 골드만삭스가 되자”며 아시아 전체를 놓고 플레이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 중심이 되어서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기회를 만들자는 전략이어서 유안타증권도 해외에 큰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중국,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와 모닝비디오 콘퍼런스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저금리시대에 해외 투자를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는 보수적이라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유안타는 글로벌 회사기 때문에 그런 상품을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유안타증권이 대형증권사와 경쟁하려면 차별화전략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유안타증권 하면 아시아시장을 아는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최대한 그런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유안타증권이 T레이더라는 HTS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데 업계 최초로 이 시스템에 매도가 나갑니다. 이게 대만이나 인도네시아로도 건너가는데 다들 관심 있어 합니다. 지금도 매도 신호는 나가지만 숏 종목으로 HTS 시스템에 올리는 경우는 T레이더가 처음입니다. 금융 재무 리포터를 기본으로 해서 수급 요인과 기술적 요인을 감안해서 매도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공동대표인 황웨이청 사장과 소통이 잘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성격이 비슷합니다. 급하고 다혈질이죠. 초반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리가 돼서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죠. 제가 지난 1986년 1월에 입사했습니다. 이 회사가 첫 직장이죠. 황웨이청 대표가 며칠 전 입사 29년을 축하한다고 케이크를 갖고 와 깜짝 놀랐죠. 제가 대만에 가서 인수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경영진 상당수가 반대했는데 황웨이청 대표는 강력하게 인수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니 두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맞춰가며 회사를 키우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만에서 유안타증권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는 점입니다. 전체 산업을 통틀어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합니다. 그러니 감독 당국에서도 주시하고 있어 대만인 대표가 필요한 거죠. 대만은 국교단절 이후 한국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을 잘 신뢰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유안타증권의 성공은 양국 간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안타 본사는 자기자본 기준으로 4조원 정도 됩니다. 유안타증권보다 규모가 4배 정도 큰 셈이죠. 한국시장이 대만보다 크니 시간이 갈수록 유안타증권의 규모가 커질 것입니다.



    ▶격변기 때는 숫자로 제시하는 애널리스트 역량이 필요

    증권사 CEO중 첫 리서치센터장인데 어떤 점이 강점인가요. 애널리스트라면 실제하고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경영진이 된 후 재무제표를 뜯어보고 1인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과 지점의 구조조정을 건의했습니다. 당시 지점수와 인력이 대형증권사보다 더 많았죠. 동양사태 터졌을 때 그 전에 구조조정 안했더라면 유안타에서 인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애널리스트의 장점은 숫자로 보는 것입니다. 국면마다 다르겠지만 격변기나 전환기 등 리스크가 많은 어려운 상황에서는 숫자로 분석하고 솔루션을 찾을 줄 아는 애널리스트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증권시장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분석적인 시각을 갖춘 사람을 요구하게 되는 거죠.

    제가 CEO가 된 이후 리서치센터장 출신 CEO들이 여럿 탄생했습니다. 연말 모임에서 제가 길을 터놓았다고 하니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영업직원으로 첫 출발을 했습니다만, 회사 자산을 운용한 경험도 있고 애널리스트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29년을 일했지만 쪼개보면 다양한 일을 했고 업무가 다이내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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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증시 상승여력 충분

    현재 중국시장이 안 좋은 편인데 어떻게 보시나요. 중국 상하이지수가 지난 2007년에 6000까지 갔다가 2000 수준까지 급락한 후 5000 수준으로 회복했다가 현재 3500 수준입니다. 지난 2007년 중국증시는 누가 봐도 밸류에이션이 과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수준은 아닙니다.

    한국도 두 자릿수 고성장을 하다가 성장률이 5~6%대에 진입했을 때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1000포인트대에서 2000포인트로 올라선 것은 체질 변화겠죠. 그 앞의 40년 고성장이 바탕이 된 거죠. 중국이 6%대 성장이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중국이 2007년 상투를 치고 그 이후 성장통을 겪었다고 봅니다. 지금은 안정화되면서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6~7%대 성장을 이뤄내고 추가적 마찰적 요인을 제거한다면 상승여력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중국이 그동안 수출 위주에서 내수 위주로 바뀌고 있습니다. 업종 간 차별화가 심화될 테니 그런 변동성은 위험 요인으로 보고 주의해야 합니다. 금융업과 서비스업 등 우리나라보다 규제가 덜한 산업들은 성장하고 있고 내수시장도 급속히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이 중국 투자포인트고 그쪽에서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수적이라 해외 투자비중이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저금리를 계속 견딜 수는 없습니다. 고수익을 원하면서 안정적인 상품은 내놓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손해가 나면 판매사에게 책임을 지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위험부담을 지고 수익률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해외투자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인 재테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아내와 아이들 모두 중국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초반에 책임감 갖고 투자했으니 지수 2000대에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등락이 있었지만 아직 수익률이 괜찮은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CEO여서 지속적으로 유안타 자사주를 사고 있습니다.

    잠깐 투자 조언을 하자면 주식은 살 때와 팔 때가 있고 쉴 때도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사고팔고 쉬고 사고팔고 쉬고 해서 ‘매매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가 없습니다. 항상 주식을 들고 있으려고 하죠. 그런데 주식을 들고 있지 않는 기간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회사 돈을 운용할 때 스트레스를 많지 받지 않고 손실을 내지 않았던 비결도 바로 주식을 하지 않은 기간이 길었기 때문입니다. 쉽지는 않지만 좋을 때 투자하고 나쁠 때 투자를 안 하는 게 좋은 투자법입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 가져야 성공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가 되려는 대학생들이 많은데 조언을 해주시죠.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가 되려면 기본적인 소양을 갖춰야 합니다. 일단 많이 알아야 하죠. 창의적 생각은 축적된 지식과 정보에서 나옵니다. 좋은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최고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제 아이들이나 후배들에게도 책을 많이 사다주고 공부를 많이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나 잘하는 사람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르게 하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야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남하고 똑같은 일을 해서 성공 못합니다.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아이디어를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어야 하고 네트워킹을 키워야 합니다. 남을 잘 만나려면 좋은 인상을 줘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책 많이 읽고 공부 많이 하라. 다른 생각을 갖도록 노력하라. 좋은 인간관계 갖고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되라는 게 저의 조언입니다.

    [윤재오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4호(2016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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