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로 돌아온 팔색조 추상미 | 존경하는 아버지…다른 모든 아버지들을 응원합니다

    입력 : 2015.02.06 16: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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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영화, 뮤지컬 배우에 영화감독, 여기에 교양프로그램 MC까지…. 배우 추상미를 수식하는 문구가 매년 하나씩 늘고 있다. 밖에선 배우로, 집에선 엄마이자 아내로 분주하니, 그 모든 역할을 명함에 새기면 팔색조 저리가라다. 최근 MBN의 새 교양프로그램 <블루진>의 MC가 된 추상미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린이집에 아들을 맡기고 오느라 좀 늦었다”며 촬영을 위해 하이힐로 갈아 신는 품이 영락없는 워킹맘이다. 그녀가 새롭게 진행을 맡은 <블루진>은 아버지들을 위한 토크쇼다. 문득 그에게 아버지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제게는 애틋한 의미예요. 제가 어릴 때 워낙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동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 이 시대 아버지들의 문제·불행·비극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버지에 대한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네요.(웃음)”

    그녀의 아버지는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유명한 연극배우 고 추송웅(1941~1985). 피는 못 속이는지, 추상미는 그간 40여 년을 연극 무대와 영화판에 있었다. 4년간의 열애 끝에 2007년 결혼한 남편 이석준 씨도 <뮤지컬 이야기쇼>로 유명한 뮤지컬 배우다. 지난 2009년 SBS 드라마 <시티홀>에 출연한 뒤 TV와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춘 그녀는 이듬해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하며 감독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저 허울 좋은 꿈이 아니다. 그녀가 연출한 단편영화 <분장실>(2010)은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부문,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선정된 바 있고, <영향 아래 여자>(2013)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호평 받기도 했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감독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연예계 생활을 계속하다보니 그 꿈이 늦어진 거죠. 아이를 낳고 쉬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안 하면 정말 후회하겠다고. 그래서 몸 풀자마자 학교에 갔어요.(웃음)”

    그런가 하면 그녀에게도 MC는 새로운 도전이다. 어쩌면 배우에서 감독을 꿈꾼 것과 같은 무게감이다. 그녀는 “MC도 꿈 중 하나였다”며 “주제 넘는 말일지 모르지만 <오프라 윈프리 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누구한테 하소연을 잘 안 하더라고요. 동굴 속에만 들어가고 피하기만 하죠. 남자든 여자든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대화와 소통인 것 같아요. 자신의 문제를 입 밖으로 꺼내야 하는 거죠. <블루진>이 아버지들 마음을 대신 표현해주고, 아버지들이 마음을 열고 사회·가정·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끝날 무렵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든 추상미가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에 나섰다. 귀엽다고 칭찬하자 돌아온 말이 재미있다.

    “성격이 괴팍한 데가 있어서 (어린이집에서) 인기가 별로 없어요.”

    과연 그럴까. 새빨간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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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 장편영화 감독 데뷔가 또 하나의 꿈 드라마나 영화에서 통 볼 수가 없던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숨어 있었어요.(웃음) 많은 분들이 왜 그렇게 안 보이냐고 의아해하시던데… 지인들도 같은 반응이고. 사실 아시는 분들은 이미 제 작품을 보셨을 텐데 영화공부가 쉽지 않더라고요. 나름대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3년 동안 중앙대 대학원에 다니면서 단편영화 두 편을 만들었고, 지금은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에요. 내년에 입봉(감독 데뷔)하는 게 희망사항이죠.

    완벽한 워킹맘이네요. 그거 정말 쉽지 않다던데. 그렇죠. 쉽지 않아요. 아들이 5살인데, 지금까진 대학원생이고 단편영화였기 때문에 쉽진 않았지만 나름 괜찮았어요. 드라마 출연 제의도 많았는데, 너무 많이 고사해서 소문도 나고.(웃음) 영화 공부는 이미 시작했고, 일단 칼은 뽑았으니 뭐든 해야 하는데 제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시작한 김에 장편까지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지켜보는 분들은 ‘조금이라도 예쁘고 젊을 때 연기하라’고 하는데, 전 배우는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급함은 없어요. 그보다 지금은 감독의 입장에서 작품을 올리는 게 더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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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와 감독, 그건 아버지께 물려받은 재능입니까. 많은 분들이 아버지를 배우로만 기억하시는데, 사실은 굉장히 뭐랄까… 종합 예술가… 아티스트셨어요. 연극을 할 때면 스스로 무대를 디자인하고 각색과 연출까지 도맡으셨거든요. 능력이 많으셨죠. 모두 창작과 관련된 일인데, 그런 기질이 다행히 제게도 이어진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꿈꿨던 아티스트로서의 욕망과 연예계 생활에 달라던 점도 있었고, 그래서 갈등이나 회의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명도나 스타성보다는 후회 없이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출산 후에 쉬면서 많은 일들을 저지르게 된 거죠.(웃음) 저로선 큰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최근에 MBN의 <블루진>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그건 아버지에 대한 존경에 애틋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워낙 일찍 돌아가셔서 대화할 기회도 없었거든요. 오히려 제가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으면서 이해하는 부분도 생기기도 했고, ‘아, 아버지도 이랬겠구나’라는 생각도…. 프로그램 성격하고는 좀 다르죠.(웃음) 어렴풋이 아버지들에게 이런 문제가 있구나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공부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와 불행, 비극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더군요. 직업적인 고민일 수도 있는데, 사회 이슈를 나름대로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가장의 문제, 아버지의 문제, 이런저런 이슈를 고민하던 차에 섭외가 들어왔어요. 아, MC로선 굉장히 힘들어요. 미션 수행하는 것 같다니까요.

    여러 분야를 경험했는데, 어떤 게 가장 매력적입니까. 주제넘지만 <오프라 윈프리 쇼>처럼 사회 문제를 이슈화시키는 걸 뛰어넘어 좀 더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그런 꿈이 있었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분야죠. 제가 연출하는 영화는 상업적이진 않을 거예요. 영화를 만들면서 꿈꾸는 토크쇼를 한다면 정말 좋겠네요. 배우로선 악역? 캐스팅하기 어려운 역을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만 하고 있어요. 최근엔 관심 있는 이슈라면. 가족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족을 그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여성이나 교육, 북한 문제에도 관심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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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의 지름길은 역시 책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 않은 시대라고들 합니다. 육아가 쉬운 일은 아니죠. 다섯 살 아들이면, 애증이 시작되는 나이죠. 아, 정말 육아책을 쌓아놓고 읽었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스스로 힘 내려고 책을 많이 읽었어요. 엄마를 그대로 따라하니 웃을 일도 많고… 하루는 목욕을 시키는데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하기에 저도 ‘사랑해’ 이랬는데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저번에 엄마 사랑해요 그랬는데 계속 야단쳐서 슬펐어. 그 생각이 나서 울었어’라고 하더군요. 저도 배우고 깨우칠 때가 많아요.

    그런 아들이 배우가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전 연출을 하든 글을 쓰든 원하는 방향으로 한 가지 직업을 더 가져보라고 할 거예요.

    남편이 영화 촬영 중이라던데. 뮤지컬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지금은 김하늘 씨와 영화 촬영 중입니다. 남편은 뮤지컬을 제작하는 게 꿈이에요. 국가 지원을 받기로 해서 내년에 그 꿈을 이룰 것 같습니다. 필름 앤 뮤지컬 컴퍼니란 회사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어요.

    <블루진>은 아버지들을 위한 토크쇼라고 알려졌는데, 아버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아버지가 무너지면 정말 그 가정과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커다란 날개로 가족을 인도하고 가치관을 제시하는 존재죠. 어린 세대 중에 아버지를 싫어하는 이들이 있는데, 말 한마디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은 누구나 전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안재형 기자 사진 MBN]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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