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입력 : 2015.02.06 16:43:19

  • 사진설명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는 하회탈을 연상케 하는 온화한 미소다. 겉모습뿐 아니라 성품도 그렇다. 처음 만나는 사람조차 푸근함을 느끼게 할 정도다. 위기에 처했던 그룹을 다시 하나로 묶은 덕장은 이제 그 덕을 외부로 펼치고 있다. ‘함께하는 성장’을 그룹의 슬로건으로 내건 것이다. “같은 수익을 내 준다면 고객은 어떤 금융 그룹이 더 따뜻한가, 누가 더 미래를 함께 할 만한가를 생각할 것이다. 신한금융이 그렇다면 신한과 함께 가려고 하지 않겠나.”

    그게 금융기관의 본래 자세이기에 그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선방했지만 더 분발해야 최근 그룹의 전략방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한동우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이 어려운 여건에서 알찬 경영을 했지만 아직은 더 분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무적 성과나 고객의 평가 모두 좋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계열의 금융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의 금융브랜드 가치 평가에선 전년보다 7계단 상승해 글로벌 36위에 올랐다. 아시아권 금융기관 중에선 9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다. 상대적으로 좋았지만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과 비교하거나 몇 년 전 실적과 비교할 때 아직은 저조하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지난해 세웠던 여섯 가지 전략을 바꾸지는 않고 업그레이드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은 데다 전략의 일관성을 지킬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여섯 가지 전략 중 첫 번째로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을 내걸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한 회장은 여기서 말로 하는 동반성장이나 남들이 다 하는 것과는 다른, 신한의 진정성이 우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얻으며 남다른 성장을 해나가려면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을 조직문화로 정착시켜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이와 관련해 올해 부서 단위로 따뜻한 금융 실천과제를 세워 실행하도록 했다.

    사진설명
    고객수익률 제고가 제일 목표 신한은행 설립 준비부터 함께 한 정통 ‘신한맨’이자 금융인으로 잔뼈가 굵은 한 회장은 금융은 고객의 가치를 제고하면서 성장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가 창조적 금융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저성장, 저금리 환경과 고객 니즈의 변화는 기존 방식에 안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금리가 내려가면 금융기관은 예대마진이 줄어들어 손익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고객과 신한의 가치를 함께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수익률이 높은 외국상품을 적극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한금융은 이와 관련해 기술금융을 선도적으로 지원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 중심의 창조적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방침이다. 또 신탁상품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우량기업과 유망기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와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등 고객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고객과 대면하는 창구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고객의 수익률을 관리하도록 영업점 성과평가에 이를 반영키로 했다.



    그룹 차원서 미래설계 강조 한 회장은 전 계열사에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전되는 데 대한 대안을 주문하고 있다.

    “국민의 노후 고민을 덜어줄 대안을 제시하는 데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금융인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미래설계센터를 출범하고 ‘신한미래설계’란 브랜드를 론칭한 것도 그래서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은 올해 일본을 비롯한 선진시장을 벤치마킹하는 등 은퇴시장 전반의 리서치를 강화하고 관련 상품 라인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각 계열사가 자기 상품 파는 데서 벗어나 그룹 차원의 미래설계 협업모델을 모색하고 미래설계 전담요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또 노후를 위한 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운용 역량이나 상품 수익률 등 전반적인 면에서 연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 회장은 이런 차원에서 신한금융그룹부터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주당 650원씩 현금배당을 했다. 올해는 배당성향을 좀 더 확대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공시 규정 때문에 얼마를 하겠다고 밝힐 수는 없지만 배당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일각에선 신한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가 많아 국부유출을 운운하지만 그건 옳지 않다. 큰 그림에서 보면 한국의 배당성향은 아시아에서도 굉장히 낮은 편이다. 싱가포르는 굉장히 높다. 신한금융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 중엔 은퇴자들의 자금이나 학교의 여유자금 등이 많다. 이런 이유로 각 펀드들도 배당성향이 높은 쪽에 투자하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배당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증자를 할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당국의 배당확대 정책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설명
    외국 금융상품 도입 강화할 것 한 회장은 이 대목에서 농협의 사례까지 들면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가 최근 증권회사 출신 CIO를 영입해 잘한다고 들었는데 남이지만 옳은 방향이다. 신한도 그동안 잘해왔지만 경쟁사의 그런 움직임을 보고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계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여러 주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일본 태양광 펀드에 투자해 상당히 좋은 성과를 냈다. 국내 상품만으로 고객을 상대하는 것보다 이처럼 해외에서 금리가 높거나 수익률이 잘 나오는 상품을 적극 도입해서 팔아야 한다. 국내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은퇴상품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고객이 앞으로 신한과 미래를 함께 가겠다고 할 게 아닌가. 이런 것 잘하는 그룹이 잘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BNP파리바자산운용에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한 회장은 특히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도 이런 측면을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래에는 글로벌화한다면 무조건 해외로 나가는 것만 생각했다. 그러나 해외 나가는 것만이 글로벌화는 아니다. 해외에 진출함으로써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거래하는 금융 내용의 글로벌화와 현지화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현지의 좋은 금융상품, 좋은 투자대상을 찾아 와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런 한 회장의 실용주의는 현지 진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은행 점포를 열고 영역을 확장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곳에, 진출이 용이한 쪽이 먼저 나간다는 전략이다.

    “작년에 인도네시아 은행을 인수한 뒤 허가를 추진했는데 아직 인가를 못 받았다. 규모를 키워서 다시 인가신청을 할 계획이다. 금년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멕시코 등 진출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계열사 중 카드는 카자흐스탄 소비자금융을 인수했고 증권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증권회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은행은 진출하려는 나라의 정책에 따라 진출이 어려운 곳도 있지만 소비자 금융은 수월한 곳도 있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금융이나 증권 등 가능한 부분이 먼저 진출하고 이후 은행이 나가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한 회장은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에 대해선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한은행이 외국계 은행 중에서는 비교적 일찍 진출해 지금 HSBC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계 근로자가 200만~300만명 정도 되니 잘 되고 있다. 여기에 카드도 들어가고 보험도 들어가니 좋은 사례가 되었다. 이 사례를 보면서 꼭 은행이 먼저 들어가야 한다기보다는 선후 구분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먼저 간 뒤 나중에 계열사가 진출해 전체 시너지를 구축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대면 채널 고객 맞춰 조직 변신 중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가 화두가 되고 인터넷뱅킹이 확산되는 등 고객 채널이 급변하는 상황에 대해 한 회장은 우선 고객 관점에서 조직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의 비대면 채널이 90%를 넘어섰고 점포에 오는 고객은 10% 미만이다. 비대면 채널 고객에게 어떻게 서비스를 하느냐에 따라 금융사의 경쟁력이 판가름 날 것이다. 그 쪽으로 인력을 투입해야 하고 거기서 이익을 내야 한다. (대면 채널 직원들은) 최대한 포용하며 갈 예정이지만 일부 희망퇴직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은행에서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희망퇴직이기 때문에 많이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꾸준히 몇 년째 진행되는 일이다.”

    금융권 화두인 핀테크에 대해선 한국의 특성을 고려하고 신한의 강점을 살리는 쪽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핀테크는 지불수단과 인터넷뱅크 두 측면을 봐야 한다. 첫 번째가 카드업계와 IT업계의 지불결제 수단인데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되어야 한다. 신한은 보험과 카드 서비스를 계속해서 IT와 접목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제휴가 일어나고 있다. 편리성을 제고하는 것은 꾸준히 진행할 것이다. 인터넷뱅크의 경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부터 논란이 많다. 방향성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나 사실 각 금융기관의 인터넷뱅킹은 많이 발전되어 있다. PC로 예금이나 보험, 송금 등이 모두 가능하다. 인터넷뱅크가 설립되어 있는 것과 같다.”

    한 회장은 중국 알리바바가 대규모 자금을 끌어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그것은 중국만의 특수한 상황이며 한국에선 그런 유형의 인터넷뱅크는 경쟁력이 없다고 했다. 그보다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알리바바가 100조를 모으자 핀테크 하면 잘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건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과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자금시장이 분리돼 금리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런 금리 차이를 누릴 여지가 없다. 그보다는 금융지주가 은행이나 증권, 생명 등의 많은 고객을 인터넷상으로 묶어서 종합적으로 서비스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정보이용 동의 등 풀어야 할 게 많다. 현 제도 속에서도 복합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정보 공유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한편 한 회장은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CEO 양성 프로그램을 그룹 전반에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보를 대상으로 전문가나 경영진과 간담회를 수시로 하며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동우 회장 “고객 돈 잘 지키고 불려주는 게 회사가 성장하는 길”이란 신념을 가진 정통 신한맨이다. 온화한 덕장이지만 실적을 중시한다. 부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신탁은행, 신용보증기금을 거쳐 신한은행 설립 때 개설준비위원으로 합류했다. 신한은행에서 기획조사부장, 종로지점장, 인사부장 등 핵심 부서를 거친 뒤 부행장으로 활약하다 신한생명 경영을 맡아 급성장시켰다. 2011년 지주 회장에 취임해 신한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