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2년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 기술금융·핀테크 산업 주도 글로벌 경쟁력 갖춘다

    입력 : 2015.12.24 17:30:53

  • “핀테크 산업을 주도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습니다. 급속한 금융 환경 변화에 맞서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채널전략을 수립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습니다.”

    취임한 지 만 2년을 맞은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의 행보가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국내 첫 여성 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적극적인 현장 경영을 펼치며 기업은행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수익성 확보를 통한 경영 실적 개선이다. 지난 2년 동안 순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순이자마진(NIM)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권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 당기순이익은 1조320억원으로 전년보다 28%(2200억원) 급증했다. 올 1~3분기 순이익은 815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4.4%(347억원) 늘었다.

    올 초엔 경제부처 업무 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본받아라”라고 할 만큼 기술금융과 중소기업 지원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권 행장은 최근 미국 포춘 지가 선정해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태지역 여성 기업인 25인’의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금융권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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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 내 글로벌 100대 은행 진입 선언 권 행장은 “임기 내 글로벌 100대 은행에 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처음 밝힌 데 이어 지난 7월 창립 54주년 기념식 때도 천명해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권 행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기술금융을 선도하고 중소기업 금융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술금융 지원 방식을 기존 대출 중심에서 대출과 투자의 병행으로 진화시켜 단순히 이자 수익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동반자적 기업에서 핀테크 기업과 적극 협력하고 관련 기업을 육성해 핀테크 시장의 성장에 따른 과실을 공유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기업은행이 수익성 확보에 나서면서 본연의 중소기업 금융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권 행장은 오히려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중소기업 지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성장 잠재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 확대 효과가 큰 설비투자 분야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 자금 공급 중 설비투자 지원 규모가 지난 2014년의 경우 40조원 중 11조원이던 것이, 올 들어서는 10월 말 현재 41조5000억원 중 15조3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은퇴금융 강화와 평생 고객화 추진도 권 행장의 글로벌 100대 은행 진입 전략 중 하나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IBK평생설계라는 은퇴 브랜드를 출범시키며 은퇴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권 행장은 “일반 고객을 넘어 유효 고객과 이익 고액으로, 단순 판매 대신 교차 판매로, 개인 거래보다 가족 거래에 초점을 둔 자산 설계로 은행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 행장은 여신 모니터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현장 중심의 선제적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와 상속형 신탁시장 확대에 맞춰 비이자 수익도 적극 발굴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i-ONE뱅크 출범식
    i-ONE뱅크 출범식
    금융환경 변화 적극 대응한 채널전략 권 행장은 “고객들과 금융시장의 환경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채널전략의 큰 그림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새로운 채널전략 수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모바일 뱅킹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신기술에 익숙한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경제 주체로 본격 활동할 향후 10년 동안 은행 서비스의 전개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이 향후 예상되는 환경 변화를 감안하여 새로운 채널전략을 수립하고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해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권 행장의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이와 관련 점포 인터넷 모바일 고객센터 등 기존 채널과 함께 채널 간 협력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한 옴니 채널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복합점포 규제가 완화되고 지난 10월부터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는 등 규제 개혁이 본격 추진되고 있고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과 개인 종합자산 관리제 시행으로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권 행장은 “핀테크 산업을 주도해야 금융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핀테크에 접목된 신사업 발굴과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스타트업 및 핀테크 기업을 금융그룹 차원에서 종합 지원하기로 하고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공모전 등을 통해 핀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드림지원센터를 통한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와 함께 금융권 최초로 계좌조회 이체 등의 뱅킹 서비스는 물론 지급결제 상품 상담 가입 자산관리 등 풀뱅킹 서비스인 ‘i-ONE 뱅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하나의 앱에서 222개 예적금, 펀드, 대출, 카드, 외환 등의 상품을 365일 24시간 가입할 수 있어 ‘내 손안의 은행’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우수기업 방문
    기술우수기업 방문
    본연의 업무 중소기업 금융 강화 권 행장은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이 목표지만 중소기업 금융은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이 더디고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지만 중소기업 저변 확대와 자생력 강화를 위한 자금지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 설비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차별화된 기술금융 기반을 마련해 창조금융 지원을 더욱 체계화해 기업은행만의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희망 컨설팅 등 중소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강화해 창의적인 중소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권 행장은 지난 11월 18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소기업 투자 및 IPO 설명회’에 참석해 “올 연말까지 약 2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2018년에는 투자금액을 4800억원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는 권 행장뿐 아니라 IBK캐피탈 IBK투자증권의 대표이사도 참석해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IBK금융그룹의 지원 의지를 나타냈다.

    권 행장은 “한국 경제의 위기 때마다 기업은행이 제 역할을 해 위기 극복에 앞장서 왔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 금융의 선도 은행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의 금융 안전판 기능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기간인 2008년 10월부터 2010년 말까지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이 19조3000억원인데 그중 기업은행의 순증액이 17조6000억원으로 91.2%에 달했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2012년 3월 금융권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 10월 말 현재 127조4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급격히 줄었으나 IBK기업은행의 중기 대출은 홀로 순증했다. 당시 은행권 전체의 중기 대출은 13조8000억원 감소했으나 기업은행의 중기 대출은 6000억원 순증했다.



    해외 진출로 글로벌 강소기업 지원 권 행장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문 국책 은행인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리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27개 국외 점포는 물론 세계 14개 은행과의 양해각서(MOU)를 통해 세계에 진출한 중소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4월 인도 뉴델리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했으며 필리핀에 마닐라 지점을 신규 개설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무소와 캄보디아 프놈펜 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점포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중에 중국에 1개 지행을 추가 증설해 총 17개 영업망을 구축하고 캄보디아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여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당장 점포 개설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세계 주요 은행과 MOU를 맺어 영업망 지원을 하고 있는데 현재 14개 은행을 통해 6만8000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CEO와 소중한 만남’을 통한 소통
    ‘CEO와 소중한 만남’을 통한 소통
    소통엽서로 직원들과 교류하는 은행장 권 행장은 “38년 은행 생활 동안 제일 잘하는 것이 소통이고 은행장인 지금도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속으로 2013, CEO와 함께하는 소중한 만남’을 통해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아울러 CEO에게 직접 사연을 보내는 소통엽서를 통해 직원들과 교류하고 있다. 소통엽서는 우체국 소인이 없어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조직 구석구석의 문제를 알 수 있는데 은행장 취임 이후 50여 건을 접수해 처리했다.

    권 행장은 “소통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을 때 이뤄질 수 있다”며 “중언부언하지 않기, 경청하기, 말을 옮기지 않기 등 말에 관한 3가지 원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행장은 지난 10월 강남지역본부 대회의실을 깜짝 방문해 적립식 펀드 마케팅 교육을 받고 있는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예고 없이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만나며 격의 없이 소통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 금융지원 강화 권 행장은 “문화 콘텐츠 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고부가가치인 만큼 우리나라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금융권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문화 콘텐츠 산업은 자원이 부족하지만 창의적인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최적인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문화 콘텐츠 중소기업은 고위험 산업군으로 인식되어 일부 전략적 출자자만이 자금을 공급하고 은행권의 자금지원은 미약한 실정”이라며 “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문화 콘텐츠 전담 부서인 문화콘텐츠금융부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4년 대출과 투자를 통해 총 3312억원을 공급해 목표치인 2500억원을 초과 달성했으며 올해는 9월 말까지 대출과 투자를 통해 2984억원을 지원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에도 5417억원을 공급해 목표치인 45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연평해전>의 경우 은행권 최초로 영화투자 주관사로 참여해 은행권 프로젝트 투자의 혁신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업은행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 콘텐츠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114개 관련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윤재오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3호(2015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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